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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사랑 봉우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이봉우(일향)
제 54장,
그것은 고마움이 눈물이다.
자신의 손으로 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지수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다.
지수는 그런 미향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냉면 한 그릇을 다 비운다.
“정말 시원하고 맛이 있어요.
이제 배가 부르니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정말 맛이 있었니?”
“네!
처음으로 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을 아주 달게 먹었어요.“
“고맙다.
네가 그렇게 말을 해 주니 정말 너무 고마울 뿐이다.“
”어머니!
왜 제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지 못하세요?
이제는 제 눈치를 보시거나 주눅 들지 마세요.“
“지수야!
난 네게 에미라고 나설 자격이 없다.
너를 낳기만 했지 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차 관심이 없던 에미다.
그런 내가 어떻게 널 떳떳하고 당당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가 있니?“
“이제 그 모든 것들이 다 지난 일들이에요.
이렇게 저를 낳아주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부부로서 살아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어요.
만일 두 분 중에 한 분만 볼 수 있었다면 지금 제가 이렇게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 갈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
“어머니!
지금 당장은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어머니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제 앞에서 이렇게 조심스럽게 저를 대하시는 것이 참으로 싫습니다.“
“미안하구나!
그러나 네 말대로 지금 당장 당당하게 내 앞에 설 수가 없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한발 한발 네 앞에 다가서겠다.“
미향은 이렇게 자신에게 마음을 내 보여주는 지수가 고마웠다.
자신은 엄마라 부르지 않고 꼬박 어머니라 부르는 지수의 말이 다소는 조금 섭섭해지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도 선뜻 지수를 향해 다가서지 못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그래도 자신을 어머니라 부르며 받아주는 지수가 고마운 것이다.
“이제 입덧이 가라앉으니 먹고 싶은 것이 있지 않겠니?”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어요.
생각 날만큼 특별나게 해 먹고 자라지 못해서 그런 모양이에요.
그냥 배가 고프지 않기 위해서 먹는 것이었지요.
맛이 있다거나 맛이 없다거나 하는 생각은 정말 사치스러운 생각일 뿐이었지요.“
”.............................“
“이모부가 다치고 나서는 정말 더 힘들었어요.
거의 일을 나가지 못하시는 날이 많았고 일을 나가시고서도 중간에서 포기를 하고 들어오시는 날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생활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느끼고 살아왔던 세월들이었지요.
더구나 성수오빠가 그런 병을 앓고 있으니 이모가 마음 놓고 일을 하러 다닐 수가 없으니 집안의 수입이 전혀 없는 날들이 많지요.“
미향은 지수의 말에 아무런 대꾸조차 할 수가 없다.
언니네 가족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오고 있던 날들에 비해 자신은 참으로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 부끄러울 뿐이었다.
비록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미국인 남편이었지만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살면서 자신이 낳은 자식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왔던 세월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그분들은 저를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는 것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할 일이지요.
자신이 낳은 자식이더라도 그 환경에서는 중학교 정도만 다니게 하고 얼마든지 돈을 벌어오라고 내 보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모부는 당신의 처제, 즉 어머니에게 해 주시 못하신 것을 늘 마음 아프게 생각하시면서 제게 대신 더 많은 것을 해 주시고자 늘 애를 쓰시곤 했지요.“
“그래, 내 형부는 그런 사람이다.
고아원에서 나와 형부와 함께 살면서 느낀 것이 바로 따뜻함이었다.
형부는 참으로 심성이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난다.“
미향은 잠시 고훈석을 생각해 본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언니를 사랑하고 처제인 자신을 어떻게 하든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려고 노력을 한 사람이었다.
어린 처제가 임신을 하고 배가 불러왔지만 단 한 번도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는커녕 어떻게 하든 용기와 힘을 보태주려는 노력을 했었다.
두 사람 비록 가진 것이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만으로 결혼식을 대신하며 살고 있었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알면서 진심을 다해서 사랑하며 가정을 지켜 나가는 사람이었다.
“지수야!
너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도 내가 죄인이라는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조금씩 네 마음이 열리면서 나를 진심으로 용서해 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처음으로 미향과 지수는 마음을 조금 열고 대화를 나눈다.
미향은 지극 정성을 다해서 지수를 돌봐준다.
이제 차츰 입맛이 돌아오는 지수는 미향이 해 주는 음식을 모두 잘 먹는다.
“이제 우리 지수가 곧 잘 먹는 것을 보니 이 애비가 마음이 놓인다.”
유승재는 지수가 먹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한다.
지수의 배는 달이 지나갈수록 불러온다.
쌍둥이를 몸 안에 키우면서 지수는 자신이 참으로 대견스럽고 장하다는 생각을 한다.
“태민씨!
정말 내 몸 속에 아이가 둘이 있는 것이 맞아요?“
”초음파를 몇 번이고 해 보았으면서도 아직 믿기지 않아?“
”아무래도 너무 신기하고 믿어지지 않아요.
오늘 낮에 어머니와 병원에 가서 아기들의 심장 뛰는 소리도 들었어요.“
태민은 지수의 배에 귀를 대고 아기의 심장소리를 듣는다.
처음 정화와의 결혼생활에서 맛 볼 수 없었던 행복이다.
그때는 처음 사업을 시작하느라 아내의 임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바쁘게 뛰고 있었다.
그저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당연히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정화 또한 모든 것을 태민의 위주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임신으로 남편을 번거롭게 해서 일의 지장을 주기 싫어했던 사람이다.
오직 사업에만 전념을 하게 하려는 정화의 배려였다.
태민은 아기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행복해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저녁이면 책을 한 아름씩 사 가지고 와서 지수 앞에서 동화책을 읽어주곤 한다.
그것은 태아를 위해 아빠가 할 수 있는 태교라는 것이다.
지수는 자신이 세상의 모든 행복을 가지고 있음을 느낀다.
아버지와 그리고 어머니 또한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계심을 안다.
조금씩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는 지수였다.
자신처럼 어머니 역시 가난을 탈피하려고 몸부림을 친 것이다.
자신은 그것을 실천하지 못했을 뿐이고 자신보다 더 적극성을 띠우던 어머 니는 그것을 실천
으로 옮겼을 뿐이다.
이제 지수는 자신이 부모가 된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을 한
다.
지수는 그렇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출산 날을 기다 린다.
쌍둥이를 가져서 그런지 지수의 배는 유난스럽게 불러온다.
지수는 더 이상 아기를 크게 키우지 않으려고 운동을 열심히 하지만 불러 오는 배를 어쩌지
못한다.
더구나 입덧이 끝나고 나서 지수는 무엇이든지 잘 먹는다.
미향은 그런 지수를 위해 자신이 직접 음식을 해서 먹이곤 한다.
재료를 구입하는 일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나가 눈으로 확 인을 하고 싱싱하
고 좋은 것으로 골라 사 와서 최선을 다해서 조리를 하면서 지수의 입맛에 맞추어 주는 것이
다.
“허허허...........
이러다 우리 지수 때문에 당신의 요리솜씨가 늘어나게 생겼군!“
유승재는 이제 두 모녀사이가 조금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고 흐뭇한 마음으로 두 모녀를 지
켜본다.
항상 서먹하기만 했던 두 모녀 사이었다.
서로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더구나 아내는 딸아이에게 마음 놓고 말한 마디를 제대로 건
네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유승재로서는 이제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만 같아
안심이 된다.
그것은 태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들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장모님의 마음을 이해를 하면서도 늘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
라보아야만 했던 것이다.
지수와 미향이 서로 가까이 다가감으로 해서 집안의 분위기는 부드러워지고 밝아져간다.
지수가 매달 정기적으로 다니는 병원 검사 또한 미향이 직접 데리고 다닌다.
미향은 지수를 가졌을 때 매달 정기 검사라는 것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그럴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고 매달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저 때가 되니 아기를 출산했던 미향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향은 지수의 임신에 대해서 상당한 신경을 써 주면서 세심한 배려를 아
끼지 않고 있다.
“어머니!
오늘은 병원에 갔다가 이모 집으로 들려서 오고 싶어요.“
미영은 자주 오지 않고 있다.
그것은 미향과 지수 사이를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해 주기 위한 미영의 생각에서 미영은 되도
록 유승재의 집에 드나드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
“그래, 안 그래도 나도 이모가 보고 싶었다.
뭐가 먹고 싶은지 우리 미리 전화를 할까?“
“네!
이모가 해 주는 보리비빔밥이 먹고 싶어요.“
지수는 보리를 듬뿍 넣은 비빔밥이 생각이 난다.
그때는 참으로 그것이 제일 싫었던 것이었는데 새삼스럽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물이라고 해야 시래기에 콩나물이 전부였던 그리고 쌀은 보이지 않고 보리가 거의 전부였
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
그때처럼 보리만 넣은 보리비빔밥으로 준비를 해 달라고 해 주세요.“
“그래, 허지만 아마 지금은 그때처럼 맛이 있을지 모르겠다.”
미영은 미향의 전화를 받고 준비를 한다.
물론 그때처럼 시래기와 콩나물만이 있는 나물이 아니고 나물의 종류도 제대로 갖추어 준비
를 해 놓는다.
지수가 먹고 싶다는 보리비빔밥. 그것은 말 그래도 깡 보리밥에 제대로 된 나물도 없이 해 먹
었던 보리밥이었다.
이제 새삼스럽게 그것을 찾는 지수의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미영은 정성을 다해
준비를 한다.
미영은 찹쌀을 조금 넣고 보리를 많이 섞어 밥을 짓는다.
보리밥에는 찹쌀을 넣어야 보드랍고 찰진 밥이 되는 것이다.
일반미를 섞으면 푸슬푸슬해서 먹기에도 힘들다는 생각을 하면서 찹쌀을 넣고 밥을 짓고 여
러 가지 나물을 준비한다.
거의 준비가 끝나가고 있을 때 미향과 지수가 도착한다.
“이모!
왜 그렇게 안 오세요?“
지수는 미영이 자신을 보러 오지 않는다고 투정을 한다.
“미안하다.
이제 이모가 게을러져서 그런지 외출하기가 힘이 들어진다.“
“어디 아픈 것이 아니고?”
지수는 깜짝 놀라며 묻는다.
“아프긴?
너무 편해서 게을러져 그런 것이다.
어서 밥 먹자.“
“이모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훈석을 찾으며 묻는다.
“네 이모부는 이서방 연락을 받고 이서방 회사에 갔다.”
“태민씨가?”
“그래,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와서 네 이모부를 회사로 오셨으면 하더라.
이모부야 신이 나서 나갔다.“
“무슨 일이지?”
“그거야 이모부 들어오면 알 일이고 어서 식탁으로 가자.”
미향과 지수를 데리고 주방으로 간다.
“아, 정말 좋은 냄새가 나요.”
“하필이면 그 좋은 음식 다 놔두고 보리밥이 먹고 싶다고 하니?”
미영은 밥솥을 열고 밥을 푼다.
“이모, 나 큰 양푼에다 퍼 줘요.”
“호호호..........
알았다. 많으니까 어디 양껏 먹어 보거라.“
“언니, 그러지 말고 우리 커다란 양푼에 비벼서 함께 먹읍시다.”
미향은 한 술 더 뜬다.
“지수야!
네 엄마 말대로 우리 그렇게 할까?“
“좋지요.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 할까요?“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주방을 떠나가게 한다.
미영은 밥을 푸던 것을 멈추고 커다란 양푼을 찾아 밥을 푼다.
그리고 각종 나물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는 밥을 비빈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어제는 전라도 순천의 조계산을 비 맞으며 산행하고....늦게사 집에 돌아오느라고 댓글을 못썼습니다....양푼에 함께 비비는 나물밥에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