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주가가 환율보다 높아질 전망
저는 오늘 저희 회사 임직원들과 함께 북한산에 다녀왔습니다. 증권계에 계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희 사장님은 산을 참 좋아하십니다. 아마도 ‘불수도북’하면 저희 사장님이 생각나실 것입니다.
저희들의 ‘새해 결의’를 다지는 산행 길이었지만, 한 유선방송에서 저희를 취재하기 위해 동행했습니다. 북한산 한 정상까지 같이 올랐던 기자분이 올해 주가와 환율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평생 처음으로 깊은 산 속에서 ‘TV’ 출연을 한 셈입니다. 저는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조만간 주가지수가 원/달러 환율보다 높아질 것입니다”라고.
산에 다니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산은 오를 때보다는 내려올 때가 훨씬 더 힘듭니다. 최종 하산지를 알고 있지만,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질까요? 정상 체중 이상인 저에게는 하산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풀린 다리를 잘 못 지탱하면 넘어지기 십상이지요. 산행이 길었을 때(저의 경우 7시간 이상)는 가끔 넘어져 작은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산에서 자연의 섭리를 조금이라도 깨달아야 하는데, 하산하면서 주가와 환율을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조만간 주가가 환율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혹 책임 없는 말을 내뱉은 것은 아닌지 고민했습니다.
산행을 마치자마자 회사로 달려왔습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네이버’와 매주 하나의 글을 쓰기로 계약한 이후 저의 주말을 온통 여기에 바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글이지만 경제나 증권시장에 대한 하나의 시각으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주가와 환율에 관한 데이터를 정리하여 통계분석하고 기존의 전망 모델을 보완했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직감적으로 인터뷰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올해 2분기 이전에 주가가 환율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치는 ‘1250’ 정도입니다.
최근 주가와 원화가치 상승 조짐
아래 <그림 1>은 1996년 이후 주가(KOSPI)와 원/달러 환율의 추이입니다. 두 변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1997년 말 외환위기(‘IMF’ 경제위기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를 겪으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두 변수의 수준 자체가 높고 낮은 것이 의미 있는 사건은 아니지만, 1996년 8월부터 2005년 1월까지 환율이 주가보다 높았습니다. 그 후 2008년 9월까지 주가가 환율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10월부터는 환율이 다시 주가를 넘어섰습니다.
수준과는 별도로 주가와 환율 사이에 한 가지 분명한 관계는 두 변수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가와 환율이 한 나라의 경제력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연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개방되었던 1992년 이후 통계로 두 변수의 상관관계를 구해보면 마이너스(-) 상관계수가 분명하게 나옵니다. 특히 2000년에서 2008년까지 상관계수가 마이너스 0.79로 매우 높습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 환율이 올랐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하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 2>는 두 변수의 관계를 보다 쉽게 보기 위해서 환율을 역축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위로 갈수록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과 같은 뜻으로 사용합니다)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해 12월에 주가와 원화 가치가 소폭이나마 같이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림 3>의 일별 자료에서도 주가와 원화 가치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가가 환율의 원인
따라서 주가와 환율 중 하나만 예측할 수 있다면, 다른 변수의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것을 먼저 예측해야 하는 가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두 변수의 인과관계를 분석했습니다. 통계학에서 많이 쓰이는 그랜져 인과관계(Granger causality test)를 검정했는데, 그 결과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16% 유의 수준에서는 각 변수가 다른 변수에 원인입니다. 즉, 이 정도의 유의 수준에서 주가가 오르면 환율이 떨어졌고, 환율이 떨어지면 주가가 올랐습니다. 그러나 4% 정도에서 보면 주가가 환율에 일방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즉 주가가 상승(하락)해야 환율이 하락(상승)했다는 것입니다.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가치 상승 전망
이 결과에 따르면 주가를 예측해야 환율을 전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양 방향으로 인과관계가 분명하게 나타나기를 기대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경상수지 진행 상황을 볼 때, 환율 예측을 더 논리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 4>는 원/달러 환율과 누적 경상수지 추이를 그린 것입니다. 환율과 관계를 분명하게 보기 위해 경상수지는 역축을 사용했습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때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내고 환율도 상승했습니다. 올해는 경상수지가 2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경제가 2001년 이후 가장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수출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위축으로 수입도 그 이상 감소할 전망입니다.
특히 유가 하락은 경상수지 흑자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는 약 8억 7천만 배럴의 원유를 도입했는데, 배럴당 평균 도입단가는 99.2달러였습니다. 2007년 평균 도입단가가 69.1달러였던 것을 고려해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약 280억 달러를 원유 수출국에 더 지불했던 것입니다. 올해 평균 유가를 60달러로 가정한다면 올해는 340억 달러를 지난해보다 절약할 수 있고, 이는 무역수지나 경상수지를 크게 개선시킬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경상수지가 각각 48억 달러, 21억 달러씩 흑자를 냈습니다.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와 더불어 자본수지가 대폭 적자(11월까지 461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환율 상승을 초래했습니다. 자본수지가 큰 폭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주로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주식을 333억 달러 순매도 했습니다. 대만 151억 달러, 인도 129억 달러, 태국 48억 달러 순매도에 비해서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렇기에 지난 해에는 우리 주식 시장이 외국인에게 ‘현금 인출기’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올해는 주식매도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반기에는 순매수도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해봅니다. 하반기 가서는 우리 경제와 기업 실적이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베어마켓 랠리일 수도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올해는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와 자본수지 적자 축소로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과관계 분석에서 주가가 환율을 설명하기 때문에 주가를 전망하고 환율을 전망해야 순서입니다. 그러나 저는 경상수지 흑자로 환율이 하락할 것이고 주가는 환율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 주가가 환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앞서 ‘2분기 이전, 1250 수준’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만, 제 주가와 환율 예측 모델에 근거한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주식 시장이라는 가파른 산을 고통 속에 계속 내려오기만 했습니다. 올해는 산을 오르는 것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등산의 피로를 핑계 삼아 간단하게 쓸 계획이었지만, 또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전략으로 뛰어난 실적을 거두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