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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대창의인성교실 46]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어른들의 메마른 삶과 현실에 대한 비판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담아낸 어린왕자. 다시한번 청대교육가족이 나눌 이야기로 올려둡니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비행사였던 작가가 2차 세계 대전 중 미국에서 발표한 소설이다. 비행을 좋아했던 작가는 1935년 비행 도중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하였다가 기적적으로 구출된 적이 있었다.
그는 이 경험에서 ‘어린 왕자’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사막에서 만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관계’에 대해 알려 주는 부분이 실려 있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이 소설을 읽어 보자.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는 한 소년을 만난다. 소년은 자신이 사는 작은 별에 사랑하는 장미를 남겨 두고 세상을 보기위해 여행을 온 어린 왕자였다.
어린 왕자는 몇 군데의 별을 돌아다닌 후 지구로 와 뱀, 여우, 조종사와 친구가 된다. 어느덧 여우와 어린 왕자는 서로를 길들여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꼭 필요한 존재’로 남는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자신만의 특별한 존재인 장미를 떠올리며 떠나온 별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엔진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나’는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다.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비행기 조종사가 된 ‘나’는 엔진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다. 이때 어린 왕자가 나타나 양 한 마리를 그려달라고 조른다. ‘나’는 그 부탁을 들어주면서 어린 왕자의 별엔 화산이 셋 있고, 바오밥나무, 그가 사랑하는 꽃, 그 별에서의 생활들을 듣는다.
그리고 같이 살고 있던 장미의 거짓말과 오만함 때문에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을 떠나 여행을 하게 된 이유 등을 알게 된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과 이웃해 있던 별들을 방문하면서 다양한 어른들을 만난다.
어린 왕자는 이웃한 여러 별을 여행한다. 권위만 내세우는 왕과 젠체하는 사람, 자책만 일삼는 술꾼과 소유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자, 책상을 떠나지 않으면서 세상의 지도를 그리는 지리학자와 일에 중독되어 있는 가로등 켜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의 잘못된 가치관에서 석연치 않음을 느낀다.
마지막 별로 어린 왕자는 지구로 가게 되고, 뱀과 장미꽃을 만나고 사람을 찾으며 외로워한다.
어린 왕자는 일곱 번째 별인 지구로 간다. 지구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어린 왕자는 뱀과 꽃을 차례로 만나고, 사람들을 찾아 높은 산에 올라가 내 친구가 되어달라며 외롭다고 외친다.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메아리 뿐이다.
그러다 한 정원에 5천 송이도 넘게 피어있는 장미꽃을 보고 놀란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미꽃이 세상에서 하나뿐이 아니라는 사실에 어린 왕자는 슬퍼하며 운다.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만나서 길들인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된다.
풀숲에 엎드려 울고 있을 때 여우가 나타난다. 어린 왕자는 이리 와서 나와 같이 놀자고 한다. 그러나 여우는 길들여져 있지 않아서 너와 놀 수 없다고 한다. 여우는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만든다는 것이고,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 여우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너의 장미꽃을 소중하게 만든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고,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알려준다.
뱀의 도움으로 어린 왕자는 자기 별로 돌아간다.
어린 왕자는 뱀에게 도움을 청해 그의 별로 돌아가고자 한다. 때마침 비행기 엔진 수리를 마친 나는 어린 왕자와의 이별을 몹시 서글퍼하며 그가 모래언덕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다. 시간이 지나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어린 왕자의 별과 그의 장미꽃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어린 왕자를 그리워한다.
· 어린 왕자 : 화산구 3개, 장미꽃, 커다란 바오밥나무와 함께 소행성(B612)에서 살고 있음.
· ‘나’(비행사) : 화가라는 꿈을 버리고 비행조종사가 된 인물로 사막에 불시착하여 어린 왕자를 만남. 어린 왕자와 많은 대화를 하며, 비로소 본인이 잊고, 잃고 있었던 가치에 대해 깨닫는 인물임.
· 장미 : 어린 왕자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특별한 꽃이지만, 허영심이 가득한 말을 자주 내뱉어 어린 왕자에게 상처를 줌.
· 여우 : 지구에 도착한 어린 왕자에게 길들인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알려줌.
· 뱀 : 어린 왕자가 지구에 와서 처음 만난 동물로 다시 어린 왕자가 별로 되돌아갈 때 도움을 줌.
· 갈래 : 동화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사막
· 주제 : 현대인들의 공허한 삶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가치의 깨우침
· 특징
1) 시간의 역전적 구성
2) 어린 왕자의 순수한 눈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드러냄.
3) 비현실적인 공간과 인물들을 설정하여 동화적인 특성을 드러냄.
여기에 실린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는 우리에게 ‘관계’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길들인다’ 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어린 왕자에게, 여우는 그것은 ‘관계를 맺는’것 이라고 말합니다.
무수한 것들 중에서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무언가로 새롭게 관계를 맺는 것, 그래서 수많은 여우들 중에 한 마리에 지나지 않던 존재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변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서로를 ‘길들이는’ 것이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그런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참을성이 필요하며, 서로를 의식하면서,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알려 줍니다.
‘친구(親舊)’라는 말뜻은 ‘오래 두고 사귄 벗’이지요. 우리는 친구의 취향이나 성격 등을 서로 알아 가면서‘관계’를 맺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알아 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요.
서로를 진정 알아 가기 위해 참아야 하고, 늘 생각하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하죠. 그랬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길들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프랑스인인 생텍쥐페리는 소설가이자 비행사였어요. 그의 삶은 비행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있었고, 그의 작품 또한 비행 체험을 토대로 한 것이 많답니다.
전쟁 속에서도 인간의 순수성을 탐구하고자했던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을 아름답게 보여 주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주요 작품으로는 《야간 비행》, 《인간의 대지》등이 있습니다.
1942년 뉴욕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생텍쥐페리는 흰 냅킨에 장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때 함께 식사하던 출판업자 히치콕이 생텍쥐페리에게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물었어요. 생텍쥐페리는 “별거 아닙니다. 마음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 한 어린 녀석이지요.”라고 대답했답니다.
그러자 히치콕이 그 그림을 보며 말했어요. “이 어린 녀석 말입니다. 이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시면 어떨까요. 어린이용 이야기로 말이지요. 올해 성탄절 전에 책을 낼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말입니다.” 어린 왕자는 이렇게 탄생되었답니다.
정식 판매 부수는 8,000만 부가 넘고, 불법으로 복제된 것까지 합치면 전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팔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어린 왕자’는 16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오늘날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답니다.
생텍쥐페리는 12살 때 처음 비행기를 타 보고는 조종사의 꿈을 갖게 되었어요. 그 후 21살에는 공군에 소집되어 전투 비행단으로 근무했습니다. 또 26살에는 항공사에 취업해서 모로코 남부의 항공 기지에서 1년 이상 일한 적이 있었다고 해요.
이때 사막 지역에서의 경험이 ‘어린 왕자’에 큰 영향을 미쳤답니다. 1944년, 그는 옛 비행 중대에 복귀했고, 비행을 하다 실종되고 맙니다. 1998년 마르세유 바다에서 그의 이름이 새겨진 팔찌가 발견되었다고 해요.
[네이버 지식백과] 어린 왕자 (천재학습백과 미리보는 중학 문학, 천재교육)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은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이다.
- 생떽쥐베리 어린 왕자 중에서
책 읽어주는 구연동화 '어린왕자' https://youtu.be/RfHzxsS5V0A
아람세계명작요술램프 25.어린왕자(한글 애니메이션) https://youtu.be/lbFeipGoZ48
우주적 동경과 인간적 진실의 신화 "어린왕자"
해설자 : 우찬제(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무지개」라는 시에서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노래한 이는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였다. 신약성서 『마태복음』에도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는 말씀이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어린애의 몸은 신의 몸과 같다"고 말한 바 있으며,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 는 『인간의 대지』에서 "일종의 황금 과실"과도 같은 어린이는 "생명의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적는다. 피카소는 "어린이들은 모두가 예술가"라고 말한 바 있으며, 아미엘 같은 이는 "어린아이들의 존재는 이 땅위에서 가장 빛나는 혜택"이라고 예찬했다.
신문학 초기에 육당 최남선은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시에서 "저 세상 저 사람 모다 미우나/그 중에 똑 하나 사랑하는 일 있으니/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들이/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하고 노래한 바 있다. 어린이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정환에게 어린이는 가없는 예찬의 대상이다.1) 어린이는, 바슐라르의 표현대로, 크게 보고 아름답게 본다. 그래서 피카소가 그랬듯이 예술가가 되고, 방정환이 신뢰했듯이 시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동화의 세계에서나 서정시의 세계에서 어린이의 이미지는 대개 그러하다.
이와 같은 어린이의 본성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를 꼽는다 해도 별 이의가 없을 것이다. 확실히 『어린 왕자』는 어린이의 영혼과 눈으로 인간과 세상과 우주를 성찰한 탁월한 작품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서 어린이가 읽기에는 다소 어렵겠지만, 어른들이 이 작품을 읽는다면 잃어버린 자신의 동심을 동경하면서 시종 공감하고 반성적 상념에 젖어들게 된다. 『어린 왕자』를 심층 분석한 오이겐 드레버만은 『본질적인 것은 보이지 않는다』에서 이 작품의 전반적 성격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2)
『어린 왕자』가 우리에게 이렇게도 깊은 위안과 공감을 주는 까닭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영원한 꿈 때문일까?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것으로서, 이 작품은 어른들의 광기에 물든 강압적 세계로부터 예술적, 풍자적으로 인간을 해방시켜 주기 때문이요, 현실세계의 숨 막히는 사막 속에서 우리가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랑의 조건이 없는 성실성에 대한 믿음을 『어린 왕자』가 어느 정도 되살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이 서로 노력과 책임의 세계를 약속하며 또 구현해 보인다. 그것은 죽음 속에서도 깨지지 않는 사랑의 결합을, 우정과 연대의 숭고한 노래를 매혹적인 소박함과 아름다움의 이미지로 보여준다.
『어린 왕자』는 비행기 기관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소혹성 B612호에서 왔다는 어린 왕자를 만나, 그와 나눈 이야기와 행동을 기록한 작품이다. 비행사는 어린 시절 코끼리를 삼키고 있는 보아 뱀 그림을 그려서 어른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 그림에서 보아 뱀을 보지 못한 채 모자 형상만을 볼 따름이었다. 어린이에 비해 어른들이 얼마나 본질적인 것을 잘 보지 못하는가를 일찌감치 체험했던 것이다.
그 어린이가 그림에 대한 꿈을 접고 이제 비행사 어른이 되어 있다. 양 한 마리만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의 부탁을 받고 그림을 그려주는 과정에서 비행사는 자신도 어느덧 어린 시절 자기 그림을 제대로 보아주지 못했던 어른들과 닮아 있음을 절감하면서 반성하게 된다. 그렇게 어린 왕자를 알아가게 된다. 이야기는 소혹성에서 어린 왕자의 생활, 지구에 오기 전까지 어린 왕자의 별 여행기, 지구에서의 여정을 담고 있으며, 1년 만에 어린 왕자가 죽어 사라지는 것으로 전개된다.
일차적으로 『어린 왕자』는 지구 바깥에서 온 어린 왕자의 독특한 시선과 행동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바깥의 시선과 사유를 통해서 지구 안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유도하고 있는 텍스트이다. 일상적인 삶의 억압과 의무, 경쟁적 현실에서 살아남기 등 여러모로 어른들은 어린 시절에 꾸었던 순정한 꿈과는 다르게 소외된 삶을 억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꿈의 근원으로부터 멀어진 채 고립과 소외의 늪에서 때때로 진실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기 삶뿐만 아니라 남들의 삶도 일그러뜨릴 수 있다. 진정한 인간관계가 아득해질 뿐만 아니라 개개인은 존재 가치로부터 멀어지기 일쑤이다.
그러기에 삶의 진정한 가치를 갈구하는 개인들은 영혼의 별자리를 동경하게 되고, 그러면서 프루스트가 그랬듯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방황하고 탐색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공간, 잃어버린 존재를 찾아서 진정한 인간 영혼의 성장을 모색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화자는 어린 왕자가 "당신은 마치 어른 같은 말을 하는군!" 하고 말할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는 어른의 세계, 다시 말해 본질적인 것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삶의 실상은 어떠한가. 어린 왕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어느 별의 검붉은 얼굴을 한 신사 이야기를 한다.
그 분은 아무도 사랑한 일도 없었고, 일상 하고 있는 일이란 덧셈뿐이야. 그리고 그는 날이면 날마다 당신처럼 '나는 중요한 일로 바쁘단 말이야'라고 입버릇처럼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하지. 그리고는 그 말이 무슨 자랑인 양 뽐내기만 하거든.
이 신사처럼 어른들은 늘 덧셈을 하느라 바쁘다. 덧셈이란 무엇일까. 사랑이 결여된 욕망의 덧셈일 수 있다. 권력, 명예, 재산 등을 보태려는 욕망의 덧셈 말이다. 뿐만 아니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소혹성을 떠나 여행했다는 몇몇 별들에서 만난 어른들의 이야기들에서 어른들의 세계는 비판적 성찰의 대상이 된다.
첫 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모든 존재를 자기 신하로 삼고 싶어 하는 권력의 화신이다. 금지와 허용, 지배와 명령을 통해 모든 존재들이 자기에게 복종하도록 하려 한다. 두 번째 별에는 허영심이 많은 독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칭찬하고 찬미하는 말 이외에는 들을 줄 몰랐다. 세 번째 별에서는 술고래를 만났다. 부끄러운 것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고 또 술을 마시는 것이 부끄러워 술을 마신다는 무기력한 술꾼을 어린 왕자는 이해할 수 없어 한다. 네 번째 별에서 만난 실업가는 숫자만 세고 있었다.
하늘의 별마저 소유하고 싶어 안달인 그는 소유의 욕망에 사로잡힌 어른의 상징이다. 가장 작은 별인 다섯 번째 별에서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맹목적이고 부조리한 어른의 표상으로 비쳤다. 여섯 번째 별에서 만난 지리학자는 허황된 지식분자로 보였다. 이런 별들을 거쳐 지리학자의 권유로 어린 왕자는 일곱 번째 별로 지구를 택한다.
지구는 "111명의 왕(분명히 흑인 왕까지 넣어서)과 7천 명의 지리학자, 90만 명의 실업가, 750만 명의 술고래, 3억 천백만 명의 젠 체하는 사람들, 즉 모두 합해서 약 20억의 어른들이 살고" 있는 커다란 별이었다. 이런 어른의 생태는 인간다움의 본성에서 멀어진 세계다. 어린 왕자가 보기에는 참으로 이상한 세계다. 일상적으로 늘 되풀이되는 현상을 놓고 이상한 세계라고 얘기함으로써 본질적 반성을 촉구하는 셈이다.
어린 왕자가 파악한 이상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존재값을 입증하지도 못하고,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도 맺기 어렵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나 배려가 거세된 자기 욕망으로 인해 고독과 불안은 깊어만 간다. 세계의 의미는 감소되고 꿈은 한없이 추락한다. 그렇다면 이런 무의미한 일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의미를 추구하고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의미로 충만한 진정한 삶을 위한 지상의 척도는 어디에 있는가. 『어린 왕자』에서 여우와 어린 왕자 사이의 대화 부분이 주목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여우가 보기에 "인간들은 이미 길들인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들은 지금 아무것도 알 틈이 없어요. 그들은 이미 만들어 놓은 물건이나 상점에서 사지요. 그러나 우정을 파는 상점은 없으니 인간들은 친구가 없어요" 하고 여우는 진단한다. 교환가치가 횡행하는 자본주의 현실에서 진정한 인간관계가 차단되어 있음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우정을 파는 상점'이 없다는 통찰은 비범하다. 일상적인 의무와 눈앞의 이익에 눈이 먼 나머지 새로운 창조적 가치를 발견하고 추구하는 것에도 인간들은 게으르다.
이미 길들인 것 이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 여우의 말은 그런 뜻이다. 왜 그런가. 보이는 것에 비해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제대로 헤아리는 마음의 눈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우는 말한다.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매우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심연에서 인간과 삶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눈이 멀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어 한다. 어린 왕자에게 영혼의 교사 역할을 하는 여우가 보기에도 마찬가지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소혹성에서 장미를 길들이다 속상해서 떠나왔다. 장미는 때때로 아무렇게나 말하고 요구했다. 때로 거짓말을 하다가 부끄러워서 얼버무리기도 했다. 어린 왕자는 자기가 길들인 장미지만, 장미의 이런저런 태도 때문에 장미에게 공감하거나 동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장미를 떠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어린 왕자는 그것을 후회한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 꽃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했어야 했는데. 꽃은 나에게 향기를 뿜어 주었고 눈부신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는데. ··· 그 불쌍한 말 뒤엔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는 걸 눈치 챘어야 했는데.
그러면서 "하긴 난 꽃을 사랑하기엔 너무 어렸어" 라고 말하기도 한다. 장미가 겉으로 드러낸 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장미의 심연을 보았어야 했다는 어린 왕자의 반성적 사유는 매우 도저하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의 많은 인간관계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그릇되지 않던가. 세상의 많은 다툼과 시기, 미움과 결별이 이런 심연의 눈 혹은 심연의 사유 내지 심연의 배려의 결여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말이다. 이렇게 반성적 사유를 길어 올릴 줄 아는 어린 왕자에게 여우는 책임의 윤리를 거듭 강조한다. "당신은 당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당신의 장미에게 당신은 책임이 있어요."
책임과 배려를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심연을 성찰할 수 있는 심안을 지녀야 한다. 화자는 이 점을 거듭 강조한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그렇다. 어린 왕자도 그랬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심연의 심안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본래 지니고 있던 것이되,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삶에서 잃어버린 것, 바로 어린 왕자는 눈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 눈의 회복을 위해 우리는 부단히 탐구해야 함을 작가는 아울러 강조한다.
"어린 왕자는 한 번 묻기 시작하면 답을 얻을 때까지 묻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미였다." 같은 부분에서 명료하듯,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정녕 인간적인 것의 상실과 회복과 관한 우주적 드라마를 『어린 왕자』는 연출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오래된 미래의 진실과 통하는 신화다. 그 신화를 통해 인간은 본원적인 삶을 새롭게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된다. 꿈은 진실한 존재 정립의 가능성과 아울러 고정 관념과 인습의 틀을 넘어선 역동적 창조성의 밑거름이 된다. 『어린 왕자』를 통해 우주적 동경과 인간적 진실의 신화를 넉넉하게 가늠해 보고 새롭게 꿈꿀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1. 『어린 왕자』에서 작가는 여섯 살 때 코끼리를 통째로 꿀꺽 삼켜버리는 그림을 보고 밀림 속의 모험에 대해 여러 가지로 깊이 생각하다가 자신의 그림 1호를 그린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 그림에서 모자를 읽어낸다. 자기가 그린 그림은 모자가 아니었다.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 뱀이 그것을 소화시키고 있는 그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이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작가는 다시 그림 2호를 그려야 했다. "어른들에게는 항상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작가의 그림 1호와 2호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리고 각각의 그림들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 비행기 기관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지 8일째 되는 날, 물이 떨어진 작가는 어린 왕자와 함께 사막에서 물을 찾는다. 그런데 그들이 찾은 우물은 사하라 사막에 있는 샘 같지 않다. 사하라 사막의 샘은 고작 모래 속에 뚫린 구멍일 뿐인데, 그들이 발견한 샘은 마을에 있는 우물 같았다. 도르래도, 물통도, 끈도 다 준비되어 있다. 어린 왕자가 도르래를 움직이자 "오랜 바람을 잊었던 바람개비처럼 도르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그 소리를 들으며 어린 왕자는 "이 우물이 잠에서 깨어난 노래를 부르고 있어" 하고 환호한다. 이 장면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일까?
3. 『어린 왕자』의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어린 왕자가 지상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을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슬픈 풍경"으로 그린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마무리한다.
이 그림을 자세히 봐두었다가 여러분이 언젠가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하다 이곳을 보게 되면 즉시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만약에 이곳에 당도하게 되거든 급히 지나쳐버리지 말고 바로 저 별 아래에서 잠시 기다려 보라. 그러다가 꼬마 신사가 나타나서 웃거든,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이 황금빛이고 그가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거든, 당신은 그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나거든 나에게 한 마디 기별해서 나를 기쁘게 해주기 바란다. 그가 돌아왔다고 말이다.
이런 결말은 여러 생각거리를 독자에게 제공한다. 왜 작가는 굳이 어린 왕자가 출현했던 사건을 실재했던 사건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려는 것일까? 왜 작가는 어린 왕자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린 왕자가 다시 나타난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예수 재림 신화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렇게 잠시 왔다가 자기 별로 돌아간, 그리고 다시 돌아올 지도 모를 어린 왕자는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등등.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밖에도 다른 가능한 질문 목록들을 만들어 보자.
[네이버 지식백과] 어린 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