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초순 근교 들녘
유월 하순 장마가 시작되어 열흘 남짓 지나는 칠월 초순이다. 그동안 장맛비가 두어 차례 내리면서 달구진 대지를 식혀주고 메마른 땅을 적셔주었다. 올해 들어 먼바다에서 태풍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아직 드문 편인데, 우리나라로 통과하는 태풍과 함께 ‘장마’라는 기상 현상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과 순기능도 만만하지 않다. 여러 강줄기와 계곡을 막은 다목적댐에 물을 채워준다.
간밤에 장맛비가 내렸다가 그치길 반복하던 날이 밝아온 수요일이다. 아침 식후 이른 시각 우산을 챙겨 자연학교 등굣길에 올랐다. 이른 아침에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원역 앞을 지날 때 내렸다. 창원역을 기점으로 삼는 1번 마을버스를 타고 근교 들녘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는 근교 회사나 비닐하우스로 일을 나가는 부녀자 승객들이 다수 탔다.
내가 아침 일찍 근교 들녘으로 서둘러 나감에는 교외 초등학교 주변에서 주어진 안전지킴이 임무 수행을 위해서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는 오후가 근무 시간이라, 이른 아침에 강둑이나 들녘을 걷고 아침나절은 마을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7월 8월 두 달은 당국에서 노인들 건강을 염려해 한낮 더위를 피해 오전으로 근무 시간대가 바뀌었다.
오전 근무로 바뀐 칠월 첫날 오후는 마을도서관에서 책을 펼쳤고, 비가 부슬부슬 내린 어제는 유등에서 강둑을 따라 걸어 한림정으로 내려가 열차를 타고 복귀했다. 주말은 부산 자택에 머물다 평일이면 술뫼 농막에서 전원생활을 누리는 지기를 만나 안부를 나누고 귀로에 그가 가꾼 상춧잎을 따와 밥상에 올려 잘 먹는다. 내가 근교로 오가며 이용하는 교통편과 경로는 여러 가지다.
아침에 근교로 나가는 교통편은 1번과 2번 마을버스를 자주 이용하기는 하나 하차 지점은 달랐다. 나의 인상착의를 유심히 실핀 기사나 승객이라면 저 사람은 도대체 정체가 어떤 자이길래 첫새벽 길을 나서 일정한 곳에 내리지 않는지 궁금해하지 싶다. 소형차 마을버스가 아닌 30번이 32번 녹색 버스로 본포나 용산에서 내리기도 했다. 김해로 가는 140번으로 진영 근처로도 나갔다.
이번에는 동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남삼거리와 가월을 지난 주남에서 내렸다. 주남은 들녘 마을로 행적구역으로는 대산면에 속했다. 농부도 아니면서 아침 이른 시각에 들녘 농로를 따라 걸었다. 거기는 전국 농가로 보급되는 종자용 볍씨 벼농사 일색으로 추수 이후 뒷그루 작물은 심지 않은 일모작 지대였다. 그래서 벼 낱알을 먹잇감으로 삼는 겨울 철새들이 찾아 지내다 돌아갔다.
벼가 포기를 불려 쑥쑥 자라는 들녘에서 초등학교가 위치한 신등과 상등을 거쳐 가술에 닿았다.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이마의 땀방울을 씻고 나오니 참아준 비는 세찬 소낙비가 되어 내렸다. 안전지킴이 동료들과 국도변 파출소로 들어 일과 등록과 함께 근무 상황 일지를 작성 후 거리를 순찰했다. 정한 시간까지 임무를 수행하고 엊그제 이전해온 횟집에서 들깨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는 볕이 나긴 해도 바람이 일어 그다지 무더운 날씨는 아니라 들녘으로 산책을 나섰다. 벼농사 단지답게 병충해 예찰 포장과 기상 측정 장비가 설치된 구역을 지났다. 들녘 한복판엔 백화점으로 납품되는 친환경 단감농원이 나왔다. ‘감미로운 빗돌배기’ 농원으로 명명된 체험 농장은 외지에서 찾아간 다수의 방문객이 보였다. 산수유길로 불리는 죽동 천변에서 구산마을을 지났다.
요양원을 겸한 조경이 잘 된 한옥 카페에서 냉커피로 더위를 잊고 흐르던 음악도 멈춘 실내에서 배낭에 넣어간 책을 펼쳐 읽었다. 카페를 나온 강변 들녘 버스 정류소에는 베트남 여성 다수가 보였다.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풋고추 따는 일을 마친 듯했다. 토마토 농장을 들리니 주인장은 포장한 납품 판매용은 없고, 선별에서 처진 하품을 그냥 가져가라고 해 한 봉지 챙겨 버스를 탔다. 2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