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명의 스님들이 성불했다는 천성산(千聖山)에 가을이 왔다. 붉게 물든 가을 단풍이 산 정상에서 기슭을 향해 불꽃처럼 번져내리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정상에는 겨울 바람이 불고 이윽고 흰눈이 흩날리기 시작할 것이다. 천성산은 동쪽 사면 보다는 햇볕이 잘 드는 서쪽의 내원암 방면 단풍이 우아하고 곱다. 울산의 대표적인 단풍명승인 천성산을 찾아가 본다.
암봉으로 이뤄진 공룡능선 코스 크고 작은 봉우리마다 단풍 절정 활엽수가 하늘 가린 성불암 코스 계곡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 단풍에 억새 어우러진 신불산에 가지산 쇠점골·불광산 등도 볼만
경남 양산시 하북면 내원사 매표소(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천성산 산행은 공룡능선을 타는 코스와 성불암계곡을 타는 코스로 나눌 수 있다. 두가지 코스 모두 집북재에서 만나기 때문에 어느 코스를 택해도 무방하다. 공룡능선은 암봉으로 이뤄져 있어 어린 아이들에게는 다소 버겁지만 암릉을 타는 스릴과 장쾌한 전망 등을 만끽할 수 있다. 또 성불암 계곡은 활엽수들이 하늘을 가린 코스로 시원한 계곡풍과 빨갛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감상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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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성산 공룡능선과 상리천 계곡, 성불암 계곡 등에는 11월 초순에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계곡을 따라 단풍이 흐드러지고 능선에는 암봉 위로 붉은 잎들이 불타 오른다. 사진은 지난해 늦가을 상리천계곡의 모습으로 올해는 아직 만산홍엽에 이르지는 않았다. |
공룡능선은 매표소에서 줄곧 하천을 따라 가다 큰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처음부터 가파른 암벽에 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코스가 산행객들의 담력을 시험한다. 그러나 힘든 구간을 이겨내면 곧 조망이 훤하게 트이면서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공룡능선의 봉우리는 모두 9개. 하나를 넘으면 또 하나의 봉우리가 나타나고 그 봉우리를 넘으면 또 봉우리가 나타난다. 그렇지만 그 모든 봉우리들은 각기 다른 풍광을 지녀 지루함이 없이 어느새 9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모두 넘게 된다. 바위로 이뤄진 봉우리에 붉은 단풍이 그림처럼 불타고 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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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와 단풍이 조화를 이룬 신불산 단조성 일대. |
출발지점에서 집북재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30분. 집북재는 원효대사가 화엄경을 설법하기 위해 북을 쳐서 천명의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집북재에서 더 오르면 천성2봉에 도달하지만 한나절 산행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북재에서 왼쪽의 상리천 계곡을 통해 되돌아 온다.
성불암 계곡을 따라 오르는 코스도 역시 마지막에는 집북재로 이어진다. 계곡마다 아기자기하게 데크로드를 만들어 놓아 지그재그로 오르는 재미가 솔솔하다. 계곡에는 활엽수가 많아 능선 산행 보다 단풍을 보다 많이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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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불산 공룡능선에서 내려다본 모습. |
집북재에서 정족산 방면으로 넘어가면 상리천 계곡이다. 상리천은 천성산과 정족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류해 제법 큰 계곡을 이룬다. 길은 물가의 목재 데크로 이뤄져 아름다운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암반으로 이뤄진 넓은 계곡으로 나아가면 우거진 단풍나무가 붉은 잎새를 드리우며 등산객의 마음까지 붉게 물들인다. 중간 쯤에는 노전암이라는 암자가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노랗게 물든 은행이 암자의 입구에서 미풍에 잎을 떨어뜨리고 있어 선경을 방불케 한다.
내원암 주차장에서 쉬엄쉬엄 이 코스를 한 바퀴 도는데는 3시간~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산행 뒤 시간이 나면 내원암에 들러 조용한 산사의 풍경을 음미해 보는 것도 좋다.
◇울산 인근의 단풍명소
△신불산 공룡능선
홍류폭포에서 시작되는 신불산 공룡능선은 영남권에서 보기 드문 릿지산행 코스다. 본격적인 단풍 시즌인 요즘 암릉 사면에는 붉은 단풍이 불타오르면서 쪽빛 가을과 어울려 절경을 자아낸다. 신불산 정상에서 영축산 방면으로 하산하면서 단조성 일대의 억새 장관을 구경할 수도 있다. 수십만평에 이르는 억새평원은 서쪽에서 비쳐오는 역광을 받아 억새솜털이 더욱 하얗게 빛난다. 붉게 물드는 나뭇잎이 단풍이라면 하얗게 흔들리는 억새의 물결은 그야말로 ‘은풍(銀楓)’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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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성산 하산길에 만나는 노전암. |
△가지산 쇠점골
울산에서 옛 석남터널을 통과해 100m 정도 가면 왼쪽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다. 이 길로 한참 내려서면 쇠점골이다. 쇠점골을 서쪽을 향해 있어 단풍이 곱게 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계곡에는 소와 담과 폭포가 곳곳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단풍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쇠점골은 호박소까지 길게 이어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단풍이 계류 위로 흐드러진다.
△장안사·척판암 둘러싼 불광산
높은 산은 아니지만 단풍이 절정을 이룰 때면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풍경을 연출해 낸다. 장안사에서 출발해 척판암을 거친 뒤 불광산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장안사로 내려오는 코스도 있고, 대운산 입구에서 출발해 만보등산로를 거쳐 척판암으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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