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스전기. 카루스여 영원하라..
회색빛 하늘이 붉게 드리우던 그날 나는 그들의 눈물을 보아야만 했으며 나는 그들의 함성을 들어야만 했으나 나는 그들의 차딘찬 손을 결국 놓아야만 했다.
모두의 시리운 눈빛을 가슴에 품고도 함께 가지 못한 그길에 그에 다시금 돌아와 외로이 살아남은 나는 살아서 살지 못하는 한줄기 바람이어라.
내가 찾아 헤메는 거칠은 광야에서 그대 누군가 그 길로 접어들어 찾는다면 나는 기꺼이 그를 품에 감싸안고 전하지 못한 나의 기억을 노래해 주리라.
들어라 아직 잠들 수 없는 나의 노래여, 기억하라 그들의 혼으로써 빚어낸 이 아름다운 카루스의 영광을.
나의 조국 카루스여, 나의 고향 카루스여, 진정으로 카루스여 영원하라.....
카루스 왕립 도서관 증축 공사도중 발견된 한장의 두루마기는 그 훼손도가 심하여 그 이후의 많은 내용을 복원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연구끝에 이는 카루스의 돌아온『제너』 이라는 음유시인의 작품이라 판명되었다.
- 나온력. 030526. 비슷한 시기... 각기 맞이한 중흥의 기운속에서,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던 엘모라도는 풍요로운 녹색의 대지를 바탕으로 다수의 기사단이 자율과 협동 그리고 반목을 경험하면서 서서히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반해 눈덮인 설원과 황량한 사막을 둥지삼은 카루스는 그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며, 비록 적은 인구수였으나 각자 개개인이 강해져야 산다는 기치아래 맹훈련을 거듭하며 흔들림 없이 엘모라도에 맞서 항전하고 있었다. 사막의 맹주 사자가 제 새끼를 키우기에 혹독한 시련을 앞서 겪게하던 자연계의 법칙을 받아들인 카루스에서는 그러나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많은 수의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었다.
새로이 편입되어 미래의 기사단 가입을 꿈꾸며 오늘도 삶을 이어나가는 그들을 강하디 강한 카루스의 각 기사단에서는 이들을 애써 무시했고, 어쩌다가 의문점이 생겨 지나가는 기사들에게 의견을 물어도, 그들 눈에는 이들이 기껏 구걸이나 하는 한심한 존재들로만 보였다. 엘모라도 뿐만이 아니라, 자국내의 기사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 초보라 불리우는 카루스의 평민들은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비슷한 처지끼리 모여 필드의 몬스터와 대항하거나, 혹은 어둡고 습한 델로스의 지하 던전에서 고된 노동을 하여 그에따른 적은 수입이나마 차근히 모아가며 오로지 미래의 망또찬 멋진 자신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제 1차. 네레이드스 상륙작전.
훗날 카루스 피의 금요일이라 기록되어진 이때의 전투. 엘모라도 군 수뇌부는 그간 줄곧 카루스의 진격하던 육상 기동로에서 엘모라도의 탐험가 호랑나비 에 의해 새로 발견된 해안로를 따라 대공세를 펼치는 전격 상륙 작전을 채택하였다. 그에 따라 카루스 본토 가까이있는 네레이드스 섬을 탈취하여 교두보로 삼고 이곳에서 재편성없이 바로 카루스의 수도 루퍼슨 성을 공략한다는 계획아래 수송선 2700 척, 보급선 1200 척, 탑승인원 44만에 이르는 대규모 편대를 조직하여 카루스 본토를 향해 나아갔다.
한편, 여느때처럼 기존 국경지대에서의 경비를 강화했던 카루스 진영에 이러한 엘모라도의 상륙작전 첩보가 접수된 시점은 엘모라도의 선봉을 맡은 ☏중화요리☏의 후신 제 5군단 【[堅危不拔]】부대가 섬 남쪽 지구에 발을내딛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카루스에 있어서 훗날 군신으로 추앙받으며, 무적의 카루스 창조했던 최초의 영웅전사
막싸움꾼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여 전국적인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던 카루스에게는, 또한 궁전에서 대규모 연회로 3일 밤낮을 술에취해 비틀거리고 있던 카루스 군 수뇌부의 입장으로서는 그야말로 청력과 같은 급보이자 비보였다.
부랴 부랴 상황을 정리하여 제 3기사단 A1style, 제 5기사단 ♬아름다운사람들♬
제 7 기사단 貴族血盟軍 3개 기사단을 우선적으로 급파하였으나, 국경지대에주둔하고 있는 주력군과 후방에 있는 예비군을 불러들여 방어하기에는그 시간적 여유가 결코 없어 보였다.
때 마침, 심한 열병으로 자신의 영지에서 친위대장 『관우』 가 요양 차원으로 자리를 비웠던 탓인지, 평소 기민하게 움직였던 카루스의 군 수뇌부 는 이렇다 저렇다 뾰족한 대처방안을 내세우지 못했고, 오히려 술기운에 굴복당한듯 여기저기서 올테면와보라는 식의 객기만이 회의장을 덮어갔다.
네레이드스 섬 주변 바다를 새까맣게 뒤덮은 엘모라드의 수송선단에서 일제히 오른 붉은 깃발을 신호로 하여 앞서 상륙해 이미 진지를 구축한 제 5군단의 안전보장을 받은 엘모라도는 마침내 제 1군단 『카프 』군을 필두로 개미처럼 상륙하기 시작하였다.
시시각각 급박해져가는 전장상황과는 달리 카루스 군 회의장은 하나둘 부대로 복귀한다는 핑계로 사라지고 남은자는 불안과 초조에 떨고있는 카루스 국왕과 술에 취할대로 취해 엎어져 곯아떨어진 소수의 기사들 뿐인지라, 가장 활발해야 할 이곳은 말그대로 싸늘한 정적과 국왕의 한숨만이 들려올뿐이었다.
순간, 궁정문을 박차고 들어와 숨을 헐떡거리며 국왕의 앞으로 나아간, 내무대신 법사 영공주는 회의장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듯 한참을 망설이다가 멍하니 자신을 내려다
보고있는 국왕의 눈빛을 보고는 체념한 듯 상황보고를 하였다.
이미 엘모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급파된 제 3, 제 7 기사단이 적에게 궤멸되어 패주중에 있고, 제 5군 ♬아름다운사람들♬ 만이 어렵게 섬 북동부 지구에서 항전을 하고는 있으나 오늘의 태양을 미처 넘기기는 힘들다는 상황이었다.
지원군을 속히 보내지 않으면, 북동부 마저 지키기 힘들고, 그 이후부터는 이 곳 수도까지 엘모라드군을 저지할 만한 마땅한 병력이 없는 위급한 상태 라는 것이었다..
어느새 몽롱함에서 놀라움과 좌절의 빛이 역력한 엘모라도 국왕의 눈빛은. 찾아도 보이지 않는 부하들을 기다리며 허공을 투시하고 있었다. 준비를 소홀히 한 왕에게는 순간의 여유조차 허락치 않겠다는 듯, 전령이 다시금 들어와 제 5군단 ♬아름다운사람들♬ 이 후퇴를 포기한채 전원 옥쇄를 선택 했으며, 이 보고가 도착할 쯤에는 엘모라도군이 카루스 본토에 다다를 것이라는 것이었다.
급박함과 초조함이 이성을 지배할때,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깨어나고, 함께 보고를 받은 법사 영공주 은 무조건적인 천도를 결심해 버렸다. 그나마 제 정신 차리고 있는 호위병들을 시켜 국왕을 강제적으로 이슬란트 외곽으로 피신케 하였다. 죽어도 왕좌에서 죽을 것이며, 죽어도 차라리 싸우다 죽겠다며 발악하는 국왕의 모습이 호위병들에 의해 사라지자, 카루스 내무대신 법사 영공주 은
국왕 권한대행의 자격이라 칭하며, 아직 어찌할 줄 모르는 전령에게 전군 비상 대피령을 내렸다. 카루스의 전군은 엘모라도의 침공에 맞서지 말고, 바로 이슬란트로 피신하여 전열을 재정비 하라는 명령이었다.
국가 축제일을 맞아 비록 궁정과 각 기사단 본대에서와 같이 화려하거나, 풍요롭지는 못할 지언정, 그래도 작은 행복에 감사해 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던 카루스의 초보평민들은 갑작스런 대규모의 기사단 행군과 극한 소란스러움을 지켜보게 되었고,
그 영문을 모른채 어찌할 바를 몰라 어리둥절 하다가, 마침내, 카루스가 대규모 상륙작전을 통해 본토를 압박해 오고있으며, 적절한 대응없이 카루스 대부분의 기사단은 이미 국왕과 함께 자신들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이슬란트 지대로 대피해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떠한 멸시에도 좌절하지 않던 그들에게 국왕과 각 기사단들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충격에 미처 상황판단이 서지 않는 어린아이들의 초롱한 눈망울은 비탄을 넘어서 그들을 분노케 했으며, 결코 도망갈래야 갈 곳 없는 그들에게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는 낯선 군대의 깃발은 자욱한 먼지구름 속에서도 자신들의 운명을 선명하게 내 비치는 것만 같았다.
더러는 급히 집안으로 들어가 가재도구를 챙기고, 더러는 흩어진 가족들을 찾느라 여기저기 고함치고 있었으며, 더러는 맞서 싸우겠다며 무기를 찾았으나, 가난한 그들의 손에
쥐어진 싸구려 검과 활, 방패, 지팡이는 더욱 자신들을 비참하게만 하는 것 같았다. 발빠른 이들은 가족의 옷을 찢어 서툴지만, 국기의
형태는 알아볼수 있을 정도로 카루스 국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제각기 살아남기 위해서, 또한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서 분주해하던 그들에게 온몸에 상처를 입고 엘모라도성으로 달려와 이제는 자리에 없는 국왕을 찾으며, 리나트 마을이 함락되고 마을 주민 모두가 하나 남김없이 적에게 도륙당했다 고 울면서 죽어간 한 경비병의 소문은 그들로 하여금 설마설마 하게끔 하다가 저 멀리 서남쪽 하늘이 검은 화염연기로 뒤덮는 것을 보자 사실이구나라는 체념을 이끌어 냈다.
그때, 한편 성 반대쪽에서는 일단의 함성과 여러 외침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하였다. " 나는 카루스에서 태어났다. 애국심이 별거냐. 내가 이곳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곳을 지켜야만 하는것이고,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적과 맞서 싸우는것이 바로 애국심이 아니겠느냐. 설사 오늘 내가 죽어도 양심이 있다면, 국왕이 돌아와 만에하나 살아남은 내 가족에게 먹고살 걱정만은 없게 해주지 않겠는가. 살아있는자
나가 싸우자........" 평상시 같으면, 유치하고, 선동하는 목소리로 들렸을테지만, 막다른 곳에 몰린 상황에서의 이같은 주장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서서 그동안 무시당해왔던 그들의 내면 깊은곳의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초보전사 지망생 훌리건은 이내 대열에 합류했고, 자신있는 목소리들에 비해 허술하기 짝이없는 갑옷과 무기류에 실망을 하던 어둠의황제,백유향,스에조,에이키치,혈몬이슬,
너만지켜줄께등도 각각 손에 무기를 쥐고 성 문 밖으로 발걸음을 옯겼다. 그들이 앞서서 성문으로 나가자 성내의 모든 평민들 역시 고개를 떨군채 군신 막싸움꾼의 가호를 마음속으로 빌며 따라 나섰다.
서남쪽 하늘에 이어, 얼마안가 동남쪽 하늘에서도 검은 연기가 피워오르더니 이것이 리나트에 이어 벨루아가 함락당했다는 의미겠지 저마다 생각할 무렵 루퍼슨 성 정남쪽 멀리 보였던 깃발의 문장이 이제는 선명해 지자, 깃발 아래 먼지에 가려졌던 엘모라도의 모습은...저마다 찬란한 갑옷과 불타는 무기들로 제각각 무장되어 질서 정연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박자에 맞추어 울리는 북소리 이외에 별다른 소리는 없건만,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카루스의 평민들의 마음속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적군의 함성 이 연신 울려대고 있었다.
그들이 할 말을 잃은채 손에쥔 단검에 의지하고 입술을 꽉 깨무는 동안 벌벌떨던 몇몇은 이내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도망가봐야 살길이 없다며 그들중 한명을 베어버린 전사지망생 훌리건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곧장 엘모라도 적군을 향해서 힘차게 달려나갔다. 달려나가면서 처음에 입은 다물었으나, 적과 가까워 질 수록 자신도 모르게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하였다.
카루스 루퍼슨성을 함락을 명령받은 엘모라도 제 1, 3, 12,15,21군단으로 편성된 가칭 제 1 연합군은 멀리서 성밖을 가득 메우고 있는 카루스군들이 처음엔 카루스 수도방위군이라 판단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으나, 척후병에 의해 일반 평민들과 패전한 일부 기사단 소속의 군인들, 그리고 성내의 잡상인들까지
다 모인 잡군이라는 보고에 허탈하고 기가 막혔다. 의례 수도를 방위하는 군대가 가장 최정예임이 역사적으로 관례이기에, 수도 방위군이나 친위대가 아닌 일반 잡놈들이 돌멩이하나 쥐고 맞선다는 것이 제 1 연합군 총 사령을
맡은 『카프』 에게는 혹시 적의 계책이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였다.
자세한 내막을 알고자 잠시 대열을 멈추게 했던 그 순간에 혼자서 알지못하는 소리를 지르며 정면으로 달려오는 카루스인을 혹시나 싶어 중군부장 『승부사』 가 활로 쏘아 맞췄다. 정확히 심장에 꽂힌 『승부사』 의 화살에 훌리건는 픽 쓰러졌고,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이번엔 로그지망생 스에조사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 이후로 별앙마
백유향,어둠의황제,에이키치,무지개의꿈이 연이어 함성을 지르며 엘모로 뛰어갔고, 이들 모두는 엘모군 대열에 닿기전에 『승부사』 가 쏘아 맞추는 화살에 여지없이 쓰러져버렸다.
그들의 장렬하면서도 무모한 죽음을 지켜보던 엘모라도 평민들의 마음이 이미 화산폭발 직전에 다다르자, 다음을 잇겠다며 너만지켜줄께가 뛰어나가려 하자, 그를 저지하고 대열의 앞으로 나아가 소리치는 한사람이 있었다. 던전에서 심연의 보석을 캐다팔아 근근히 살아가던 영혼의지팡이 이었다. 허리주머니에 있던 심연의 보석 전부를 공중에 뿌린뒤에 내가 이깟 보석을 팔아 비싼 무기와 방어구를 사려했던것은 나보다 약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 었지, 결코 저렇게 내 이웃과 동료들이 죽어가는것을 구경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며, 이렇게 죽어야하는것이 이유는 없지만 항복해서 개돼지 취급받는것보다는 낳다는 말과
함께 그 스스로가 엘모라도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의 말과 행동을 기점으로 성밖에 주둔중이던 카루스 평민들 모두는 일제히 앞으로 달려나갔고, 이러한 그들을 맞이하는 엘모라도사령관 『카프』 은 비록 일개 백성들을 쳐 죽이는것이 찜찜하지만, 저들을 모두 처단해 버려야 이것이 적의 계책인지 아닌지 명확해 진다며 더이상 지체할 것 없이 제 1 연합군 전군 공격령을
선포하였다.
그 순간 부터 이어진 백병전에는 아무런 작전이나, 병략이 적용되지 않았다. 엘모라도군 입장에서는 혹시 모르는 적 주력군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달려드는 이 악바리같은 쓰레기들을 닥치는대로 쓰러뜨려야 했고, 카루스군 입장에서는 이미 쓰러져간 리나트, 벨루아 마을 주민과 본인 스스로의 복수를 위해서
한명이라도 죽이고 죽어야 한다는 일심뿐이었다.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이 전쟁이 그나마 오래가는 것은 오로지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 저 카루스 백성들이 죽을때까지 덤벼들었기 때문이었다. 불타는 엘모라도의 무기앞에서 한낫 천조각보다도 못한 갑옷들은 한방에 떨어져 나갔고, 몸을 지켜줘야할 검과 방패는 역시 한방에 부러져 나갔다. 자신의 무기가 다했으면, 옆에 쓰러진 동료의 무기를 주어 항전하고, 이것마저 떨어져 나가면, 결코 통하지 않겠지만, 저 단단한 키틴 갑옷을 입으로 물어뜯겠다고 덤벼들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마당에 그들 눈가에 맺힌것이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아니라 몸속에서부터 솟아오르는 피눈물이었음도 몰랐고, 죽기 전에 외치는 비명소리가 그저 살려달라는 소리로만 인식했지, 내생명 카루스를 위하여! 라며 비장한 마음을 표현한 것인줄도 몰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에 있어서 여전히 변함이 없는 엘모라도군에 비해 카루스군은 보기에도 한눈에 알아볼정도로 그 수가 확 줄었고, 차 한잔 마실 시간이면 모든 것이 정리 된다는 선두 지휘관의 보고가 있었다. 이미 일군을 따로 선발하여 루퍼슨성 측후방으로 진군하라고 비밀리에 명령 한 『카프』 은 해당부대에서 적의 매복군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게되면 즉시 이 무자비하고 치욕스런 전투를 끝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한 평생 야전에서 살아온 그에게 일반 백성을 상대로 한 이 전투는 말그대로 불명예 였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마음은 예하 지휘관들마저도 한 생각이라 카루스 저들 스스로 물러나 주길 간절히 바라기도 하였다.
허나 카루스 인들의 마음은 추호도 물러날 뜻이 없었고, 죽음을 앞에둔 이순간 장렬한 전사만이 그들이 평소 누려보지 못했던 최대의 명예이자 존재의 가치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였을까 스스로도 놀랄정도로 새로운 힘이 지쳐 풀리는 온몸의 근육을 다시 북돋아주고 있었고, 여기저기 맞은 부상자리에서는... 더이상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 홀가분해진 상태로 의식이 멈추는 순간까지 맞서 싸우고 또 싸웠다. 얼마안가 그들의 서있는 모습이 삼분의 일로 줄어들었을 시점에 뜻밖에 성내에서는 새로운 함성과 함께 새로운 집단이 몰려나오고 있었다. 걔중에는 여자와 어린 아이들도 껴 있었다. 성밖 전투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성벽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들의 가족들이 그냥 이대로 저들을 보낼수는 없다며, 하나둘 달리기 시작한것이 모두의 마음으로 퍼져나가 일제히 성문을 열고 달려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아예 무기 하나 없이 달려나오는 저들이 백병전이 벌어지는 한가운데 도착하자, 저마다 가슴에 품었던 엑시드 포션을 일제히 내던졌고, 어렸으나 활정도는 쏠수 있겠다 싶은 아이들은 일제히 스틱스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비록 생명의 위협을 느낄정도는 아니었으나, 멀쩡한 갑옷에 흠집이 생기기에 짜증난 엘모라도군은 그제까지 그래도 마음에 존재했던 양심적 가책이 사라져버리고, 감히 엘모라도 최정예 기사인 자신의 몸을 더렵히는 추잡한 것들이 더이상 살아있는 생물로는 보이질 않았다. 어른들 처럼 여러대 견디지 못하고 단지 스치는 공격에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아이와, 그 아이를 온몸으로 감싸며 날아오는 화살에 두 모자가 함께 꽂히며 쓰러지면서도 내 생명 카루스를 위하여! 란 외침은 그 어떤 종교에서도 가르치지 못했던 가장 성스러운 모습이었으며,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카루스인들의 얼굴을 흐뭇한 미소로 물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반면에 살아서 싸우던 카루스인들로 하여금 전 생애를 통틀어 발산시키는 투지의 궁극적 힘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맹공을 퍼붓는 엘모라도군 최정예의 공격에 카루스는 기어이 오늘에 이르러 그 역사를 마감해야 될 듯도 싶었다. 이같은 루퍼슨성의 대혈전, 전무후무한 가공할 항전 소식이 마침내 이슬란트 지구에 보고되었고, 이제는 술에 깨어 제정신 차리고 속히 전열정비후 역습하겠다고 작전회의를 갖던 카루스 국왕과 전군 대장들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어야 했고, 입구쪽에서 전령에게 가장 가까이서 전령의 보고뿐만이 아니라 그가 흘리는 눈물을 유일하게 목격한 제 32 기동군 연대장 바다의왕은 스스로의 울분을 참지못해 칼을뽑아 자신의 심장을 정확히 찔러 넣었다.
순간 모두 제자리에서 일어난 장군들을 제지하며, 카루스 국왕은 바다의왕의 감지못한 눈을 손수 감겨 주었고, 그의 심장에 박힌 칼을 뽑는데 손잡이를 잡지않고, 날카로운 칼날을 거머쥔채 천천히 뽑았다.
" 보라.. 내손에서 흐르는 나의 피도 붉고 바다의왕의 피역시 붉도다. 허나, 앞으로 그 누가 짐과 그대들의 피가 신성하고 고귀하다 하겠는가.. 스스로 쓰러져간 저 백성들의 피를 보지 못한 우리가.. 과연 진정으로 살 가치가 있는 존재란 말인가..."
북받쳐 오르는 격정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국왕이 울음을 터뜨리자, 장내의 모든 제장들... 그리고, 장밖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카루스의 21만 전 장병 들은 하나같이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으며, 어느 순간엔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저마다 손바닥을 칼로 그어 떨어지는 핏물을 바라보며 죽는 순간까지 복수를 다짐했다. 재 정비나 전열정비 같은 단어는 필요치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떨어진 국왕의 전군 공격령과, 수도 탈환의 명령은 카루스 군 스스로의 결의를 한 층 불태웠고, 역사상 가장빠른 행군속도 신기록을 세우며 수도 루퍼슨성으로 향했다.
들리는 소문에 그날 카루스와 엘모라드 양군이 루퍼슨성 지구에서 충돌하면서 카루스군단 전사자 5만 2천, 부상 3만 3천의 전사상자. 엘모라도 군단, 15개 연대 궤멸, 전사자 11만 1천, 부상 7만8천 의 전사상자 를 각각 쏟아내며, 서로의 패망을 우려한 양측의 일지 정전협정으로 겨우 그 끝을 맺게 되었다.
허나 이러한 공식문서상의 기록을 뒤로하고, 당시 전사한 카루스의 백성의 수는 루퍼슨성, 벨루아, 리나트 모두를 합쳐 45 만에 가까웠고, 이같은 천문학적인 인적 손실은 그 이후 카루스에게 돌이키지 못하는 약점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 카루스의 수도였던 루퍼슨 성의 인구가 48 만명에서 전투 후 고작 6만명이 살아남았다고 훗날 전해진 이 전투는 그 누구에 의해서도 기록으로 남지를 못했다. 이날의 고통을 직접 느껴보지 못했기에 감히 편안한 자세로 기록을 남길수 없다며 대다수의 사관들이 기록을 거부했기 때문이었고, 단지 카루스 피의 금요일 - 카루스 대성전 이라고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이어져 갔으며, 불명예스런 전투를 의식한 엘모라도는 제 1차 네레이드스 섬 상륙작전으로만 이름붙여 간단한 기록만을 적었을 뿐이었다.
당시 그 전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중의 한사람이었던, 음유시인 돌아온『제너』 은 살아남은자의 슬픔을 잊기 위해선 그같은 모습을 후세에 영원히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양피지 5장 분량의 장편 시를 적었으나, 아쉽게도 위에서 밝힌 서문을 제외한 이후의 기록은 제 231차 루나게이트 전쟁당시 왕립 도서관 일부가 불에타면서 영원히 재로 사라졌다고 후세의 역사학자들은 전한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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