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메이저리그 및 일본야구 문외한이며 오로지 국내야구만 보는 편입니다.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니면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포지션이나 이름도 잘 모르고, 특히 일본야구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저는 이승엽을 꽤 좋아하기는 합니다만 그의 경기를 죄다, 그것도 1회부터 9회까지 모두 보여주는 것은 대단한 전파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국내리그 중계를 해주면 훨씬 더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우리같은 <골수 야구팬>의 눈이 아니라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말입니다.
여기서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사실 마니아적 성향이 강한 골수 야구팬들이십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은 5천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야구에 대한 평균적인 관심을 훨씬 윗도는 수준이죠.
그렇다면 <골수팬>이 아닌 <일반 대중> 혹은 <일반 시청자>들은 어떨까요?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저는 축구를 잘 모릅니다. 국내 프로축구는 거의 안 보고 어느 팀에 누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 그냥 국가대표 경기만 가끔 봅니다.
하지만 박지성이나 이영표가 잘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괜히 기쁩니다. 영국의 유명한 팀들과 경기하면서 그들이 골이라도 넣으면 저한테 생기는 것 하나도 없으면서도 괜히 신납니다. 그리고 TV를 틀었을때 그들의 경기 장면이 나오면 그래도 한번쯤 관심있게 지켜봅니다. 박지성 말고 아는 선수라고는 루니와 반니스텔루이 뿐이지만, 그저 박지성이 공이라도 한번 잡을까, 멋진 어시스트라도 한번 할까 싶어서,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이라는 동질감에 괜히 흥분하면서 경기를 지켜봅니다.
하지만 저는 현재 국내리그 1위팀인 성남 일화와 2위팀인 포항 스틸러스가 맞붙는 경기는 보지 않습니다. 꽤 많은 골수 축구팬들이 그 경기를 중계로 보겠지만, 그 축구팬들보다 훨씬 더 많은, 그냥 저같은 <나일롱 축구팬>들은 그 경기를 보지 않습니다.
저는 K-1도 잘 모릅니다. 사실 K-1과 프라이드의 차이점이 뭔지도 모르며, 규칙도 모르고, 어디를 때리면 안되고 어디는 때려도 되는지 그런것도 잘 모릅니다. 사실 몇분, 몇라운드인지 지금도 모릅니다. 그런데 최홍만이 일본이나 미국의 파이터랑 싸운다고 하면 괜히 흥분해서 주먹을 불끈쥐고 그를 응원하죠. 하지만 그 외의 격투기 프로그램은 거의 보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승엽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각도 그렇지 않을까요?
일본야구 잘 모르고, 고쿠보가 누군지, 우에하라가 누군지 관심도 없지만
게슴츠레 눈은 풀린 것 같이 생긴 한국 사람이 일본에서 좀 잘한다니까 관심도 가고,
일본 투수들한테 홈런이라도 하나 치면, 마치 독도가 완전히 우리땅이라고 인정받기라도 한 것처럼 괜시리 기쁘고,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아주 잘하는 팀이라는데, 또 4번타자가 제일 잘하는 사람이라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거기서 잘 한다니까 평소에 야구에 관심없고 지금 국내 프로야구 1위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모습을 보고 응원 하게 되는 것이겠죠.
방송사는 <골수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합니다.
물론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이기 때문에, 스포츠 전문 채널이기 때문에 야구팬들을 더 배려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한화이글스 경기, 혹은 특정팀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골수 야구팬 보다는, 그저 지나가다 이승엽이 나오는 경기 우연히 보면 채널 고정하고 한번쯤 구경해보고 싶은 일반적인 '한국사람'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방송사에서는 당연히 그들을 위한 편성을 하겠죠. 내가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의 순위 보다, 맨날 독도가 지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 사람들을 상대로 싸우는 이승엽의 경기에 더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마 많지 않을까요? 우리가 프로축구 안봐도 박지성은 보는 것 처럼 말입니다.
저 역시 이승엽 경기는 그냥 해당 타석만 보여주면서 이원 중계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야구보다는 그저 <일본에서 뛰는 이승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그 정도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적지 않은 일본야구 마니아들은 그 경기를 보는 것이 재미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이승엽만 봐도 될 테니까요.
하지만 비싼 돈주고 중계권 사서 그렇게 하는 것도 또 보기 이상하겠죠. 방송사 내부적으로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을겁니다.
국내프로야구의 특정팀 팬으로서 좀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그 경기들을 통해 야구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늘어날 수 있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승엽 중계를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좀 찝찝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의미있는 일 아닐까요? ^^
첫댓글지금 방식을 이해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차라리 스포츠채널 외에도 야구중계를 할수 있도록 중계판권을 다른 채널들에도 나눠주면 좋을텐데요... 겨우 4경긴데.. xports가 국내경기 중계에도 손을 뻗으면 좋으련만... xports와 xtm이 두채널은 이승엽 원정경기를 동시에 중계하고 있네요
유럽과 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는 대다수 우리 나라 경기와 시간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국내 경기 중계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승엽 선수가 뛰고 있는 나라는 이웃한 일본이기에 우리 나라 야구 중계와 겹친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 거죠.
첫댓글 지금 방식을 이해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차라리 스포츠채널 외에도 야구중계를 할수 있도록 중계판권을 다른 채널들에도 나눠주면 좋을텐데요... 겨우 4경긴데.. xports가 국내경기 중계에도 손을 뻗으면 좋으련만... xports와 xtm이 두채널은 이승엽 원정경기를 동시에 중계하고 있네요
한정되어 있는 밥그릇을 여럿이서 나눠먹다 보면 아무래도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되지요.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어쩔 수는 없는 부분 같습니다. 제가 방송사 사장이나 편성국장이어도 국내경기 두번 중계하느니 이승엽 한번 중계할 것 같네요.
국내야구를 중계하던 채널이 아닌곳에서 중계권을 사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긴하죠 xports/xtm에서 이승엽경기를 원정경기뿐 아니라 홈경기까지 중계했다면 모든야구팬들이 만족할수있었겠죠
축구의 박지성,이영표와 격투기의 최흥만을 예로 들어서 이해하니 정말 공감가는군요. 제가 야구팬입장에서 이승엽경기중계문제를 바라볼때는 못보던 점도 발견하게 되는군요. 정말 방송은 "일반 대중" 을 상대로 전파장사 하는 셈이지요.
이승엽 선수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나네요. 자신때문에 국내야구가 조금은 침체될 수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발끈해가지고 KBO 의 야구행정 후진성을 지적하던 인터뷰 기사 말입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는 대다수 우리 나라 경기와 시간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국내 경기 중계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승엽 선수가 뛰고 있는 나라는 이웃한 일본이기에 우리 나라 야구 중계와 겹친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 거죠.
국내야구팬으로써 아쉬운 마음은 들지만, 1번선발님의 말씀처럼 시야를 좀더 넓게 본다면 방송국의 정책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죠.
이해도되고 이승엽선수 잘했으면 하기도 하지만 암튼 서운하고 아쉬운건 사실이네요. ㅡ,.ㅡ;
엑스스포츠에서 전담중계하고 에스비에스는 국내야구하지...원정은 엑스스포츠가하고 홈은 에쓰비에스가 하고...전파낭비...ㅜㅜ(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