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로맨틱, 엄청난 것이 다시 오고 있으어~~)
한국에서 설이나 추석이면 난리 나듯이 여그서는 크리스마스면 모두 난리다.
11월 중순쯤 되면 열기 시작하는 각종 크리스마스 바자, 크리스마스 시장을 기점으로 해서
선물 사러 다니느라, 크리스마스 케잌, 쿠기 굽느라, 카드 보내느라....
올해는 코펜하겐 환경회의가 사분의 일짜리 결실을 맺어서인지
매스미디어들이 친환경적 크리스마스 보내기 프로그램을 자주 내 보냈다.
시중에서 싸게 파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살충제 잔뜩 뿌린 외제임으로 웬만하면 유기농부한테 직접 구입할 것,
선물의 생산지를 확인하고 될 수 있으면 페어 트레이드 마크가 있는 것으로 구입할 것,
구워 먹을 거위도 될 수 있으면 지역 농부에게서 직접 구입할 것 등등등....
맨 마지막의 코멘트는 항상:
덜 선물하고, 덜 먹고, 덜 즐기자~
(말 없이...)
크리스마스 트리 안 산다고 불평하는 딸년과 함께 방송을 들으면서 한 마디.
"봐라, 이 에미가 가장 친환경적이다~" ㅋㅋㅋㅋ
며칠 전에도 라디오에서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송이 있었다.
길거리의 사람들과 인터뷰 한 내용이 초반에 나왔는데 어떤 아짐마가 그런다.
"미국사람들은 제발 좀 작은 차 타고 다녀라, 미국 정부는 각성해야 한다.
글구 중국사람들은 자전거나 타고 다녀라!!"
물론 독일은 환경보호에 있어서는 세계의 선두를 지휘한다.
철저한 절약정신이 배여 있어서인지 전기나 물을 아끼는 것 보면 혀가 내둘릴 정도고,
유기농 생산품은 싸구려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일상생활 자체가 소위 독일인들이 말하는 그 '삶의 질'에 맞추어져 있어서인지 진정한 친환경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문화교류: 독일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물품 80%가 중국산이라지...., 대단한 문화교류!!!)
중국 사람들에게 자전거나 타고 다니라고 하면서 자기네들은 시답잖은 물건 사는 데에도 자동차 몰고 나간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나라니 저마다 주거면적도 엄청 크다.
일인 최저 주거면적인 내 기억에는 35 qm인 줄로 안다.
퇴직자 둘이서만 100 qm 짜리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그리 드물지 않고, 중산층이면 보통 200qm 넘는 일반집에서 살기 일쑤다.
게다가 요즘은 19,99유로짜리 싸구려 뱅기노선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서 걸핏하면 지중해나 외국으로 날아가서 주말을 보낸다.
중국이나 미국의 환경오염 기여도가 엄청나기도 하고, 반드시 그에 대한 조처가 있어야만 하지만,
자기네들이 조금 친환경적 의식을 지닌다고 남에게 손가락질 하기에는,
- 내가 보기에는 - 독일넘들 참 웃긴다는 느낌이 든다.
젤로 환경오염적인 것이 바로 그 넘의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저녁이 지나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쓰레기통을 보면 그 넘의 선물 쌌던 종이들로 넘쳐난다.
너무 많고 귀찮으니까 종이분리수거도 않고 그냥 내다 버린다.
크리스마스 휴가기간 끝나고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면 다시 난리다.
맘에 안 드는 선물 바꾸느라고~ ㅋㅋㅋㅋㅋ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 아니다.
다음 날에는 시댁으로, 그 다음 날에는 장인댁으로 돌아가면서 열심히 먹고는
휴가 지나면 수 많은 거위들의 희생으로 축적된 베둘레햄 빼러 피트니스센터로...
먼 넘의 에너지 낭비인지....
근데 매년 한다. 독일인들의 기억력 한도가 아마도 꼭 10개월인 듯하다.
요즘은 어른들끼리는 선물 안 주기 하는 집들이 꽤 되는 듯 하기는 하다.
청소년들에게는 현찰 박치기로 한다. 선물 사주면 어차피 사춘기 애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기 땀시...
크리스마스 안 지내기 한지 벌써 오년 째 된다.
울 딸래미 열 살 때가 마지막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는 아빠, 엄마, 딸년 - 그냥 풀밭 같은 저녁 함께 먹고,
여기저기서 보내 온 선물들 풀고, 선물 한 가지 풀 때마다 딸 년은 바이올린 한 곡조 연주하고,
시간 좀 있으면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움 듣고, 야그 쫌 하다가 끝낸다.
작년에만 해도 딸년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었다.
연 삼 년째 다른 종류의 백과사전을 선물해 주었더니만, 올해는 사양 한댄다.
그러믄서 팝송 cd를 사 달래나...
에미는 그렁거 잘 모르니까 니가 사라고 돈 주기로 했다.
만사가 편안하다. 책 사러 시내 안 나가도 되고, 책 포장 안 해도 되고... 여러모로 에너지 절약했다.
으쨌든
Frohe Weinachten~~~
즐거운 클스마스 지내시여~~
* 만화가 Haderer가 Stern 잡지에 실은 것 빌려옴.
첫댓글 아~~~ 환경폭파적으로 크리스마스 보내고 싶어도 옆에 아무도 엄따! 성당가고... 교회가고... 막걸리로 자폭해야지! ㅋㅋㅋ 매~~리 크리스마스요! ^^
내적으로 폭파 하셔염~
테러리스트! 내 적으로 폭파하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