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를 오랬만에 감상했다. 아버지덕에 어린이회관에 다녔던 관계로 남산 18층회관의 5층입구에서 1층에 이르는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며 바오밥나무와 꼬끼리가 무등타는 장면을 봐왔던 까닭에 한참동안 애독하다가 학교를 졸업하면서 오늘 본 어린왕자와 같이 세파에 시달리다보니 어릴 때의 꿈을 잃고 빌딩 굴뚝청소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구성은 좋았다. 남주를 중심으로 우주를 여행하는 어린왕자와 도시에서 오가는 어린소녀를 대비시켜 이야기를 꾸려갔으니. 하지만 포지셔닝은 애매했다. 애니매이션이라 아동을 타겟으로 해야하는데 내용은 이미 내용을 알고있는 어른에게도 다소 지루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뒷줄의 이란 가족 두팀이 중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준비도 부실했다. 가족영화행사에 음식도 피자와 캔, 팝콘이 전부였고 가져온 노트북도 문제가 있어 긴급 재공수를 하느라 시작부터 늦어졌다. 내가 가족행사를 했을 때는 피자 등은 물론 과일과 야채, 물 등 다채롭게 준비했고 영화선정도 한달전부터 수십편을 보고 3편을 추천해서 회원들이 선정한 것으로 상영했으며 노트북은 물론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위해 사전에 점검을 했는데 오늘은 30분전에 도착하니 문도 잠겨있는 상태였고 그나마 퇴근하는 직원에게 부탁해서 문을 열고 프로젝터를 연결하려 했지만, 잔업하던 친구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결국 재공수까지 했다.
그래도 오랬만에 본 어린왕자는 초등학고 시절을 생각하게 해서 좋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린왕자와 같이 우주에서 지구로 오는 듯하다. 그리고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 기억을 잃고 어릴 때의 능력도 마찬가지 신세가 되는 듯하다. 그리고 죽어서 다시 별로 돌아간다. 사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린왕자도 그러했듯이 두렵지만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다. 죽음이 없다면 탄생도 없고 광대한 우주를 가로지르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