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꽃아 금꽃아 .8.
잔금어멈은 승명에게 큰절을 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승명도 너무나 반가웠다.
“ 오라버니 내려주세요 ”
쩡의 등에 업혀 있던 잔금도 내려와 맨 바닥에 주저 앉아 상체만 구부려 절을 했다.
쩡이도 그 옆에서 큰절을 올렸다.
“ 그 일로 나는 꼬박 죽은 줄로만 알았다네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갑네 반가워 뱅이아재는 어디있는가? ”
“ 뱅이아재는 그 불에 데여 시름시름 앓다가 보름만에 저세상에 떠났습니다. ”
“ 오 저런,, 내 처도 그 불로 크게 다쳐 석달만에 떴다네.. ”
“ 하이고 마님~ ”
잔금어멈은 목을 놓아 울었다.
잔금은 손을 뻗어 자신의 어미 등을 두들겨주며 진정시켰다.
“ 그래 이 아이가 잔금인가 ”
“ 네 어르신 잔금이옵니다. ”
잔금 어멈이 울음을 삼키며 잔금이를 소개시켰다.
잔금은 고개를 들어 승명을 쳐다보았다.
순간 승명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자신의 죽은 처, 진아가 꼭 살아돌아 온 것 같았다.
잔금을 보고 놀란 승명은 아들 명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명진은 놀란 기색없이 온화한 표정이었다.
“ 잔금이는 어디가 불편한가? ”
“ 그때 불로 다리를 다쳐 걷지를 못합니다. ”
“ 아이고 저런... ”
승명이 크게 안타까워 하고 있는 때 안채에 있던 길영이 나왔다.
“ 아버지 무슨 일이예요? ”
“ 이리오너라 길영아 ”
승명은 길영이를 불렀고 길영은 아버지 승명의 옆에 섰다.
“ 내가 전에 한번 얘기해준 적이 있었지? 너와 같은 날에 태어난 아이가 있었다고. 바로 저 아이다. 그때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살아있었다니 정말 놀랍구나 ”
길영은 잔금이 있는 곳까지 내려와 주저앉아 잔금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 네가 잔금이니? ”
“ 네 그렇습니다 아씨 ”
“ 그래... 나는 길영이다. 한길영 우리가 같은 날에 태어났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니? ”
티없는 얼굴의 길영이 묻자 잔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 잔금어멈은 남고 쩡이는 잔금이를 행랑체 방으로 들이거라 ”
승명의 말에 쩡은 잔금을 업어 행랑체로 향했고 그 뒤를 길영이 쫄래쫄래 쫓아갔다.
길영의 치마 엉덩이부분의 흙이 묻은 것을 명진이 보고 가볍게 혀를 찼지만 이내 꽃분을 찾았다.
“ 꽃분아 마실 것 좀 내오너라 ”
승명은 잔금어멈을 마루로 올라오게 하여 명진과 함께 앉았다.
꽃분은 미리 준비한 듯 바로 물을 내왔다.
“ 그래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
“ 그 일이 있은 후 도적놈들을 피해 포구로 도망을 갔다가 숨었던 배가 그대로 떠나는 바람에... 그리고 걷지 못하는 잔금이를 데리고 먹고살기 바빠 그동안 돌아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
“ 아니다 아니야 지금이라도 와준 것이 반갑구나 ”
“ 그래도 노비중에는 그렇게 도망을 가는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기특하구나 다시 돌아올 생각을 어떻게 했나? ”
명진이 잔금어멈에게 물었다.
“ 돌아와야지요 그동안 어르신께 많은 은혜를 입었는데 사람이되어서 어떻게 그것을 져버리겠습니다. 그동안 못한 집안 일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
“ 아니네 아니야 ”
“ 그런데 혹... 이 천것의 모자란 생각입니다만 이상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
“ 응? 이상한 점이라니? ”
“ 아.. 아니요 아닙니다. 괜한, 못난 생각입니다. 별 것아닙니다. ”
잔금어멈은 목이 탄 듯 물을 벌컥 벌컥 마셨다.
한편, 행랑체 방에 잔금을 쫓아 들어간 길영은 잔금의 바로 앞에 앉아 빤히 바라보았다.
쩡이는 잔금을 방에 데려다 주고 얼른 나왔다.
“ 잔금아. 아버님 말로는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뻔 하였다는데 이제라도 친구가 되자 ”
“ 네? ”
“ 왜 싫으냐? ”
“ 아니요 아닙니다. 허나 친구라는 것이 이제부터 친구가 되자고 하여 되는 것입니까? ”
“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잔금을 입을 열다 말고 길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 이 천한 것과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첫댓글 지금 정주행중인대요
애가 바뀐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