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성당 지하에 있는 상설 고해소에서
줄을 지어 성사를 볼 수 있는 순서를 기다리는데, 줄에 있는 분 중
저보다 늦게 오신 할머니 한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리도 불편하고 짐도 무겁고 손에는 묵주를 들고 계신 분이셨는데요
성사를 볼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묵주 기도를 하셨습니다.
근데 곧 주무시더라구요 그래서 줄이 계속 앞으로 가는데
그 할머니는 주무시느라 움직일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손에 쥔 묵주를 놓치지 않고 속으로는 계속 성모님을 부르고 계셨겠지요
그 사정을 아는지 그 할머니 뒤에 계신 분들도 줄과 줄의 간격이 아무리
길게 벌어져도 그 할머니를 깨우지 않고 그냥 가만히 계셨습니다.
좀 지나친 상상인지 모르지만 그 할머니의 모습에 부유함이라든가
팔자 좋은 인생이란 느낌을 주는 구석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딱 보기에 힘들게 사시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그 할머니의 기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것은
저분의 기도는 왠지 생활의 일부인것 같고 그 일부가 주어진 삶을
살게 하는 가장 근간이 되는 힘이겠다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정말 힘든 삶의 멍애를 주님과 함께 지고 가고 계신 분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 멍애가 지극히 개인적 멍애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지고 오신 멍애의 무게가 많이 무거웠는지 할머니의 휴식은 길어 집니다.
그러면서 그 할머니와 그 할머니 앞사람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그래서 생기는 빈 공간의 크기 만큼
깊어지는 할머니의 거룩한 휴식을 바라보며,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것은 ,
결국 인간이 쉴곳은 주님 앞이란 것이네요.
그 할머니가 지친 영혼과 육신을 성당에 와서 쉬게하듯......
저의 상상력이 거의 소설을 쓸만하지요.....?
첫댓글 수사님이 쓰신글을 보니 제가 좋아하는 성가가 생각이 나네요.^^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없노라 파아란 풀밭에 이몸 누여 주시고... 주님의 넒은 가슴은 지친 영혼과 육신을 쉬게하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깊어지는 할머니의 거룩한 휴식.. 저 또한 지친 영혼과 육신을 쉴 곳은 항상 주님 앞이랍니다. 우리 모두이겠죠^^* 소음과 복잡함과 과중한 노동?으로 피폐해진 영육을 주님은 초대해주시고 받아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생각지도 못한 축복을 더하여 주시니 참으로 감사와 사랑만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