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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회-
도망치듯 가게로 돌아온 인서는 터질듯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숨이 가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힘껏 달려서가 아니었다.
사랑받는 건 늘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여겨왔다.
남들처럼 연인이 생기고 마음껏 응석부리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그런 평범한 일상은 인서에게 전혀 인연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눈으로만 바라봐야 했다.
그런데 짝사랑하던 상대에게 고백 받다니... 일생의 운을 지금 이 순간 모조리 써 버린 느낌이다.
도저히 진정되지 않아 쿵쾅쿵쾅 요란하게 뛰는 심장부근을 부여잡고 눈을 감은 채 깊게 심호흡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꿈이 아닐까싶기도 했다.
몇 번이나 눈을 깜빡여 봐도 잠이 깨는 느낌은 없어 현실이란 걸 받아들였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을 끌어안았던 강우의 두 팔이라던가 절박한 표정으로 했던 고백은 쉽사리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스스로에게 너무 자신이 없어 생긴 병적인 증상인지도 모른다.
고백 받은 이 순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하면서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괴로웠다.
“나도 당신이 좋아.”
그렇게 마음껏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강우의 감정이 그저 착각일지도 모르고, 잠시잠깐 스쳐가는 일시적인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권영이라는 별 볼일 없는 인간에게 붙들려 있는 인서가 불쌍하게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동정과 착각한 단순한 감정이라면......
두려움은 끝이 없었다.
꿈에도 바래왔던 사람의 고백조차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그렇게 한숨도 자지 못한 채 꼬박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짙은 다크써클에 퀭한 얼굴을 본 희주가 밤새 도둑이라도 들었냐며 기겁을 하고 물을 정도였다.
너무 고민을 해서 그런지 머리도 어지럽고 컨디션도 영 안 좋았다.
그래도 누나가 걱정할까 인서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일을 해나갔다.
내키지 않는 점심을 억지로 먹은 탓에 가슴이 답답해 몰래 화장실에서 토하기까지 했다.
모조리 토해내자 한순간 온 몸의 기운이 쫙 빠진 듯 그대로 주저앉을 것 만 같았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겨우 힘을 주어 지탱했다.
오늘 산책시킬 녀석은 하필 힘세기로 유명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였다.
외모와는 달리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녀석이었지만 육중한 몸무게에 온 몸이 근육으로 되어 있어 힘이 엄청났다.
평소엔 얌전한데 산책만 나가면 신이 나서 앞서가려고 달리는 통에 인서가 오히려 끌려갈 정도였다.
그나마 한 마리 인 걸 다행으로 여기며 핏불테리어를 데리고 오후에 가게를 나섰다.
공원까지 오는 내내 식은땀이 흘렀다.
컨디션도 나쁜데다 체하기까지 해서 몸이 갑자기 나빠진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일찍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겨우 공원 한 바퀴만 돌고 아직 가기 싫다는 녀석을 억지로 끌고 공원을 나가려했다.
근육질의 강아지와 공원 입구에서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누군가 불쑥 앞으로 다가왔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뜻밖에도 강우였다.
마치 연주회 때처럼 근사한 양복에 손에는 커다란 장미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이 시간이면 여기 있을 것 같았어. 자, 내 마음이야. 받아줘.”
보기에도 부담스런 새빨간 장미 수백송이가 눈앞으로 불쑥 다가왔다. 순식간에 주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여자라면 이 순간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양팔 가득 장미를 끌어안고 주위의 부러움을 살 것이다.
하지만......
몸이 아파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데 근육덩어리 핏불테리어는 어디로든 뛰어나가려 헐떡이고 있고, 어지러울 만큼 향이 짙은 커다란 장미송이들은 시야를 압박해 온다.
게다가 주위의 시선도 너무나 부담스럽다.
남자가 남자에게 새빨간 장미꽃다발이라니.....
어디선가 찰칵하고 신기한 광경을 찍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인서는 미칠 것 같았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잠깐!!”이라고 외치며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익숙한 그 목소리에 인서는 하아...하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하는 짓이야! 어제부터 당신 진짜 이상해! 이딴 거 인서가 좋아할 거 같아?! 인서는 장미 안 좋아해! 인서가 좋아하는 건 프리지아라고!! 그렇지??”
이 녀석은 또 왜 나타난 걸까...
인서는 강우와 자신 사이로 불쑥 끼어든 권영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자! 이거 받아! 내가 번 돈으로 산 거야!”
권영의 손에도 어김없이 프리지아꽃이 들려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강우는 한손에 다 들지 못할 만큼 많은 수백송이 장미였고, 권영은 비닐포장지로 싼 프리지아 몇 가닥...
그래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꽃을 인서에게 내민다.
“하하하하! 겨우 요걸 갖고 온 거냐?!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군! 꽃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강우는 자신의 꽃다발을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인서가 좋아하는 꽃도 모르는 주제에 무슨!”
“그런 건 차차 알아 가면 돼! 다음엔 프리지아를 트럭 째 싣고 와 주지!”
“흥!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냐? 인서는 돈에 흔들리는 인간이 아니야!”
“돈이 아니라 내 마음을 표현한 거야! 장미를 천 송이, 만 송이 가져와도 내 마음은 부족하다고!”
“아아! 느끼해 돌아가시겠네! 니가 무슨 이탈리아 남자냐?!”
“쬐끄만게 남자구실도 못하게 생긴 놈이 뭐라고 나불거리는 거야?”
“뭐...뭐야!! 네 놈이 지나치게 큰 거다! 난 대한민국 표준이라고!”
“아~ 너 때문에 대한민국 평균 신장이 줄었겠군. 불쌍해라”
“이...이 자식!!!”
권영은 분해서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꽃을 구겨버렸다.
인서는 점점 눈앞이 침침해지며 주위의 소음이 아득히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바로 옆에서 강우와 권영이 어린애들처럼 유치한 말싸움을 벌이고, 산책 나왔던 사람들이 좋은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어서 이 상황을 중지시키고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은 굴뚝같은데 오히려 몸에선 힘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틈을 노려 튀어나갈 궁리만 하던 핏불테리어가 앞으로 확 치고 나갔다. 인서의 손에서 순식간에 목줄이 빠져나갔다.
“...안...돼....”
개를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 발을 내디딘 순간 땅이 눈앞으로 불쑥 올라왔다.
“...아.......”
인서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눈을 뜨자 낯선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인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자신의 팔에 링겔이 연결된 걸 보고 병원이라는 걸 깨달았다.
“인서야! 괜찮아?”
침상 옆에 있던 권영이 바짝 다가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 어떻게 된 거야?”
“너 쓰러졌었어. 이것저것 검사 했는데 별 이상은 없고 요즘 과로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 것 같대. 이 수액 다 맞으면 가도 된대.”
“..그래...”
창밖을 보자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시간이었다.
쓰러진 때부터 몇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인서는 권영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나는 아까 왔다 가게 때문에 가셨어. 내가 있겠다고 얘기했어.”
“..응...고마워...”
그러나 인서는 희주를 찾는 게 아니었다.
무의식중에 강우가 있는지 찾던 인서는 권영밖에 없자 애써 실망하지 않은 척 시선을 돌렸다.
“네가.. 병원으로 옮겨준 거야?”
“...어?.. 그...그럼! 너 쓰러져서 내가 업고 뛰었지.”
“고맙다.”
“고맙긴 뭘. 당연한 거지.”
“....그..사람은..”
“누구? 차강우? 그 자식은 금방 돌아가 버렸어. 병원까지 같이 오긴 했는데 30분도 안 있다 가버리더라. 이상한 녀석이야. 분명 널 좋아한다는 것도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장난일 거야. 그 장미꽃다발 봤지?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게 하는 짓도 엄청 느끼해.”
“그만해.”
권영이 강우를 흉보는 게 싫어 인서는 차갑게 말했다.
“아, 참! 개! 내가 데리고 있던 개 어떻게 됐어?!”
갑자기 생각이 나 인서는 벌떡 일어섰다.
그 핏불테리어는 손님이 맡기고 간 개였다.
산책 도중 끈을 놓치며 기절해버린 탓에 개가 어떻게 되었는지 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 그 개. 모르겠어. 난 너 쓰러진 거 옮기느라 정신없어서 신경도 안 썼지.”
“안 돼! 손님이 맡긴 개란 말야! 잃어버리면 안 돼!!”
인서는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섰다.
“아직 일어나면 안 돼!
권영이 말렸지만 인서는 간호사에게 주사바늘을 빼 달라고 부탁한 뒤 서둘러 퇴원수속을 밟았다.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황급히 돌아갔지만 가게문은 닫혀 있었다.
아마 누나도 잃어버린 개를 찾으러 나간 듯 했다.
고객이 맡긴 소중한 개였다.
그들에겐 가족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런 개를 잃어버렸다는 건 단순히 가게에 손해를 끼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족을 잃어버리게 만든 크나큰 죄였다.
누나에게 전화를 하자 역시나 주변을 돌아다니며 핏불테리어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인서는 쉬라고 다그치는 누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길로 잃어버린 개를 찾아 나섰다.
가게까지 쫓아왔던 권영은 처음엔 같이 개를 찾는 척 하다 장사할 시간이라며 슬그머니 사라졌다.
인서는 아직 몸에 완전히 힘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수액을 맞은 덕분인지 아까보단 훨씬 걸음이 가벼웠다.
핏불테리어는 덩치는 컸지만 아직 한 살 밖에 안 된 어린 녀석이다.
훈련이 잘 되지 않아 천방지축 뛰어놀기를 좋아하니 어쩌면 넓은 공원이나 공터를 마구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무사히 집을 찾아가면 다행이지만 혹시나 흔치않은 종을 노리고 훔쳐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걱정이었다.
제발 무사하기만 간절히 빌며 어두워진 거리를 헤맸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 공원을 정처 없이 헤매며 개의 이름을 외치고 있을 때였다.
가로등 아래 한 남자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수풀을 향해 열심히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낯익은 실루엣에 설마했는데 역시나 차강우였다.
그는 하얗고 커다란 뼈다귀모양의 개껌을 흔들고 있었다.
“자, 착하지? 이리와. 이거 먹고 싶지? 줄 테니까 이리 오라니까.”
한 손으로 뼈다귀를 흔들며 슬금슬금 수풀을 향해 무릎으로 다가가는 강우.
그때 풀 사이에서 컹하고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인서가 잃어버린 그 핏불테리어의 소리였다.
“자, 어서 오라니까. 너도 이제 지쳤잖아? 우리 숨바꼭질은 그만 하자. 온종일 했잖아! 너 때문에 1년치 달리기를 다 한 느낌이야. 이제 그만하고 가자니까! 네 놈을 데려가지 않으면 그 사람이 엄청 곤란해진단 말야. 응? 제발 부탁이다.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그만 가자!”
그는 개를 향해 뼈다귀를 들고 비는 흉내까지 냈다.
그의 값비싼 양복이 잔뜩 구겨지고 흙투성이인걸로 보아 오랫동안 개를 쫓아 실랑이를 벌인 걸 알 수 있었다.
“자자, 제발 얌전히...”
슬금슬금 다가가 드디어 손을 뻗으면 목줄에 닿을 거리였다.
인서는 섣불리 나서서 일을 망칠까봐 꼼짝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옳지. 착하지.. 그래.. 그대로....”
개껌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 뒤 오른손을 뻗어 목줄을 잡으려는 강우.
“그래그래.... 자....잡았다!!!”
드디어 강우의 손이 개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으악!!!!”
오른손이 목줄을 잡은 순간 핏불테리어가 개껌을 덥석 물었다. 그의 왼손과 함께...
“안 돼!!”
인서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왔다.
그는 재빨리 강우의 손을 개의 입에서 빼냈다.
“읏!”
손등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인서는 마치 자신이 다친 듯 울 것 같은 얼굴로 강우의 손등을 감쌌다.
피아니스트로서 강우가 얼마나 자신의 손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기에 더욱 속상하고 화가 났다.
단순히 개껌인 줄 알고 덥석 물었을 뿐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개는 다행히 도망치지 않고 근처 풀숲에서 뼈다귀를 끌어안고 열심히 씹고 있었다.
인서는 손수건으로 급히 강우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
“어서 병원부터 가자.”
“일단 개부터 붙잡아. 희주씨한테 전화해서 데려가라고 하고.”
고양이에게 살짝 긁혔을 때만 해도 펄쩍펄쩍 뛰며 갖은 난리를 다 피우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강우는 의연하게 말했다.
“일단 병원부터 가야지!”
“얼른 잡으라니까! 내가 온종일 뛰어다니며 쫓아다녔다고!! 저 자식 잡힐만하면 도망가고 또 잡힐만하면 도망가고! 아주 나를 갖고 놀았단 말야! 열 받아서라도 꼭 잡아야겠어!”
강우의 고집에 인서는 하는 수 없이 개를 근처 나무에 묶어두고 희주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려주었다.
“됐지? 이제 누나가 데리러 올 거야.”
그제야 강우는 못이기는 척 인서에게 이끌려 병원으로 향했다.
원래 핏불테리어는 투견으로 길러지던 종이다.
그만큼 외형도 강인하지만 이빨도 더할 수 없이 단단하고 날카롭다.
그런 이빨에 물렸으니 가벼운 상처일리 없었다.
병원으로 가는 내내 인서는 초조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혹시나 강우의 손에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절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개 앞에서 커다란 개껌을 흔들며 다가갈 때 자신이 먼저 나섰더라면 그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응급실에서 상처를 소독하고 찢어진 손등을 꿰맸다.
다행히 손가락이나 다른 신경에 이상은 없었다.
꿰맨 자리만 덧나지 않고 잘 아물면 피아노를 치는 데 지장 없을 거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인서는 한시름 놓았다.
그래도 역시 연습을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마냥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제대로 고개조차 들지 못할 지경이었다.
겨우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왔다.
누나로부터 무사히 개를 찾아 주인에게 돌려주고 왔다는 연락이 왔다.
큰 짐을 마음에 질 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집으로 향하며 인서가 벌써 몇 번이나 되풀이했던 말을 또 되뇌었다.
“그럴 거 없다니까. 당신 몸이 안 좋은 것도 모르고 그 자식이랑 말싸움이나 하고 있던 내 잘못이지 뭐. 게다가 개까지 잃어버리면 큰일이잖아. 신용이 중요한 가겐데 맡은 개를 잃어버렸다면 장사 다 한 거지 뭐.”
“응.. 정말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됐다니까. 애초에 내 잘못이잖아.”
“아니야. 내 잘못이야.”
“나라니까.”
“아니.. 내 잘못..... 훗....”
서로 잘못했다 입씨름하는 것도 이상해 인서는 그냥 웃어버렸다.
“저기, 있잖아. 아까 나 쓰러졌을 때 업고 병원으로 뛴 거 차강우씨였지?”
“응? 아.... 정말 아깐 너무 놀랐다고.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쓰러지는 게 어딨냐? 십년감수했잖아.”
강우의 대답에 인서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기절했던 와중에도 어렴풋이 자신을 업고 씩씩거리며 뛰던 넓은 등과 어깨가 떠올랐다.
권영은 자신이 그랬다고 우겼지만 당황스런 상황일수록 도망치는 성격임을 알기에 백프로 그의 말을 믿긴 힘들었었다.
강우는 쓰러진 자신을 업고 병원으로 옮긴 뒤 다시 개를 찾으러 이 늦은 밤까지 온 동네를 뛰어다녔다.
개를 잃어버리면 인서가 얼마나 곤란해질지 알고 대신 찾아 나선 것이다.
동물도 별로 안 좋아하는 인간이 게다가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흙바닥을 누비며 그 혈기왕성한 핏불테리어를 쫓아다녔을 생각을 하니 우습기도 하고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을 향한 강우의 고백이 일시적이거나 착각일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강우의 행동은 다소 주변을 깔보고 제멋대로 굴던 평소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인서를 위해 다치는 것도 불사하고 애써준 것이다.
그 고마움을 어떻게 다 표현해야 할 지 모를 정도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그의 마음이 너무나 크게 느껴져 가슴이 벅차다.
집으로 향하는 길, 인서는 강우의 다친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주변을 살펴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 붕대를 감은 그 손등에 가만히 입을 맞췄다.
“당신 말.. 못 믿어서 미안해. 사실... 나 오래 전부터 좋아했었어.”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인서가 고백했다.
“..진짜야?? 정말 오래 전부터 날 좋아했어?”
강우가 믿기지 않는 듯 되물었다.
인서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이 아닌 거지? 분명 날 좋아하는 거지??”
“응. 차강우. 당신 말야.”
“오오오!!!”
강우가 괴상한 환호성을 질렀다.
“저기... 지금 키스해도 돼? 조금만.. 응? 조금만 할게!”
다짜고짜 얼굴을 들이대자 인서가 화들짝 놀라 밀어냈다.
“안 돼!”
왜?! 라며 절망적으로 외치는 강우에게 인서는 부드럽게 웃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집에 가서......”
그의 속삭임에 강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곧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아까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경보하듯 걷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을 지나쳐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털을 부비러 느긋하게 다가오던 고양이가 후다닥 지나쳐 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야옹하고 불만스럽게 울었다.
한마디 말할 새도 없이 침대위로 쓰러졌다.
처음부터 열린 입술 사이로 성급하게 혀를 밀어 넣어 거침없이 빨아들였다.
그동안 쌓인 몫을 한꺼번에 하려는 듯 숨 쉴 틈도 없이 밀착 된 채 모든 걸 앗아가는 격렬한 키스가 오갔다.
“자..잠깐.. 손 조심해”
인서는 자꾸만 강우의 다친 왼손이 신경 쓰였다.
“내가.. 위로 갈게”
강우를 살짝 밀어 침대에 눕힌 후 인서가 그 위로 올라탔다.
“오오! 적극적인데?”
강우가 놀리자 인서의 얼굴이 붉어졌다.
“무슨.. 난 그냥 네 손이 걱정 되서...”
“낮에는 요조숙녀 밤에는 요부. 역시 멋져.”
“아니라니까!”
“자, 날 마음대로 해도 좋아.”
강우는 두 팔을 활짝 펼치고 대자로 뻗은 채 눈을 감았다.
“장난치지 마!”
인서가 강우의 가슴을 퍽하고 때렸다.
“윽! 설마 사디스트는 아니겠지? 난 M기질은 없어서...”
“정말 못 말리겠다.”
인서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인서를 올려다보는 강우의 가슴이 행복으로 벅차올랐다.
이런 만족감은 처음이다.
상대방의 웃는 얼굴이 이토록 보기 좋다니....
그저 웃게 한 것뿐인데 왜 이리 뿌듯한 걸까?
매일 웃게 만들고 싶다.
늘 곁에 두고 저렇게 행복하게 웃으며 아무걱정 없이 살게 해 주고 싶었다.
강우는 자신이 이토록 이타적인 사람이었나 싶어 스스로도 의아했다.
그러다 문뜩 이런 생각은 오로지 인서에게만 적용된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유인서란 사람이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여태껏 만나왔던 그 어떤 사람에게서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다.
스스로의 만족이 아닌 상대의 행복을 바라다니......
이런 감정이 사랑이라면 자신은 분명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스스로도 모르게 입으로 튀어나왔다.
“사랑해.”
인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겁하게 혼자만 듣지 말고 나한테도 말해줘.”
강우가 재촉하듯 인서의 뺨을 쓰다듬었다.
인서가 사랑한다 말해주면 기분이 어떨까?
너무 행복해 이대로 심장이 멎어버릴 지도 모른다.
대답을 기다리던 강우는 인서의 눈에 서서히 눈물이 차오르는 걸 보았다.
그렁그렁 차오르다 이내 감당하지 못하고 흘러넘친다.
강우는 손가락으로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아 주었다.
촉촉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몸을 일으켜 끌어안고는 젖은 눈가에 입맞춤을 했다.
짭조름한 눈물맛이 났다.
“...나도...”
“응?”
“.....사.......랑.....해......”
새빨개진 얼굴, 울어서 젖은 눈동자. 살짝 떨리는 입술.
왜 이리 사랑스럽게 보이는 걸까.
이대로 품에 꼭 안고 아무데도 보내고 싶지 않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
꼭꼭 숨겨 품에 안은 채 영원히 자신만의 사람으로 가둬두고 싶다.
강우는 진한 욕망을 숨긴 채 인서를 끌어안았다.
인서도 목 뒤로 팔을 둘러 강우를 바짝 껴안았다.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두 사람의 몸이 하나가 되었다.
숨소리마저 사랑스럽다.
이 순간 서로가 같은 마음이라는 게 완벽히 느껴졌다.
이 사람 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
세상에 그 무엇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걸 품에 안았다.
그 외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
“잘 다녀와”
희주의 배웅을 받으며 인서는 가게를 나섰다.
오랜만에 입은 양복이 어색해 자꾸 넥타이에 손이 간다.
오늘은 강우의 연주회가 있는 날이다.
예전 초대장을 받고도 가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일찌감치 프로그램까지 챙겨들고 연주회장으로 향했다.
강우가 연습하는 걸 매일 들어서 그런지 인서는 이미 곡 전체를 외울 정도였다.
게다가 첼로와 바이올린 협연도 준비되어 있어 멋진 공연이 기대되었다.
가는 길에 예쁜 꽃다발도 샀다.
연주회가 끝나면 전해줄 예정이다.
여름의 절정을 향해가는 7월, 무더운 여름밤을 식혀줄 바람이 살랑살랑 기분 좋게 불어왔다.
고백을 받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로 어느새 두 달여가 훌쩍 지나갔다.
강우의 집 2층 방은 더 이상 게스트룸이 아니었다.
침대, 테이블, 책꽂이와 장식장까지 새 걸로 싹 바꿔놓은 강우가 반 강제로 인서를 자신의 집으로 이사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새로 들여놓은 침대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매일 밤 강우의 방에서 함께 잠드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자연스레 침대 발치에 고양이까지 합세해 아침에 일어나면 셋이 뒤엉켜 자는 모양새였다.
지나는 여전히 강우네 집에서 느긋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 몇 번인가 입양지원자가 나섰지만 강우는 또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서 퇴짜를 놓았다.
결국 인서는 인터넷에 올렸던 글을 슬그머니 지워버렸다.
여전히 고양이에게 쌀쌀맞지만 강우는 지나를 아무데도 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처음엔 자신의 침대에 올라오는 걸 소리소리 지르며 싫어하더니 이젠 얼굴을 맞대고 자고 있다.
똥만 많이 싼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때가 되면 밥과 간식을 챙긴다.
어느새 사람과 고양이는 서로에게 익숙해져 갔다.
서로의 마음이 통한 그날 이후 강우는 유정과 헤어졌다.
하루아침에 이별 통보를 받은 그녀는 납득하지 못해 한동안 찾아와 화를 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진짜 사랑을 찾은 사람의 마음을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떠 제일 먼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건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멋진 기분이었다.
인서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눈만 뜬 채 물끄러미 강우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다.
볼 때 마다 꽉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싶다.
반듯한 이마에 짙은 눈썹. 높은 콧날과 날렵한 입매.
이 남자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입 속으로 매일 아침 사랑해.. 라고 고백하며 일어났다.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충만한 하루하루였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연주회장 입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매표소에는 매진. 현장판매불가 라는 문구가 나붙었다.
사람들은 강우의 얼굴이 큼직하게 찍힌 팜플렛을 사고 실물 크기로 제작된 판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공연 십분 전을 알리는 안내 방송에 인서는 표를 내고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곧 2층까지 객석이 꽉 들어찼다.
공연시작을 알리는 웅장한 종소리가 들리자 장내가 고요해졌다.
잠시 후 하이라이트 조명을 받으며 강우가 무대에 나타나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는 헉하고 숨이 막힐 만큼 멋진 모습으로 모델처럼 걸어 나왔다.
여자들의 탄성소리가 술렁술렁 들려올 정도였다.
인서는 강우가 준 앞자리 VIP석을 마다하고 중간쯤 사람들 틈에 섞여 앉았다.
공연 중에 눈이라도 마주치면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울 것 같아 일찌감치 인파 속으로 숨어버린 것이다.
그걸 알 리 없는 강우는 무대에 서자마자 두리번거리며 인서를 찾기 시작한다.
인서는 자세를 낮추고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가렸다.
강우가 마이크를 들고 공연 전 인사말을 했다.
“제 리사이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많은 곡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연인과 오셨다면 달콤하고 화사한 모차르트의 곡을 즐겨주세요. 실연 중이라도 걱정할 것 없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위로해 줄 슈베르트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자, 제 공연에선 격식을 따질 필요 없습니다. 연주를 감상하기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주세요. 연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셔도 좋습니다. 익숙한 멜로디라면 흥얼흥얼 따라 부르는 것도 환영입니다. 연주 중에라도 마음이 움직이거든 박수를 치셔도 괜찮습니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껏 연주를 즐겨주세요.”
강우의 말에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인서 같이 클래식공연이 낯선 사람에게도 강우의 연주회는 기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박수소리가 잦아들고 주위가 다시 조용해졌다.
“지금 이곳 어딘가에 있을 그 사람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고맙고... 사랑합니다.”
갑작스런 공개고백에 객석에선 탄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쩌면 내일아침 인터넷 신문에 인기 피아니스트 차강우의 연인은 누구? 라는 타이틀이 걸릴지도 모른다.
물론 그 사람이 인서라고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곧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현란한 연주에 금방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 중 한 사람. 고백을 들은 당사자인 인서는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이런 공개적인 무대에서 대놓고 고백을 할 줄은 몰랐기에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오늘 밤 집에 가면 단단히 잔소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두 시간에 걸친 공연이 막을 내렸다.
긴 시간임에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멋진 연주회였다.
강우의 열정적이고 섬세한 연주는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인서는 몇 번이나 몸에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날 뻔 했다.
옆에 앉은 여자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 인서는 보관함에 두었던 꽃다발을 찾아 무대 뒤 대기실로 갔다.
문을 열자 땀으로 흠뻑 젖은 연미복을 벗는 강우의 모습이 보였다.
두 시간에 걸친 연주회를 끝내면 온 몸이 땀에 젖는다고 했다.
“어서와. 공연 어땠어?”
몸에 달라붙은 셔츠를 벗으며 강우가 물었다.
“최고.”
인서는 그에게 다가가 꽃다발을 내밀었다.
“땡큐. 하지만 꽃다발보다 더 받고 싶은 게 있는데...”
“아!..”
셔츠를 벗어던진 그가 인서의 허리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가벼운 입맞춤으로 시작된 키스가 점점 깊어져갔다.
“으..음... 그만....”
인서는 강우의 가슴을 밀어내려했지만 강우는 교묘히 각도를 바꿔 다시 키스해 왔다.
허리를 감았던 손이 점점 내려가 엉덩이를 더듬자 더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인서가 강우의 머리카락을 확 잡아당겼다.
“아얏!”
“그만하라니까.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
“쳇... 어차피 내 대기실에 불쑥 들어올 사람은 없다고.”
“그래도.”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로널드씨. 부탁하신 거 준비됐습니다.]
문밖에서 들려온 스탭의 목소리에 강우는 벗어두었던 겉옷을 다시 걸쳤다.
“자, 이리와 봐.”
그는 인서의 손을 잡고 대기실을 나섰다.
두 사람은 관객이 모두 돌아가고 텅 빈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무대 위엔 아직 피아노가 놓여 있고 그 주위를 조명 하나가 밝히고 있었다.
강우는 인서를 피아노 옆에 세우고 의자에 앉았다.
“이건 당신을 위해 만든 곡이야.”
“...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갑작스런 이벤트에 깜짝 놀란 인서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뜨자 강우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고는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곧 처음 듣는 곡이 연주되었다.
집에서 연습하는 걸 늘 들어왔는데 이 곡을 들은 적은 없었다.
인서를 놀래 켜 주려고 몰래 만들어 연습해 온 것이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주위를 에워싼다.
인서는 강우의 옆자리에 살며시 기대앉았다.
달콤하고도 사랑스런 음들이 귀를 통해 가슴으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을 향한 강우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멜로디였다.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음표 하나하나가 사랑한다 말해주는 듯 했다.
듣는 것만으로 얼굴이 붉어질 만큼 솔직한 연주였다.
“어때?”
귀를 간질이며 부드럽게 연주를 마무리한 강우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인서는 뜨거워지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반칙이잖아. 그런 연주 실력에 곡까지 만들다니...”
“맘에 들어?”
“응. 선물... 고마워.”
세상 그 어떤 값진 보석을 준다 해도 자신을 위해 만든 이 곡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사랑해”
인서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강우의 목을 끌어안았다.
“우와!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는걸!”
“또 들려줘.”
“물론이지.”
“매일 들려줘”
“응. 매일 매일 당신이 원하면 언제라도 들려줄게”
“......고마워.... 사랑해....”
“아아.. 이러지 마. 귀에 대고 그렇게 속삭이면 나 다리에 힘이 풀린단 말야.”
“풋...”
강우의 볼멘소리에 인서는 웃음이 터졌다.
“집까지 못 참을 거 같아. 여기서 하면 안 되겠지?”
“당연히 안 돼.”
“그럼 빨리 차로 가자.”
“차에서도 안 돼.”
“으아! 짠돌이!”
억울하단 듯 울상을 짓는 모습에 또 웃음이 난다.
“그 대신 집에 가면.... 원하는 거 다 해 줄게”
얼굴을 붉히며 속삭이는 인서의 말에 강우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 전에.... 한번 더 들려줘. 네가 만든 곡.”
“아아... 제발! 집에 가서 치면 안 될까? 나 좀 급하거든!”
“지금 듣고 싶은데.... 안 돼?”
서운한 표정으로 되묻는 모습에 강우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괴로워했다.
“으으!!.. 진짜 못 말리겠네. 알았어.”
다시 피아노와 마주한 강우는 좀 전에 쳤던 인서를 위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뭐야. 아까랑 완전 다르잖아.”
“당연하지. 초스피드로 치고 있거든!”
달콤하고 부드럽던 음들이 경쾌한 왈츠처럼 바뀌어버렸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만큼 최대 스피드로 한 곡을 후다닥 쳐버린 강우는 마지막 음표를 누르자마자 벌떡 일어나 인서를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손목이 잡혀 허둥지둥 끌려가며 인서는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강우는 이렇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웃게 만든다.
두려울 정도로 매일이 행복하다.
단단히 붙들린 손의 감촉과 뜨거운 욕망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그의 마음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보다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 사랑받을 수 있을까?
앞서 달리는 강우의 등을 바라보며 인서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사랑한다고 외쳤다.
어떤 상황이 와도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기쁨과 위로가 되어주자고.
벅찬 가슴으로 몇 번이고 외쳤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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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진짜진짜 감사드려요!
이번엔 가벼운 내용이라 연재가 빨리 끝났어요.
좀 더 그럴싸한 걸 쓰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ㅜㅜ
다음엔 더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첫댓글 오오~~ 수고하셨어요~!!ㅋㅋ 완결이..빠르네요..ㅠ 뒷편 없나요?ㅠ
좀 빠르긴 하죠.^^; 끝까지 봐주셔서 고마워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4.06 10:4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4.06 20:13
드디어 완결이네요^^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그러게요.. 벌써 완결이네요^^ 제가 생각해도 뭔가 후딱 끝난듯해요.
완결이네요...... 아쉬워라
글 잘 읽고 갑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봣어여 다른 작품도 기대할꼐여
빠른 시일안에 올려주세여..수고하셧어여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5.23 21:25
완결까지 정주행하고 갑니다! 늦엇지만 수고하셧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