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오던 눈 점심때가 되어도 그치지 않고
저녁때가 되어도 그치지 않는다
새하얀 눈의 절벽에 갇힌 날 전화 한 통화 오는 일 없고
갈 곳도 없고 할 일 또한 마땅찮다
어제 저녁 잠까지 늘어지게 잤으니 낮잠 잘 일 또한 없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날 고구마를 쪄먹었을 것이고
그것도 아니면 무밥을 해먹었을 것이고
배추진잎밥도 해먹을 것이다
아이들은 배추꼬랑이를 깎아먹었을 것이고
일 없는 어른들은 눈 덮인 산에서 생솔가지 척척 쪄다가
사랑채 부엌 쇠죽 끓이는 솥에 매운 연기 모락모락 나게
군불을 지펴 물을 데워 식구들 밀린 목욕물도 푼더분하게
마련했을 것이다
한쪽에는 어이 뜨거 어이 뜨거 물을 끼얹으며
호들갑스럽게 목욕을 했을 것이고
또 한쪽에서는 배불리 밥을 먹고 목욕도 하고 방바닥 까지 뜨시겠다
사랑방 바닥에 등을 지지며 낮잠을 자기도 했을 것이다
더러는 마실 와서 하루 종일 자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눌러 지내는 이웃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눈치를 보이거나 가라는 말은 더군더나 하지않았다
끼니때가 되면 한 상에 끼어 밥을 나누어 먹었고
밥이 모자라면 남은 밥 솥에 물을 붓고 흥덩흥덩 다시 삶아서
한 대접씩 퍼서 후르룩 후르룩 소리를 내면서 먹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면 그칠것 같지 않던 눈발도 멈추고 밤도 돌아오고 불도 켜지고
이웃은 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한마디 인사말도 없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첫댓글 정말 옛날 생각나게 하는글 입니다 , 그때는 참 눈도 많이 내렸는데 오학년때 큰누나 시집가는날 눈이 얼마나 오던지 사돈어른 눈속에 걷기 힘든다고 형님 ,둘째누나 6명이 시골길 신작로 까지 쓸고 갈때가 지금생각하면 아름다운 추억 인걸 그때는 왜그렇게 하기 싫었는지 ㅠㅠㅠ 옛생각이 나는 겨울 울산은 왜 눈이 안오는거야 ㅠㅠㅠㅠ
시집가는날 눈이 오면 잘 산다고 하던데 큰누님 잘 살고 계시겠지.
공부를 같이 한번 한것 같았는데 .맞는지 어쨌던 반가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