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락가는 사람과, 지옥가는 사람
亡者는 어디로 갈까?
옛날 스님 한 분이 절에서
먼 마을로 탁발을 나갔다가
날이 저물어 양반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스님은 주인과 하인이 대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마당쇠야"
"예, 주인마님"
"윗마을에 사는 박첨지가 어젯밤에 죽었다며?"
"예"
"그렇다면 박첨지가 지옥에 갔는지 극락으로
갔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예"
스님은 참으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일평생을 염불과 참선수행을 하였지만 죽은 사람이 극락으로 가는지 지옥으로 가는 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는데, 마을에 사는 영감이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마당쇠가 돌아와 주인에게 아뢰는 것이었습니다.
"지옥으로 갔습니다."
스님은 더욱 기가 막혔습니다.
'저 마당쇠가 죽은 사람이 지옥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신통력이라도 있는 것인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 주인이 또
마당쇠에게 지시하였습니다.
"아랫마을 김진사도 죽었다는데ᆢ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마당쇠는 한참 만에 돌아와 보고를 했습니다.
"김진사께서는 극락으로 갔습니다."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궁금함을 억누를 수 없었던
스님은 주인을 찾아가려고 일어섰고 때 마침
주인이 밥상을 내오기에 물어보았습니다.
"처사님, 죽은 사람이 지옥에 갔는지 극락에
갔는지 도대체 어떻게 아시오?"
그러자 주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죽은 사람 동네에 가면 금방 알 수 있지요.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 나쁜 일만 일삼고 남을
못살게 굴었으니 지옥 갔을 거야'라고 말하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지옥 밖에 더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 동네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
착하고 아까운사람' 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아쉬워하면 그 사람은 필경 극락에 갈 것이 아니겠습니까?"
서산대사가 지었다는 회심곡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선심공덕 한다더니 무슨 공덕 하였느냐,
배고픈이 밥을 주어 기사구제 하였느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선심 하였느냐,
좋은 터에 원을 지어 행인구제 하였느냐,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 하였느냐,
목마른 이 물을 주어 급수공덕 하였느냐,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 하였느냐.
살아생전 무슨 공덕을 지었는가?
참으로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말입니다.
천당과 지옥도 살아 생전 선행에 따라 이미 정해진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고전이야기에서 새겨 봅니다.
-좋은 이야기에서 -
https://www.youtube.com/watch?v=jTyPB953wS4
구름 몰려오고
바람 살살
비를 잔뜩 품고 오려나?
아침에 일어났는데 뭔가 허전
아하 집사람이 거실에 없구나
항상 내 방문 열고 나가면 거실에 있던 집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갑자기 거실이 낯설어진다
그렇구나
든 자린 몰라도 난 자린 금방 티 난다던데...
집사람 전화
병원 올려면 아산형님 출근할 때 그 차로 같이 오라고
아이구 내 알아서 갈텐데 걱정도 팔자다
알겠다며 식사나 잘 하라고
어제 사 온 고추모를 아래밭 고추두둑에 심었다
심고 물 준 뒤 약까지 뿌려주었다
고추줄도 쳤다
두둑에 고추 심을 구멍이 14개 남았길래 다음에 사다 심으려고 그곳까지 고추줄을 쳐 두었다
동물들 챙기러 아래 닭장에 가보니 브라마가 알 낳으려 앉아 있다
이 녀석들이 알을 잘 낳으면 좋겠는데 왜 낳다 말다 할까?
이번 부화 끝나면 현재 있는 닭들의 알을 부화해 보고 싶은데 알을 많이 낳지 않아 부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뻥이 옆 울타리에 구멍이 크게 뚫어졌다
뻥이가 발로 그물을 찢어 구멍을 뚫은 것같다
녀석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별 수 없다
기러기가 무사히 부화한 뒤로 널 밖으로 내보내 주마
그동안 널 돌본 날 생각해 힘들더라도 참으렴
구멍을 브로크 벽돌로 막았다
아산형님에게 전화하여 몇시에 출근하냐고
아홉시경에 가신다기에 그럼 나도 장성 나갈테니 형님 차를 좀 타자고
그렇게 하란다
집사람이 가져다 달라는 걸 대강 챙겼다
부족한게 있으면 가서 사주면 되겠지
아침을 먹고 싶지 않아 생략
집사람이 없으니 밥도 먹기 싫다
이거참
혼자 된다면 삶이 수월하지 않겠다
아산형님집에 내려가니 이미 나와 기다리고 계신다
무슨 일이냐고
집사람이 손 치료받으러 가서 갑자기 수술해 버렸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수술하려면 서로 상의해야 하지 않냐고
뭐 알아서 한다는데 내가 뭐라 하겠냐니 그래선 안된다며 한마디 하란다
그냥 웃어 버렸다
어쩜 작고 간단한 수술이라도 서로 얼굴 맞대고 생각해 본 뒤에 하는게 맞겠지
집사람은 끊고 맺는게 강해 질질 끌지 않아 어쩔 수 없는지 모르겠다
뭐 빨리 낫기만 바랄 뿐 내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병실에 들어가니 수액을 맞고 있다
수술한 자리가 많이 아프단다
어차피 입원했으니 푹 쉬면서 아픈 곳 다 나아서 퇴원하라고
왼손을 기브스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손만 아프니 내가 특별히 간호할 일이 없다
집사람도 내가 여기 있어 보았자 할 일이 없다며 일찍 들어 가란다
머리 염색이 빠지니 넘 보기 싫어 목욕탕이나 다녀 오겠다고
김샘 전화
올케가 장성병원 수간호사여서 집사람 이야길 했다고
아이구 넘 고맙다
요즘 친군 뭐하냐고 물어보니 한달여 가량 아팠단다
몸무게도 8키로 이상 빠져 버렸다고
어디가 그리 아프냐니 위장에 문제가 많아 입원도 하고 조직검사도 했다고
다행히 악성은 아니란다
오늘도 위 내시하러 병원 왔다고
저런 난 전혀 몰랐다
평소 위가 좋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그리 아픈 줄 몰랐다
서로 전화도 자주 해보아야하는데 자기 살기 바뻐 그저 모두 잘 살고 있으려니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게 모두 술을 많이 마셔 생긴 문제라며 나에게도 절주 좀 하란다
술 마셔 크게 좋은 일 없겠지
그런 중에도 집사람 아프다니 일부러 올케에게 전화해서 잘 돌봐 달라 부탁했다니 참 고맙다
친구도 빨리 좋아졌으면 좋겠다
이발과 염색하고 나니 꼴이 좀 난다
한달에 두 번만 이발해도 괜찮게 보이련만 한달이 넘어야 이발하니 보기가 그렇다
이발까진 않더라도 한달에 두번 만이라도 염색은 할까?
황룡장터에 가서 고추모를 더 샀다
고추 심을 구멍이 14개가 남아 있어 그대로 놔두기 아깝다
올핸 딱 200포기만 심으려했는데 심다보니 2백 3-40포기 되겠다
집사람에게 전화하여 혹 군입하고 싶은게 있냐니 먹고 싶은게 없다며 그냥 집에 가란다
그래도 들렀다나 가야겠다
병실에 가니 막 식사하고 밥그릇을 내 놓으려고 한다
내가 받아 정리해 주고 옆 환우들 것도 도와 주었다
병실에 있는 분들이 아까보다 훨 젊어 보인다고
단정하니까 좀 나아 보이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달 15일까진 입원해야겠단다
이왕 수술한 김에 확실히 나아서 퇴원하겠다고
참깨와 고추모 심어 버려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까 빨리 서둘러 퇴원할 필요 없겠다고
그동안 혹사한 몸 푹 쉬어주겠다는 기분으로 물리치료도 받으며 병원에 있으라고
이럴 때 허리 물리치료도 받아 좀이라도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동안 쉬지 않고 일했으니 이 핑계대고 병원에서 좀 쉬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집에 있으면 눈에 보이니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손을 쓰다 다쳐 자꾸 덧나게 된다
병원에서 지내면 그런 일은 없겠지
애들이 곧 어버이날 되니 어린이날 때 같이 식사하자 했지만 차라리 다음 내 생일 때로 미루는게 어떠냐니
집사람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집사람이 병원에 있는데 가족행사 한다는게 좀 그렇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다 싫은 법
집사람 낫고 난 뒤에 함께 모여 즐겁게 먹고 마시는게 좋겠지
오늘 밤부터 비내린다고 하니 집에 가 모종들을 심어야겠다며 일어섰다
사거리 농약사 들러 호박과 참외모를 더 샀다
구덩이에 모종 두 개씩은 심어야할 것같다
심어 놓은 고추모 아랫잎이 좀 노르스럼 하다고 하니 이제 심어 보대끼고 있어 그런단다
위에 잎이 파릇하면 괜찮다고
심은지 10여일 정도 지나면 복합비료를 조금씩 찔러 주란다
요소를 주면 어떠냐니 웃거름으로 요소보다 복합이 더 낫단다
영양제를 물에 타 뿌려주어도 괜찮단다
먼저 고추모를 심고 물을 충분히 주었다
올핸 고추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오이모는 솔밭에 구덩이를 파고 심었다
집사람이 유트브를 보니 구덩이를 높게 해서 심는게 좋다고 해서 주변을 파서 심는 자리를 새 흙으로 좀 높게 만들어 심었다
집 뒤에 참외 호박모 심고 물까지 주고나니 어느새 세시
참 시간 빨리 간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탈탈 굶었다
에라 막걸리나 한잔
베란다에 앉아 병치 지짐에 막걸리 한잔
바람이 살랑거리며 구름이 몰려든다
저 구름이 정말 비를 몰고 올까?
애들에게 전화해 이번 가족 행사는 다음으로 미루자고
부모님 편하실대로 하잔다
엄마가 병원에 있으니 며느리와 손주들이랑 한번 찾아 보라 했다
가족들끼리 서로 생각하며 살아야겠지
작은애는 대상포진 걸려 병원에 갔단다
어허 아프더니 면역력이 확 떨어졌나보다
배쪽으로 대상포진이 왔는데 다행히 크게 아프지 않다며 걱정 말란다
이거참 젊은 애가 왜 자주 아프지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다
빈속에 막걸리 들어가 얼큰해지니 속없이 바둑 한수 두고 싶다
이도 병이다
전총무에게 전화하니 4시까지 바둑 휴게실로 오겠다고
오케이 나도 그 시간 맞추어 나가야겠다
부화 끝날 때가 하루 남았다
부화기를 열어보니 기러기와 병아리가 8마리 태어났다
어허 왜 이것밖에 태어나지 않는걸까?
무려 40개 가까이 넣은 알 중에서 겨우 10여마리
내일까지 기다려 보아야할까?
그래도 너무 적게 태어 났다
특히 기대하는 청계 병아리가 보이질 않는다
청계알은 모두 실패인가?
그래도 하루 남았으니 내일 아침까지는 기다려야겠다
태어난 기러기와 병아리를 모두 육추기로 옮겼다
니네들 죽지 말고 잘 살으렴
4시되어 바둑휴게실에 가니 전소장도 바로 나온다
첫판은 전총무가 판단 착오로 초반에 대마가 몰살
바로 투석해야하는데 끝까지 둔다
난 슬슬 피해가며 시빗거릴 주지 않았더니 스스로 무너져 버린다
그래도 계가해 보자고
아쉬움이 컷나보다
무려 40여집 차이가 난다
저녁내기 하잔다
이번엔 내가 중초반에 흑을 잘못 몰아 15집 대마 몰살
던져야 하겠지만 대마를 죽이며 외세가 쌓여 이걸 지키기만 한다면 해볼만 하겠다 생각되어 그대로 두어 나갔다
중앙을 집으로 만들기가 참 어렵다
여기저기 비집고 들어와 뚫리게 되니 큰 집이 나질 않는다
끝내기 들어 흑의 실수로 20여집을 잡아 역전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대충 마무리 짓고 계가해 보니 한집을 져 버렸다
내가 선수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 더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두었더라면 내가 이겼을 것같다
바둑은 끝내기까지 최선을 다해야하는데 간혹 마지막에선 대충 두어 버린다
장사장도 나왔다
내가 졌으니 저녁 사겠다고
김가네 가서 김치찌개에 막걸리 한잔
두끼를 안먹어서인지 밥과 술이 잘 들어 간다
맛있게 잘 먹었다
전총무가 식사했으니 한판만 더 두잔다
이 판은 포석에서 우위를 차지해 끝내기까지 그대로
계가해보니 큰 차이가 난다
전총무가 자기가 이긴 줄 알았단다
형세 판단을 못했던 것 같다
끝나고 몇가지 수에 대해 설명
포석부터 싸우지 말라고
포석에선 여기저기 큰 곳을 먼저 벌리라고
맞수나 하수에겐 협공이 잘 먹히지만 나보다 상수에겐 협공보단 내 돌을 튼튼하게 지켜가며 역습을 노리라고
나름대로 설명해 주었지만 얼마나 느낄 수 있을는지
사실 나도 그걸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나보다 상수와 두면 엉뚱한 수를 놓아 버리는데...
그러고 보면 굳이 가르쳐 줄 필요가 없다
스스로 깨닫도록 해주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후레쉬 들고 닭장에 내려가 보니 모두들 들어 와 있다
어? 녀석들 속 차렸나?
들어와 있으니 고맙다
고마우니 내일은 모이를 더 줄꺼나
대충 정리하고 잠자리로
집사람이 거실에 없으니 허전하다
15일까지는 계속 혼자 지내야 할텐데...
찌륵찌륵
이름모를 산새 한 마리 창가에 날아와 울어 댄다
님이여!
오늘 내일 반가운 봄비 소식
또 내일부터 연휴 시작
온가족 함께 모여 즐거움 나누면서
훈훈한 행복이 늘 님의 곁에 머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