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꿈을 꾸게나, 꿈은 공짜라네.’
2022년 11월 27일,
한탄강에서 임진강까지 도보답사를 마치고, 임진각 철마 앞에서
장상수 도반으로부터
김지하 시인의 <녹슨 기관차 가득히 꽃을>이라는 시를 들었다.
“당신이 내게 올 수 있다면
고원에 만발한 한 아름 나리꽃 안고 산철쭉도 안고
그보다도 더 아리따운
환한 웃음 안고 내게 올 수 있다면
내가 나가 반겨
당신이 아닌, 당신 몸이 아닌
당신의 꽃들과 웃음을 껴안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내가 이렇게 원주에서 해남으로 해남에서 원주로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오락가락할 이유가 없겠지
낡아빠진 석탄 차
녹 슬은 기관차
지금은 초등학생 들 구경거리로 전락해 버린 차, 그 차
휴전선에 잘린 경의선
경의선 화통
그것을 타고 내가 당신에게 갈 수 있다면
그 기관차를
새파란 동백잎, 빛나는 유자 무더기. 향기 짙은 치자꽃으로,
무화과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그리고 못난 내 얼굴에라도
함박꽃 같은, 달덩이 같은 째진 웃음지어 만나고 싶다
나 오늘 눈 내리는 원주 거리에 다시 서서
다시금 남쪽으로 돌아갈 자리에 서서
거리를 질주하는 영업용 택시를 보며
경의선 끊어진 철로 위에
홀로 남겨진 기관차 속에 홀로 남을
민족의 외로움을 생각하며
소주 한 잔을 국토 위에 붓는다.
아 아 꽃들이여.
너희들의 영광은 언제 오려는가.“
오래 전부터 그것은 꿈이었다. 김지하 시인이 ‘녹슨 기관차 가득히 꽃을 꽃은 채’ 가고자 했던 북녘땅을 나는 이른 아침 무궁화 열차를 타고서 달리고 싶고,. 그래서 경의선 열차를 타고 사리원과 평양을 거쳐 묘향산과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이라고 썼던 김소월의 고향 땅을 밟고 싶었다. 그리고 백두산을 북녘땅에서 오르고 싶고,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천천히 걸어서 가고 싶다.
그랬는데, 그 꿈을 여러 차례 피력했는데, 결국 2003년 9월 30일 인천공항에서 평양의 순안공항으로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가고, 순안공항에서 삼지연으로 해서 백두산을 올랐었지,
그리고 그 푸른 청천강을 거슬러 올라가 묘향산 보현사를 갔으니,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낙숫물이 바위를 뚫고,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이 가끔씩 일어나지, 꿈을 꾸고 또 꾸어야 하는 이유다.
기적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기다리는 통일, 우리가 기다리는 더 먼 곳에 대한 사랑, 그것이 일어나든 안 일어나든,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꿈과는 전혀 다를지라도,
가끔씩 꿈을 꾸고 꿈을 또 말하는 것이리라, 언젠가는 그 언젠가는 두만강까지 아니, 신의주를 지나 위화도까지 갈 수 있다고,
2022년 11월 30일 밤에,
개성이 지척인데.
언제나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