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었다 뺐다
노병철
우리 연배쯤 되는 영남권에 사는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상행선 기차는 대전역에서 조금 오래 쉰다. 그래서 대전역에서 우르르 내려 우동 한 그릇 말아먹고 간다. 그때 그 우동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우동을 먹으라고 대전에서 그렇게 오래 쉬는지 전라도로 가는 열차와 교차 시간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지라 뜨거운 걸 못 먹는 사람은 다 먹지 못하고 기차에 타야 했다. 입안이 쇠가죽으로 둘러싼 나는 국물까지 다 마시고 탄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에 우동 담는 것을 자연히 보게 되는데 우동을 국자에 넣고 뜨거운 우동 국물 안에 넣었다 뺐다를 몇 번 반복한 다음 준다. 난 그 시간도 아까웠다. 그냥 국물만 부어주면 될 것을 뭔 지랄 났다고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넣었다 뺐다는 밤에만 하는 줄 아는 나로선 그 행위로 인한 시간 손실을 아까워했고 그 초조했던 마음이 우동 맛을 배가시킨 것 같다.
밀양 맛집을 쳐보면 돼지국밥이 나온다. 그런데 밀양에서 돼지국밥 찾기란 쉽지 않다. 정말 맛있는 돼지국밥집은 대구에 더 많다. 중구에 8번 식당, 수성구에 2번 식당. 칠곡에 부자 식당 등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고령에도 맛있는 돼지국밥집이 있는데 고기를 무진장 많이 준다. 쌍림 5번 딸기 아줌마랑 친구라서 알게 된 집인데 엄청 양이 많아 놀랄 정도였다. 이 모든 돼지국밥집 공통점이 큰 돼지 국물 통에 고기를 넣었다 뺐다 해서 손님에게 제공된다는 것이다.
밥이나 고기, 국수 등에 더운 국물을 여러 번 넣었다 뺐다 하면서 덥히는 것을 ’토렴‘한다고 한다. 한자로는 퇴염(退染)이라고도 염색된 물을 뺀다는 말이다. 차가운 음식 재료를 데우는 역할을 해서 사람들이 먹을 때 식감이 괜찮게 하기 위한 방식이다. 찬 고기나 국수를 덥혀 주는 역할도 하지만 찬 음식이 더운 국물과 만나서 주는 식감 또한 무시 못 한다. 더운밥을 뜨거운 국물에 말아버리면 밥에 있는 전분이 빠져나와 국물이 탁해진다. 국밥을 제대로 먹는 사람은 절대 더운밥을 국에 말지 않는데 요즘 식당에선 더운밥만 준다.
60년 전통 안심식당으로 지정된 어묵 식당에서 손님들이 국물을 덥혀 달라는데 먹던 국물을 토렴하다가 걸렸다. 주인은 아니라고 발뺌하다가 사람들이 찍은 영상으로 증거를 들이미니깐 아무 소리 못 하고 인정했단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 딴짓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미 사람들의 입속에 들어간 숟가락이 왔다 갔다 한 그 국물을 다시 부어 토렴하면 다른 사람은 사람들의 입속에 들어 있던 침이나 온각 찌꺼기를 같이 먹게 되는데 헛구역질이 다 난다. 제발 넣었다 뺐다는 깨끗하게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렴이 뭔데?”
“무식한 놈아. 넣었다 뺐다........”
첫댓글 ㅎㅎㅎ, 토렴하는 걸, 밤일에다 빗대는 놀라운 창의력 끝내줍니다.
진천 네거리에 진짜 토렴 잘하는 돼지국밥 집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