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을 새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연금술(상)
최광희 박사
폐플라스틱(각종 비닐 제품 포함)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오염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이 인류에게 주신 지혜로 이제는 폐플라스틱을 가지고 깨끗한 새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고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몇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지구를 오염시킬 줄 알았던 쓰레기가 이제는 ‘자원의 무한 순환’의 궤도에 올라선 것이다. 이 놀라운 현대 연금술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인류의 첨단 화학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1. 레고 블록을 다시 해체하다: 열분해 기술의 진화
플라스틱과 비닐의 출발점은 원래 땅속에서 캐낸 ‘석유’이다. 석유 속에 들어 있는 탄소와 수소 성분을 가져다가 마치 레고 블록을 길고 단단하게 이어 붙이듯 조립해 만든 것이 바로 플라스틱이다. 이 블록 결합이 워낙 촘촘하고 튼튼하다 보니 자연 상태에서는 잘 썩지도 않았던 것이다.
초창기의 플라스틱 재활용은 이 단단한 블록을 그대로 품질을 낮춰 재사용하는 물리적 재활용이었다. 페트병을 열로 녹인 뒤 부직포나 인형 솜, 혹은 노끈 등으로 만드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재활용을 거듭할 때마다 플라스틱의 분자 사슬이 끊어져 제품이 점점 약해지고 때가 타는 약점이 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두세 번 재활용하고 나면 더 이상 쓸 수 없는 진짜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술은 차원이 다르다. 플라스틱을 녹이는 수준을 넘어, 아예 분자 구조를 해체하여 원래의 석유 성분으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방법이 개발된 것이다. 그 핵심이 바로 열분해(Pyrolysis) 기술인데 원리는 명쾌하다. 폐플라스틱을 밀폐 가마에 넣고 산소를 차단한 채 가열한다. 산소가 없으면 플라스틱은 불에 타는 대신 액체를 거쳐 기체로 바뀐다. 이 가스를 다시 냉각하면 깨끗한 기름이 생성되는데 이를 ‘열분해유’라고 부른다.
게다가 최근에는 과거처럼 800°C가 넘는 고온으로 가열하지 않고 화학 반응을 도와주는 촉매를 투입해 300~500°C 정도의 온도에서도 플라스틱 블록의 연결고리를 부드럽게 끊어낸다. 에너지는 적게 쓰고 오염 물질 배출은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공정으로 진화한 것이다.
2. 찌꺼기마저 자원이 되는 완벽한 순환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플라스틱을 기체로 만들어 기름을 짜내고 나면 바닥에는 무엇이 남을까? 그 남은 것은 환경에 해로운 물질은 아닐까? 플라스틱에서 기름을 짜내면 찌꺼기가 남는데 그 이유는 폐플라스틱이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용기에 묻은 미세한 오염물이나 페트병에 붙은 스티커, 색을 내기 위해 넣은 염료,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섞은 가소제 등의 화학 첨가물들이 바닥에 가라앉는다.
과거에는 이 잔재물이 쓸데없는 폐기물이었으나, 이제는 이마저도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름 성분이 빠져나간 이 찌꺼기는 푸석푸석한 숯가루 같은 형태를 띤다. 이 검은 가루는 시멘트와 배합하여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 골재 등으로 활용한다. 혹은 탄소 성분이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기에 제철소 용광로의 보조 연료로 사용하거나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인 흑연이나 탄소 신소재로 업사이클링하는 연구까지 진행 중이다. 땅에 묻혀 수백 년간 토양을 오염시킬 뻔한 플라스틱이 높은 수준의 자원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3. 우리가 몰랐던 비밀: 나프타(Naphtha)의 정체
이 대목에서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플라스틱을 녹여 기름을 만들면 이 기름으로 휘발유나 경유로 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기업들은 이 기름으로 휘발유를 만드는 대신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나프타(Naphtha) 상태로 되돌린다.
나프타란 플라스틱을 만드는 재료이다. 원유 정제 공장의 증류탑에서 맨 위층에서는 LPG 가스가, 바로 아래층에서는 휘발유와 나프타가 함께 나온다. 즉 휘발유와 나프타는 비슷한 ‘끓는점 영역’에서 얻어지는 쌍둥이 기름이다.
태생이 같은 이 기름의 운명은 용도에 의해 결정된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가벼운 탄화수소 유분 가운데, 자동차 연료용으로 성능을 조정한 것은 휘발유로 사용되고, 석유화학 원료로 공급되는 것은 나프타로 사용된다. 이는 마치 밀가루에 재료를 첨가해서 빵을 구울 수도 있고 풀을 쑤어 도자기 등을 구울 수도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래서 나프타는 모든 현대 문명 제품의 근간이 된다. 그래서 오늘날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쌀’이라 불리고 있다.
(쓰레기 연금술의 놀라운 후반전, ‘액체 기름이 단단한 플라스틱이 되는 과정’과 ‘글로벌 대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진짜 이유’는 하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