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고혈압(高血壓)
우리나라 성인 3〜4명 중 1명이 고혈압(Hypertension) 환자로 추정되며, 40세 이후부터는
유병율(有病率)이 급격히 증가한다.
고혈압이 이렇게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혈압 환자의 30〜40%만이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혈압(血壓ㆍblood pressure)이란 심장에서 인체 내의 기관과 말초조직으로 신선한 혈액을
보낼 때 발생하는 압력을 말하며, 심장이 수축했을 때의 압력을 수축기혈압(최고혈압), 심장이
확장되었을 때의 압력을 확장기혈압(최저혈압)이라 부른다.
정상 혈압 범주는 최고혈압(maximum blood pressure) 120mmHg미만, 최저혈압(minimum blood pressure) 80mmHg미만이다.
혈압의 힘으로 혈액이 신체 장기에 배달되는데, 1분에 60〜80회 심장박동 때마다 강한 압력이 인체 조직에 전달된다.
이에 혈압이 높으면 작은 혈관들이 높은 압력을 못 견디어 망가지고 장기(臟器)가 손상을 입는다.
그래서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殺人者)’라고 부른다.
혈압은 심장이 뛸 때마다, 아침과 저녁으로, 계절에 따라서, 잘 때와 깨어 있을 때, 앉았다
일어날 때 등 상황에 따라 변화가 크다.
따라서 고혈압의 진단, 치료, 예후 평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확한 혈압 측정이다.
한방(韓方)에는 혈압이란 용어는 없으나, 한방문헌에 ‘심장은 우리 몸의 혈맥(血脈)을 주관
한다(心者一身之主血脈)’고 기록되어 있다.
즉, 심장이 우리 몸의 혈관과 맥박을 주관하며 혈압, 혈관질환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한의학(韓醫學)은 서양의학과 달리 혈압이라는 구체적인 개념보다는 혈맥과 기(氣)에 대한 전체적인 개념을 중시한다.
고혈압의 진단기준(診斷基準)은 고혈압 전(前)단계는 최고혈압(수축기 혈압) 120〜139mmHg,
최저혈압(이완기 혈압) 80〜89mmHg이며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며, 필요시 약물치료를 한다.
고혈압 1단계는 최고혈압 140〜159mmHg, 최저혈압 90〜99mmHg이며, 2단계는 최고혈압 160mmHg이상, 최저혈압 100mmHg이상이다.
고혈압 1단계와 2단계 환자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한고혈압학회(The Korea Society of Hypertension)는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법을 권장하고 있다.
24시간 혈압 측정(Ambulatory Blood Pressure Measurement) 프로그램이란 하루 중에도
변동이 심한 혈압을 24시간 동안 자동으로 30분(취침시간에는 1시간) 간격으로 측정되는
보행형 심전계(ambulatory)를 이용하여, 혈압의 정확한 측정과 진단, 향후 적절한 치료법까지
혈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최고(最高)혈압과 최저(最低)혈압이 낮에는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다가도 아침이나
한밤중에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는 ‘숨은 고혈압’ 환자는 일반 고혈압 환자보다 심근경색
(心筋梗塞), 뇌졸중(腦卒中) 등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외국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아침에 혈압이 급상승하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18% 높았으며, 야간에 혈압이 올라가는 환자는 잘 때 혈압이 떨어
지는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비율이 2.6〜3.7배 높았다.
보통 고혈압 환자는 아침에 교감신경(交感神經)이 활성화되고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많이 분비되어 최고혈압이 10mmHg 정도 오른다.
그러나 ‘아침 고혈압’ 환자는 그 정도가 심해 30mmHg 정도 오른다.
한편 밤에는 아침과 반대로 몸이 이완되면서 카테콜아민 등이 감소하고 부교감신경(副交感神經)이
활성화돼 혈압이 낮보다 10〜20%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야간 고혈압’ 환자는 잠을 자는 동안에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높아진다.
‘숨은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높을 때 약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도록 약 복용 시간을 조절하여야 한다.
고혈압 약 효과는 보통 복용 후 4〜6시간 정도 지나야 최대로 나타난다.
이에 ‘아침 고혈압’ 환자는 밤에 자기 전에 먹는 게 좋으며, ‘야간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을
아침 식사 후와 저녁 식사 후에 하루 두 번 먹는 것이 좋다.
고혈압의 원인에는 음주, 흡연, 소금 과다섭취 등 잘못된 식습관, 비만 및 운동부족, 지속적인
스트레스, 유전, 연령(노화) 등이다. 증상은 대다수의 고혈압 환자들은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특별한 증상이 없이 숨이 차고 두근거림, 두통, 이명, 홍조, 어깨통증, 손발저림, 부종, 피곤, 불안 등 막연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혈관이 손상되어 합병증(合倂症)이 생긴다.
즉 합병증으로 동맥경화증, 뇌졸중(중풍), 심근경색증, 협심증(狹心症), 부정맥, 신(腎)부전증 등이 생긴다.
고혈압은 당뇨병 환자의 60% 정도가 걸리며,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 둘 중
하나만 있을 때보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6배 정도 높아진다.
고혈압이 의심되면 다음의 ‘고혈압 자가진단표’ 15가지 항목을 체크해서 13〜15개 항목에
해당하면 일단 관리 상태는 만점이라고 볼 수 있다.
10〜12개 항목에 해당하면 상당히 관리를 잘 하는 축에 들며, 6〜9개 항목에 해당하면 아직
까지는 괜찮지만 어딘지 부족하므로 혈압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3〜5개 항목부터는 위험신호로 봐야 하며, 0〜2개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는 고혈압에 관한
한 거의 포기상태로 보면 된다.
<고혈압 자가(自家)진단표>
ㅿ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ㅿ수면(睡眠)을 충분히 취한다.
ㅿ비만(肥滿)을 주의한다.
ㅿ염분(salt)을 너무 섭취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ㅿ영양 밸런스를 생각하며 식사를 한다.
ㅿ생채소, 해조류 등을 자주 먹는다.
ㅿ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ㅿ과음(過飮)을 하지 않는다.
ㅿ변비를 조심하고 있다.
ㅿ뜨거운 목욕탕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ㅿ냉기(冷氣)는 피하고 있다.
ㅿ적당한 운동을 한다.
ㅿ갑자기 뛰거나 급하게 계단을 오르지 않는다.
ㅿ초조해하지 않는다.
ㅿ정기적으로 의사에게 혈압을 재고 있다.
고혈압 예방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해야 한다.
ㅿ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다.
ㅿ알맞은 체중을 유지한다.
ㅿ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한다.
ㅿ금연(禁煙)과 절주(節酒)를 한다.
ㅿ지방질 섭취는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ㅿ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겁게 생활한다.
ㅿ정기적으로 혈압측정 및 건강상태를 살핀다.
ㅿ고혈압이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비만(肥滿)과 고혈압은 관련성이 높으므로 정상체중을 유지하여야 한다.
뚱뚱한 고혈압 환자에게 5kg정도 체중감량은 혈압을 낮추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흔히 체중을 10kg 감량하면 수축기혈압이 20mmHg 정도 떨어진다.
운동은 심장기능을 좋게 하고, 혈관을 탄력 있게 만들어 주므로 심장에 무리가 없고,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여야 한다.
걷기, 조깅, 등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 30〜60분씩 일주일에 3〜5일 하도록 한다.
농구, 배구, 테니스 등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하며, 또한 혈압 상승과 관계가 있는 강도 높은
무산소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자기 몸에 적합한 것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
과도한 염분(鹽分)섭취는 혈압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소금 섭취를 줄여 싱겁게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염분은 물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짜게 먹으면 과다한 염분이 혈액 속으로 들어
오고 여기에 물도 들어와 순환되는 혈액량이 많아진다.
이는 곧 고혈압으로 이어진다. 음식을 싱겁게 먹으면 혈압을 8mmHg 정도 내릴 수 있다.
고혈압 환자의 5〜7%는 과음(過飮)이 원인이므로 술은 남자는 하루 2잔 이하, 여자는 1잔
이하로 줄여야 한다.
섬유소, 칼륨, 칼슘 등이 풍부한 식품은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므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바나나는 혈압을 조절하고, 근육 경련을 막아주는 미네랄(mineral)인 칼륨(K, potassium)이
100g당 335mg이 함유되어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좋은 과일이다.
한편 운동선수가 바나나를 즐겨 먹는 이유는 열량이 높고 식이섬유가 많아서 먹으면 바로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는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등의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
할 수 있는 식단 53종을 개발했으며, ‘고혈압 예방 식단’ 14종이 포함되어 있다.
고혈압 예방 식단은 나트륨(소금)과 콜레스테롤(cholesterol)을 줄이기 위해 소금과 기름이
적게 들어가는 찜 등의 조리법을 사용했다.
또한, 지방이 적은 닭고기와 생선, 콩, 두부 위주의 단백질 식품으로 식단을 구성했다.
고혈압 환자가 동네 의원을 이용할 경우 진료비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진료비 본인부담률이 30%에서 20%로 낮아지는 경감 혜택을 받으려면 환자는 원하는 의원
에서 외래진료를 계속 받겠다는 뜻을 밝히고, 그 의원은 환자의 의사를 진료기록부에 기록
해 보관하면 된다.
원래 의원급의 본인부담률(30%)은 병원급(40%), 종합병원급(50%)에 비해 낮지만, 의원을
이용하는 만성질환자의 경우 부담을 더 줄여주는 것이다.
고혈압을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는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개선하는 것이다.
고혈압이 진행되고 있다면 합병증을 방지하기 위해 혈압강하제를 복용하여야 한다.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순응도’가 중요하므로 고혈압약을 매일 먹는 ‘혈관
비타민’이라고 여기고 복용하도록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