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30년 전 일본과 유사한 고령화 인구구조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다만 부동산 버블에 대해 사후적 금융조치를 시행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주택대출과 관련해 사전적 규제를 마련해 대처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보고서)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 30년 일본과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하는 글이 올라와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 ‘판교불패’는 IBK기업은행 보고서 ‘한·일 저성장 비교: 현재 한국은 30년 전 일본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를 기반으로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한다.
[땅집고]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과 차이점. /게티이미지
IBK기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30년 전 일본의 공통점은 ‘인구 고령화’, ‘과잉부채’,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취약한 서비스업’ 등이다. . 반면 보고서는 ICT산업역량, 부동산 가격과 제도, 구조조정 대응 역량 측면에서 한국과 과거 일본이 차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필자는 “보고서를 보면 일본과 유사점에 대해 경계해야할 것은 맞지만 한국은 아주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필자는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한국이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해 장기적 저성장 돌입해 부동산 고점 대비 20~25% 떨어졌으나 소폭 오른 상태로 연착륙하고 있다”고 한 것을 인용해 “향후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소비가 줄어들고 성장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ICT역량 개발 등을 통해 기업혁신이 지속할 경우 일본과 다른 성장 경로를 모색할 수 있겠으나, 저출산, 가계부채, 한계기업 등 선결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30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하 원문>
먼저 한·일 유사점은 한국과 일본은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부양할 노인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한국도 15년 이후부터 부양인구가 늘어나며 소비침체가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물가로인한 고통보다 향후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소비가 줄어들고 성장도 제한적일 수 있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로 인해 향후 일본과 같이 저금리 기조의 유지, 양적완화 등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국가 물가목표는 2%인데 인구고령화로 소비침체가 일어나면 물가는 낮아지고 이를 부양하기 위해 장기적 저금리기조와 양적완화는 불 보듯 뻔한 것이 아닌가.
둘째는 과잉부채다. 한국의 자산대비 부채 수준은 일본의 버블 정점일 때보다 높다. 대출이자 상환압박으로 소비와 투자위축, 자산가격까지 하락하게 되면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된다. 이미 옆 나라의 사례를 지켜봐 온 한은(한국은행)이 이걸 모를까. 작년 말, 올해 초 한은과 정부의 부동산에 대한 선제적 움직임만 봐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게 눈에 훤히 보인다. 작년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것을 대비해 고정금리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올해는 역전세난을 막기위해 전세반환대출을 발 빠르게 마련하고 있다.
“집 사지 마세요. 큰일 납니다. 둔주(둔촌주공)는 마피입니다” 이런 말만 듣고있던 사람들은 갭투자자를 조롱하거나 다주택자들을 비웃다가 결국 원하는 상황은 오지 않고 전셋값만 오르고 있다. 이는 전부 한국의 발빠른 정책적 대응과 연결되어 있다. 유튜버들의 달콤한 말만 믿고 기다리고 있던 폭락은 정부의 발빠른 대처로 오지 않았다.
셋째,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서비스업이 취약하다. 경제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인건비는 상승하고 생산성 저하로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아시아 국가인 한·중·일 세 나라가 GDP대비 제조업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두 나라 모두 기술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사실 한국은 산업용 로봇 집적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일본보다 높다. 그만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 중이다. 한국은 일본과 유사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문화적 특성답게 국가나 기업 모두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 일본과 유사점에 대해 경계해야할 것은 맞지만 아주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땅집고] 주요ICT 및 비ICT 자본심화 비교. /IBK기업은행
한·일 차이점으로는 첫째, ICT산업역량이다. 한국은 첨단산업 수출이 35.7%를 차지한다. 일본의 두 배다.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등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다. 근무시간당 자본투입 증가율은 미국보다 높다. 한국의 ICT연구개발 비중은 58.3%, 일본은 25.2%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둘째는 부동산 리스크다. 한국의 주택가격은 일본의 버블기만큼 올랐지만 소득대비 주택가격은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버블기 일본의 소득대비 주택가격은 GDP대비 50배 한국은 현재 약 30배 수준이다. 이는 한국의 전세제도 때문이다. 전세제도가 주택가격 하락을 막았으며 한국의 금융정책도 이에 한몫했다.
일본은 버블이 터지고 위험이 노출되자 금리인상, 대출총량규제 등 사후조치를 발표하는 바람에 신용경색을 초래했다. 한국은 이를 학습하고 발 빠른 사전조치를 취했다.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기 전 대출완화, 은행가산금리인하, 대출정책 우선시행 등 사전 조치를 한 것이다.
셋 째는 구조조정 대응역량이다. 일본은 90년대 버블 붕괴 후 부실채권이 급증했고, 좀비기업이 급증했다. 실적이 개선되지 않자 파산하며 부실채권이 급증했고 이는 신용경색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이와 반대로 부실채권을 신속 매각하며 은행 구조조정을 대응했다.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때도 한국은 단위 새마을금고의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그 부실이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 부실기업을 적당히 정리해가며 은행 구조조정까지 빠르게 시행해 신용경색과 부실의 전이를 효율적으로 막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우수한 위기대응역량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처를 잘 해나고 있다는 평가다.
글=서지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