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골목길'에서 만난<님의 침묵>
조용연 작가의 깊은 여운의 맛<심진 스님 노래>해설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만해’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승려 한용운’을 모르는 이도 없을 것이다. ‘백담사’를 모르는 이는 더구나 없을 것이다.
심진 스님의 노래 ‘님의 침묵’은 모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님의 침묵'을 대중가요로 만들어 부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또한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조용연 작가는 심진 스님의 노래 ‘님의 침묵’을 들려주면서 백담사 관광 해설사까지 겸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백담사 홍보 대사가 아니다. 백담사 관광 안내원도 아니다.
조용연 작가는 무슨 연유로 만해의 크고 깊은 자취를 살피고 더듬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날, 공을 들여 만든 영상인가. 얼마나 많은 시간, 정성을 쏟아 다듬은 시어(詩語)인가. 단순히 대중가요 해설이 아니라 한 권의 시집을 해설하는 깊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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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UoiRay_eVxo&t=701s
▲ 조용연 작가의 유튜브 '대중가요 골목길' - 심진 스님의 <님의 침묵> 편
조용연 작가는 ‘추적(追跡)’에 능하다. ‘추적’이란 말은 본래 범인을 뒤쫓는다는 뜻으로 익숙하게 써 온 말이지만, 여기서는 ‘사물의 자취를 더듬어 간다’는 의미로 쓰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조용연 작가는 오랜 세월 몸담았던 치안 분야 공직 이력(전 충남지방경찰청장)으로 보면 마치 일선 형사 근성처럼 '집요한 추적'에 능한 작가다. '추적' 직분을 가진 형사는 단서 하나만 가지고도 만능열쇠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무불통지(無不通知) 재능이다. 모르는 것은 새롭게 발굴하여 알려 준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이 그래서 ‘정미소 주인', 또는 '방앗간 주인’이다. <지식 정미소> 주인은 알고 있는 지식이라도 방아 통에 다시 넣고 찧고 까불고 골라내어 뉘 하나 없는 정제된 알갱이만 보여준다.
그의 해설을 가만히 들고 있노라면 하루저녁에 뚝딱 만들어 놓은 어설픈 영상물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그가 구사하는 언어의 정교함은 시인의 고뇌와 천부적인 작가적 감성에서 나온다.
하나의 사물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재해석이다. 재해석의 가치는 새로운 시선에 있다. 예술 분야의 독창성은 그렇고 그런 진부한 시각과 고루한 해석으로는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한다.
백담사 주변에 관광객과 불자들이 쌓아놓은 수많은 '기원의 돌탑', 그 의미까지 세밀히 짚어주고, 백담사에 들어오고 나가는 협소한 통행로를 정기 운행하는 버스 운전기사의 놀라운 운전솜씨까지 놓치지 않는다. 작가의 섬세한 직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래 한 곡을 해설하면서 '오색의 가을'과 '백색의 겨울' 풍광까지 아름답게 담았다. 놀랍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숙달된 방송 다큐멘터리 제작자도 하루 이틀 수고로는 이만큼 진귀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심진 스님이 부른 ‘님의 침묵’은 '염불(念佛) 리듬'의 독특한 창법이다. 독경(讀經) 카세트테이프를 생시에 즐겨 들으셨던 내 어머니가 이 노래를 들으셨다면 아마도 흥얼흥얼 콧노래로 따라 부르셨을 것이다. 그만큼 익숙하고 친근한 리듬이다.
‘만해의 자취’는 백담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보문산 사정공원에도 만해 한용운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시비 제목은 <꿈이라면>이다.
『사랑의 속박이 꿈이라면 / 출세의 해탈도 꿈입니다 / 웃음과 눈물이 꿈이라면 / 무심(無心)의 광명도 꿈입니다 / 일체만법(一切萬法)이 꿈이라면 / 사랑의 꿈에서 불멸을 열겠습니다』
▲ 대전 보문산 사정공원 만해 한용운의 시비 <꿈이라면> (사진 = 필자 윤승원)
나는 현직 경찰관 시절에 <현충일 일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보문산 사정 공원의 만해 시비를 언급한 바 있다. 만해의 자취를 찾아간 일은 또 있다.
내 고향 청양문화원의 초청으로 《칠갑문화》 필진들과 함께 단체로 충남 홍성에 있는 <만해 생가> 문화탐방을 한 적이 있다. 만해 생가 옆에는 <만해 문학체험관>이 있었다. 여기서 만나는 만해는 시인, 독립운동가, 스님의 면모에다가 가난한 농촌 시절 유년의 모습도 겹쳐졌다.
어릴 때 이름은 유천(裕天), 본명은 정옥(貞玉), 불명은 용운(龍雲), 법호는 만해(卍海, 혹은 萬海)이다. 6세부터 성곡리 서당골에서 한학을 배웠으며 9세에 문리가 터져 신동이라는 칭송을 들었다고 한다.
▲ 충남 홍성군에 있는 <만해 생가>
조용연 작가의 중량감 있는 목소리로 들어보는 ‘님의 침묵’ 노래 해설은 또 다른 맛의 노래 감상이다. 작가 특유의 '지식나눔' 노래 평설을 '관광 안내 지팡이' 삼아 명찰(名刹) 백담사를 찬찬히 둘러본다.
발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충남 홍성의 <만해생가>와 <만해 문학체험관>까지 추억하게 되니, 감상자로선 그 의미가 더욱 새롭다. ■
2021.03.16. 윤승원 감상 記
▶ 유튜브 해설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UoiRay_eVxo&t=8s
첫댓글 장천선생을 통해 조용연 선생의 귀중하고 값진 백담사 전경과 스님의 노래 '님의 침묵'까지 듣게 합니다. 그리고 만해에 대한 여러 곳의 소개는 아름다운 한편의 멋진 드라마 같습니다.
거기에 윤선생의 해석은 조용연 선생의 해설. 구수한 목소리와 시적인 음율을 읽고, 듣게합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조용연 선생님의 이런 작품을 계속 듣기를 희망합니다.
두분의 예술성에 깊고 깊은 찬탄과 경하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정 박사님이 과분하게 칭찬해 주시니 저의 글 솜씨보다 조용연 작가의 노래해설이 훌륭한 덕분입니다. 사실 저도 <님의 침묵>을 친근감 넘치는 대중가요 방식으로 듣는 것은 처음입니다. 노래를 부른 심진 스님의 목소리도 좋지만, 노래 해설을 하는 조용연 작가의 독특한 음색 또한 그 어느 방송국 성우 못지않게 듣기 좋습니다.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해설은 감동으로 이어집니다. 격려해 주시고 넘치는 찬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 페이스북 / 작가와의 대화
◆조용연(작가, 유튜브 ‘조용연의 대중가요 골목길’ 운영자) 2021.03.17. 10:00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영상을 편집하고 자막을 일일이 넣은 고통이 일순에 날아가는 듯합니다.
장천 윤승원 작가님께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것도 하나의 작품이라면 평론가의 애정어린 해설이 있어서 완성도가 더해집니다.
<염불 리듬의 독특한 창법>이라는 정의도, 머릿속 맴돌고 있던 개념이 구체화 된듯합니다.
이래서 평론이, 수필의 정수가 완성도를 더 하는구나, 생각합니다.
대전의 만해 시비가 있는 사정 공원도 저는 못 가보았군요. 홍성 만해 생가 이야기까지
<만해학 서설>이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구복 교수님의 따뜻한 답글 또한 <정동대감>에서 추켜 주신 힘이 잊히지 아니한 터라 더욱 힘이 납니다.
매주 올리긴 어려워도 <대중가요의 뒷골목> 기행을 이어갈 추동력을 얻습니다.
대전의 노래를 찾아서 조만간 갈 수 있는 시간을 엿보고 있습니다.
장천 윤승원 작가님, 늘 건안 하시길 빕니다.
조용연 드림
▲ 답글 / 윤승원 2021.03.17. 11:00
글을 쓰는 일은 벼농사를 짓는 것과 같이 힘이 드는 작업입니다. 영상을 만들고 해설을 직접 목소리로 넣는 작업은 더욱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독자의 응원이 자양분입니다. 저는 조용연 작가의 독자로서 감상기 한 줄 쓰는데도 조심스럽습니다. 늘 긴장합니다.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 시대에 좋은 풍광을 배경으로 음악을 즐기고 그에 해설까지 더하는 일은 복 받은 사람의 신성한 작업입니다. 저의 부족한 졸고를 귀하게 여겨주시니, 세상에 공개한 보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 대전수필문학회 댓글
◆ 강승택(수필가, 교육자) 2021.03.17 21:51
대단하신 분입니다. 지난번 배호 노래 영상을 통해 익히 그 실력을 체득한 바 있습니다만 이번에 <만해 영상>과 <시 해설> 또한 전편 못지않은, 아니, 오히려 능가하는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치안 분야에 근무하셨던 분이 전혀 이질적 분야에까지 이토록 깊은 이해와 재능을 보이시다니, 가히 천부적이십니다. 그와 함께 열심히 날라다 치밀한 해설 달아주신 윤 선생님의 노고도 제2의 창작이라 해서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두 분의 궁합이 천생연분인 듯싶습니다. 망언다사.
▲ 답글 / 윤승원 2021.03.18. 01:45
강 선생님의 총평이 명문입니다. 예사 댓글이 아닙니다. 언젠가 저명 문학평론가 송백헌 교수님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평론을 하는 사람이 가장 신명이 나는 때가 좋은 글을 만날 때>라고요. <시답지 않은 글을 만나면 평론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데 좋은 글, 탁월한 작품을 만나면 평론을 하는 사람은 신이 나기 마련>이라고요. 작품을 바라보는 독자도 그렇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다가 감동을 받으면 독후감이나 감상기 한 줄 쓰고 싶어 못 배깁니다. 조용연 작가는 제가 일선 경찰서에 근무할 때 지방경찰청장을 지내신 분입니다. 당시에도 제가 그분이 특수시책으로 추진하는 <지식정미소>운영(경찰관서에 書架식 책방 설치)에 대해 남다른 감동을 받아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계속]
@윤승원 [이어짐] 퇴직 후에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뵙고 그분의 문필활동에 졸고 감상문을 이따금 독후기 처럼 써오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강 선생님의 오늘 댓글은 권위 있는 評者의 압축된 <총평>입니다. 조용연 작가의 명품 영상과 저의 졸고 감상문을 깊이 있게 살피지 않고는 언급하실 수 없는 격려 말씀입니다. 늘 아낌 없는 칭찬 주시는 존경하는 강 선생님의 귀하고 따뜻한 댓글에 감동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감상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 교수님, 언제나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졸고 감상기를 읽어 주셔서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