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전세계가 빚투·레버리지판”...美·日도 신용거래융자 사상 최고치
전 세계 증시가 ‘빚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 홍콩 같은 주요국 주식시장에서도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신용융자) 주가 상승이나 하락에 몇 배로 베팅하는 투자(레버리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작은 충격에도 시장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이유다.
2일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이 집계한 지난 5월 기준 미국의 신용융자(Margin Debt) 잔고는 1조4156억 달러(약 2193조원)다. 올해 1월(1조2790억 달러)보다 10.7% 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9210억 달러)과 비교하면 53.7% 급증했다.
미국 증시 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총 순자산도 지난 6월 24일 기준 1887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2분기 1260억 달러와 비교하면 약 50%가 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마진론(신용거래융자)과 레버리지를 증폭시키는 펀드를 통해 주식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며 “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한국만? 전세계가 빚투·레버리지판”...美·日도 신용거래융자 사상 최고치
“한국만? 전세계가 빚투·레버리지판”...美·日도 신용거래융자 사상 최고치
일본과 홍콩 등 다른 주요국 상황도 비슷하다. 닛케이에 따르면 도쿄·나고야 증시의 신용매수 잔고는 지난달 26일 기준 7조167억 엔(약 67조원)으로 사상 처음 7조 엔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의 신용거래가 급증한 영향이다. 홍콩거래소(HKEX)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홍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3억 홍콩달러로, 전년 동기(45억 홍콩달러)보다 40% 증가했다. 세계 주요 증시 전반에서 차입 투자와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투자회사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 수석시장전략가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복권에 당첨되길 기대하는 심리로 신용을 이용해 레버리지 ETF 옵션까지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레버리지를 3중, 4중으로 겹겹이 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각국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는 레버리지 투자 위험 관리에 나서고 있다.
미국 FINRA은 6월부터 기존 일일매매 증거금 규정을 폐지했다. 계좌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장중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 ‘인트라데이 마진’ 제도도 시행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고레버리지 롱·숏 전략 계좌의 신규 개설을 중단하고 자금조달 비용을 인상했다. 미국 대형 증권사 찰스 슈왑도 레버리지 한도를 축소하고 최소 투자금액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보다 한국의 위험도가 더 높다고 평가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신용융자 금액 자체가 큰 데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일 기준 37조3393억원(금융투자협회)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차올랐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에 대해 “레버리지 ETF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 옵션 거래 증가, 개인의 신용거래 등이 맞물리면서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일일 주가 변동성이 발생하는 구조적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김다영 기자
“한국만? 전세계가 빚투·레버리지판”...美·日도 신용거래융자 사상 최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