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케이스(cold case)’는 오랜 시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범죄사건을 뜻하는 말로, 동명의 미국 드라마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9ㆍ11 테러 악몽이 여전했던 2001년 10월 2일 오전 2시 30분. 한 남성이 체온 39도의 고열과 구토감을 호소하며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카운티 병원 응급실로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스티븐스(63). ‘아메리칸미디어그룹’ 산하 대중지(타블로이드) ‘선’의 사진부장이었다.
응급실 의사들은 그가 뇌수막염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가 검사에 나선 의료진은 이튿날 아연실색한 결과와 맞닥뜨렸다. 증상의 원인이 바로 탄저균이었던 것. 병원은 곧바로 탄저병 발병 소식을 보건당국에 알렸고, 그의 근무지는 폐쇄됐다.
스티븐스의 증세는 빠르게 악화했다. 병원에 스스로 걸어 들어왔던 그는 하루 뒤 인공호흡기 없이는 숨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입원 나흘 만인 5일 숨을 거뒀다. 1976년 이후 25년 만에 미국에서 발생한 탄저병 사망자였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생화학 테러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흰색 가루, ‘탄저균 테러 사건’의 첫희생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