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십대 중반. 내가 ‘노처녀’란 말을 듣게 될 줄은 이십대 중반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싱글’ 이면 싱글이지, 노처녀가 뭐야?’ 입을 삐죽거리거나, 정말 흥분하는 것을 보니, 내가 노처녀가 맞긴 맞나보다. ‘올해엔 꼭 결혼하라’는 달갑지 않은 덕담을 마주하고서, 또다시 한숨을 내쉰다. 진심으로 내가 어디가 모자란 게 아닐까, 결혼 하나 못했다고 사회의 낙오자처럼 느껴지기까지 한 것. 그런 주제에 “결혼 정보 회사에 신청해봐”라는 선배 언니의 권유를 거절했다. “결혼 정보 회사에 돈 주고 등록한 남자들 뻔하지 않겠어. 자기가 너무 잘나서 과시하고 싶거나, 아니면 주변머리가 너무 없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런 남자 싫어.”(사실은 돈이 아까워서다) 선배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이거였다. “그래. 넌 아직 안 되겠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유부녀 친구들 왈.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결혼 상대로 아주 좋지 않다는 것. 주변에서 나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굶어 죽어도 난 취향과 입장이 없는 남자는 사랑할 수 없다고.”(그러면 또 그녀들은 말한다. 취향? 웃기시네.)
유부녀 친구들은 나의 남자 취향을 보면 마치 밥 먹을 때 발을 떠는 습관을 고쳐주거나, 혼자 삐죽 튀어나온 흰머리를 뽑아주고 싶은 것처럼, 바로잡아 주고자 하는 욕망을 느낀다. 결혼 잘해서 잘 먹고 잘사는 나의 유부녀 친구들이 말하는 결혼하기 전, 남자에게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들.
어머니보다는 아버지 남자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건 여자가 ‘어머니’의 영향을 받는 것과 조금 다른 차원이다. 여자는 결혼과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강하기 때문에 영화나 책 등에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남자는 직접 보고 느낀 것에서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를 은연중에 따라 하게 되는 것. 집안 분위기를 물어보는 것은 조심스러운 문제. “우리 부모님은 이런 사소한 문제로 귀엽게 싸운다. 당신 집은 어때?” 하고 자연스럽게 떠본다. 남자는 아버지에게서 여자를 대하는 태도를 포함한 대인 관계를 배운다. 남자친구 집에서 경제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머니가 경제권을 쥐고 있다면, 나에게 곳간 열쇠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성품이나 시어머니 될 사람을 끔찍하게 아낀다면, 일단 합격점.
그의 집에 자주 놀러 가라 결혼할 마음을 먹었다면 그의 집에 자주 놀러 가라. 세 번만 가면 그의 집안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집안 분위기와 공기 같은 것이 편안하게 감지되어야 한다. 연애할 땐, 불효자나 집에서 내놓은 자식이 간섭받지 않고 좋을 것 같이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애정 결핍’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살면서 결국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그걸 다 받아줄 것이 아니라면,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게 자랐어도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 좋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될 사람이라면, 더더욱.
싸울 때 불끈하는 다혈질은 NO!! 성격 파탄자가 아닌 이상, 호시절엔 꽃노래 부르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하다보면 언제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잘해줄 때보다, 위기 상황이 닥쳤거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그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본다. 싸울 때나 싸운 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절대 먼저 사과하지 않는 스타일은 결혼 후에도 계속 그럴 것이다. 싸운 후 잠수를 타는 사람도 경계하라. 습관적으로 잠수 타거나 연락 불통이 되는 경우는 이기적이거나 바람둥이일 수 있다. 또 싸울 때, 자기 성질을 못 이겨 부르르 떨면서 주먹을 꽉 쥐거나 나에게 욕을 한다면 폭력을 휘두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소한 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 결혼하고 살면서 싸우는 일은 주로 사소한 일 때문이다. TV를 볼 때 말을 많이 하면서 보는지, 밥을 먹을 때 신문을 보면서 먹는지, 국이 없으면 밥을 안 먹는지 등 사소한 문제가 결국 커져서 사이가 악화되는 것. TV를 따로 보거나, 섹스는 하되, 잠은 따로 자면 사랑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더라도 멀어진다. 같이 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부딪쳐봐야 알겠지만, 상대의 집에서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데이트하거나, 적어도 3박 이상의 여행을 가보라.
세계 여행? 또는 아파트? 요즘은 각자 돈 관리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어쨌거나 부부가 되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부를 축적해나가는 경제 공동체가 된다. 그의 직업을 알면 그의 경제적 수준을 대충 알 수 있기 때문에 결혼 후 내 삶의 수준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했을 때 중요한 것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다. 소비에 대한 가치관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이 좋다. 악착같이 벌어서 ‘아파트’나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계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고, 연봉이 1억원이라도, 10만원짜리 밥을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며, 버는 대로 다 쓰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데이트할 때는 팍팍 쓰는 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 후에도 친구와 후배에게 매일 ‘쏜다’고 말하는 남편이 미워질 수도 있다.
그의 비전을 보라 그가 어떤 무리의 친구와 어울리는지 그의 친구를 보면 그의 성품이 어떠한지 대충 알 수 있다. 어릴 적 친구, 대학 동창 등을 만나는 것은 기본. 아울러 그를 결혼 상대로 생각한다면 그의 회사 동료나 선후배를 만나볼 것. 그의 대인 관계와 사회성뿐 아니라 그가 얼마나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인지, 그의 비전과 미래까지 점쳐볼 수 있다. 스스로 잘났다고 하는 사람 중에서 알고보면 회사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간판만 번지르르한 경우도 있으니까.
노처녀 vs 유부녀, 좋아하는 남자 이렇게 다르다 꽃미남 vs 돌쇠 연애 시절에야 금성무나 원빈 닮은 남자친구 옆에 끼고 다니면, 봄날에 새 신발 신은 것처럼 뿌듯하겠지만 결혼하면 말이 달라진다. 아무리 일편단심 청렴결백(?)하여도 남자에게도 ‘얼굴값을 한다’는 말은 적용되기 때문. 얼굴 보고 여자들이 달려들 게 뻔하다. 꽃미남이 연애 시절에는 남자친구로 과시하기 좋지만, 남편으로는 바람피울 염려 절대 없는 돌쇠나 슈렉이 더 안심.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지 않나.
문화적 취향이 세련된 남자 vs 경제적 관념이 있는 남자 난해한 예술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고, 와인 리스트를 줄줄 외우는 문화남. 우아하고 예술적 성향이 다분한 남자와 평생을 함께하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지적인 허영심으로만 가득한 남자와의 일상은 생각처럼 우아하지 않다. <웃찾사>을 보려고 하면, EBS에서 방영하는 국립극단 발레 공연 실황으로 채널을 돌리고, 생일 선물로 관심도 없는 몇 십만원짜리 나나무스크리 티켓을 선물하는 남자. 입으로만 우아한 문화남 타입보다는 나에게 맞는 조언을 해주는 컨설턴트. 액션·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더라도, 재테크에 관심 있으며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현실적인 남자가 결혼 상대로 알맞다.
일과 사랑에 빠진 남자 vs 집과 사랑에 빠진 남자 데이트 중간에 응급 수술, 긴급 출동, 해외 바이어와 통화하는 남자친구. 자기 일에 누구보다 열정이 강한 능력 있는 남자는 매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일도 정도껏 해야 한다. 밖에서 일과 사랑에 빠진 것도 모자라 집에 일을 싸가지고 오거나, 너무 에너지를 소모해 집에서는 주말에 잠만 자느라 바쁠 테니. 연애는 워커홀릭과 해도 결혼 상대로는 공과 사, 회사일과 집안일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남자가 좋다.
남자다운 남자 vs 설거지도 하는 남자 근육질에 터프함, 의협심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의리파.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넘치는 남자다운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남자다운 남자 속엔 대부분 권위적이고 마초적인 성향이 숨어 있다. 애인일 땐 남자다운 남자에게 보호받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겠지만, 이런 남자들이 결혼하면 대개 ‘물 가져와’라 ‘자리 펴라’고 명령한다. 연애할 땐 팔불출이 꼴불견이어도, 결혼 상대로는 나를 공주님처럼 떠받드는 다정한 남자가 좋다. 여자 핸드백을 들어주는 남자를 보고 꼴불견이라 욕했어도 결혼하면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는 착한 남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옷 잘 입는 남자 vs 입혀주는 대로 입는 남자 제냐 슈트에 행커치프를 꽂고, 여자친구와 패션지를 보면서 브랜드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는 남자. T.P.O에 맞는 옷차림의 센스 만점 남자는 연애 상대로는 제격이지만, 결혼 상대로는 피곤하다. 아내의 옷을 골라주는 것까지는 좋지만 스타킹 색이 이상하다고 하루 종일 구박하고, 쇼핑하는 데 따라다니며 일일이 참견하는 것만큼 성가신 일은 없기 때문. 월급의 반 이상을 옷값으로 지출할 뿐 아니라, 선물을 하면 자기 맘대로 바꾸기까지 하는 패션광 남자는 남자친구로만 족하다. 결혼 상대로는 여자가 입혀주는 옷을 군말 없이 입는 남자가 좋다.
에디터 : 여하연 | 자료제공 : 앙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