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택트(원제 : arrival)
영화를 감독이 해주는 이야기라고 정의 한다면, 드니 빌뇌브 감독은 매우 진중한 화자로 분류될겁니다. 시카리오, 듄 등을 보면 카메라가 매우 천천히 움직이고, 화면은 정적인 가운데, 웅장한 느낌의 bgm이 고조되며 이를 통해 관객들의 긴장과 집중을 이끌어내는데 매우 능숙한 감독이죠. 이런 특징은 콘택트에서도 매우 잘 드러납니다.
또 제가 바로 전에 봤던 영화가 원스어폰어타임인할리우드 인데, 그 영화에서 목장씬이 굉장히 인상적이거든요. 쿠엔틴 타란티노는 드니 빌뇌브와는 아주 다른 타입의 화자이지만 그 목장씬은 아주 정적인 카메라 워킹 속에서 어떻게 긴장을 이끌어 내는가 하는데에 대한 아주 인상적인 대답이고, 이어 콘택트를 보면서 그 씬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영화는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에 등장했고, 언어학자인 주인공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일반 관객들에겐 생소한 개념이 여럿 나오고, 영화적으로도 일종의 서술트릭이 들어가있기도 해서 이 영화를 한번에 보고 모두 이해하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겁니다. 또 저도 원작(영어 이름 어떻게 짓는지 모르는 창식이 말고, 진짜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을 못봐서 얼마나 각색이 된건진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영화는 여백을 좀 남겨둔 편이기도 하고요. 거기에 제가 위에 언급한 드니 빌뇌브 감독 특유의 정적인 연출까지 더해지면서 이 영화를 지루하다 라고 느끼는 관객도 제법 있을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을, 그리고 그의 연출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한 개념을 확장시켜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SF의 문법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여백이 있다고 했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주제와는 크게 상관없는 거기도 해서, 영화에서 보여준 내용만 보고 받아들이더라도 충분할 정도로는 잘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영화적으로도 아주 빈틈없이 잘 구성되어 있기도 해서, 일종의 떡밥이 던져지고 그걸 회수하는 과정도 매우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적 호기심이 있는 분들, 특히 sf 팬, 그리고 드니 빌뇌브라는 감독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의 선택을 이과적으로 과학이론으로 해석하는게 맞다고는 생각하면서도 문과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수 밖에 없는, 이성을 뛰어넘는 감성으로 보는 것도 꽤나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다운사이징
사실 저는 집에서 영화 보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모든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게 훨씬 낫다는 입장인데, 그게 다른 이유가 아니라 집중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말 어지간히 재미가 없지 않은 한은 반강제로 영화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구축해놓은 영화관과 툭하면 핸드폰을 꺼내게 되는 집에서의 영화 감상은 상당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쉽게 말해 집에서 영화 보다가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지면 폰꺼내서 나무위키나 뒤적거리면서 영화를 보는건지 마는건지 애매한 상황이 되기 너무 쉬워요.
그런면에서 이번 연휴 영화 감상은 매우 성공적이였습니다. 첫 시작인 파벨만스가 너무 재미있다 보니 빡집중해서 영화를 즐겼고, 파벨만스의 특성상 영화에 대한 애정이 충만한 상태에서 다른 영화들을 연달아 보게 되었는데, 마침 좋은 작품들을 연달아 보게 되면서 하나도 실패없이 풀집중한 상태로 여러편의 영화를 볼수 있었거든요.
그런면에서 다운사이징은 매우 큰 위기였습니다ㅋ 아예 감상을 중간에 때려칠 정도로 재미없음 과 완전히 집중 하진 못하더라도 그래도 볼만한 경계선에 정확하게 걸쳐져있는 느낌이였어요. 폰도 꽤나 뒤적거렸고 중간에 끌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떻게든 다 보는데 성공하긴 했거든요.
인간을 12cm로 축소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고 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다운사이징을 선택한 한 남자(맷 데이먼)이 겪게 되는 이야기에 대한 영화입니다. 당장 여러 상상들이 떠오르는 아주 직관적인 sf 영화라고 생각하고 플레이를 눌렀는데, 일단 다운사이징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길고 지루해요. 그냥 대놓고 맷 데이먼이 다운사이징 기술에 대해서 상담받는 씬부터 시작해도 무방할것 같은데 실제로 다운사이징을 결정하는데까지만 한 30분 걸리거든요. 그리고 다운사이징 과정을 한 10분? 에 걸쳐 보여주고요. 그 시간 동안 저는 "12cm면 일단 개나 고양이는 절대 못이기고, 황소 개구리 같은건 꽤나 큰 위협이겠는데? 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박 맞으면 허리가 휘는거 아니냐?" 뭐 이런 생각을 신나게 하고 있었죠ㅋ
다만 그래도 끝까지 볼 수 있었던건 진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홍 차우, 그리고 바스터즈에서 너무나 인상적이였던 크리스토프 발츠 이 두 배우가 나오면서 망해가던 극에 어떻게든 인공호흡을 해주더라고요. 특히 홍 차우 이 배우 아니였으면 이 영화는 그냥 망한 영화 확정이였을겁니다. 맷 데이먼이고 크리스토프 발츠고, 망해버린 시나리오고 연출이고 뭐고 간에 다 씹어 먹고 초하드캐리 한다 싶을 정도로 그냥 홍 차우 한명만 보이더라고요.
영화 자체는 좋게 말해 평작이고 사실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배우 하나가 망한 극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는지 아주 좋은 예라고 생각하고, 이 작고 못생긴 아시아계 배우 하나가 어떻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이즈의 영화를 씹어먹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셔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 미성년
다들 아시겠지만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떠도는 이야기로, 영화 촬영 현장에서 김윤석이 소위 감독질(?)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럴꺼면 지가 직접 찍던가" 해서 직접 찍었는데 생각보다 더 잘 찍어서 많이들 놀랐다는 후문이 있습니다ㅋ 뭐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그냥 재미로 듣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래서 더 관심이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내용은 주리(김혜준)의 아빠(김윤석)와 윤아(박세진)의 엄마(김소진)의 불륜관계가 드러나면서, 같은 학교 같은 학년 친구인 둘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만듦새는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20억 정도의 자본이 들어간 소규모 영화로는 충분한 정도의 완성도는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이 클리쉐에 거부감이 있는지 톡톡 튀는 의외의 전개가 제법 많은 편이라는 점도 신선했고, 50대 아저씨인 김윤석이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한다는것도 재미있더라고요. 또 거북이 달린다, 완득이 등에서 보여주던 김윤석 스타일의 개그도 꽤나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이야기나 영화가 전체적으로 아주 한국적인 영화라는 점도 좋았고요. 아 그리고 헌트 처럼 대배우의 입봉작에 십시일반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와줘서 나름 배우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렇게 아주 만족스럽게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후반부는 전체적으로 아쉬웠습니다. 각 사건들이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있고, 캐릭터들도 감독이 하고싶은 이야기에 소모된다는 느낌도 있었고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조금.. 으음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서 좀 불편하더라고요.
총평하자면 신인감독의 데뷔작으로는, 배우 김윤석이라는 후광을 떼고 보더라도, 꽤 괜찮은 작품이고 다음 작품을 기대해볼 정도는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영화 한두편 더 찍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비스게에 올라온 그을린 사랑 관련된 글을 보다가 왓챠를 결재하고야 말았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 쭉 꼽아보니 개별구매보다 한달 결재하는게 유리해보여서 그냥 한달 결재했네요. 다음에 또 여유가 나면 이번에는 넷플릭스 영화들이 아니라 왓챠 영화들 편도 한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어휴.. 컴으로 영화를 봐서... superman, river of blood, forgive us all... 덱스터 6과, 에일리언 어스 1, 2... 그리고 나의 아저씨 3시간 압축판...
집에서 할 일 하면서 영화도 보고... 바쁜 연휴였네요 ㅎㅎㅎ
아, 최신판 판타스틱 4인 줄 알고 다운 받았더니 2015년판을 한 번 더 봤네요. 다시 봐도 별로였.. -_-
컨택트는 저도 좋아합니다. 언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영화였네요.
미성년도 재밌게 봤어요. 이정은 배우와 동네 양아치들 넘 무서...
왓챠는 요즘 상황이 안좋다던데 아직까지는 서비스에 문제는 없나보네요.
맞아요. 언어의 표현이 충격적으로 좋았었습니다.
콘택트 좋아하는 영화에요 살아가는데 큰 힘을 준 영화네요 그을린사랑도 좋습니다 재밋게보셔요
이번에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