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벗어나 살둔마을 가는 길은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꼬부랑 넘어가는' 길이다. 쭉 뻗은 도로 같은 것은 없다. 멀미가 날 만큼 이리 돌고 저리 도는 차가 몸을 이리저리 기우뚱거리게 한다. 속력을 내려야 낼 수도 없고, 내서도 안 된다. 스스로 줄이지 못하는 인생길의 속도를 꼬부랑길이 대신 줄여준다.
가는 길에 재를 두어 번이나 넘는다. 차로 넘는 재라도 풍경은 기막히다. 산골에 기대 사는 촌부의 모습, 스쳐 지나가는 시골마을의 풍경이 마음에 안식을 준다. 홍천읍내에서 살둔마을로 들어가려면 서울에서 온 거리만큼 더 가야 한다. 홍천으로 들어온 다음부터가 진짜 살둔 가는 길이다. 이 길도 90년대 초에 뚫렸으니 그전엔 정말 오지 중 오지였던 곳이다. 해발 1,500m가 넘는 산들에 둘러싸인 살둔은 《정감록》에 '숨어 살기 좋은 곳'으로도 이름을 올렸을 만큼 깊은 오지에 자리했다.
그렇게 1시간여를 달리다 보면 산속에 폭 안긴 살둔마을에 닿는다. 살둔마을에는 40여 가구가 산다. 세월은 옛 산골마을마저도 모두 현대식 집들로 바꿔놓았지만, 마을을 둘러싼 자연만큼은 그대로다. 산줄기에서 흘러나오는 내린천, 살둔을 휘돌아 나가는 살둔계곡, 마을을 둘러싼 방태산 줄기, 맑은 바람과 햇빛, 폐부 깊숙이까지 맑혀주는 차가운 공기는 아직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