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혐오댓받고싶지않은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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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룰 주제는 바로
1920~30년대에 학생들을 주축으로 유행했던 동성연애에 대한 얘기야!
(유행이란 단어때문에 동성애가 감기같은 질병처럼 인식될까 조심스럽지만
마땅히 대체할 단어가 생각이 잘 안나더라고ㅠㅠ이점 유념해줘)
이것은 1930년대에 별건곤이란 잡지에 실린 '동성연애기'라는 글이야
지금으로 따지면 보그같은 메이저잡지에 동성끼리 사귀는게 아무렇지않게 실린거지
여성잡지 1937년 7월호에 실린 ‘여학생 스케치'
이 당시 학생들은 대개 연서와 반지를 교환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했다고해
지금이랑 달리 학생들 사이에서 동성애는 이성애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대
(아래의 모든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한 사진임을 미리 밝힙니다)
"진명여학교를 다니면서 동성연애를 많이 했습니다.지금 중앙고보 선생의 부인인 김경희가 배화여고에 다닐 때 재미있게 지냈지요.그 사람은 기숙사에 있었고 나는 집에서 다녔습니다.학교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예배당에서 보았는데 7일이 어찌나 길던지요.애타게 기다려 만나면 너무 반가워서 껴안고는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요.그리고 헤어질 때에는 반드시 다만 손수건 한 개라도 주고야 왔었습니다."
-허영숙(별건곤/1930년10월호)
"또 다른 한 사람은 같은 진명여학교의 상급생이자 지금 신의주에 있는 배영순입니다.그이는 무척이나 나를 귀여워해 주었습니다.그는 기숙사에 있고 나는 집에서 통학했는데 그 사람 곁을 너무 떠나기가 싫어서 기숙사에 넣어 달라고 부모님께 떼를 썼답니다.부모님께서는 그래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나는 기숙사에서 며칠씩 머물면서 다리가 아파서 못 간다고 집에다 핑계를 댔습니다.하루는 그렇게 사랑하던 언니가 다른 사람과 사랑한다는 말이 들렸지요.너무 성이 나서 나는 그 언니를 붙잡고 한껏 울고는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한 일이 있었습니다.좌우간 내가 질투심이 컸던 모양입니다.엉엉 울었지요."
-허영숙(별건곤/1930년10월호)
“학생시대에 동성연애를 안 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나 역시 여러 차례 경험해보았습니다.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도 더러 있지요.숭의여학교 다닐 때 태천에서 온 동무하고 친하게 지냈습니다.그 앤 부모도 없는 퍽 불쌍한 사람이었습니다.아마도 동정에서부터 사랑이 싹튼 것 같습니다.집에서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반드시 기숙사에 있는 그 동무를 데려다가 같이 먹어야 마음이 편하고,아침에 학교에 갈 때는 그 동무의 얼굴 볼 것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빨라지며 마음이 설렜습니다.그러다가 겨울방학이 돼 동무가 고향으로 가게 되었을 때 2주밖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건만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정거장에서 막 붙잡고 둘이서 울었지요.목소리가 높아가는 것도 알지 못하고 한참 울고 나니까 구경꾼이 쭉 둘러섰겠지요.동무가 고향으로 돌아간 뒤로는 빠지지 않고 다니던 예배당에 혼자 가기가 너무 서운해서 몇번이나 빠졌답니다.이것이 나의 첫사랑인가 봅니다.그 후로도 많은 동무와 친했지만 그때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습니다."
-황신덕(별건곤/1930년10월호)
"내가 열여섯 살 되던 해에 한 남학생이 우리 집에서 함께 지냈습니다.나는 그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퍽 귀엽게 생각했습니다.또한 나뿐만 아니라 그도 나를 무척 따랐습니다.그는 운동도 잘하고 성적도 나보다 훨씬 우수했습니다.그와 나 사이의 우정은 날로 깊어져 갔고,학교가 끝난 후에는 집에 와서 늘 같이 지냈습니다.그와 나는 손을 만지고 서로를 껴안고 뺨을 대고 키스를 하고.이렇게 우리는 둘 다 남성이면서도 꿀 같은 연애생활을 계속했던 것입니다.”
-김여제(조광/1937년3월호)
다들 로맨틱하셨군...^^
그렇담 이 시대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성지향성을 깨달았을까?
그것은 바로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덕이었어
기성세대는 어떻게든 남녀를 분리시키려했고,
동성끼리 모여있다보니 그 속에서 자연스레 사랑이 싹트게 된거지
게다가 교육을 받은 신여성들은 순결을 강조하는 남성에 환멸을 느끼고
여성과의 연애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
(남성이 싫어서 여성을 사귄다는 얘기가 아님)
그렇다면 젊은이들말고 어른들은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데?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지
하지만 분명한건 동성애를 인정하지않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어
그 예로 1931년 4월 어느 봄날에,
동성연인인 홍옥임과 김용주가 손을 꼭 잡은 채 철로에 몸을 던진 사건이 있었는데
그 유가족들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서 같은 곳에 둘을 잠들게 해주었어
또한 그 둘이 생을 마감한 이유는
'동성애차별'이 아닌, '여성차별'과 '아버지로 인한 상처'였지
이 얘기에 대해 자세히 쓰고싶지만 이렇게 가벼운글에 쓰기엔 너무 무거운 얘기같아서 쓰진못하겠다ㅠㅠ
+
여성 간의 동성애는 오히려 사회가 가부장적이라 허용된거라는 의견도 있어!
자유연애가 슬슬 사회에 퍼지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여성은 순결해야하니 외간 남자의 손을 탈 바에는 여성 동성애가 나은거다. 여성끼리의 연애는 온전한 연애가 아니며
진짜 사랑이 아니라 젊은치기에 잠깐의 장난같은 연애이고, 어차피 동성사랑이 진짜 일리가 없으며 혹여 매우 진실된 사랑이라고 할지라도 여성은 결국 결혼으로 완성되는 존재이기에 그 사랑은 과거로 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동성애 인정이었다고...
원글과는 조금 다른 의견들이 있어서
원글을 살짝 수정했어!
첫댓글 이글올라올때마다정독함.. 다읽어야지😻
••• 이것이 나의 첫사랑인가 봅니다. 그 후로도 많은 동무와 친했지만 그때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 부분 너무 공감된다
와 흥미돋이다 어쩌면 한남과의 사랑보다 저게 진짜 사랑같다는 생각이 듬 우리나라도 빨리 동성애에 관대해지면 좋겠다
로맨스비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