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중 차창으로 늘 보면서 달리던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이번엔 더 끝도 없이 이어진 목초지를 달리고 달려 우리의 목적지 스톤헨지가 있는 솔즈베리 평원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드넓은 평원의 양들은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자적이다
우리도 여행 내내 본 풍경이라 친숙하다
늘 이 풍광 속을 달리고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으니까 뭐~~~
여행 중 너무나 눈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영국 관광청에서 이 좋은 관광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겠다
얼마 전까지는 그냥 초지 위에 있는 신비로운 거석을 자유롭게 자동차로 접근해서
감상하다 가는 장소였다
그런데 이젠 돈을 벌기 위해 관리에 들어갔다
이 스톤헨지를 보려면 정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장료를 지불한 다음
셔틀버스를 이용해 가까이 갈 수 있다
주차장 옆엔
안내소와 박물관, 카페, 기념품샵을 새로 지은 듯 이 드넓은 평원에 조금은 생뚱맞게 서 있다
급조한 듯한 건물이 조금은 이 평원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리 과하지 않은 소박함이 있다
오늘 이 솔즈베리 평원은 그야말로 하늘이 다 했다 할 수 있을 만큼
푸르디푸른 하늘과 깨끗한 구름들이 더없이 멋진 풍광을 만들어 준다
이 설치물조차도 멋지게 보인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도 평화롭다
강렬한 태양도 다 받아내고 바람에 눕고 있는 풀들도 쓰다듬는 마음으로
이 신비스런 장소로 다가갈 때의 설레임을 아직도 기억한다
가는 길 이 평원을 또 다른 방법으로 즐기고 있는 기타 치는 남자도 풍경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어머니는 1858년 영국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이렇게 말했다.
“다른 세계에서 온 환영처럼 탁 트인 황량한 땅에서 우리 앞에 서 있는 이 정체 모를 유적을 보고 우리는 고요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다음 백과 검색-
드디어 서서히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 평원 한가운데에 누군가가 이리도 큰 돌을 가져와 세워놓은 걸까
그 어떤 건축가도, 고고학자도, 종교연구가도 시원스런 답은 내놓지 못했다
종교적 의식을 했던 장소일까
아님 지도자의 무덤을 감싼 표식이었을까
아님 생활근거지 중 하나였을까 하며 수많은 연구이론을 내놓고 추정할 뿐이다
그래서 불가사의함이 주는 신비감에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 것일 게다
그 어떤 주장과 연구를 뒷받침 한 이론도 다 필요 없다
이 넓은 초지에 서 있는 거석들이 그저 신비할 따름이다
이 거석에 접근할 수 있는 원을 그려놓아 우린 한 바퀴 빙 돌면서 상상한다
어떤 강력한 힘이 이 무거운 돌을 현대적 장비 없이 이곳으로 날라올 수 있게 했을까
사진놀이에 빠져 정말 많은 사진을 남겼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 다르게 보이니 자꾸만 찰칵찰칵
오늘은 정말 하늘도 이 분위기를 받쳐준다
지금 영국 날씨 맞나요?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스톤헨지의 위엄이 참으로 당당하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이 거석 빌더들의 주거지, 그리고 이 거석을 나른 방법을 재연해 놓은 곳들을 둘러보았다
기념품도 포기할 수 없지
2개를 데려왔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곳을 떠올리게 해 줄 것이다
많이 걸었다
지친 다리도 쉴 겸 카페에 앉아있다가 이 평원을 다시 걸어보고 싶어
긴 풀들을 밟으며 걸어보았다
내가 이 솔즈베리에 언제 또 와 보겠냐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거친 풀들을 밟으며 다시 걸었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 우리가 처음 들어왔던 런던으로 다시 간다
이곳은 런던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장소이기에 이동거리가 정말 부담 없어 좋다
런던에서 시간이 좀 남았는지 가이드는 우릴 윈저성을 관람할 기회를 주겠다며 생색을 낸다
그동안 가이드가 냈던 소소한 생색 중 가장 반가운 일이다
윈저성하면 먼저 황태자비였던 다이애나가 생각난다
그녀가 이곳에서 견뎌낸 고독감을 잠시 감정이입해 본다
회색빛 성벽이 다이애나가 결혼생활에서 겪었을 마음을 대변하듯 보인다
윈저성을 내려와 윈저성 역사를 통해 걸어 나왔다
이곳 참 고풍스럽고 멋진 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플랫폼 쪽으로 걸어 나오는데 마침 기차가 멈추어 사람들이 내린다
오오 이 기차 타고 멀리 가고 싶은 이 마음은 뭐지?
이 여행 내내 목적지로의 이동거리가 짧아 부담이 없었다
더구나 모든 저녁식사는 우리가 묵을 호텔에서 했기에 이동 부담이 적었다
피곤한 상태로 식당에 갔다가 호텔로 이동하는 여정이 아니라 좋았다
이제 마지막 묵을 호텔에 짐을 풀었다
아니
짐을 꾸렸다고 해야 하는 게 맞겠다
내일이 귀국이니 짐을 꼼꼼히 꾸려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