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 가시상추를 뜯어
주말 강수 후 장마전선이 일시 후퇴해 비가 주춤한 유월 하순 화요일이다. 이른 아침 자연학교 등굣길 지기들에게 ‘봉숭아꽃’을 아침 시조로 보냈다. “울 밑에 어울리게 자투리 채워 가는 / 뙤약볕 시들다가 장맛비 생기 찾는 / 봉숭아 잎줄기 자라 예쁜 꽃을 피운다 // 수더분 피는 모습 별스레 튀지 않아 / 아롱진 꽃송이에 어쩐지 마음 홀려 / 가던 길 멈추고 서서 물끄러미 살폈다”
집을 나설 때 어제 다녀온 산책 동선을 떠올린 ‘수산 둑길’을 사진과 같이 준비했는데 아파트단지를 지나다 마음이 바뀌었다. 밀양댁 안 씨 할머니 꽃밭에 봉숭아꽃이 아름답게 피고 있었다. 내가 남겨둔 사진은 아동 안전지킴이 역을 수행하는 국도변 아파트단지 뜰에서 피었던 꽃이다. 나는 퇴직 전 두 곳 학교 자투리땅에서 봉숭아를 텃밭의 작물 가꾸듯 심어 꽃을 피웠던 적이 있다.
소답동으로 나가 합성동에서 김해 여객터미널로 운행하는 140번 버스를 탔다. 그 노선은 본디 시외버스였는데 수년 전 마산 김해간 시내버스로 전환해 시민들에게 편리를 안겨준다. 이른 아침에는 근교 회사 일터로 나가는 직장인들이 즐겨 이용해 나도 그들 틈새 끼었다. 용강고개를 넘어간 동읍에서 무성마을 입구 지나면서 김해로 진입해 좌곤리를 거친 대근아파트단지에서 내렸다.
가술로 가는 교통편은 여러 갈래다. 1번과 2번 마을버스를 자주 탄다만 때로는 본포로 가는 버스를 타기도 했다. 드물게 북면 온천장에서 들길을 걸어 본포에서 다시 버스를 탔다. 때로는 본포에서 학포로 건너가 반월 수변공원을 걸어 제1 수산교를 건너왔다. 어제처럼 수산대교에서 강 건너 명례 둑길을 걷다가 다시 다리를 건너오기도 했다. 열차로 진영이나 한림정역으로도 갔다.
140번 버스는 진영 시외주차장까지 가면 우암리 들녘을 걷고, 대근아파트단지에서는 남포리를 지났다. 진영 들머리 교외의 낮은 아파트단지에서 주천강을 가로지른 남포교를 건너 모내기를 마친 들녘 가장자리 농로를 따라 걸었다. 주천강 강마을인 남포에서 밀포로 가는 천변을 따라 걸었다. 주천강 물길이 갈래가 져 상포로 이어지는 천변 따라 걸으니 텃밭 언덕엔 호박이 맺고 있었다.
남포리도 그랬는데 상포는 들녘을 비켜 천변을 따라 촌락이 형성되었다. 시골 농가 어디서나 인적은 드물었다. 집들이 차지한 주변은 자연스레 텃밭을 가꾸었는데 경작 규모가 제법 되기도 해 참깨 이랑에서는 꽃이 활활 피기도 했다. 도라지가 꽃을 피워 줄기가 쓰러지자 여러 가닥을 단으로 묶어 세워둔 곳이 보였다. 마당귀에 꽃을 가꾼 집에서는 제철을 맞은 수국이 피기도 했다.
내가 상포 천변에서 눈독을 들인 야생초는 가시상추였다. 왕고들빼기와 함께 야생초이지만 생채로 상추를 대신하는 반찬으로 삼아 먹는다. 지난봄부터 두어 차례 뜯어 같은 아파트단지 꽃대감 친구와 나누어 잘 먹었다. 그간 강수량이 적어 야위고 쇠었는데 주말에 내린 비로 생기를 되찾아 채집하기 알맞았다. 사실 장맛비가 내려주길 기다렸다가 이즈음 상포 천변을 찾아갔더랬다.
누가 손길로 가꾼 가시상추가 아닌지나 마음 놓고 잎사귀를 따 모았다. 잎도 잎이었지만 비를 맞아 새롭게 자라 나온 멱은 부드러워 통째 꺾어도 되었다. 준비한 봉지를 채워 가는데 곁에 한 사내가 와 지켜봤다. 그는 인근의 물류 기지 택배 기사로 내가 뜯는 게 뭔지 궁금해하면서 휴대폰 검색창에서 가시상추임을 밝혀냈다. 앞으로 거기 가시상추는 그와 나누어 뜯어 먹어야 할 듯했다.
천변에서 뜯은 가시상추 봉지를 들고 들길을 더 걸어 가술로 향했다. 행정복지센터로 가서 이마의 땀과 손을 씻고 거리를 지나면서 냉커피를 손에 들었다. 마을도서관을 찾으니 업무가 시작되어 열람석을 차지해 일전 서가에서 골라 수레에 둔 책을 펼쳤다. 나이 마흔에 파킨슨병이 와도 25년째 집필과 진료를 멈추지 않는 한 정신과전문의 고백에서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음미해 봤다. 24.06.25
첫댓글 모가 흙내를 맡고 잘 자라고 있네요.
무더워지는 일기에도 선생님, 강행군이십니다🙏
흙내, 땅내! 같은 시골서 자라 공감이 가며 정겨움을 공유하는 어휘입니다.
장맛비가 내려 더위를 식혀주어 생활에 불편을 겪을 정도는 아직 아닌 듯합니다.
늘 밝고 열심히 사는 모습에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