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연말연시가 되면 그렇듯, 다사다난했던 해가 희망의 새해에 자리를 물려준다고 한다. 시간에 매듭이란 없지만 2010년도 보란 듯 다가왔다 슬며시 사라졌다. 2009년은 기축년(己丑年). 지쳐버린 소를 몰아내고 기운 찬 호랑이가 경인년(庚寅年)을 당차게 열 거라 떠들썩했지만 무력하기만 했다. 4대강 사업으로 상처가 더욱 깊어진 호랑이는 구제역 소독약 세례를 받고 물러나고 말았다. 풍요와 지혜를 상징하는 신묘년(辛卯年)의 토끼는 어떤 희망을 안내하려나.
배고픈 호랑이가 잡아 한 입에 삼키려 할 때, 토끼가 꾀를 냈다나 뭐라나. 작은 몸 하나 먹어치운다고 양에 차겠느냐며 웅덩이에 꼬리를 담고 기다리면 먹이인 줄 알고 몰려드는 물고기들을 실컷 먹을 테니 놓아달라고. 때는 밤이 이슥한 겨울. 한 엄동설한이 계속되는 이맘때와 비슷했던 모양이다. 토끼의 감언이설을 곧이곧대로 들은 호랑이는 토끼를 살려주고 꼬리를 웅덩이에 담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물고기는 오지 않고 대신 꼬리가 얼어붙는 게 아닌가. 순진한 호랑이는 그만 옴짝달싹 못했다는 우화가 전해온다. “호랑이 잡으려다 토끼만 잡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정부와 연예인의 성원과 달리, 신묘년도 기대 반 근심 반으로 시작될 것이다.
지난해 말, YTN은 연평도 폭격과 천안호 침몰을 비롯하여 2010년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북한 김정은 세습과 62지방선거의 여당 참패, G20 세계정상회의 개최, 4대강 사업 논란, 잇따른 기상이변, 한미와 한EU FTA 협상 들을 선정했지만 지금 다시 발표한다면 구제역 파동이 꽤 높은 순위로 올릴지 모르겠다. YTN이 선정한 2010년 10대 뉴스 중 올해에도 계속 주요 뉴스로 이어질 부문은 많지 않아 보이는데, 환경과 직접 관련 있는 두 부문은 2011년의 10대 뉴스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작년 말, 환경단체의 연합체인 ‘한국환경회의’는 2010년 10대 환경 뉴스를 발표했다. 예상한 대로 4대강 사업을 첫째로 올려놓고, 국립공원 케이블카 강행 논란, 서해 조력발전소 건설,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자동차 온실가사 규제완화,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위원회 멕시코 칸쿤 회의, 들의 항목이 눈에 띈다. 대부분 올해에 논란이 더욱 거셀 분야일 것 같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이 선정한 2010년 인천 환경 10대 뉴스도 다르지 않다. 인천만 조력발전소 논란을 필두로 계양산 골프장과 아래뱃길 검증위원회 구성, 그리고 송도신도시 11공구 갯벌 매립, 외곽의 S자 녹지축 보전운동과 수돗물불소화 논란이 눈에 띄는데, 역시 올해에 더욱 거센 논의가 뒤따를 게 틀림없다.
개발이 가속화될수록 환경은 피폐해지는 것, 이제는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는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국가의 한 해 계획을 진두지휘하는 대통령이나 인천시의 행정을 앞에 끌어가는 시장이나 환경보다 여전히 개발에 관심이 크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함께 행복한 국운융성의 해가 되길 기원한다.”면서, “선진국 문턱을 단숨에 넘자”고 했다. 소득 3만 불을 넘어 어서 4만 불로 가자는 툰데, 소득이 높아질수록 국민의 행복지수는 떨어진다는 생태경제학자의 지적은 아마 뇌리에 없을 것이다. 지구는 더욱 온난해지고 기상이변은 그럴수록 가혹해질 텐데. 인천시장은 “경제수도 인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본격화할 기세다. 전 시장이 틈나는 대로 투기를 부추기는 경제! 개발! 타령하다 쪽박신세가 되고 만 사실에서 교훈을 구할 생각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어떻게 하랴. 이미 신묘년의 해는 떠올랐다. 호랑이와 토끼가 함께 나오는 속담이 우리네에 많다. “호랑이가 사라진 산에서 토끼가 왕!”이라 거나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토끼도 깔본다.”는 속담도 있다. 백두대간을 누비던 호랑이가 사람이 제 터전이 함부로 부수는데도 어흥! 표호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리 산하에 경인년의 호랑이는 없는 게 분명한데, 신묘년 토끼는 생태계를 난도질하는 사람에 맞서 왕 노릇 펼칠 수 있을까. 토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대하는 호랑이는 제 굴로 들어온 토끼를 잡아먹지 않는다 했다. 2011년을 기대하자. 2012 임진년(壬辰年)이 또 기다릴 테니.
첫댓글 올해라고 작년과 크게 다를 리 없겠지요. 환경문제는 더욱 증폭되리라 생각합니다. 개발광신이 권력의 수장으로 있는한 그렇겠지요. 정말 마지막 남은 나무를 보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자식 앞에 면목이 서지 않습니다. 이제 토끼 같던 아이들은 다 컸지만 그들이 낳을 토끼들이 건강하게 살 생태계가 점점 지워집니다.
복 받으십시오. 또 다시 가열차게 싸우는 한 해가 되겠지요. 적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싸워 우군의 수를 늘리기만 하여도 승리한 싸움이라 평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