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올해만 지나면 나이 70이다. 왠지 서글프다.
마음대로 몸이 따라주지앉는 탓도 있지만 정신연령이 낮아지는 만큼 가장으로서의 지위도 낮아지는 게 못내 서글프다.
이유는 마누라 때문이다--[if !. 눈치 보며 사는 것은 퇴직할 때부터이고 지금은 몸 사리며 살아간다. 추석전날 며느리들에게 일반적으로 통보하는 말이
“ 우리 집은 집에서 제사를 모시지 않고 성당에서 추모미사로 하기로 했으니 친정에 가서 홀로계시는 친정어머니를 도와 아버지와 조상 제사를 모셔라” 라고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고 명절 증후군 까지 앓으며 심하면 이혼까지 한다고 하니 그 스트레스를 풀어 줄려고 하는 시어머니의 배려는 이해가 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의한마디도 없이 일방적으로 며느리들에게 통보하는 것은 남편으로 무시당한다는 것도 있지만 가장의 권위마저 상실 당한 것 같아 섭섭해진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한다면 손주 손녀들에게 용돈주는것도 향상 자기만 독점 하다 보니 이놈들이 할아버지 보다 할머니 우선으로 모든 일을 생각하는 같아 위축감도 느끼고 있는게 사실이다.
또 우리 마누라는 김치 공주병이 아주 심하다. 추석다음날 하나로 마트 농산물 코너에 배추를 사러 가야 한다고 아침부터 서둔다.
“어머니 담그신 김치 아니면 신랑이나 아이들이 밥도 먹지 않는데 지난번에 담아주신 김치 한 쪽밖에 없어 손님이 오셔도 내놓지 못하고 아껴요”
이말 한마디 때문에 마트에 문 여는 것 확인하고는 채비를 서두른다.
배추만 사오면 뭐해 김치 담는데 제일 힘들고 하기 싫은 마늘 까고 다지는 일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되다보니 텔레비전의 재미있는 명절 특선 프로 하나 여유 있게 볼 시간이 없다.
친정 다녀온 며느리들이 친정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 어머님이 세상의 최고야 라는 마음에 없는 며느리의 간드러진 말에 현옥되어 오늘도 마누라 따라 방금 담근 김치를 싸들고 아들 집으로 향한다.
첫댓글 다복하시네요. 요즘 고부간에 서로 양보하는 명절 풍경은 보기 힘든데.... 가장 되신 어르신의 인화 덕인 듯싶어 부럽기만 합니다.
좋은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가족의 화합과 끈끈한 정이 가슴을 훈훈하게 만져주는 글 입니다. 아마도 선생님의 인덕이 좋으셔서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것 같네요. 제 가정도 장손이지만 집안 식구들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관계로 금년부터 양 명절에 성당에서 미사로 대신하고 제사는 안 지내지만 대신
식구들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하기로 정하였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라오며
본 글방에서 자주 뵙고 싶습니다. 저는 일산 탄현동 성당 이베드로 입니다.
베드로 형제님 안녕하세요. 조상을 위한 미사를 봉헌 하신다니 참 좋은 몫을 선택하셨군요,
하느님의 축복의 평화가 함께 하시리라 믿습니다. 저의 본명은 전 클레멘스 입니다.
@적산 선생님, 그 유명한 클레멘스 교황의 세례명을 지니신 분 이시군요.
저희 집안은 고인이 된 막내 제수씨를 포함하여 저희 가족과 부모님,
그리고 장인 장모님을 위해 성모 꽃마을에 아주 적은 헌금으로
생존시엔 생미사, 죽어선 연미사를 드릴 수 있게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명절 때에는 차례 대신 성당에 미사를 드리고 미사참례
후엔 저희 집이나 모처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일산 농협 하나로 마트로 가을에 김장용 배추를
사러가곤 하지요.
답글늦어 죄송하오며..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대범하신 어부인이시군요. 정작 크고 중요한 일은 부군몫으로 남겨두신걸 은근히 말씀하신듯..?
감사합니다.
*** 저희 어머니가 70까지만 살다 가셨으면 좋을뻔 했습니다.
애석 하시겠습니다
보통 그나이에 접어들면 그의가 그렇게 사나봅니다,ㅎㅎㅎ
육십대 중반부터 실격당한 가장의 자리를 십년이상 격고보니
이젠 만사가 내 한입 다물면 집안이 조용하니
그냥 주는대로 먹고 시키는대로 하며 지나는것이
상책이란걸 터득하게 되든군요,,ㅎㅎ
한마디 거덜라치면 잔소리로 치부당하고...
마늘도 큰 바가지로 하나 까고나면 손바닥 껍질이
다 벗겨지는 고통도 따르고 그래도 군말 한마디 없이 하면 편합디다....^ㅎ^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르신이 저는 부럽습니다.건강 하십시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
ㅎㅎㅎㅎㅎㅎ
거참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무지무지 슬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슬며시 웃음이 나네요. ㅎㅎㅎㅎ. 왜냐하면 넋두리가 넋두리로 들리지 않고 자랑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사모님의 현명하심과 집안의 화목을. ㅎㅎㅎㅎ. 다미아노 입니다. 아직 일하고 있어 큰소리치고 살지만 아내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고 아이들이 모두 엄마 편이라 제가 불리한 입장이지만 아직까지는 먹혀들어 갑니다. 그때가 서서히 다가 오는 예감이 드는 아침입니다. 부지런히 출근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재밌어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줍니다.
아직 공감은 안되지만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