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경상북도 꼬불꼬불하기로 유명한 죽령의 하늘에는 한가로이 구름이 가운데 떠있다.
그리고, 소백산 비로봉으로 가는 주능선에 세워져 있는 관측소는 마치 경주에 있는 첨성대 같았는데...
그 위에는 국회의사당에서 볼 수 있는 돔 형식의 둥근 원형이 관측소 위를 덮고 있었다. 풍우에 시달려서 색이 바래 있었으며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사방으로 둘러본다.
지난 겨울 앙상한 가지만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는 어느새 푸른 옷으로 치장하고 산을 찾는 모든 이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 ------ * ------ * -------
죽령고개에는 이미 버스들로 한치의 움직일 여유도 없이 도로를 빽빽히 메우고 있었다.
10:30분,죽령에서 시작된 산행은 따스함으로 가득찬 햇빛을 내리쬐었고 초여름의 날씨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맑은 하늘을 드러내보였고 오르면서 받은 햇볕은 우리에게 땀을 흘리게 하였으며 땀을 닦는 회원들은 상쾌하였다.
장대하게 뻗어나간 능선을 넘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서울에서 마실 수 없는 신선한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여마셨다.
잔디를 입힌 듯 웅장한 산을 초록빛 융단으로 덮은 듯...
대자연은 계절의 주기에 맞춰 온 산은 푸른색으로 색칠해놓았다.
관측소까지는 7.2km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경사진 길을 오르려니 숨이 차왔다.
코로 들이시며 오르니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흐른다.
뒤를 돌아다 본다. 많은 등산객들이 형형색색의 옷차림으로 오르고 있다.
사이사이 아이들이 청바지를 입고 가쁜 숨을 내쉬며 헉헉대며 오른다.
빠르게 흐느는 세월에 어쩔 수 없이 뚱뚱해진 중년들은 비대해진 몸을 이끌고 낑낑대며 오르고 있었고, 개중에는 그늘가지에 앉아 쉬면서 땀을 닦고 있었다.
나는 뒤돌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면서 개미떼처럼 오르고 있었으며 먼 산들을 바라보니 소백산이 큰 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마주하고 있는 산 능선들이 장대하게 뻗어 있었다.
관측소를 자세히 살펴보니 첨성대를 크게 확대하여 놓은 것 같았다.
아니 똑 같았고 다만 지붕 위에 둥그런 돔 모양의 지붕을 얹어 놓은 것이 다를 뿐이었다.
능선에는 철쭉축제를 맞아 가까운 지역에서 오른 등산객들이 오가고 있었다.
제1연화봉에 이르자 12시가 되었는데...
그 아래 자리를 하고 앉았다.
나는 동동주를 꺼내 놓고 술꾼?을 기다리고 있었고, 다른 회원들은 김밥이랑
상추쌈을 꺼내놓고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푸른꽃님이 상추와 쌈장을 가져왔는데, 쌈장 맛이 살짝 매우면서 별미였고,싱싱한 상추 위에 밥을 얹어 입속으로 앙~ 하고 위장에 평화를 위해서 모두들 부지런히 공급 하고 있었다.
먼저 온 대구의 두사람은 족발을 꺼내 놓고 우리에게 권했다.
산악회 소개를 하고 주는 족발을 둘러 앉아 모두 앵벌이 분대가 되었다.
잠시후 할로우맨< 공수부대 고공낙하맨>님이 수박을 한 통을 꺼냈는데...
어찌나 달던지...
지금 생각하면 혀가 절로 나와 입술을 한바퀴 돌리게 하였다.
잠시후 팝콘팀이 도착해 식사를 합류하였고 곧 이어 백곰님이 후미조를 이끌고
도착했다.
아무리 세어봐도 인원이 부족한데...
다 어디로 갔을까....
식사를 마치고 먼 비로봉이 있는 곳을 향해 눈길을 주었다.
바위하나 없는 장대하게 뻗은 산능선은 물론이고 구릉까지 온통 푸른 잔디로 덮어 놓은 것 같았다.
스위스 알프스 초월이 이러할까?
아쉽게도 철쭉이 몽우리도 없었는데.. 아마 열흘은 지나야 철쭉을 볼 수 있으리라.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철쭉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마치 철쭉구경온 사람처럼...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일요일 그리고 철쭉이 만개한 시기를 맞추기란...
비로봉을 향해서 가노라니 군데 군데 우리 햇빛 명찰을 달고 있는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분명히 회장님이 식사는 연화봉에서 한다고 했는데...
글쎄 이렇다니까. 주의해서 듣지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가.
산길의 훼손을 막기 위해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고 또 철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아마 초보자들은 지루함을 느꼈으리라.
산꾼들이 없다면 초원 위에 앉아 온 산을 푸르게 물들인 대자연의 능력을 감상하겠건만 잠시도 멈추지 않고 사람들이 몰려오고 지나간다.
마치 철쭉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인 것처럼...
바위가 없는 순한 산. 그러면서도 장엄함을 느낄 수 있게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느끼게 하여 주는 산이 소백산인 것이다.
겨울에는 또 어떤가.
눈을 나무가지에 말아 눈꽃을 피우는 소백산은 겨울산행에 빼놓을 수 없다.
비로봉에서 걸을 때, 하얀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천동리에서 불어오는 세찬 삭풍은 쌓인 눈을 불러 일으켜 시야를 가리게한다.
차고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눈 덮인 능선 길을 걷다 보면 우리의 몸은 중심을 잡을 수 없다.
이처럼 소백산의 바람은 손꼽는 것이다.
눈 덮이 평원을 걸으면 마치 영화 "닥터지바고"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만큼 소백산 겨울은 매력이 있기에 봄에 찾으면 지나온 겨울이 그립다.
그래서 산은 계절의 바뀜에 지나온 추억을 그리며 또다시 찾게 되는 법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랬다.
한번 다녀온 산을 뭐하러 다시 갈까? 하고...
그러나 산을 몇번 반복해서 가게 되면 이처럼 계절마다 옷을 바꿔입는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곧 자연인이 된다.
순하고 겸손하고 남을 이해 받기 보다는 이해할 줄 아는 자연인이 절로 되는 법이다.
첫댓글 ~님의 위장에 평화를 주었다니 고맙네요...산친구는 항상 마음의 여유가 있어 행복한거 같아요...건강하고 즐거운 한주 되세여~~~!! *^_^*
고산자님의 글을 보니 다시 한번 산행을 되새겨 볼수 있어서 좋군요.
대장님!~~`언제나 즐산하시고 좋은 소식도 국수먹는 일도 게을리 하지 마시고 신록의 푸른 정기를 내면에 가득 채우소서.
세상史는 마음 먹은대로 되는 법이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