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ᆞ어느 노부부의 숭고한 사랑이야기
칠순을 넘은 나이에도 꼿꼿함을 잃지 않았던 안느는 오른쪽 신체의 마비로 인해 예전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는 것때문에 상실감을 감추지 못한다. 남편 조르주가 헌신을 다해 안느를 간호하고 삶의 의지를 재확인시켜 주지만 안느의 상황은 점점 악화될 뿐이다.
프랑스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무르'는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키스씬도 없다. 은퇴한 음악가 노부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중간 중간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 외에는 그 어떤 음악도 들리지 않는 것도 이색적이다. 조르주와 안느와 부부의 딸 에바(이자벨 위페르 분) 등 등장인물 간의 대사와 고통을 호소하는 안느의 비명을 제외하곤, 서서히 죽음을 맞는 인간과 그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남은 자의 고통을 다룬 영화 '아무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요와 정적이다. 어느 가정과 별반 다를 바없는 평범하고도 덤덤한 일상 속에 불쑥 찾아오는 죽음과 공포의 그림자는 쓸쓸하면서도 적막한 인간의 삶을 정통으로 관통한다.
입원을 원치 않는 아내를 위해 조르주는 그 역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몸이 편치 않은 아내의 온갖 수발을 다 들어준다. 어쩌다 한 번씩 예술가 특유의 고집을 부리는 아내에게 화를 내기도 하지만, 병든 아내의 곁을 지켜주는 조르주와 같은 남자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던 아내에게 깊은 병색이 찾아오고, 주위 친구들도 하나씩 세상을 떠나는 현실, 이제 죽음은 곧 마주치게 될 현실이다. 점점 노쇠해져갈 뿐인 안느는 조르주의 정성어린 돌봄에도 불구하고 이제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숨 쉬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오직 아내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헌신적으로 아내 곁을 지키던 조르주도 서서히 지쳐간다. 더 이상 자신의 의사조차 표현할 수 없는 안느도, 그녀를 무작정 바라봐야 하는 조르주도 힘들다. 그래서 조르주는 아내의 마지막 품위를 지키면서 또한 그도 편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생에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죽음이지만, 나이가 들어 어느덧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에도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일 게다. 떠나간 사람보다 남은 사람이 감내해야하는 아픔이 더 클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르주는 침대에만 누워있는 아내일지라도 그녀와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별을 미루고자 한다. 그러나 예정된 운명을 거스를 수도, 좋았던 그때로 되돌릴 수도 없는 게 사람 일이다. 결국 조르주는 자신과 아내에게 다가온 운명에 순응한다.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찰나의 순간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남편 조르주는 자신이 없이는 물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아내를 사랑한다. 그리고 한 때 우아하게 길고도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던 안느의 마지막 남은 숭고함을 지켜주고자 한다. 눈부신 삶의 순간은 잠깐이지만, 어둡게 드리운 그림자마저도 감싸줄 수 있는 사랑이란 이름의 위대함이 돋보인다.
지난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석권한 노거장 미카엘 하네케의 또 하나의 걸작, ‘사랑’과 ‘죽음’에 관해 이렇게 진지하고 통찰력 있게 다룰 수 있는 감독이 또 있을까? 아내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조르주의 다소 극단적인 행동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면서도,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담은 아름답고 경이로운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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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길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대는?
감상 잘 했습니다 감사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