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스플릿●
-동로마 궁전에서-
대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사랑한 고을
스플릿 궁전을 살포시 두드린다.
헝겊 같이 찢겨져 울고 웃는 대리석 기둥
찬란한 로마의 꿈 일러주는구나!
웅장한 산맥은 씩씩한 기상으로 옹위하고
서늘한 바람에 요트는 하늘하늘
남문 앞 세월 뛰어넘은 아름드리 야자수
파리한 형상으로 늘어져 있네!
장터 골목길 배회하고 섬돌 난간 쉬다가
꿀 향기 날리는 전방 서성거린다.
꿀단지 파는 가시내야!
오늘도 발갛게 피었다 지는 태양처럼
제국의 흥망성쇠 알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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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우리는 마지막 여행 코스로 로마 황제인 디오클레티아느스가
사랑한 스플릿으로 향했다.
당시 로마황제였던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거대한 로마를 몇년 다스리다가
친구에게 왕위를 맏기고 자신의 고향인 스플릿에 새로운 궁궐을 만들어
동로마제국을 건설하였다.
권력에 큰 뜻이 없는 황제는 자신의 고향 근처이며 사시사철 꽃이 피고 상
온을 유지하는 스플릿에 휴양도시처럼 생긴 자그마한 궁전을 만들어 만년
을보냈던 것이다. 이곳에 직접 와보니 궁궐의 많은 모습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훼손되었지만 찬란했던 로마의 문화를 이해하는데는 어려움
이 없었다.
우리는 로마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곳 저곳을 차례로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으로 이 고장 꿀이 좋다고 하여 꿀단지 파는 시장으로 갔다. 꿀단지 가계엔
아버지와 딸이 꿀을 파는데 로마에 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하지않고 꿀
파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이곳에 꿀사러 온 것이 이니고 동로마의 흔적과 교흔을 조금이
나 마음속에 새기려고 온 것이었다.
궁궐 내부에 널부러져 있는 상점들의 돈벌이에만 여념이 없는 사람들 모습
을 대하면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오늘은 동로마제국의 수도 스플릿에서 궁궐의 이 모 저모를 돌아보며 부귀
공명과 인생무상을 동시에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