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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들어가며 Ⅱ. 명재고택 프로그램 체험 |
Ⅰ. 들어가며
6월 11일 오전 8시 30분, 논산행 버스를 타기위해 교수님과 19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명재고택을 답사하기 위해 떠나는 것으로, 수업의 연장선이라 볼 수도 있지만 졸업을 앞두고 학교학생들과 1박2일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새롭고 설레었다. 뿐만 아니라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고택에서 1박2일을 지내고 그 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고 하셔서 기대감은 더해졌다.
필자의 고향은 충남 서천으로 논산과 멀지 않다. 그러나 필자에게 논산은 육군훈련소가 있고 특산물로 딸기가 유명한 고장일 뿐, 어떤 역사적 공간이나 인물이 존재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명재고택 답사를 통해 명재 윤증선생을 비롯한 조선시대 인물들, 그리고 그분들과 관련된 논산의 역사적 공간들을 새로이 배우게 되었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명재고택에 드러난 멋과 파평(坡平)윤씨 집안의 심적 여유와 배려 깊은 면모를 짚어보고자 한다.
Ⅱ. 명재고택 프로그램 체험
1. 스카프 천연염색
점심쯤 명재고택에 도착하여 일반 가정집 백반과 유사하게 식사를 마친 후, 스카프 천연염색을 체험했다. 천연염색은 옛 선조들이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옷감에 물을 들이는 방식으로, 한약재를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번 체험에서는 염제로 건쑥을, 매염제로 백반과 철을 사용하였다. 아래의 사진과 같은 순서로 염색을 진행하였는데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는 스카프를 묶는 방법에 따라 나오는 무늬가 다르고 염제에 따라 그 색이 다르며, 들이는 시간에 따라 색의 농도 역시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천연염색은 쓰이는 염료가 현대의 것과 달라 물이 빨리 빠진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천연재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색상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천연염색 순서 천연염색 후 건조시키는 스카프
2. 종가음식 만들기
천연염색을 마치고 안마당에서 진행하는 종가음식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타래과와 떡 전골, 가지소박이 세 종류의 음식 중에서 필자는 떡 전골 만들기에 도전했다. 떡 전골이라는 말은 조금 생소했으나 그 생김새는 궁중떡볶이와 유사했다. 한 요리 경연프로그램에서 우승도 하셨다는 종손의 누님께서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는데 설명해주시는 내내 자부심이 가득하신 모습이었다.
특징적인 모습은 가래떡을 일반 떡볶이보다 더 작게 썰고 고기도 잘게 다진다는 점인데 이는 어린 아이와 나이 드신 분들 모두가 먹기 편하도록 고려한 것이었다. 또 다른 특징은 고명에 올릴 재료들이 오방색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파로 청을, 고추실로 적을, 계란노른자로 황을, 계란 흰자로 백을, 목이버섯으로 흑을 표현했는데 음식의 이런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것에 참으로 놀라웠다.
오방색을 나타낸 고명 요리방법을 설명해주시는 모습
Ⅲ. 명재고택 둘러보기
프로그램 체험을 마친 후,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고택을 둘러보았다. 명재고택은 조선 후기 학자인 명재 윤증선생 대에 지어진 것으로 명재선생이 실제 거주하지는 않고 이따금씩 머물렀다 가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대부터는 이곳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때문에 이 건물은 명재선생과 연고가 있다하여 명재고택의 ‘고’를 옛고(古)가 아닌 연고고(故)를 쓴다고 한다.
명재선생께서 이 집에서 살지 않으신 이유는 검소한 성품 때문인데 이렇게 큰 집에서 지낼 필요가 없다고 느끼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검소한 정신은 파평윤씨 집안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고택에서는 검소함뿐만 아니라, 멋과 여유, 삶의 지혜, 배려를 찾아볼 수가 있다.
1. 사랑채와 누마루
고택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가장 먼저 사랑채가 보인다. 사랑채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르신이 생활하는 공간이자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랑채에 앉아 앞마당을 바라보면 경치가 매우 좋다. 남쪽에는 인공연못이 있는데 이는 물(水)이 음향오행에 따라 제물을 뜻하기 때문에 옛 양반 집안에서 자주 보인다고 한다. 인공연못에는 배롱나무가, 다른 쪽에는 자귀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자귀나무는 밤이 되면 잎이 달라붙어 부부간의 금실을 뜻한다고 한다. 사랑채의 마루 앞에는 댓돌 위에 금강산의 형상을 한 석가산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사랑채에서 눈에 띄었던 것 중 또 하나는 사랑채 마루 중앙 밑에 긴 댓돌이, 오른쪽 밑에는 신발 한 켤래만 놓을 수 있는 좁은 댓돌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랑채에 오고가는 손님들을 배려하여 손님들의 신발을 따로 둘 수 있는 긴 댓돌을 마련해 둔 것이라고 한다. 이런 댓돌 하나에서도 이 집안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랑채 마루 앞 석가산 사랑채 주인어른 전용 댓돌
사랑채에는 작은 것 하나도 아름다우면서 기능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듯했다. 사랑채의 마루바닥은 틈이 약간 벌어져있는데 이는 여름에 나무가 늘어나 결이 틀어질 것을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삐걱”소리로 인기척을 알리기 위함인 것이라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사랑채와 작은 사랑방 사이의 문은 ‘안고지기문’이라 해서 미닫이와 여닫이가 모두 가능해 혁신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사랑채에서 작은 사랑방으로 넘어갈 때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건축가의 지혜가 엿보인다.
사랑채 마루 사랑채의 안고지기문
사랑채와 이어진 누마루에서는 창을 모두 열면 사면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 누마루의 창은 가로세로가 16:9의 비율을 보이는데 이는 오늘날에 인기 있는 TV나 노트북 화면의 비율과도 같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누마루 높이 역시 기능적이라 할 수 있는 점은 마루가 땅에서 높이 떨어져있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누워있어도 밑에서는 누운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이는 양반의 체통을 지키기 위함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채에서 바라본 누마루 누마루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
2. 안채
사랑방과 누마루에서는 멋과 여유를 엿볼 수 있었다면, 안채에서는 여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먼저, 안채를 들어가는 중문에 내외 벽이 있는데 이는 안채에서 생활하는 여자들을 위해 일종의 가림막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또한 이 벽의 아랫부분에는 약간의 틈이 있는데 안채 마루에 앉아 있는 여자들은 이 틈을 통해서 들어오는 손님의 신발을 미리 볼 수가 있었다. 손님의 신발이 가죽신인지 짚신인지에 따라 처신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만든 장치라 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배려는 이 것 뿐만이 아니라, 안채마루의 기둥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고위관리가 아닌 이상 자택에 원형기둥을 쓰기가 힘들어 사각기둥을 써야 했다. 하지만 이 안채 마루의 양 기둥은 다른 것과 다르게 팔각기둥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여자들이 식사를 준비하면서 다치지 말라는 배려의 차원에서 그러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밖에 자주 나갈 수 없는 안 여자들을 위해 담장을 낮게 쌓은 점과 안사랑 방 뒤편에 마당을 둔 점, 그 곳에서 바깥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들었다는 점 등에서 여자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안채는 여자배려를 위한 구조도 갖추었지만 사랑채와 마찬가지로 창을 열면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다. 안채 마루에서 매끼 식사를 했는데 창을 활짝 열고 밥을 먹을 때마다 풍경화를 한 장 크게 걸어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창문을 닫고 보니 양 문의 나뭇결이 대칭이었는데 그것도 말머리를 형상화시키는 무늬였다. 어떻게 이런 말머리와 같은 나뭇결을 찾았는지도 의문이지만, 똑같은 것을 대칭으로 두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런 창문의 문 모양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안채 전면 말머리무늬 창문 안채 팔각기둥
Ⅳ. 마치며
명재고택에서의 1박2일 동안 다양한 체험도 하고 고택을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좀 더 머물고 싶다’ 였다. 고택의 어느 곳을 가던지 큰 창을 통해서 바라본 풍경은 감탄을 자아냈고 한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과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벌레들 때문에 놀랄 때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웃으며 날려 보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좋았다. 단지 한옥이라서가 아니라, 명재고택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멋과 삶의 지혜, 배려가 1박2일 일정을 조금 더 아쉽게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다음번에 누군가와 이곳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부족하지만 필자가 느낀 대로, 배운 대로 명재고택에 관해 전해주고 싶다.
Ⅴ. 참고문헌
- 논산 명재고택 사이트, 명재고택 소개, 2016, http://www.myeongjae.com/_x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