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땅끝까지 가게 될줄은 생각못했다.
그저 빈말로 초대했던 그들의 생일 잔치에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음에도 오냐했던 나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참석하려 했던 것인데...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그들 적극 권하는 눈치가
아니길레 오냐 잘됐다. 다음에 한 잔 할것을
기약하며 일찍 퇴근을 하였던 것이다.
퇴근을 하면서 오늘부터 휴가라는 신구의 전화를
떠올렸다. 전화를 하니 아니나 다를까? 그는
방금전에 광주행 고속버스를 탄 모양이다.
방금 출발 했으니 나도 얼른 챙겨서 출발하면
그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여 부랴 부랴 집안 살림 대충 때려 실고 차를 출발 했다.
저녁 8시 안산을 출발하여 밤 1시가 다되어서
광주에서 만났다. 무려 다섯시간의 서해안 고속도로
야간운전...
차도 별로 없는 고속도로를 혼자 운전하면서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듯 평안함이 찾아 들었다.
휙휙~~ 지나가는 맞은편 차선의 불빛들, 나는
생땍베르쥐의 야간비행을 떠올렸다.
검은 하늘의 공중에 목숨을 뛰워 놓고
어린시절을 회상하고, 순간 순간 스쳐지나가는
상황의 심리묘사를 아주 재미있게 하였던 그...
광주는 의외로 멀었고 귀신에 홀린듯 선운사
톨게이트에 한번 잘못 내려섰던것 외에는
별일 없이 광주에 도착하여 신구를 만났다.
신구는 여행배낭 하나 달랑 매고 있었고
여전히 낚시도구는 손에 쥐고 있었다.
편의점에 들려 쇠주를 사고 통닭 한 마리를
사서 당일 밤 안주로 하려 하였으나 결국 통닭은
사지 못했다.
잠자리를 마련해야 했음으로 마의 애마에 올라탄
신구와 나는 시 외각으로 차를 달렸다.
한 시간 정도를 더 달려 도착한 곳은 보갑사 주차장.
산중턱에 있는 그 주차장에는 돈을 받는 사람도
단 한대의 차도 보이지 않는 어둠뿐이였다.
거기에 차를 세우고 돗자리를 깔았다.
통닭을 사지 못했음으로 우리는 김치 쪼가리와
치즈 그리고 라면에 쇠주를 마셨다. 사방은
어두웠고 조용하였다. 중천에 뜬 달빛만이 나무와
산의 윤곽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풀벌레 울음과
쏟아질듯한 별빛이 안주를 대신하였다.
낮 회사에서의 운전과 밤새워 달린 운전의
탓인지 쇠주 두병에도 금방 취기가 올라 그냥 그
돗자리를 깔은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깡쇠주를 마시고 잠들었음에도 아침 6시 햇살이
눈부셔 눈을 떴을때에는 머리가 아프지 않고
상쾌했다. 밝은 공기속에서 잠든다는 것
그 어는 비싼 콘도의 좋은 시설들이 이 보다
좋으랴...
간단히 시골 거리 식당에서 백반으로 아침을 때운
우리는 내리 길을 달려 해남에 도착했다. 땅끝으로
가는 길, 김남주 시인의 생가가 있었고 바로
몇 키로 안떨어진 곳에 고정희 시인의
생가도 있었다. 그 중간에 도산 윤선도의
생가도 더불어 있었다. 이건 마치 해남 전체가
예술의 고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정도로
걸출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된 지방.
땅끝으로 가는 길은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닌듯 길도 막히지 않고 한적하였다.
더이상 달릴 수 없는 땅끝에 도착하니
바다가 보였고 선착장이 우리를 반겼다.
바퀴를 달려서는 더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듯이
펼쳐진 바다. 우리는
보길도로 가는 왕복 훼리호에
차를 태우고 섬으로 갔다. 페리호에서는
뽕짝이 흘러 나왔다. 약 30분정도의
뱃길을 달려 다다른 보길도.
약간 설레는 감도 있었다.
35만 키로 8년차의 내 냉동 똥차가 살아 생전
배를 타보긴 이 번이
첨이자 마지막일 것도 같았다. 흐흐...
보길도엔 3개의 해수욕장과 이시영이 썼다는
바위에 새긴글이 한편있다. 그 외는 별로
볼것이 없는 작은 섬... 사실, 이시영이 썼다는
그 글도 역사적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별로
볼것이 없는 글이였다. 그 절벽에 새겨진 글대신
절벽 그자체가 주는 자연미나 나를 더 사로 잡았다.
해수욕장 맑은 물에 몸을 한 번 적신 우리는
방파제로 차를 옮겨 낙시질에 들어갔다.
꼭, 한마리라도 건져서 회를 쳐먹겠다는
신구의 의지는 굳세었으나 그것은 그의
의지였을뿐 보길도의 고기들은 그 의 새우
낙시밥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신구가 한 마리 건져오길 기다리며
회감을 뜨기 위한 칼을 갈고 있던 백학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점심을 건너 뛰고 오후 3시가 되었음에도
푹푹찌는 열기속에 붉게 타가는 신구의 팔뚝뿐
싱싱한 회감의 등푸른 생선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낙시질 재미를 못느꼈던 나는
차 밑 그늘에 돗자릴 깔고 라면을 끓였다.
낙시에 미친 신구야 어찌되던 말던
내 허기진 배라도 채워야 겠기에...ㅋㅋㅋㅋ
그리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나니 세상 살것도
같고 시원한 바람이 서늘하이 잠이 솔솔왔다.
그리 한숨때리고 나니 결국 낙시를 포기한 신구가
지친듯 그늘 돗자리 밑으로 들어 왔으며 고기한태
배신 당한 마음을 백학한태 그 원망을 쏟아 붓는듯
"형 치사하게 이럴 수가 있어...말이야 말이야
혼자만 라면 끓여먹구 ...어쩌구 저쩌구...
궁시렁...궁시렁...."
헐...야 이놈아...어느 눈먼 고기가 너의
낙시바늘을 물것냐? ㅋㅋㅋ, 아예 니가 통구이가
되었구나...푸푸...
차라리 낙시용품 살돈으로 회를 사먹구 말지...
그렇게 방파제에서 보길도의 밤이 왔다.
낮모르는 젊은 측들은 삼삼오오 모여
공공칠 빵을 하고 있거나, 폭죽을 쏘아 올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그늘에서 몸을 누이며 쇠주와 라면으로 몸을
식힌 신구는 밀물 때를 이용하여 이번엔 꼭
회감을 같다 바치것노라 염불을 외우며
다시 그 무한의 바다에 작디 작은 바늘을 던졌다.
난 너무나 환하게 떠서 별빛조차 다 가려버린
달을 보다가 시집을 꺼내서 읽었다.
그리 돗자리에서 홀로 시집을 읽고 있자니
노랑머리을 한 외국인 한쌍의 연인이 바위를
건너뛰며 숲으로 들어간다.
나는 팻트병 쇠주를 들이키다 잠이 들었다.
아침 일찍 눈을 뜬 우리는 서둘러 라면을 끓여 먹고
보길도를 빠져나왔다. 나오면서 보길도에 들어 가려는
차량의 행렬을 보니 그 섬을 잘 빠져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 첫배를 타려 출발햇던 것 같은데 족히
4-5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배를 탈것이다.
대한민국 땅끝까지 온 저들, 그리 갈곳이 없는 것인가?
어떻게 보면 한국이 너무 좁다.
우리는 그 길로 내리 달려 아름다운 폐인(김진)을
만나기위해 부안을 향해 달렸다.
부안에는 곳곳에 핵폐기장 반대 데모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으며 상점 곳곳에 핵폐기 반대의 스티커들이
붙어 있었다. 부안 바로 위에 새만금 사업의 현장이
있으니 이건 환경에 문제된 것들이 졸지에
여기 한적한 시골의 한 지방으로 모두 몰려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김진은 커다란 쏘랜토 승용차를 몰고 나타났다.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키가 크고 선선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교육업 계통에 종사하고 있는 그, 그 옛날 한때
운동을 하였다는 느낌은, 언듯 언듯 스치는 그의 예리한
눈빛에서 배겨나오고 있었다.
한때 내가 그의 글을 보고 아름다운 청년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던 김진. 이젠 청년의 티를 벗어나
장년의 모습으로 접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작정이라도 한듯 부안의 어느 지명조차 알 수 없는
산속으로 숨어든 우리는 술을 마셨다.
종이 물컵으로 벌컥 벌컥 마신 술에 금방 취기로 올라
왔다.
여기서 부터 정신이 없어진 것같다.
그리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한것 같다.
산길을 꼬불텅 달려 위험했던 것 같고, 신구가 화를
냈던 것 같다. 눈을 뜨니 부안의 어느 해수욕장 모래사장
이였다. 난, 윗통을 벗고 잠들어 있었고 머리가 몹시 아펐다.
에구 여기서부터 갑자기 타자치는게 실증난다.
그만 타자쳐야 것다.
신구야 사진이나 올려라...
그리고 김진, 콩나물 해장국 너무 맛있게
잘먹었어요... 오리지날 콩나물 해장국
사준다는 약속 잊어 먹지 마시길..훗! 만나서 반가웠어요.
김진을 포함한 시인촌 정모한번 계획했으면 좋으련만...
요새 워낙 시인촌 장사가 안되어서리 원...풋~~
이거 카페의 시대는 가고 블러그의 시대가 도래한건가?
아니면 방장이 문제가?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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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작년에 후배와 채석강에 가본 적이 있지요 그 때도 버스마다 핵반대 문구가 있어서 마음이 참 씁쓸했는데 ... 모두들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더운 여름 어디를 가시든 행복한 시간들 되시기를...
잘 올라갔군요. 진짜 콩나물국밥 꼭 대접해드리죠
그렇게 여름을 풍경과 쇠주와 벗님과 보내셨군요, 음주 운전을... 크 말리고 시포..ㅎㅎ
혼자 사니까 좋재? 망할 넘... 너의 자유가 부럽다. 난... 그 자유가 서러워 글도 못 쓰고 있다. 니 혼자 많이 누려라... 잘난 넘...언제쯤 내가 너의 곁에 갈 수 있을까? 아리아리~ 백학, 벽학, 백사... 소리좋고 뒷그림 좋다...
또 갔다 오셨군요... 난 담주부터 휴간데... 걍 방바닥에 엎드려 있을까 고민중... 훗 빗소리 션하고... 음악도 좋구려... ^^
끙....! 바랄바치님이 뇨자여요? 왜 내 옆으로? 훗! 자유라니요? 아직 자유가 뭔지 개뿔도 모른답니다. 집착과 욕망의 덩어리로 살아갈뿐, 그저 한 잔 술로 언제든 만나자구여... 센치맨탈 하시기도 하셔라..
으햐~ 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보기엔 부럽습니다만...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ㅋㅋ
결국은 회를 못 뜨고 오셨군요. ㅉ 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