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오늘 저년이랑 눈 세 번 마주쳤다 씨발, ”
“ 아…오늘하루 재수없겠다 ”
“ 미친년 , ”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많은 아이들의 욕짓거리와 수근거림과 손가락질에
자연적으로 움츠러드는 내어깨, 익숙해질때도 될만한데, 똑같은패턴이 아닌
그날 그날 다른 아이들의 반응에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뿐이다
성한곳이 없는 몸구석구석이 아려오고 쓰리다 , 이곳저곳 모가난 나의 책상위에
검은색 가방을 내팽겨두고는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한발짝 한발짝,
어쩌면 저곳에서 나의 십구년 인생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눈을 찔끈 감아보지만 이내 곧 환해진 나의 얼굴 더러운 세상 썩은 세상과의
영원한 이별이란 날 더없이 행복하게 만든다. 옥상문고리를 천천히 돌리고는 아찔한
높이에 현기증이 날것만 같은 위태스런 난관위로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다리를
한발짝 올려본다.
‘ 잘있어 돈으로 모든세상을 버텨나갈수는 없나봐 , 나지금
솔직히 겁나는데…하… 그래도 여기 세상보다는 행복할꺼야 아마…‘
두뺨위로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에 앞이 점점희미해져간다 .
옥상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이란 참으로 , 행복해보이는 데 말이지 …
겉과 속은 다르다고 실제로는 그렇지않는 데 말이야… 난간을 붙잡고 있는
두손을 차츰차츰 떼어낼때였다. 힘주어진 낯선이의 손길이 나의 손목을 붙든다.
“ 세상에서 돈이 최곤데 뭘모르네 , 야 그리고
죽으면 천국 갈것같냐 ? 자살 그딴거하면 천국도 지옥도 어디도 못가 멍청아 “
가늘게 뻗은 손가락에 단번에 여자라는 걸 알아차렸지만 ,
중저음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훽 돌려 보니 구겨진 인상을 하고선
삐딱하게 날 내려다보는 남자아이가 보인다. 다갈색 눈동자가 유난히도 빛나는 그 남자.
“ 이거 놔 , ”
“ 셋세기 전에 내려와라 ”
“ 이거 놔 라니깐 ”
“ 하나, 둘, … 둘반…”
“ 니가 무슨상관인데!! ”
“ 자살 , 그딴게 난 세상에서 제일 싫거든 ”
내가 뭘 잘못본걸까… 자살이 그토록 싫다고 얘기한 순간 녀석의 눈가에
촉촉한 무언가가 맺혀있다. 아니겠지… 라며 눈을 벅벅 문지르는 순간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기운다 … 점점… 아찔한 높이의
옥상 난간이 아닌 그녀석의 몸위로.
“ 으악! ”
“ 아 , 무거워!! ”
어쩌다보니 보기 심히 민망한 자세가 되어버린 우리둘,
입술이 닿을똥 말똥한 위치에 마주해버렸다.
나의 무게에 짓눌려버린 녀석이 끙끙 앓는 소리를 하더니 날 저멀리 옥상
구석탱이로 밀쳐내버린다. 그러기를 몇분 , 몸을 완전히 일으키고 치마에
진드기처럼 달라붙은
먼지 조각들을 털어내고는 벌러덩 나자빠져있는 녀석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노오란 명찰 속에 까맣게 새겨진 ‘ 김 한별 ’ 이라고 적힌 글자 .
“ 성적때문에그러냐 ”
“ … ”
“ 아님… 집단폭행 ? ”
“… ”
“ 집단 따돌림 ? ”
무어라 미친 듯이 중얼거리는 녀석을 한참 바라보고있자
녀석의 몸이 발작적으로 일으켜 세워지더니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부담스런 눈길에 고개를 딴데로 돌리니 해바라기마냥 뒤쫓아오는 녀석의 시선
“ 살기싫었거든 , 정말 죽고싶을정도로 ”
“ … ”
“ 하…니가 알 리가 없지 , 모두들 힘내라고 그래도
정작 자신들은 모르니깐… 얼마나 힘든지 모르니까 “
“ 넌 사랑하는 사람 잃은 아픔은 모르지 ”
“ …뭐…… ? ”
“ 하루하루를 아픈가슴 부여잡고 살면서 눈물마를때까지
울어 봤냐 , “
고개를 두어번 저으니 녀석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간다 뭔가 많은 사연이있을 듯한
녀석의 맑은 두동공에 내가 비추어졌고 , 발라당 까져 보이는 녀석에게서 내가너무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 함부로 죽지마라 , 널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너무 미안하잖냐 “
등을지고는 힘차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유유히 옥상안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넋이 나간 사람마냥 그렇게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 녀석이 가면 다시 뛰어내릴거라고 굳힌 내 어리석은 생각도
눈녹듯 사라져버렸고 ,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나의 옷깃을 살짝스쳐지나 간다.
여태까지 정말 바보짓을 했다는 생각에 두주먹을 부르쥔체 머리에 쥐어박고있는 나였다.
저멀리 희미하게 들려오는 종소리에 황급히 옥상에서 빠져나왔고 , 늦지 않을려고
안간힘을 썼다만,유난히도 수업을 일찍 시작하는 김춘복 선생님 덕분에 한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내귀에 깊이 대못처럼 박히는 아이들의 수근거림과 따가운 눈초리
“ 다음부턴 일찍 오도록 , 자리에 들어가 ”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로 들어갈때였다 ,
요란한 굉음과 함께 차가운 교실바닥 위로 나뒹구러진 나.
까진 무릎을 손으로 부여잡은체 고개를 돌려보니 보조개가 패일정도로 웃어보이며
다리를 까딱 거리는 여자아이가 내 시야에 잡힌다.
“피식-, 어머 미안 내다리가 너무 길어서
걸려 넘어졌나 보네 “
그아이의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에 일순간 교실안은 나를 비웃는 웃음으로
가득 메워지고 , 전에 한번 당해본 경험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책상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았다. 여기로 전학온 첫날부터 날 유독 괴롭혔던 녀석이였다.
허벅지를 가름하는선에 살짝 걸쳐진 짧디 짧은 치마 인위적인 회색빛깔의 눈을 가진
아이 서지향 아마 그누구도 모를 것이다… 저 아이와 내가 한 핏줄아래
자라난 사촌지간이란 것을…
학교를 파하고 교문을 나섰다…교문에서 멀찍이 떨어져 보이는 검은차한대,
위엄스럽게 주위를 둘러보고 날 발견하더니 힘차게 손을 흔드는 기사
아저씨 혹, 누가볼까 종종걸음으로 차앞으로 바짝 다가서는 나였다.
“ 아가씨 ”
“ 아저씨는 내말 못알아먹어요 ? 데리러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
“ 저도 어쩔수가 없어요… 회장님께서 시킨일이라 ,”
“ 내일부턴 오지마세요 ”
“ … ”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는 아저씨를 뒤로한체 , 차안으로 몸을 실었다.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에 창가쪽으로 머리를 기대었고 ,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그때 문득 생각나는 옥상에서 만난 녀석
나…그녀석 아니였음 벌써 저세상 갔을까…
“ 아가씨 ”
기사아저씨의 말에 잠이올듯한 게슴츠레한 눈을 풀고 부릅떠보이니
핸들을 빙글빙글 돌리던 아저씨의 손도 잠잠해진다. 항상 내가 심심할까봐
매일 재미난 이야기라고 하는 것들을 풀어헤치는데 … 정작 내가 다알고있던 얘기라
들을때마다 지루할뿐이였다. 아저씨가 얘기할때마다 어색한 억지웃음을
지어보인 기억도 난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라도 다른 아저씨의 음색에 귀를 기울이는 나.
“ 오늘 집에 도둑이 들었더라구요 ”
“ 도…도둑이요 ? ”
“ 어린놈의 녀석이 잘도 집에 침입했더군요 ”
“ 어…린놈 ? ”
“ 아가씨 또래정도 되어보이던데요 ? ”
“ 범인은 잡혔어요 ? ”
“ 집에 가두어 놨다고 하더군요 하하 ”
호탕하게 웃어대는 아저씨를 향해 어색하게 입꼬리가 올라갈 듯 말듯한 웃음을
지어보였고 그렇게 즐겁게 웃어대는 아저씨의 얼굴이 약간씩 미묘하게 찡그러져간다.
“ 아가씨는 웃을때가 가장이쁜데 ,
웃음이 뭔가 어색하다고나 할까요 “
“ … 아 그래요 ? ”
“저처럼 입이 귀에걸리도록 웃어보세요 하하 ”
정말 입이찢어질 기세로 웃어보이는 아저씨를 그저 딱한 눈빛으로 쳐다보고있자
연이은 헛기침을 해대며 애꿎은 머리만 만지작 거리신다.
진짜 저러다가 사고 나는거 아닌가…하고 괜한 걱정을 하는 나였다.
“ 회장님 , 나로 아가씨 데리고 왔습니다 ”
“ 다녀왔어요 ”
엊그제 새로 장만하셨다고 하는 골프체를 번들번들 거릴정도로 닦고계시는 아빠였다.
나의 목소리에 아빠는 얼른 닦고있던 골프체를 내려놓고는 허겁지겁
나에게 달려오신다. 별일없었냐는둥, 밥은 잘챙겨먹었냐는 둥 , 이제 질릴대로
질려버린 아빠의 똑같은 레퍼토리에 아무말 없이 3층복도 끝에 자리잡고있는 내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외동딸이여서 그런지 어렸을적부터 끔찍이 날 아껴주셨던 분이다.
목도축일겸 물한잔을 입안으로 털어넣고는 방문을 열었을때였다 ,
분명 내귀에 똑똑히 들리는 이상한 소리 소리가나는쪽으로 조심스레
발길을 돌리자 점점 더 크게 들리는 소리…
꼭 귀신이 우는소리 같아 , 무서워 근처도 다가갈수 없었지만 나지막히 들리는 익숙한
사람 목소리에 어두컴컴한 창고문을 열었다.
“ 누…누구세요 ”
더듬더듬 창고 스위치를 찾아 딸깍 하는 소리와함께 주위를 밝히니
몸뚱이에 굵직한 밧줄여러개를 칭칭 감아놓고는 청테이프로 추정되는 것을
입에 떡하니 붙여놓고 있다. 김기사 아저씨의 말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도둑이라는 작자인게 틀리없는데 , 낯설지 않은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쑤욱하고 들이미니 유난히도 눈에띄었던 그녀석의 다갈색 눈동자 ,
번뜩 내 뇌리를 스치는 녀석의 이름 . 그리고 휘둥그레진 내 두눈
“ 기…김한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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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부터 댓글없으면..민망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