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8일 “국회의원들의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줄세우기 구태를 없애야 한다”면서 “상향식 공천은 각 정당의 재량에 맡겨서는 실천할 수 없으므로 법에 강제조항으로 규정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0년을 정치개혁의 원년으로 규정한 뒤 “더 이상 정치가 삼류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이제 시스템과 제도를 바꿔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명 수준의 공천개혁을 하겠다”면서 “공천 배심원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가 정치개혁을 신년 화두로 삼고, ‘계파 일소’를 언급한 것은 지난 4개월여 대표 재임 기간 친이·친박의 틈바구니에 끼여 옴짝달싹하지 못했던 정치적 한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가 △국회의원의 독립성 미흡 △대선에 집중하는 정치환경 △권위주의적 관행과 의식 등을 ‘3류정치의 근원’으로 규정하고, 혁명수준의 공천개혁을 해결책으로 꼽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치개혁을 거론하면서도 정작 대야관계에 대해선 이중적이었다. 정 대표는 우선 “여야 대표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한다면 그 모습만으로도 상처받은 국민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이라고 대화를 제의했다. 하지만 “국회 내에서 폭력을 휘두른 의원은 가중처벌하고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법안 처리는 이번 국회에서 하고, 법안의 적용은 다음 총선으로 구성되는 19대 국회부터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압박했다.
정 대표는 또 “편중된 권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본격적인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올해 안에 개헌 논의를 마무리짓는다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개혁 논의를 권력분산형 개헌 논의로 이어가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 대표는 세종시 수정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대표는 “이제 국회에서 풀어야 할 과제”라면서 “세종시는 지역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 등 여권 주류의 뜻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전날 세종시 수정에 대해 반대의사를 재차 확인한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정 대표는 또 “(세종시수정법) 국회 처리 데드라인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늦춘다든지 일부러 서두를 이유가 없다”면서 “정부 수정안이 나오는 대로 실효성을 철저히 따지고 야당과의 치열한 토론을 거쳐 국민과 충청도민이 지지하는 대안을 국회에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6·2 지방선거 지원을 요청하겠느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큰 기둥”이라며 “6월 선거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