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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약우(大賢若愚)
크게 현명한 자는 어리석은 듯 보인다.
大 : 클 대(大/0)
賢 : 어질 현(貝/8)
若 : 같을 약(艹/5)
愚 : 어리석을 우(心/9)
출전 : 박동량(朴東亮)의 기재잡기 1(寄齋雜記一) 역대 조정의 옛이야기 1(歷朝舊聞一)
문익공(文翼公) 정광필(鄭光弼)이 한 동서가 있었는데, 그 장모가 외출하는 것을 보고 그 가마 뒤를 따라가 가마의 동쪽을 부축했다가 서쪽을 들었다 하면서 소리를 높여 교군들을 단속하여 장모가 가마에서 내린 뒤에야 그만두었다.
훗날 문익공이 또한 그 장모의 행차를 따르게 되었는데, 가마가 옆으로 기울어도 내버려 두고 적적하게 한 마디 말도 없었다. 가마에서 내린 뒤에 장모가 아무개만 못하다고 꾸짖었으나, 공은 역시 노하는 빛도 없이 다만 '예, 예' 할 뿐이었다.
또 판서 한형윤(韓亨允)과 대사헌 성세순(成世純)과 동문학우였고, 진사 초시에도 같이 합격하였으며 함께 문과 초시에도 합격하였는데, 같이 산골 절에 들어가서 약속하기를, "대과를 해야지 진사시 같은 것은 하러 갈 것 없다. 만일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있으면 다같이 공격하기로 하자" 하였다.
어느날 공이 말하기를, "내일이 내 생일이니 부모님들을 뵙고 돌아와야겠다" 하므로, 같이 있는 분들이 허락하고, 또한 "전의 약속을 잊지 말라" 하므로, 공이 그런다 하였다.
그리고는 산에서 내려 왔더니, 부모가 권유하기를, "내일이 바로 회시 날이다. 시험지와 붓과 먹도 이미 준비해 놓았으니, 그냥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공이 약속한 일이 있는 것을 말하여도 또한 꾸짖으므로 공이 마침내 억지로 시험장에 들어 갔다 나와서는 바로 절로 올라갔더니, 같이 있는 분들이 크게 떠들면서 약속대로 달려들어 치기를 요즈음의 이른바 거풍(擧風 사지를 잡고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과 같이 하였다.
공이 천천히 일어나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하기를, "약속은 저버린 것은 나의 본의가 아니기에 아무렇게나 써서 꼴찌를 한 것인데, 어찌 꼴찌하고도 이 괴로움을 당할 줄 알았느냐" 하였다.
그 해에 그분들과 공이 모두 대과에 급제하여 마침내 명신(名臣)들의 으뜸이 되었다.
옛말에 이르기를, "대현(大賢)은 어리석은 것 같고, 대덕(大德)은 어설픈 것 같다(古語曰大賢若愚, 大德若疏) 하였는데, 공이 이와 근사하였던 것이다(公近之矣)."
고수는 밑지는 장사를 한다
약우(若愚)는 도가(道家)의 가르침인 '대현약우(大賢若愚)'에서 따온 말이다. 크게 현명한 자는 어리석은 듯이 보이고, 크게 곧은 것은 굽은 듯이 보이는 법이다. 바둑의 '약우'는 "어리석어 보여도 나름대로 꾀가 있다"는 뜻이지만 그 어리석음은 큰 지혜(智慧)와 통한다.
'논어'에 보면 공자(孔子)가 위나라의 대부 영무자(甯武子)에 대해 "그의 지혜는 누구나 따를 수 있지만, 그의 어리석음은 아무나 따를 수가 없다"고 평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리석게 보이는 것은 아무나 쉽게 흉내 내지 못하는 경지다. 매사마골(買死馬骨)의 고사에서 약우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를 잠시 더듬어 보자.
여기 죽은 말의 뼈가 있다. 보통 말이 아니고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명마인 천리마의 뼈다. 돈을 주고 산다면 얼마를 줘야 할까? 아니, 죽은 말의 뼈다귀를 돈까지 줘가며 사야 할까?
셈이 어두운 사람이라도 죽은 말의 뼈 따위는 절대로 돈을 주고 사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쓸데없는 것을 황금 오백 냥이라는 큰돈을 들여 사들인 사람이 있다. 어찌 된 까닭일까.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에 그 사연이 나온다.
옛날에 말을 몹시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그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명마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말이 갖고 싶어 여기저기 수소문했다. 그러나 거금을 포상금으로 걸고 3년을 구했는데도 천리마를 얻지 못했다.
그때 어떤 신하 하나가 자신이 한번 구해보겠다며 나섰다. 왕은 반신반의(半信半疑)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그에게 거금을 쥐어 보냈다.
그런데 몇 달 후 그 신하는 천리마를 구했다며 죽은 말의 뼈를 들고 나타났다. 왕은 기가 막혔지만 꾹 참고 물어보았다.
"그래, 그것을 구하는데 얼마나 들었는고?"
"황금 오백 냥을 주고 샀습니다."
"죽은 말의 뼈가 그렇게 비싼가?"
"이것은 보통 말이 아니라 천리마의 뼈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네 이 놈! 내가 구하는 것은 살아있는 천리마다. 저 따위 죽은 말의 뼈다귀를 황금 오백 냥이나 주고 사오다니!"
왕이 노해서 소리치자 신하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천리마는 귀한 말이라 다들 숨겨놓고 내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왕께서 죽은 천리마의 뼈도 오백 냥이나 주고 샀다고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죽은 말도 저런데 산 말은 얼마나 비쌀까 싶어 너도나도 천리마를 내놓지 않겠습니까."
과연 신하의 말대로였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왕은 구경조차 힘들었던 천리마를 세 마리나 구할 수 있었다.
죽은 말의 뼈를 거금을 들여 사들이는 것은 상식(常識) 밖의 짓이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헛돈을 쓸 사람은 없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상식적인 결과밖에 얻지 못한다.
특별한 결과를 얻으려면 특별한 일을 저질러야 한다. 비범(非凡)한 사람들은 보통사람이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거래도 마다 않는다. '약우'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그렇다.
'약우'는 아무나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 거금을 들이는 것은 상식에 반하고 본능에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지혜로운 것은 어리석어 보이고, 대단히 교묘(巧妙)한 것은 오히려 졸렬(拙劣)해 보이는 법이다.
동네아이들이 한 아이를 둘러싸고 떠들며 웃고 있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궁금하여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그 애가 바보라면서 한 번 구경해 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5백 원 큰 동전과 1백 원의 작은 동전 중에서 하나를 그 아이에게 고르라고 했다. 그 아이는 1백 원의 동전을 골랐다. 아이들은 좋아라 하면서 까르르 웃었다. 그는 값 싼 1백 원을 골랐기 때문에 바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고 난 후 나그네는 그 아이에게 물었다. "왜 너는 비싼 5백 원을 두고 값이 싼 1백원 동전을 고르느냐?"
그 아이가 대답하기를, "그 아이들은 내가 1백 원 동전을 골랐을 때 더 즐거워하기 때문이라고..."
현자약우 뜻은 정말 똑똑한 사람은 약간 어수룩하게 보인다는 말입니다. 때론 이런 사람이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 大(클 대/큰 대, 클 대, 클 다)는 ❶상형문자로 亣(대)는 동자(同字)이다. 大(대)는 서 있는 사람을 정면으로 본 모양으로, 처음에는 옆에서 본 모양인 人(인)과 匕(비) 따위와 같이, 다만 인간을 나타내는 글자였으나 나중에 구분하여 훌륭한 사람, 훌륭하다, 크다의 뜻으로 쓰였다. ❷상형문자로 大자는 '크다'나 '높다', '많다', '심하다'와 같은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大자를 보면 양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크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大자는 기본적으로는 '크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정도가 과하다는 의미에서 '심하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러니 大자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大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크다'와는 관계없이 단순히 사람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大자가 본래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大(대)는 (1)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 큰, 으뜸가는, 뛰어난, 위대한, 광대한, 대단한 등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존경(尊敬) 또는 찬미(讚美)의 뜻도 나타냄 (3)큼. 큰 것 (4)큰 달. 양력으로 31일, 음력으로 30일인 달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크다,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대) ②높다, 존귀하다(대) ③훌륭하다, 뛰어나다(대) ④자랑하다, 뽐내다, 교만하다(대) ⑤많다, 수효(數爻)가 많다(대) ⑥중(重)히 여기다, 중요시하다(대) ⑦지나다, 일정한 정도를 넘다(대) ⑧거칠다, 성기다(물건의 사이가 뜨다)(대) ⑨낫다(대) ⑩늙다, 나이를 먹다(대) ⑪대강(大綱), 대략(大略)(대) ⑫크게, 성(盛)하게(대) ⑬하늘(대) ⑭존경하거나 찬미(讚美)할 때 쓰는 말(대) 그리고 클 태의 경우는 ⓐ크다,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태) ⓑ지나치게(태) 그리고 클 다의 경우는 ㉠크다, 심하다(다) ㉡극치(極致), 극도(極度)(다) ㉢지나치게(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클 위(偉), 클 굉(宏), 클 거(巨),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작을 소(小), 가늘 세(細)이다. 용례로는 크게 어지러움을 대란(大亂), 큰 일을 대사(大事), 크게 구분함을 대구분(大區分), 일이 진행되는 결정적인 형세를 대세(大勢), 크게 길함을 대길(大吉), 조금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체로 같음을 대동(大同), 같은 종류의 사물 중에서 큰 규격이나 규모를 대형(大型), 크게 어지러움을 대란(大亂), 사물의 큼과 작음을 대소(大小), 크게 이루어짐을 대성(大成), 크게 웃음을 대소(大笑), 넓고 큰 땅을 대지(大地), 넓혀서 크게 함을 확대(廓大), 가장 큼을 최대(最大), 몹시 크거나 많음을 막대(莫大), 뛰어나고 훌륭함을 위대(偉大), 매우 중요하게 여김을 중대(重大), 마음이 너그럽고 큼을 관대(寬大), 엄청나게 큼을 거대(巨大), 형상이나 부피가 엄청나게 많고도 큼을 방대(厖大), 더 보태어 크게 함을 증대(增大),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크게 될 인물은 오랜 공적을 쌓아 늦게 이루어짐 또는 만년이 되어 성공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대기만성(大器晩成), 넓고 큰 바다에 물방울 하나라는 뜻으로 많은 것 가운데 아주 작은 것이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대해일적(大海一滴), 넓고 넓은 바다에 떨어뜨린 한 알의 좁쌀이란 뜻으로 매우 작음 또는 보잘것없는 존재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대해일속(大海一粟), 거의 같고 조금 다름이나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대동소이(大同小異),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저버린다는 뜻으로 큰 의리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의를 버림 또는 국가의 대의를 위해서는 부모 형제의 정도 버림을 일컫는 말을 대의멸친(大義滅親), 뚜렷이 드러나게 큰 글씨로 쓰다라는 뜻으로 누구나 알게 크게 여론화 함을 이르는 말을 대서특필(大書特筆),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중대한 의리와 명분을 이르는 말을 대의명분(大義名分), 큰 집과 높은 누각이라는 뜻으로 웅장하고 큰 건물을 이르는 말을 대하고루(大廈高樓), 크게 깨달아서 번뇌와 의혹이 다 없어짐을 이르는 말을 대오각성(大悟覺醒), 장군의 별칭으로 매사에 겸손하고 말 없이 수고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대수장군(大樹將軍), 큰 재목이 작게 쓰이고 있다는 뜻으로 사람을 부리는 데 있어서 제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됨을 이르는 말을 대재소용(大材小用), 큰 소리로 목을 놓아 슬피 욺을 일컫는 말을 대성통곡(大聲痛哭), 몹시 놀라 얼굴빛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대경실색(大驚失色), 크게 간사한 사람은 그 아첨하는 수단이 매우 교묘하므로 흡사 크게 충성된 사람과 같이 보임을 이르는 말을 대간사충(大姦似忠), 바라던 것이 아주 허사가 되어 크게 실망함을 일컫는 말을 대실소망(大失所望), 매우 밝은 세상을 이르는 말을 대명천지(大明天地),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말을 대도무문(大道無門), 덕이 높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질구레한 일에 초연함 곧 도량이 넓어서 자질구레한 일에 얽매이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대인대이(大人大耳), 큰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공명정대하여 잔재주를 부리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어리석게 보인다는 말을 대지여우(大智如愚) 등에 쓰인다.
▶️ 賢(어질 현)은 ❶형성문자로 贤(현)은 간자(簡字), 贒(현)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구휼(救恤)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臤(현, 간)으로 이루어졌다. 많은 재화를 가지고 있어 남에게 나누어 준다는 뜻이 전(轉)하여 뛰어나다, 어질다는 뜻으로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賢자는 '어질다'나 '현명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賢자는 臤(어질 현)자와 貝(조개 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臤자는 신하가 일을 능히 잘 해낸다는 의미에서 '어질다'나 '현명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본래 '어질다'라는 뜻은 臤자가 먼저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사람이 어질고 착해 재물까지 나누어 줄 정도라는 의미가 반영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貝자가 더해진 賢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賢(현)은 흔히 편지에서 자네의 뜻으로 아랫 사람을 대우하여 쓰는 말의 뜻으로 ①어질다 ②현명하다 ③좋다 ④낫다, 더 많다 ⑤넉넉하다, 가멸다(재산이 넉넉하고 많다) ⑥존경하다 ⑦두텁다 ⑧착하다, 선량하다 ⑨지치다, 애쓰다 ⑩어진 사람 ⑪어려운 사람을 구제(救濟)하는 일 ⑫남을 높여 이르는 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질 인(仁), 어질 량(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리석을 우(愚)이다. 용례로는 마음이 어질고 영리하여 사리에 밝음을 현명(賢明), 어질고 훌륭함 또는 그런 사람을 현준(賢俊), 어질고 총명하여 성인의 다음 가는 사람을 현인(賢人), 어질고 총명하여 성인의 다음가는 사람을 현자(賢者), 어진 신하를 현신(賢臣), 어짊과 어리석음을 현우(賢愚), 어질고 훌륭한 사람을 현영(賢英), 현명한 보좌를 현좌(賢佐), 어진 이와 착한 이 또는 어질고 착함을 현량(賢良), 여자의 마음이 어질고 깨끗함을 현숙(賢淑), 현명하게 생긴 얼굴을 현안(賢顔), 남보다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을 현재(賢才), 남의 아내를 공경하여 일컫는 말을 현합(賢閤), 어진 사위를 현서(賢壻), 덕이 높고 현명한 사람을 고현(高賢), 매우 현명함이나 아주 뛰어난 현인을 대현(大賢), 성인과 현인을 성현(聖賢), 유교에 정통하고 행적이 바른 사람을 유현(儒賢), 밝고 현명한 사람을 명현(明賢), 재주가 뛰어나서 현명함 또는 그런 사람을 재현(才賢), 뛰어나고 슬기로움을 영현(英賢), 이름이 난 어진 사람을 명현(名賢), 어진 사람을 존경함을 상현(尙賢), 어진 어머니이면서 또한 착한 아내를 일컫는 말을 현모양처(賢母良妻), 현인과 군자로 어진 사람을 일컫는 말을 현인군자(賢人君子), 남의 눈을 어지럽고 아뜩하게 한다는 말을 현인안목(賢人眼目), 현인은 중용을 지나 고상한 행위를 함을 이르는 말을 현자과지(賢者過之) 등에 쓰인다.
▶️ 若(같을 약, 반야 야)은 ❶회의문자로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右(우; 오른손, 손으로 물건을 잡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캐는 일의 뜻으로 만약의 뜻으로 쓰임은 가차(假借)의 뜻이다. ❷상형문자로 若자는 '같다'나 '만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若자는 艹(풀 초)자와 右(오른쪽 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若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갑골문에서는 양손으로 머리를 빗는 여인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갑골문에서의 若자는 '온순하다'나 '순종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금문에서부터는 여기에 口(입 구)자가 추가되면서 '허락하다'라는 뜻이 더해졌다. 하지만 소전에서는 若자가 '같다'나 '만약'과 같은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言(말씀 언)자를 더한 諾(허락할 낙)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若(약, 야)은 ①같다 ②어리다 ③이와같다 ④좇다 ⑤너 ⑥만약(萬若) ⑦및 ⑧이에(及) ⑨바닷귀신 ⑩어조사(語助辭) ⑪성(姓)의 하나 그리고 ⓐ반야(般若;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깨닫고 불법을 꿰뚫는 지혜)(야) ⓑ난야(蘭若; 사찰)(야) ⓒ성(姓)의 하나(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정도나 양 따위가 얼마 되지 아니함을 약간(若干), 어떠함을 약하(若何),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를 약혹(若或), 바둑에서 아직 어리석은 경지에 있다는 약우(若愚), 무덤이 집 모양과 같음 또는 그런 무덤을 약당(若堂), 자기의 몸이나 뜻이 더럽혀질 것과 같이 생각함을 약매(若浼), 갓난아이를 보호하는 것과 같이 함을 약보(若保), 이와 같이를 약시(若是), 이렇게를 약차(若此), 만일이나 혹시를 만약(萬若), 과연이나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를 과약(果若), 분별이나 망상을 떠나 깨달음과 참모습을 환히 아는 지혜를 반야(般若), 늙은이와 젊은이를 노약(老若), 가정하여 말하자면을 기약(假若),큰 일을 당하여도 아무렇지 않고 침착함을 자약(自若),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무엇이든 가만히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란 뜻을 이르는 말을 약팽소선(若烹小鮮), 부절을 맞추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꼭 들어맞아 조금도 틀리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약합부절(若合符節), 있는 둥 마는 둥을 일컫는 말을 약존약망(若存若亡), 이러 이러함을 일컫는 말을 약시약시(若是若是), 자기 나라와 힘이 대등한 나라를 얻은 것과 같다는 뜻으로 훌륭한 인재를 얻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약득일적국(若得一敵國), 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여긴다는 뜻으로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방약무인(傍若無人), 불을 보는 것 같이 밝게 보인다는 뜻으로 더 말할 나위 없이 명백함을 이르는 말을 명약관화(明若觀火), 마음에 충동을 받아도 동요하지 않고 천연스러운 것을 이르는 말을 태연자약(泰然自若), 대문 안 뜰이 저자와 같다는 뜻으로 집안에 모여드는 사람이 많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문정약시(門庭若市), 문 앞이 시장과 같다는 뜻으로 대문 앞에 시장이 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다는 말을 문전약시(門前若市) 등에 쓰인다.
▶️ 愚(어리석을 우)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마음심(心=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에둘러 번거롭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禺(옹, 우)로 이루어졌다. 마음의 움직임이 느림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愚자는 '어리석다'나 '고지식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愚자는 禺(원숭이 옹)자와 心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禺자의 사전적 의미는 '꼬리가 긴 원숭이'이다. 원숭이는 사람과 닮았지만, 사람처럼 지능이 뛰어나지는 못하다. 그래서 愚자는 원숭이처럼 머리가 나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어리석다'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愚(우)는 ①어리석다 ②우직하다 ③고지식하다 ④어리석게 하다 ⑤나(자기의 겸칭) ⑥어리석은 사람 ⑦어리석은 마음 ⑧자기(自己)에 관계되는 사물에 붙이는 겸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리석을 당(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슬기 지(智), 어질 현(賢)이다. 용례로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놀림을 우롱(愚弄), 어리석고 둔함을 우둔(愚鈍), 어리석고 고지식함을 우직(愚直), 어리석고 몽매함을 우매(愚昧), 아주 어리석은 남자를 우물(愚物), 어리석은 남자를 우부(愚夫), 어리석은 사람을 우인(愚人), 어리석은 사람을 우자(愚者), 자기 아들의 겸칭을 우식(愚息), 어리석은 생각을 우견(愚見), 어리석은 백성을 우민(愚民), 어리석은 질문을 우문(愚問), 무지하고 포악함을 우악(愚惡), 매우 못나고 어리석음을 우애(愚騃),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음을 암우(暗愚), 평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범우(凡愚), 어짊과 어리석음을 현우(賢愚), 엄청난 바보를 상우(上愚), 아주 어리석고 못남 또는 그 사람을 하우(下愚), 크게 어리석음 또는 그러한 사람을 대우(大愚), 많은 어리석은 사람들을 중우(衆愚), 아무것도 모르고 어리석음을 혼우(昏愚),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남이 보기엔 어리석은 일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을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남자와 어리석은 여자라는 말을 우부우부(愚夫愚婦), 어리석은 질문에 어리석은 대답이라는 말을 우문우답(愚問愚答),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이라는 말을 우문현답(愚問賢答), 어리석은 자도 한 가지 득은 있다는 뜻으로 어리석은 자라도 수많은 생각을 하다보면 하나쯤 쓸모 있는 생각도 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우자일득(愚者一得),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가 서로 속인다는 말을 우지상기(愚知相欺), 적고 어리석어 몽매함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우몽등초(愚蒙等誚), 어리석고 못난 사람의 버릇은 고치지 못한다는 말을 하우불이(下愚不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