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박정대
사랑은 얼마나 비열한 소통인가 네 파아란 잎과 향기를 위해 나는 날마다 한 통桶의 물을 길어 나르며 울타리 밖의 햇살을 너에게 끌어다 주었건만 이파리 사이를 들여다보면 너는 어느새 은밀히 가시를 키우고 있었구나
그러나 사랑은 또한 얼마나 장렬한 소통인가 네가 너를 지키기 위해 가시를 키우는 동안에도 나는 오로지 너에게 아프게 찔리기 위해, 오로지 상처받기 위해서만 너를 사랑했으니 산초나무여, 네 몸에 돋아난 아득한 신열의 잎사귀들이여
그러니 사랑은 또한 얼마나 열렬한 고독의 음악인가.
**가시의 고백**
그대가 길어 온 물속에 내 뿌리가 젖을 때마다
나는 사실 울타리 밖 햇살보다 더 뜨겁게 떨었네
비열한 것은 소통이 아니라, 사랑을 받고도
단 한 번 따스하게 안아줄 줄 모르는 내 몸이었네
나를 지키기 위해 세운 가시가 아니라
그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내 안의 슬픔이 툭, 툭, 불거져 나온 것이라네
그대에게 아프게 박히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를 만지면 그대마저 무너질까 봐
나는 안으로 안으로만 비명을 벼리고 있었네
보아라, 내 몸에 돋아난 이 신열의 흔적들을
그대가 준 사랑이 너무 뜨거워
차마 삼키지 못한 고열이 굳어 가시가 되었으니
상처받기 위해 사랑했다는 그대의 장렬한 고백 앞에서
나의 고독은 비로소 음악이 되어 흐르네
찌르는 쪽도, 찔리는 쪽도 결국은
같은 선율 위에 놓인 하나의 고독이었음을
그러니 그대여, 부디 나의 가시를 미워 말아요
이것은 그대라는 눈부신 음악에
내가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추임새이자
가장 아픈 사랑의 증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