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까시나(地遍) 명상법
흙이나 땅 통해 선정삼매 얻는 수행
청정도론에 구체적 방법 소개
대상 바라보며 개념 집중해야
표상 일어나면 수행처 들어가
잃어버리지 않도록 보호 수행
열 가지 까시나명상 중에서 첫 번째는 땅까시나(pathavī-kasina)이다.
땅까시나는 한문으로 ‘지편(地遍)’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지(地, Pathavī)는 ‘땅이나 흙’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땅까시나는 선정 삼매를 얻기 위해
‘땅이나 흙’을 집중대상으로 사용한다.
초기경전에는 땅까시나를 닦는 구체적인 명상 방법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청정도론은 너무 흥미롭게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청정도론 제4장을 기반으로
땅까시나를 만드는 방법부터 닦아나가는 수행 과정들을
간략하게 요약정리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땅까시나 명상을 하고자 한다면 먼저 수행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모두 정리한다. 그리고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땅까시나를 만들어야 한다.
네 개의 나무토막을 연결하고 거기에 누더기 천이나 가죽,
가는 거적 등을 고정시킨 뒤, 지름 30센치 둥근 원반에
깨끗한 황토색 흙이나 흙반죽을 평평하게 잘 펴발라서 만든다.
둘째, 땅까시나를 만들었으면 1미터 25센치미터(2.5완척) 정도
간격을 두고 좌대에 앉는다. 좌대의 높이는 대략 30센치가 적절하다.
만약 까시나와의 거리가 더 멀면 까시나가 잘 드러나지 않고,
그보다 가까우면 까시나 결점이 보인다. 또한 좌대도 30센치보다
높으면 목을 숙여서 보아야 하고, 더 낮으면 무릎에
통증이 오기 때문에 적절한 간격과 높이도 배려해야 한다.
셋째, 바른 자세로 좌대에 앉았으면 마음 준비를 해야 한다.
선정과 열반을 얻고자 하는 출리에 대한 열망을 갖고,
불법승의 덕에 대한 명상으로 마음을 편안하고 기쁘게 한다.
그리고 하고자 하는 수행에 대한 존중심을 가지면서 분발심을 낸다.
그런 다음 두 눈을 적당히 뜨고 땅까시나를 쳐다보면서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눈을 너무 크게 뜨면 눈이 피로해지고,
작게 뜨면 까시나 원반이 분명해지지 않아서 졸리게 된다.
이런 경우 표상이 일어나지 않기에 두 눈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뜬 상태에서 땅까시나를 계속 쳐다보면서
대상(표상)을 취해야 한다.
넷째, 이때 까시나의 색깔을 반조하거나 특징을 관찰해서는 안된다.
단지 황토색의 의지처인 땅의 색깔을 포함시켜 ‘땅’이라는 개념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빠타위, 빠타위’ 혹은 ‘흙, 흙’
혹은 ‘땅, 땅’ 이렇게 눈으로 보고 읊조리며 닦아야 한다.
때로는 눈을 뜨고 쳐다보기도 하고 때로는
눈을 감고 마음에 전향해야 한다.
다섯째, 이렇게 백번이고 천번이고 익힌 표상이 일어날 때까지
계속 땅까시나를 보면서 닦는다. 만약 눈을 감았을 때
땅까시나 표상이 마음에 영상으로 나타나면,
그때 익힌 표상(심상, nimitta)이 일어났다고 한다.
만약 익힌 표상이 일어나면, 땅까시나가 있는 그곳에 머무르지 말고
자신의 거처나 수행처로 들어가서 닦아야 한다.
여섯째, 만약 집중력이 약해서 익힌 표상이 사라지면,
다시 땅까시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익힌 표상을 얻은 다음 수행을 계속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고 사유와 일으킨 생각으로 자극을 주어야 한다.
이렇게 익힌 표상을 대상으로 잘 닦아나갈 때,
거친 번뇌들인 장애들이 억압되고 오염원들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장애가 가라앉으면 마음이 근접삼매에 들면서 닮은 표상이 일어난다.
익힌 표상에는 까시나의 결점이 있지만,
닮은 표상은 마치 익힌 표상을 부수고 나오는 것처럼
그보다 백 배, 천 배 더 청정하게 나타난다.
마치 맑은 거울이나 밝은 달처럼.
닮은 표상에는 색깔이나 형태가 없는데,
이것은 삼매를 얻은 자의 인식(saññā, 想)에서 생겼고
나타남(upatthana)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곱째, 닮은 표상이 일어난 시점이 바로 근접삼매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땅까시나를 확장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닮은 표상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보호하면서
계속 수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본삼매에 드는 능숙함을 조화롭고
균형있게 닦아서 땅까시나 색계 초선정에 든다.
이어서 입정과 출정의 자유자재함을 더 닦아서
차례대로 4선정을 성취하는 것이 청정도론에서 설명하는
땅까시나 명상 방법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2022년 11월 2일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