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설계의 5대 요소는 건강 -돈 - 일 -가족(친구)- 여가 등입니다. 이 가운데 여가에 소요되는 시간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가를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며, 기분전환이 되며, 자아를 실현시켜 나갈 수 있는 길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훌륭한 여가 선용의 길입니다. 그 밖에도 걷기, 여행, 스포츠, 취미생활 등 개인의 기호와 특성에 맞춘 다양한 것 들이 있습니다.
‘
편지쓰기’라는 색다른 방식으로 여가 보내는 길을 노후생활설계사(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안내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8월,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손녀딸이 방학과제로 할아버지에게 쓴 문안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때, 할아버지와 손녀딸이 한달에 한번 씩 편지 쓰기를 약속하고, 지금까지 서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손녀딸에게 사랑을 글로 표현하는 기쁨, 잔소리 아닌 칭찬과 충고로 다독거리는 보살핌, 글을 써 나가며 밝아지는 기분전환 등 편지쓰기의 잇점은 한둘이 아닙니다. 서로 나눈 편지 사례 세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더운 여름에 여가를 시원하게 보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가족이나 친구에게 편지 쓰기를 하실 분은 필자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시지요.
● 처음 손녀딸이 쓴 편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멋쟁이 할아버지, 예쁜 할머니께
안녕하세요? 매일매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재롱떠는 손녀딸 지아예요.
할머니! 요즈음엔 손이 편찮으신데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을 해 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 연세가 많으신데도 귀여움을 많이 떠는 지아 지예를 위해 맛있는 야채와 과일을 재배해 주셔서 감사해요. ☺ 지난 7월에 친한 친구들 4명이나 농장에 데려가 주셔서 감사해요. 그때
진짜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재미있었던 적은 처음이예요. ☺ 밭에서 감자도캐고 토마토도 따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그 채소로 음식을 만드니 얼마나 맛있었겠어요.
할아버지랑 채소에 대해서도 배우고 사전도 찾아 보았으니 바랄게 뭐가 있겠어요.☺ 또 봉숭아도 심었잖아요.☺ 다음해에 할머니 손이 안 아프시면 우리가 심은 봉숭아로 손 등에 물드려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용 ^^^★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100살까지 오래오래 사세요. 그게 제 부탁이에요.☺ 날씨도 더우신데 건강 챙기시고요. 감사합니다.♡♡♡ I love. 할머니 할아버지.
2010년 8월 19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믿음직스럽고
사랑 기쁨 희망이 되는 지아 올림 ♡
● 할아버지의 첫 답장
지아야!
할아버지는 네 편지를 받고 너무나 기뻤단다. 사랑스런 손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손녀의 정성어린 첫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었단다.
오늘이 2학기 개학날이구나. 네가 방학 기간중에 보고 싶다고 한 담임선생님, 같이 수다도 떨고 뛰놀고 싶었던 친구들을 만나게 되니 신나는 날이었겠다. 할아버지는 친구들 앞에서 끝없이 수다를 떨 지아를 생각하니, 웬지 즐겁구나. 그러나 말은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단다.
할아버지는 밭에서 일하다가 비가 쏟아져, 중도에 마치고 집에 들어와 이 글을 쓴다. 지난번에 우리가 약속한 대로, 매달 한번 씩 편지를 보내기로 한 것을 지키는 거다. 할아버지는 지아 지예 自轉車(자전거)타는 것을 감독하는 일, 지아 손잡고 중앙도서관에 가는 두 가지 기쁨에 다가 便紙(편지) 쓰는 일이 추가되었구나. 예쁜 나의 손녀딸 지아야 ! 앞으로 글을 통해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상상만 하여도 즐겁고, 가슴이 뛰는구나. 開學(개학)날이고 하니,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3학년 남은 학기를 보내라는 말로, 이 편지를 마친다. 지아야, 잘 지내거라.
할아버지 뺨에 뽀뽀하는 기분으로 이 글을 보면 좋겠다.
2010년 8월 29일
지아를 사랑하는 할아버지로 부터
● 할아버지의 두 번째 답장
나이스한 지아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네 운동회 날 너무나 즐거웠다. 한달에 한번씩 운동회를 하였으면 좋겠더라. 만국기가 펄럭이는 넓은 運動場(운동장), 그 위에서 마음껏 달리며 율동하며 즐기는 어린이들을 보니, 童心(동심)의 세계로 들어간듯 상쾌한 기분이 한결 업 되더구나. 우산춤 사진도 찍었다. 사랑하는 손녀딸이 달리기에서 1등을 하였으니 운동장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었으면 어떠하였을까? 할머니는 새벽 4시부터 손녀딸 음식을 장만하느라고 힘드셨을 터인데, 빨간 잠바에 멋쟁이 선글라스를 끼고 마냥 즐거워하시더라.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달리기에 참가, 꼴지가 아닌 4등을 하였다고 몇 번이나 자랑하는지 모르겠더라. 웃기는 할머니야!
여기는 코스모스가 가을 바람에 산들거린다. 밭에는 할아버지가 캐고 있는 고구마가 군데군데 놓여있다. 할머니는 풀섶에 숨어있는 호박을 찾고 계신다. 배추, 무가 밭에서 푸르게 자라고 있다. 농사를 짓다보면 풀벌레들이 自樂(자락)하는 생명의 世界(세계)를 보게 된다. 그야말로 자연 사랑을 느낀다.
지아야, 그런데 어제는 자연세계의 질서를 생각하게 되었단다. 뭐, 대단하거나 새삼스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잊고 지나는 자연의 법칙을 되돌아 본다는 것도 필요하지. 우리 똑똑한 손녀딸 지아는 책의 세계에서 간접체험을 할 수 있을거다. 마음껏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면서, 무수한 자연의 세계도 체험하여 보려무나. 冊(책)에서.
이 편지를 보내면 또 답장을 하겠지. 기다려진다.
2010년 10월 9일
지아를 세계 최고 미인으로 생각하는 할아버지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