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라진에 다녀왔습니다.
한주일나마 되는 국경절 휴가를 어떻게 보낼가 궁리하던 나는 사업이 바쁜 남편을 졸라 조선의 첫 개방도시인 라진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몇번 조선에 유람을 다녀온 경험도 있는지라 나는 이것저것 준비하고 떠날 차비를 서둘렀다. 일박 이일의 유람인데도 짐이 가볍지는 않았다. 려행코스에 라진의 유치원도 참관한다니 그애들한테 줄 선물과 수시로 변하는 날씨에 입을 옷들까지 챙기고 나니 참으로 유람을 가는 기분이 났다.
전에 다녀온 칠보산이거나 금강산 유람과는 달리 려권을 소지한다고 해서 나와 남편은 일일이 챙겨넣고 길을 떠났다. 연길에서 떠난 뻐스는 한껏 들뜬 우리일행을 싣고 훈춘으로 달렸다. 날씨도 려행객들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것처럼 청명한 모습으로 우리를 바래고 있었다.
우리와 한팀이 된 일행은 모두 19명, 안내양의 주의사항과 라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들으면서 우리는 훈춘시 해관에 도착하였다. 중국측에서의 려권심사가 간단히 끝나자 우리일행은 뻐스로 두나라를 이어주는 국교를 건너 라진의 원정해관에 도착하였다.
우리가 원정해관에 도착하였을때는 우리의 시간보다 한시간 이른 시간인 12시였다. 개방도시로 향하는 관문이여서 그런지 중국측에서는 느끼지 못하였는데 원정해관은 장사일로 길을 나선 사람, 우리처럼 려행길에 나선 사람들로 붐비였다. 헌데도 점심시간이라고 해관일군들은 문을 닫아 버렸다. 오도가도 못하고 해관문앞에서 배를 곯으면서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한껏 들떠있던 심정도 소태를 씹은 기분이였다. 배를 쫄쫄 곯으면서 기다리노라니 이곳으로 려행지를 잘못 잡았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거기다가 오후2시가 되여야 검사를 시작한다니 원정해관앞에 죽치고 앉아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붐비는 사람들속에서 한나절을 기다려서야 출입국검사가 시작되였다. 한참 지나서 우리들이 들여보낸 려권이 나오기는 하였는데 남편의것이 없었다. 가이드아가씨가 왜 없냐고 물었지만 원래 들여보낸것들이 이것이 전부 라는것이였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였다. 가이드아가씨는 나를 비롯한 다른 려행객들에게 떠나자고 하였지만 같이 떠난 려행길에 남편만을 두고 나만 홀로 갈수는 없었다. 하여 나는 남편과 함께 그곳에 남아 가이드가 해결해주기를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화도 나고 배도 고팠지만 여기에서는 모든것이 통하지 않는 무법지대였다. 반시간도 넘어 지나서야 해관일군이 려권을 갖고 나왔는데 남편의 려권에 친분이 있는 한국 아주대학분들의 명함장이 끼여있었던것이 탈이였던것 같았다. 알고 나니 한심하기도 하고 허탈한 기분도 들었다.
아무튼 그럭저럭 함께 간 일행을 싣고 뻐스는 뒤에 뽀얀 먼지를 일구며 선봉- 라진을 향해 달렸다. 원정해관으로부터 라진까지의 거리는 54km, 고속도라면 반시간이면 족할거리지만 비포장도로에 꼬불거리는 산길이라 웬만한 운전재간으로는 엄두도 내지 말아야 할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들척이는 차에 앉아 달릴때에야 나는 가이드아가씨가 한시간반의 무료안마를 해준다던 말도 이해할수가 있었다. 차창밖으로는 산지의 들판이 피끗피끗 모습을 들어냈다 감추며 수줍은듯 숨어버리기도 하였다. 나는 영글어가는 가을들판을 바라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는데 옥수수의 껍질들이 전부 벗겨져 있어서 조선의 가이드와 물었더니 빨리 마르라고 그렇게 한다는것이였다. 곳마다 가을을 맞는 방법이 참으로 다양한것 같다.
한참을 달려서 우리는 선봉에 도착하였다. 선봉의 원래 지명은 웅기였는데 남자들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였다고 한다. 93년도에 개방도시로 거듭나면서 선봉이라고 불리게 되였는데 아마 조선의 첫 개방도시이니 개혁의 선봉이란 뜻은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한다. 참 재미나면서도 의미있는 이름인것 같다. 조선도 선봉을 따라서 개혁의 바람이 불어 닥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해가 질무렵에야 뻐스는 라진시가지를 지나 김일성장군이 다녀간적이 있다는 해양마을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기념사진도 남기고 바다가 마을에서 시원한 박우물도 맛보며 려행의 기분을 만끽하였다.
저녁에는 라진에서도 이름있다는 라진호텔에서 바다물로 만든 두부와 록색식품들로 만든 반찬들을 맛보며 오가는 정도 나누고 바다가에 자리한 추진호텔에서 하루의 피곤을 풀었다.
이튿날에는 라진시가지의 이곳저곳을 돌며 쇼핑도 하고 시가지의 모습을 둘러 보기도 하였다. 조선에는3개의 직할시가 있는데 평양, 남포, 라진이라고 한다. 라진은 직할시라고는 하지만 인구4만밖에 되지 않는 특구로서 중국의 도문시가지만큼 크다고 한다. 외자기업들도 주로 중국의 중소기업들이 투자하여 세운 공장들이 대부분이였다. 그 가운데서도 연변현통그룹의 소유로 되고 있는 라진항의 제2부두는 동북아 물류중심이라고도 할수 있을만큼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그외에도 해산물 가공공장과 중소공장들이 여기저기 적지 않게 늘어서 있었는데 멀지 않은 앞날에 조선의 경제발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올것이라 내심 믿어 마지 않는다.
라진시가지를 돌아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고 하면 호화로운 모습을 자랑하면서 우뚝 서있는 도박장이라고 해야 겠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면 도박장에는 세가지가 없다고 하는데 건물에 창문이 없고 거울이 없고 시계가 없다고 한다. 창문은 해빛을 차단하여 바깥과 단절된 곳으로 만들기 위함이고 시계가 없는것은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도 모르고 놀라는 뜻이고 거울이 없는것은 돈을 잃었을때의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 곳이니 될수록 가지 않는것이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부자와 관리들이 원정도박으로 드나든다고 하니 서글픈 일이 아닐수가 없다.
우리는 라진시내에서 마지막 코스로 라진유치원을 참관하였다. 3세부터 6세까지의 귀여운 어린이들이 나와서 장기 자랑도 하고 여러가지 표현도 하였는데 줄넘기를 하면서 긴줄을 넘는 모습과 후라채를 돌리면서 춤을 추는 모습, 여러가지 악기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였던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귀여운 그애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가슴이 짠해 나면서 목이 메여왔고 눈시울이 젖어 왔다. 나는 려행길에 소중히 들고 나니던 작은 선물들을 내놓는것으로 서글픈 마음을 달랬다. 어느날 그애들도 오늘을 추억하면서 행복한 웃음을 지을때가 있으리라.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는 라진시가지를 뒤로 하고 려행의 마지막 코스인 비파도로 향하였다. 중국의 전통악기인 비파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중턱에서 내려다본 비파섬의 모양은 비파란 악기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비파섬에는 섬을 지켜선듯 호화로움을 자랑하고 있는 영황그룹에서 세운 도박장이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마주보고 있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 성룡도 투자자의 한사람이라고 하니 들어가서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도박장이 문을 닫아서 들어갈수가 없다고 하였다.
우리는 비파섬에서 배를 타고 물결을 가르면서 물개를 보러 떠났다. 해양공원이 아닌 동해의 한가운데서 한가로이 해빛쪼임을 하고 있는 물개들을 보노라니 비록 6,70년대의 락후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 가슴이 아프기는 하였지만 오염되지 않은 신선함을 느낄수가 있어서 기분은 맑은 동해만큼이나 상쾌하여 났다.
배에서 내려 다시 뭍에 오른 나와 남편은 해삼이며 대하며 멍게와 같은 해산물들을 맛보며 바다로 려행온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아름다운 동해를 바라보면서 나는 찌들고 때묻은 나의 마음을 비우기도 하였다.
매번 바다를 보면서 배우고 느끼며 참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모지름을 쓰는 나다. 주어진 일상에 만족하고 그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열심히 살아가리라 다지면서 오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본다.
2일간의 짧은 려행이지만 먼 후날 오늘을 추억하면서 그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견디리라 다지면서...
2009.10.30. 씀
첫댓글 조선의 라진에 다녀 온지도 벌써 한달이 되였네요.. 그동안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피일차일 미루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글을 마무리 지어 올리게 되네요.. 한번도 다녀오시지 못한 분들을 위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는지 하여 올린 글이니 읽으시면서 라진의 이모저모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녀오신 분들은 읽으시면서 틀린점이거나 부족한점들을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가을 여자님이 올리신 글 감명깊게 보았어요. 저도 라진에 몇본 다녀왔지만 한번도 글을 써서 올려본적이 없어요. 이렇게 오늘 님이 쓰신 글을 보노라니 제가 갔을때의 일이 생생하게 떠 오르네요.......북조선의 애들은 정말 노래도 잘부르고 춤도 잘추지요. 인상이 너무도 깊어요. ......잘 보고 내립니다. 좋은 글 많이 기대할께요. 좋은 시간되세요.
ㅎㅎㅎ 안녕하세요? 저도 전에는 려행을 많이 다니기는 하였지만 글로 남기는 일은 적었어요...사진들만 가득 찍었죠. 근데 시간이 지나니 어떤 일들은 기억에서 많이 잊혀지더라구요.. 그래서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글로 남기면 후에 다시 떠올려도 잊혀지지 않을것 같아서 쓰는거랍니다.. 그러니 님도 지금부터라도 써보시기 바랍니다. 항상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좋은 려행을 하였네요. 가까운 라진이지만 먼 라진이기도 한 조선의 개방도시가 나날이 발전하여 조선의 면모개변에 선줄이 되기를 바랍니다. 좋은 글이였습니다. 틀린 글자가 없이 차근히 수개한점 울님들의 본보기로 될겁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였습니다.
국경절 기간 온가보총리가 조선을 방문하여 라진항을 대련항에서 빌리는 조건으로 라진-선봉도로를 건설하여 주기로 합의하였다니 이제 1.2년내에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라진 유람길이 더 편안하고 쉬워질거라 여겨집니다. 그때면 지기님도 한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항상 격려해주시기에 못난 글이지만 감히 올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좋은 려행 의야기 잘보았습니다. 앞으로 라진 바다가에 갈땐 눅거리 둥그런 과자 한마대 가지고 가는걸 잊지 말아요. 바다가에서서 둥그런 과자를 하늘 향해 뿌리면 갈매기들이 떼를지어 날아옵니다. 사진 찰칵하기 좋은 순간이죠. 과자 뿌려주다가 애들이 불쌍해서 주고 왔습니다만 ...... 좋은글 기다립니다.
선생님도 다녀 오셨네요..함께 가신 분이 갖고 가셔서 갈매기들한테 주는걸 보았는데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던 갈매기들이 하나둘 모여 들더니 어느새 수백마리가 되게 모였더군요. 헌데 사람단련이 없는지 물에 떨어진것을 주어먹지 뿌리는것을 받아 먹지는 않던데요..한국의 인천에서는 갈매기들이 약아 빠져서 사람이 언제 뿌리나 기다리던데...선생님의 착한 성품이 댓글에서도 알리 네요.. 항상 건강하세요.
아침 일찍일어나서 조선남자아이들이 물에들어가 직접 캐낸 조개을 사가지고 와서 맛있게 먹은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짧은 물고기를 싸가지고 와서 먹으니 넘 맛있던것이요 .글보면서 맛있던 기억과 오염되지 않았던 바다가 생생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비파도를 에돌면서 바다구경을 멋지해 한기억 말입니다 글보면서 아름다운 추억에 잠겼다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님도 다녀 오셨네요.. 그러고 보니 가보신 분들이 많네요..근데 같은 조선땅이면서도 라진은 개방도시여서 그런지 물가가 엄청나게 비싸던데요.. 전에 칠보산에 갔을때는 멍게를 배낭같은데 넣은걸 무게로 가늠하여 샀댔는데 이번에 보니 한마리에 인민페 5원씩 하고 해삼은 한마리에 인민페 10씩 하더군요.. 게는 큰 털게가 한마리에 40원씩, 이건 조금 눅죠? 고운 자취를 남기셔서 감사하구요 님도 항상 좋은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종종 가까운데 있는것을 소홀히하고 보지못하고 소중히 여기지못한다고 합니다 . 라진이 우리와 가까운곳에 있는것조차 모르고 있었씁니다 . 님의 라진여행기를 보고 라진으로 가보고싶은 충동을 느끼군요. 물개들이 꿈틀거리는 바다, 게와 조개를 듬뿍 먹을수있는 식사, 유치원아이들의 공연 ,,, 눈에서 보는듯이 안겨오는군요. 수고하였씁니다
댓글 다신 분들이 모두 다녀 오셨다니 공연한 일을 한건 아닌가 했는데 못 다녀 오신 분들도 있네요.. 앞으로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쯤은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좋은 추억으로 되겠죠. 고운 자취를 남기셔서 고마와요.. 님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생동하게 쓴글에서 함께 려행하는 기분입니다.가을여자님의 좋은글 많이 기대합니다
지기님께서도 고운 자취를 남기셨네요.. 자주 들어와 댓글을 달고 글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처음으로 알게된 카페기에 항상 마음속에 따뜻함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카페가 저에겐 가족같고 친구같은 존재죠..ㅎㅎㅎ 지기님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라진려행기 자세히 쓰신 글 읽으면서 다시금 떠올려보는 유치원어린이들의 귀여운 모습입니다.옷은 물론 먹는 식품에 이르기까지 한국꺼만 고집하는 우리 아이들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아이들이라 다녀오신분들 모두 혀를 차더군요.라진에는 중국물건들도 많다고 들었어요.라진--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이지만 언제든지 가볼 기회가 잇을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한번씩 다녀올때마다 우리들의 지난 시절도 떠오르고 가슴아픈 정경들을 보게 되여서 아끼면서 살아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신다면 님도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항상 즐겁고 고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사진에서 보았는데 글을 몰리셨네요 ~~너무 생동하네요~~님의사진과 이글을 함께 감상하니 너무 즐겁네요 제가 마치 애들과같이 라진간것처럼 ~~~감명깊은 글 잘보고 내려요 즐건 주말 되세요
원래는 인차 써서 올려야 하는데 가증을 부리다 나니 이제야 올리게 되였네요..요즘은 님이 올린 시들을 보면서 자신을 많이 반성합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님의 여행기를 통해서 머나먼 조선의 개방구역의 모습을 잘 전해 듣습니다. 언젠가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하여 우리동포들이 다 잘살았으면 합니다.여행도 의미있게 하시고 좋은일도 하시고 오셨네요. 남편분을 잘 챙기시는 님의 모습에서 행복한 가정을 엿볼수도 있어요.언제나 즐거운 날 되시고 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영혼.
령혼님도 다녀 가셨네요..조금이나마 조선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셨다면 그것만으도 이글을 올린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조선의 어린이들을 보면 자신이 갖고 갔던 모든것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우리들이 먹으려고 갖고 갔던 간식들도 전부 털어서 내놓았구요.. 아무튼 하루 빨리 통일의 대업을 이루어 한민족이 하나로 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섬세하게 올린 라진의 이모저모 잘 보았습니다 ..통일의 그날 기대하면서 님의 좋은글 많이 기대 됩니다 늘 하시는일 뜻대로 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