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앤더머의 코미디가 어제 우리 모자의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덤은 혼자 판단을 못하고 안내를 받아 행동을 정해야 하니 이 역할은 태균이였고, 혼자 판단을 못하는 태균이를 잘 이끌어야하는데 더 많이 헤맸으니 덤머는 바로 엄마였습니다.
요즘 유난히 대중교통 덤머가 되는 것은 그만큼 버스나 지하철 이용을 너무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것과 제주도에 간 이후 가끔 차를 제주도에 두고오는 때가 생기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태균이를 키우면서 또 다른 아이들을 키우면서 대중교통을 피할 수 밖에 없었는 것도 대중교통 덤머가 된 배경이겠지요.
어제는 제주에서 탁송해온 트럭에 짐을 싣고 영흥도에 가져다 놓을 일이 있어 오후에 시간이 되니 이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트럭을 운전해서 영흥도에 가져다 놓고나니 용인숙소로 돌아오는 것은 제주도 가는 길보다 더 막막하긴 합니다. 내일 강의도 가야하고 차량이 거기있으니, 나름 열심히 노선을 연구해서 강남역이나 분당가는 좌석버스를 탈 수 있는 곳까지만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요...
문제는 영흥도를 벗어나는 방법. 이미 시간은 저녁 8시인데다가 딱 1대 운영되는 좌석버스는 언제 올 지도 모르는데 비는 후둑후둑 떨어지고 있고... 아 이 막막함. 그 때 기적처럼 빈택시 하나가 옵니다. 오메 이런 기적이... 시화방조제 지나 전철역있는 곳에 내려달라고 했더니 인천 택시라서 꼭 인천지역에 하차해야만 한답니다.
현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인천에 있는 전철역은 소래포구역. 소래포구역까지 택시비 3만원에 해결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전철노선을 보니 아이구 헷갈리네요. 일단 거꾸로 오이도역쪽으로 가서 다시 정하자하고, 전철표 구매 후 탑승구로 진입했으나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다시 하차를 찍고 나와버리니 둘이 거의 8천원이나 주고 산 전철표는 1분만에 보증금 오백만만 남고 사라져버립니다.
덤머격인 엄마 때문에 태균이까지 우왕좌왕. 역무실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일단 탑승은 도와주었으나 하차시 다시 지불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오이도역에 와서도 내린 자리 그대로 다른 방향의 전철만 바꿔타면 되는것을 갈아타는 노선이 따로 있는 것으로 잘못알고 괜히 오르락 내리락하며 환승방향찾다가 또 시간보내고. 과거 전철탔던 경험에서 사고가 멈추어져 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오이도역에서 죽전까지는 한방에 바로 가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냥 앉아있자하며 오랜 시간 기차타듯 그렇게 긴 시간을 달려오니 시간은 밤 10시반. 전철하차할 때도 다시 역무사무실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기꺼이 무사통과. 혹시라도 저처럼 바보짓을 해도 용인해주는 분위기는 비용을 넘어 정말 감사한 노릇이죠.
그렇게 긴 과정을 거쳐 죽전역에서 택시타고 용인숙소에 도착하니 결국 밤 11시도 넘어버렸습니다. 국가의 아들로 살아가느라 가족들의 사소한 불편에 조금의 도움이 주지못하는 태균아빠는 말로만 걱정할 뿐입니다. 해외여행가는 것보다 더 치열한 여행이었습니다. 덤앤더머 모자의 대중교통 이용기는 그래서 어제도 한 편의 코미디였습니다.
이렇게 덤앤더머 수준의 대중교통 이용에도 대중 속으로 걸어들어간 태균이의 모습은 이제 별로 불편하지 않습니다. 앉아있으면서 신발을 벗거나 쩍벌남이 되거나 손으로 가리지않고 하품하기 등 한계행동도 있지만 표정을 보면 낯선 사람들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어 하는 것이 역력해보입니다. 그 동안의 길들여진 이동수단을 벗어나 다소 다양해지는 대중교통 경험들이 그래서 태균이에게는 색다르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산 교육이다 여기며 코미디같은 대중교통 이용기를 마무리해봅니다.
첫댓글 아, 엄청 고생하셨네요. 제가 지하철 이용하면 더 하지 싶습니다.
그 고생의 순간들마다 태균씨에겐 학습이 되는 귀한 경험이었을테니까 위안을 삼아야겠네요. 오늘 얼집 강의 잘 진행되시길요. 와부 그 쪽도 먼 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