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쪽팔려.
아침부터 오빠에게 내 추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세수를 꼼꼼히 하고 내친김에 머리까지 감았다.
드라이어기는 어딨지.
화장실에 벽에 붙어있는 서랍을 열어보니 모습을 드러내는 드라이어기.
코드를 꼽고 드라이어기를 켰다.
우리집의 낡은 드라이어기와는 상반되는 세고 뜨거운 바람.
단 오분만에 내 머리가 깔끔히 말랐다.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확인하고 화장실문을 열었다.
"오빠, 나 다 씻었어!"
멍하니 있던 오빤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응응! 나 들어간다!"
하고 말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닫힌 문사이로 샤워기에서 물이 촤아악하고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난 자리에 앉아서는 바닥을 둘러보았다.
눈에 띄는 검은색비닐봉지.
어제 열어보고 싶었는데...
열어볼까?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검은색 비닐 봉지가 누워있는곳으로 갔다.
손을 뻗어 검은색 비닐 봉지를 조금씩 열었다.
두근두근
뭐가 들었을까.
비닐봉지를 열다말고 화장실문을 쳐다보며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계속해서 봉지를 풀어나갔다.
묶여있던 비닐봉지가 풀리고 안에 고이 들어있는 갈색가죽으로 된 네모난 상자.
상자의 크기는 제법 컸다.
뭐가 들었을까.
상자를 여니 안에는 사진이 여러장 들어있었다.
어라 무슨 사진이지?
사진을 한장 집어 들었다.
사진속에는 웃고있는 정세은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이건 내 13살때 초등학교 졸업했을때 찍은사진.
이건 내가 중 1때 친구들이랑 찍은 단체사진.
이건 내가 중 1때 여름방학때 부산가서 찍은사진.
이건 내가 중 2때 수학여행가서 찍은사진...
이건 내가 중 3때 친구 생일파티가서 찍은사진...
몇십장이 넘어보이는듯한 사진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확인해보았다.
사진속에서 계속해서 나타나는 내모습...
결국은 모두다 내 사진이였다...
하아...?
집에서 없어진 내 사진들이 왜 이 가죽 상자 안에 있는거지.
어쩐지 내 사진들이 한장한장 없어진다했어!
희빈오빠가 내 스토커였어?
그때였다.
화장실안에서 샤워기 소리가 멈추곤 곧 화장실 문이 촤악 하고 열렸다.
오빤 가운을 입고 있고 오빠의 몸에서 물이 뚝뚝하고 떨어져 나왔다.
오빠는 사진을 들고있는 나를 보았고 오빠의 새하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야!정,,정세은!? 너 그거 뭐야! 누가 열래?!"
"오빤 내 스토커야? 이게 다 어디서 난거야? 한국 언제온거야!?"
"그건 너네 어머님이 보내주시...헙..."
오빠는 말을하다말고 입을 틀어막았다.
뭐?
우리 엄마가 보내준거라고?
내 사진을?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는 희빈오빠.
"세은아..."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 볼래? 채.희.빈.오.빠?"
나는 오빠를 향해 지.긋.이 웃어 보였다.
"사실은..."
사실은 이랬다.
오빠는 오래전부터 내 엄마와 몰래 연락을 했고, 우리 엄마는 희빈오빠의 요구대로
내 사진을 미국에 있는 희빈오빠에게 보낸것...
말로 설명하지 못할 배신감이 들끓어 올랐다.
"으으으...오빠 미워!!!! 엄마도 미워!!!!!!"
말을 끝내곤 자그마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오빠는 당황한듯 안절부절 못하다가 성큼성큼 빠른걸음으로 가는 나를 말없이 뒤따라왔다.
난 뒤돌아서서 오빠에게 심술을 부렸다.
"오빠 진짜 미워! 따라오지마!"
사실 오빠가 내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썩 불쾌하지 않았다.
기쁘다고 해야하나.
나를 생각해줬다는게...
"세은아 미안해! 오빠가 잘못했어..."
반쯤 우는 목소리로 내게 애원을 하는 희빈오빠.
후우...
오빠가 그렇게 사과하는데 내가 어떻게 화내겠어.
빠른걸음을 천천이 늦추고는 뒤를 돌아봤다.
"오빠. 하나만 물어볼게."
"응응 뭔데?"
"아침에 모닝콜...오빠가 껐지?"
오빠는 내 물음에 상당히 당황한듯보였다.
"오빠 진짜 미워!"
난 버럭 소리를 지르고 뒤로 돌아서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느껴지던 희빈오빠의 걸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내 어깨를 잡아세운 희빈오빠.
그리곤 날 반바퀴 뺑그르르 돌려서 나와 시선을 마주한다.
"내가 미안해. 세은아...너랑 놀고싶어서그랬어!"
진심어린 오빠의 눈빛.
헤에..
나 또 오빠한테 진것같아.
난 오빠에게 작은 미소로 답했다.
희빈오빤 금새 입안가득 미소를 머금고 나에게 말했다.
"롯데월드가자!"
"무슨소리야. 거기가 얼마나 먼데?"
"에이~ 그러지말고 그냥 같이가자!"
오빤 자꾸 내게 졸라댔다.
솔직히 롯데월드는 버스타고 5시간정도 걸린다.
지금이 1시 인데...가서 도착하면 6시쯤?
오빠는 대답없는 나를 보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싫으면...다른데라도가자."
"바다"
"바다?"
"응, 나 바다 가고싶었어. 밤 바다."
오빠의 입 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그래~그래좋아! 바다! 가자! 바다가자~"
"몇시쯤에 갈까?"
오빠의 미소에 기분이 좋아진 나.
"음...오후 8시 쯤?"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오오~ 텔레토비 텔레토비~ 아이 조아~
그때였다.
오빠의 주머니속에서 마구마구 노래를 불러대는 최신형 휴대폰...
오빠는 가볍게 폴더를 열고 전화를 받았다.
"던~?"
"응!응! 뭐?~~~~~~"
"지금 한국이라고????"
깜짝놀라하며 소리를 치는 희빈오빠.
"어딘데, 히힛..그래 내가 갈게! 기다려기다려!"
기쁜 목소리로 외치는 희빈오빠.
"누군데 그래?"
"친구! 어제 말했던...나 도와준 친구! 지금 한국이래! 공항이래! 지금 오고있데!!"
들뜬 목소리로 힘껏 소리를 지르는 희빈오빠.
오빠를 도와줬다던 사람.
누굴까.
"에휴~ 어쩌지, 이녀석 한국은 처음인데~ 제대로 찾아오려나 몰라."
싱글벙글거리는 희빈오빠.
덩달아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시외버스터미널 가자가자! 거기로 친구가 버스타고 온데!"
오빠는 어서 가자며 떠밀며 나를 재촉했다.
"오..오빠! 지금 이러고 갈거야?"
오빠는 분명히 목욕가운만 입고 나를 뒤따라 나왔던것이였다.
"히히..안돼겠네. 갈아입고가자."
오빠는 집에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오빤 내손을 잡고 달렸다.
오빠와 뛰어서 도착한 버스정류장.
"세은아~시외버스터미널 가려면 몇번타야해?"
"음... 아마도 105번이 갈거야."
"어? 105번이다!"
"어디? 타자!"
"뻥이야."
짓궃게 웃어보이는 오빠...
"어? 진짜 105번이다!!!"
"흥, 거짓말하지마!"
오빠에게 소리를 쳤다.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구...
"히힛 그럼 나혼자간다!"
105번은 오빠와 내앞에 멈추어섰고 오빠는 버스에 올랐다.
"어라 진짜왔네, 나도 같이~"
버스에 오른 희빈 오빠와 나.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고 내 휴대폰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라, 어쩌지.
휴대폰에 교통카드가 달려있는데!
"오빠~ 어뜩해! 나 돈없어!"
오빠에게 소근 거렸다.
"히히...어쩌지 나도 돈 안가지고 나왔는데"
천진하게 웃는 희빈오빠.
그렇게 우리는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애원을해서 공짜로 버스를 얻어타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 10분동안 아저씨의 욕을 맛있게 들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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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댓글 하나하나 너무많이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재미있어용>_<~~~~
화장실왕자에 이어서 스토커 희빈; 점점 웃겨지는 캐릭터네요 ㅠ 넘 조아요
♡ 너무 기여워요 ㅇ, ㅋ ㅋ
넘넘넘넘 귀엽다~~ㅋㅋ
기대만땅이에요~
너무재밋어요~
너무~재밌었어요!! 근데 이거 왜 매일 안써요???빨리 쓰면 마니마니 읽어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