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타노에서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오래간만에 여행기로 찾아뵙습니다.
너무 업데이트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했구요, 앞으로 시간이 안나더라도 꼭 정기적으로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열흘 정도를 기간으로 잡고 열심히 하겠구요. (이렇게 공지를 해야 지키게 될거 같아요)
더 길게 쓰려고 했는데 그동안 여행기 리듬이 깨져서 쓰는데 너무 고통스럽네요. 다음부터 리듬타서 길게 한번 가볼께요. 그럼 여행기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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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타노에서의 이튿날 아침이었다. 전날 밤 '포지타노 아트 페스티발'의 일환으로 해상 불꽃놀이가 밤늦도록 펼쳐졌던 탓으로 방에는 두꺼운 커튼이 켜켜이 쳐있었다. 그로 인해 8시가 되도록 새벽이라 믿으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른 새벽의 바다를 카메라에 담아보겠다며 억지로 몸을 일으켜보니 시계는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커튼을 치게한 아트페스티발이 살짝 원망스럽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곳은 포지타노이고 파도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오는 곳이기에, 표준렌즈가 비좁아서 광각(廣角) 렌즈만이 온전히 너른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단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일어나 있으니 몸이 욱신거리는 듯 했는데 시차로 인해 누적된 피로가 풀리는 과정인 것 같았다. 진정한 휴식을 취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지라 포지타노에서의 날들이 흡족했다.
마린이 간단한 메이크업을 하는 동안 어제 인근의 'delikatessen'에서 구입한 사과와 자두를 먹어보았는데, 씻으면서부터 향기와 단내가 진동을 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마린은 지중해의 바람과 햇살을 잔뜩 머금은 것 같다며 지중해 예찬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침을 먹으면서 지인들에게 엽서를 한장씩 쓰기로 했다.
나름대로 300유로하는 특급호텔이지만 조식은 여느 이태리 호텔들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편이다.
엽서를 쓰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일가족인듯한 동양인들이 앞테이블에 앉아있다. 분위기로 봐서 일본인인듯한 그들은 연세가 지긋한 중년 신사와 젊은 남녀 이렇게 3명이었다. 그런데 그 중 젊은 여성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녀가 그 신사의 딸이다, 아니다 며느리다를 놓고 작은 설전을 벌였다. 아무리 일본이지만 며느리가 시아버지 앞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겠느냐고 하자, 그럼 딸이 담배 피우는 거는 괜찮냐고 했다. 그렇다면 저 둘이 남매라는 얘긴데 저렇게 안닮은 남매도 있느냐라고 했고, 자세히 보면 닮은 데가 있다고도 했다. 결국 그들의 관계는 밝혀내지 못했다.
식사 후 우리는 체크아웃하여 인근의 또다른 호텔인 'Eden Roc'으로 옮겨야 했으나, 마린이 떠나기전에 마린깐또의 프라이빗 비치에서 해수욕을 하기를 간절히 원하여 그렇게 하기로 했다. 시간이 한시간 정도밖에 안남았는데 조금 부담이 되었다. 바닷가로 이어지는 절벽계단의 꽃들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호텔방 앞에는 아름답게 가꿔진 화분들이 즐비하고..
내려가는 절벽계단또한 아름답다.
오전이어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지만 지금이 아니면 더이상 저 비치를 이용할 수는 없다.
사실 나는 스스로 지중해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오전 수영은 서늘해서 싫었다. 상대적으로 마린은 얼마나 수영에 적극적인가. 나는 그냥 수륙양용 반바지를 입었을 뿐인데 그녀는 이미 비키니를 착용했다. 호텔로 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1시간 가지고 무슨 수영을 하냐며 호텔방에 머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칭 '지중해 소년'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최대한 싫은 기색을 내지 않고 해변의 선탠 체어에 몸을 뉘었다.
마린은 이미 해변을 뛰어 다니고 튜브에 몸을 끼운채 한창 물장구질이었다. 내게 계속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나는 카메라 핑계를 대었다. 그녀도 더이상 나를 설득하지 않기로 했는지 혼자서 바다를 왕복하고 있다. 찍을 풍경도 이미 다 찍어버린 나는 의자에 몸을 뉘이고 있다가, 독서를 하다가, 이미 햇살이 따가와지고 있음을 깨닫고, 해변이라 습도가 상당히 높으며, 게다가 수영을 할 생각은 없다는 사면초가의 현실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새끼손톱만한 미세자갈이 깔린 곱디고운 자갈사장에 내려가 꽃자갈들을 선별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해변에는 콜라병이나 와인병, 맥주병들이 깨져서 모래에 곱게 갈아진 조각들이 많다. 그런 자폐적인 놀이가 해변에서 다소 괴로운 시간을 줄여주었다.
마린은 수영을 끝내고 포지타노의 멋진 절벽 마을을 배경으로 셀카를 백장을 찍더니 그녀의 해변 활동을 간신히 마쳤다. 우리는 체크아웃을 위해 방으로 향했다.
첫댓글 그일본인중 담배피는 사람은 딸이나 며느리가 모두 가능하다고 봅니다..우리랑 정서가 달라 그들의 담배는 그야말로 기호식품이라 어른앞에서 담배피는것을 허용못하는 우리 나라보다 자유롭게 가족들과 피더군요...처음 이런 광경을 접하고 얼마나 화들작 놀랐는지..비치를 너무 좋아하는 마린의 모습이 그려지는데요??ㅋㅋ
그러게요.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요. 전에 일본에서 보니까 국철역 재터리 앞에서 아저씨들과 아가씨들이 같이 담뱃재 털며 피우고 있더라구요.
고통스러워하면서까지 여행기를 쓰실 필요는 없는데 ^^;;그냥 사진만 올리시고 간단한 교통,레스토랑,호텔 정보만 올려주셔도 감지덕지 ^^
그럴까요..?
ㅋㅋㅋ 해변의 자폐놀이 넘 웃겨요~ 그리고 설마 마린이가 셀카를 백장 찍지는 않았겠지요 ^^
아닙니다, 백장 찍었습니다.
ㅋㅋㅋ 마린칸토는 정말 사랑스런 호텔이었어요, 가격의 압박만 빼면~~~ 저 프라이빗 비치에서 서늘한 오전에 짧게 놀다 온게 넘 아쉬웠어요. 그냥 2박하면서 편히 쉴걸 괜히 다른 호텔도 묵어보겠다고 짐만 쌌다 풀렀다...ㅠㅠ;;; 막상 물에 들어가면 금방 수온에 적응되고 재미있구만 자폐놀이나 하고 있다니... 저때 살짝 짜증났음...ㅡㅡ;; 그래도 그리운 시간들이네요...ㅠㅠ
계단 내려가고 있는 여성을 내려다보고 있는 소년님 모습을 찍으신 마린님 "사진"이 예술이에요. ㅋㅋㅋㅋ 오랜만에 보는 소년님 후기 넘넘 재미났구요, 다음편은 목 안빠지게 기다려도 열흘정도만 지나면 그럼 올라오는 거지요 ? / 저도 피비님 말씀에 동감!!!! 소년님의 "자폐놀이" 넘넘 웃겨요.ㅋㅋㅋㅋㅋㅋㅋ
하핫, 마치 사진이 딴 여성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왔네요. 사진 참 절묘하네요. --;;
사진들을 보니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예쁜 호텔인지 알 수 있겠어요. ^^ 그나저나 이번 여행기에선 소년님 자폐놀이가.. 자꾸만 기억날 것 같아요. ㅋㅋㅋ
네, 정말 아름다운 호텔이었어요. 다시 간다고 해도 또 가보고픈 곳이었습니다. 물론 가격의 압박이 있지만요.
호텔이 넘 아름 답습니다. 겨울엔 해변이 좀 쓸쓸 하겠지요?~~ 그게 걱정되네요~~ 다음 모임 있을때 꼭 불러 주세요~~
간만에 보는 여행기 넘넘넘 재밌네에ㅛ..지중오빠의 문구에서 언뜻 마린이의 말투가 느껴지는것이 두분은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부가 확실한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