[전주/완주 여행] 대하소설 혼불 최명희 기념관.........89
.
비가오는 한옥마을은 을씨년 스럽다.
.
89.대하소설 혼불 최명희 기념관
.
동학혁명 기념관을 나온 유랑자가 이번엔 대하소설 혼불의 주인공인 최명희 기념관을 찾았다. 여전히 겨울비는
추적추적오는 날씨다, 동학기념관에서 멀지 않는곳에 전주가 낳은 대한민국의 소설가 최명희 기념관이 있다.
지난번 남원 여행에서 혼불 문학관을 방문함으로써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한 것으로 이해된다.
.
그런데도 최명희 작가가 전주 풍남동 출생이라는 이유로 인해서 전주에도 그녀의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들
이 가득한 기념관이 있다. 2남 4녀 중 장녀로 태어난 그녀는 전주 풍남초등학교와 전주 사범병설중학교를 거쳐
전주 기전여자 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
72년부터 74년까지는 모교인 전주 기전여자 고등학교에서, 그리고 74년 봄부터 81년 2월까지는 서울 보성여자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 많은 제자들을 키워내면서 ‘가장 잊지 못할 스승’으로 존경 받기도 했다. 오늘
유랑자가 방문한 그녀의 기념관은 또 다른 이유로 전주를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
혼불은 1980년 봄 4월에 첫 문장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를 쓰기 시작해서 마지막 문장 “그 온몸에 눈
물이 차오른다.”를 쓰기까지 꼬박 17년이 걸린 이 대하소설 “혼불”은 맨 처음 동아일보에 1부를 연재하고, 이후
월간 시사 종합지 “신동아”에 88년 8월부터 95년 10월까지 7년 2개월에 걸쳐 2부에서 5부까지를 연재한 뒤 모
두 열권으로 묶었다.
.
1996년 12월 전5부 10권으로 대하소설 혼 불이 출간되자 단숨에 밀리언셀러에 오를 만큼 독자들의 반응은 뜨
거웠으며, 전문가100인에 의뢰한 20세기말 90년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한국문학이 이룬 가장 큰 성과
로 평가되었다.
.
독서계는 대하소설 혼불 신드롬에 빠져들었다. 오로지 한 작품에 17년이라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긴 세월
을 바쳐 탄생한 이 작품은 이제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혼불은 최명희
작가의 대표작이자 미완성 대하소설로,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여 한민족의 본바탕과 당시의 풍속
사를 잘 묘사해낸 작품이다. 그 줄거리를 보면......
.
1930년대 남원 매안 이씨 집안의 삼대 종부(宗婦)가 커다란 축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청상의 몸으로, 다
기울어져 가는 이 씨 집안을 힘겹게 일으켜 세운 청암부인 그리고 허약하고 무책임하기가 이를 데 없는 종손
강모를 낳은 율촌댁, 그리고 그 종손과 결혼한 효원이 그네였다.
.
이들이 전통사회의 양반가로서 부덕을 지켜내는 보루로 서 있다면 그 반대편엔 치열하게 생을 부지하는 하층
민의 '거멍굴 사람들'이 있다. 특히 양반계층을 향해 서슴없이 대거리하는 옹골 네와 춘복이, 당골네인 백단이
가 강력한 자기장으로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있다.
.
이런 갈등의 그물은 우선 효원과 혼례를 치른 강모와 사촌 여동생인 강실이 사이의 근친상간에서 시작된다. 애
틋하게 바라만 보아오던 두 사람이 마침내 건너지 말았어야 할선을 넘어 섬으로서 제각기 가파른 벼랑으로 내
몰린다. 우유부단한 강모는 그를 따라나선 술집 기생 오유 끼와 함께 머나먼 만주 봉천 땅으로 도피를 해버리
고, 강실 이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홀로 삭이며 닥쳐오는 암운 앞에 무방비로 놓인다.
.
한편 상피에 대한 소문이 거멍굴로 전해지자 자기 자식만은 자신과 같은 운명에 놓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 춘복
이가 양반 댁 강실 아씨를 탐내기 시작하고, 춘복 이와 몰래 동거를 하고 있던 과수댁 옹구 네도 양반에 대한 복
수심 그리고 춘복 이를 잃고 싶지 않은 집착에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게 된다.
.
사람들의 삶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모두 원고지 1만 2천장에 달한다.
.
그 음모란 상피에 대한 소문을 퍼뜨려서 강실 이를 내치게끔 하고 그때를 노려 춘복이가 강실 이를 차지한다는
것이었다. 차츰 은밀히 옹구네 가 퍼뜨린 소문은 그물처럼 강실 이와 효원을 죄어들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춘
복 이는 강실 이를 겁간해 임신을 시키게 된다.
.
이후 이런 모든 정황을 알게 된 효원은 애증이 교차된 마음으로 강실 이를 피접시키려고 하나 그만 옹구네 가
중간에서 강실 이를 납치함으로서 상황은 예기치 않은 국면으로 치닫는다. 여기에 이 씨 문중의 노비인 침모
우례에게 상전의 피가 흐르는 아들 봉출이가 번득이는 비수처럼 성장해 가고 , 청암부인의 묘에 투장을 했다가
덕석말이를 당한 당골네의 원한도 무서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계급적 모순을 인식하고 그것을 타파하려는 강모의 사촌형들, 강호와 강태도 강력한 전
운을 드리우며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이런 갈등의 씨줄과 날줄이 촘촘히 짜여서 이제 생생하게 날뛰는 인간 군
상들을 막 건져 올릴 찰나에 허망하게도 소설은 끝이 아닌 끝이 나버렸다.
.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야기 사이사이 마다 , 아니 이야기보다도 더 정성스럽게 저자는 당시 시대의 풍속사
를 깨알같이 묘사하고 있다. 첫 장면인 혼례의식을 비롯해서 연(鳶) 이야기며 청암부인의 장례절차 그리고 유
자광이나 조광조, '새로 쓰는 백제사'의 이야기도 돋보인다.
.
여기에 조왕신의 습속이나 복식에 대한 묘사, 윷점이야기 같은 내방의 섬세한 면면들도 감탄 속에 눈길을 끌고,
봉천 땅의 구체적인 지리묘사라든지 사천왕의 긴 이야기도 사물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는 대목이다 .
.
도대체 이런 기술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자료와 공부를 필요로 했을까 ? 독자들은 읽는 내내 고개가 저절로 숙
여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정성이야말로 바로 '혼불'을 만들어낸 근원이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된다.
.
이렇듯 소설 “혼불”의 배경은 1930년대 말. 전라도의 한 유서 깊은 문중에서 무너지는 종가(宗家)를 지키며 치
열하게 몸을 일으키는 宗婦 3대와, 천하고 남루한 상민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애환에 대한 이야기다.
.
어두운역사, 암울한 시절. 외형적으로는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을 극심하게 받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조선말의 정신구조와 문화를 지탱하고 있던 이중적 시대상황 속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뒤집히고,
고뇌하며, 한없이 몸부림치지만 아름다웠던 사람들의 삶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모두 원고지 1만 2천장에 달한다.
.
결과적이긴 하지만 작가 최명희가 소설 “혼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근원적인 정서, 원
형질에 대한 완벽한 복원이 아니었나 싶었다.
.
영롱한 빛을 발하다 이슬처럼 살다가 작가 최명희 작가
.
암튼 책을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표지 안쪽에 있는 저자 최명희를 나도 모르게 보게 된다. 책상위에서 펜을
들고 글을 구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펜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은 이 땅에 대한,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
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 사랑으로 빛나고 있다. 단순히 내 개인적 착각일까. 아닐 것이다.
.
책을 읽어 본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게 되는 온화함과 따뜻함일 것이고 그것은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현존하는 보살의 손일 것이다. 우리 삶과 인간에 대한 정을 깨닫고 동시에 인간다움을 생각하게
해 준 故 최명희 선생에게, 그리고[혼불]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
그녀의 원고본들.....
.
암튼 그녀의 나이 51세. 그 안타까움을 어찌 필설로 다하랴..... 그녀는 이제 고향 전주의 ‘최명희 문학 공원’에
잠들어 있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밝고 환하게 빛나는 혼 불이 살아있는 세상은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
될 것으로 믿는다.
.
덧붙이자면 작가는 혼불의 집필 도중 난소암으로 투병하였는데, 투병생활 중에도 제 5부 이후 부분을 구상하고
자료를 정리하였다고 한다. 끝까지 집필의지를 불태웠으나, 그녀는 1998년 12월 11일 난소암으로 작고함으로
서 한국문학계의 큰 별이 짐과 동시에, '혼불' 소설은 끝내 미완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
그러나 혼불 하나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 잘 살다 갑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그녀의 작가정신은,
진정한 '혼불'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본시 혼불이란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으로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그 크기는 종발만 하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한다.
.
사람들은 혼불을 목도할 적이면 먼 길을 떠날 불빛을 애도하며 두 손을 모아 망자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유
랑자 또한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을 발하다 맑고 깨끗한 삶을 살다가 이슬처럼 살아져간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
.
.
유랑자 여행기 이어보기
https://cafe.daum.net/b2345/LKz0/275
.
홈: www.jjhee.com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최명희길 29
(지번)풍남동3가 67-5
영업시간 휴무일
화~일 10:00 ~ 18:00
휴무일:명절
연락처:063-284-0570 대표번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