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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1.종묘 – 자막
하얀 눈으로 덮인 종묘, 그 위로 새겨지는 글귀.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에 내지 말라 이르다.’
광해군 일기. 광해군 8년. 2월 28일.
2.옷방/ 아침 – 타이틀
향그러운 음악과 함께 화면 밝아지면, 광해의 아침 단장 모습.
분을 묻혀 광해 얼굴에 두드려 바르는 손.
한쪽 햇살에 분가루가 반짝인다.
조용하고 신중히 광해의 아침단장을 돕는 궁녀들.
수염을 닦고 다듬고 종지에 기름을 내더니 참빗에 묻혀 머리를 쓸어 내린다.
머리를 틀어 상투를 매는 사이사이 향합(香盒)을 임금의 코밑에 가져간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광해.
얼른 다른 향합을 내어온다.
다시 내음을 맡는 광해, 그제서야 얼굴이 핀다.
향로에 곤룡포를 훈증하는 궁녀들.
광해, 일어서서 팔을 벌리면, 궁녀들 곤룡포를 들고 다가선다.
깃은 둥근 오른쪽 어깨에서 단추를 끼우며... 여분을 반쪽으로 접어서 무의 윗부분을 고정시킨다.
양쪽으로 광해를 잡고 늘어진 궁녀들,
조두를 흩뿌린 꿀물을, 손과 손톱 사이에 뿌린 후 정갈하게 손톱을 정리한다.
옥대를 끼며 검정색의 녹비화를 발에 끼운다.
마지막으로 궁녀가 내민 익선관을 받아 머리에 쓰는 광해.
고개를 돌려 카메라 정면을 응시한다.
나는조선의왕이다.
3.궁/ 아침 – 안개.
‘드르륵’ 미닫이문이 양 옆으로 밀리며 숨가쁘게 뛰어가는 버선발들.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궁녀들의 모습이 긴박하다.
4.침전/ 아침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릇 하나가 날아와서 벽에 처박힌다.
“죽여주시옵소서” 소리가 터져 나온다.
엎어진 수라상. 흩어진 음식들, 국그릇을 손에 든 광해가 퀭한 눈을 뒤집으며 숨을 몰아 쉰다.
광해...마시거라.
사월이 떨리는 손을 내밀어 국그릇을 잡는다
한상궁과 궁녀들 모두 부들부들 떨고 있다
국그릇을 두 손에 받쳐 든 채 벌벌 떨고 있는 사월.
광해빨리마셔라. (목침을집어던지고) 마시지않고! 뭘하느냐!
목침에 맞은 사월이, 그 바람에 국그릇을 엎지르고
한상궁과 궁녀들이 일제히 납작 엎드리며 한 목소리로 외친다.
궁녀들죽여주시옵소서~
“도승지 듭시옵니다” 소리와 함께 관복차림의 허균이 들어와서 고개를 조아린다.
허균도승지대령했습니다. (조내관에게) 무슨일인가?
조내관(벌벌떨며허균에게은수저를내민다) 은수저의색이변했습니다.
광해누군가수라에독을탔소.
은수저를 살피는 허균
광해당장침소부터옮겨야겠소.
허균전하! 이럴때일수록침착하게주변을살피셔야하옵니다.
광해(버럭) 그대는어찌편전만지키라는것이오.
턱밑까지와있는역도들의칼날이보이지않는단말이오.
허균전하! 편전을버리신다면그것이야말로저들이원하는바아니겠사옵니까.
부디통촉하여주시옵소서.
광해, 답답한 듯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며…
광해(손짓하며) 이리가까이...
허균(궁인들을향해) 모두물러가라
허균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몰려나간다.
허균이 가까이 다가가자
광해어찌되었소?
허균(난처한표정으로허리숙인다) 송구하오나아직...
광해서두르시오. 똑같이생긴자로...
허균…
광해아무도믿을수없소. 아무도...
광해, 진정하려는 듯 등을 기댄다
불안한 광해의 얼굴 한쪽에서 들려오는 풍악소리.
5.홍루몽/ 밤
풍악소리와 함께 여인들의 웃음 소리가 요란한 기생집.
얼큰히 취한 선비들이 기생들과 어울려 있다.
북소리와 함께 술청에 울려 퍼지는 고수의 소리
고수주상전하듭시오~!
낮게 덩더쿵 리듬이 깔리고, 홍진이를 부르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하선(소리) 홍진아~ 홍진아~ 어디있느냐?
스르르 문이 열리고 임금의 탈을 쓴 광대(하선)가 살포시 문을 넘는다.
하선홍진아~ 홍진아~ 여기있는것이냐?
우스꽝스런 몸짓에, 키득대는기생들.
하선아니, 이년이웃기만하고왜나와보질않는것이야~
기생들의 치마를 들추며 ‘홍진아~, 어디 있는 것이냐?’
기생들, 꺅꺅거리며 선비들의 품에 안기자 선비들이 신이 난다.
하선오호라여기숨어있었구나~ 이리나오너라. 어서나오라니까…
하선이 기생의 치마 안에서 속바지를 들고 나온다.
기생의 속바지를 하늘로 던지면, 서로 잡으려 아우성치는 선비들.
그사이, 하선이 탈을 머리 위로 올리고 기생의 손을 잡아 기방 가운데로 이끈다.
하선, 광해와 생김새가 똑같다.
하선임금의옥수가홍진이의고운손을잡고깊은궁으로이끄시니…
홍진이년이부끄러운듯얼굴을가리며말하기를…
하선이 부채로 착 얼굴을 가리더니, 기생 뒤에 숨어서 홍진이 흉내를 낸다.
하선전하~ 기별도아니하시고어인일로소녀를찾으시옵니까.
아흥~ 아흥~ 자꾸이리찾으시면소녀죽사옵니다. 앙~
썩을년이말만!
기생의 옷고름을 탁 풀어 헤치는 하선.
어느새 하선의 손에 저고리가 들려있고, 기생의 상체가 노출된다.
선비들의 탄성이 터져 나오고...
하선임금의옥수가홍진이의족부사이를왔다갔다…쓸고닦고…
임금의비단용포가불룩하게솟구치니…
이윽고홍진이의속곳을와락…와락~~
하선의 손길이 기생의 치마 자락을 뺄 듯 말 듯…
선비1(침꼴깍삼키며) 왜끊나?
선비2어허…어서하시게.
기생(선비에게엉기며) 아이~ 서방니임~
그제서야 여기저기 도포자락에서엽전들이 떨어진다.
하선(흥을내어) 와라라악~ 속곳을내치니…
하선이 기생의 치마끈을 풀자 껍질이 벗겨지듯 속치마만 남은 기생.
선비들 흥분의 도가니!!
하선이 다시 임금의 가면을 쓰고…
하선임금께서환하게웃으시더니…
여기저기 마음껏 흥을 돋군다.
하선홍진이의둔부를들어서서히방아를돌려주시니...
좌로한번, 우로한번…뒤집어서또한번…
머하냐? 니네들안하고…
동쪽으로해를보고박어~ 박어!
서로노을보고 ..다함께바거~ 바거!
기방은 어느새 광란의 도가니.
기생을 안으려다 넘어지고… 도망 다니고…쫓아가고… 술 먹고…춤추고…
/
떨어진 다른 방안.
지켜보던 도부장이 욱하며 칼을 빼든다. 순간 김주서가 도부장의 손목을 잡는다.
도부장, 탁! 소리 나게 칼집에 칼을 채운다.
김주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고 화를 못 이기고 잔을 들이킨다.
6.정전 앞뜰/ 낮
줄을 지어 엎드린 수십 명의 유생들, 한 목소리로 외친다.
유생통촉하여주시옵소서전하~
유생일동통촉하여주시옵소서~
7.정전/ 낮
유생들 소리가 정전으로 이어지고,
양 옆으로 주요 관리들이 순서대로 자리를 하고 있다.
옥좌에 멍하니시선고정하고있는광해.
형판전하, 저들의소리가들리지않습니까.속히윤허하여주시옵소서.
일동윤허하여주시옵소서~
허균, 말을끊으며나선다.
허균아니되옵니다. 전하!역모의소문만으로죄를묻는다면,
이는조정에더큰혼란을가져올뿐이옵니다.
병판말씀이지나치시오. 도승지!어찌충신들의고변을사사롭다하시오.
허균시급한정무를뒤로한채,풍문만을쫓고있으니드리는말씀입니다.
공판어허! 역모보다시급한정무가뭐란말씀이오?
전하! 유정호는위험한자이옵니다. 어서명을내리시옵소서.
허균아니되옵니다, 전하. 시시비비를가린후참하셔도늦지않사옵니다.
공판전하! 유부사를가차없이참하셔야하옵니다.
광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지켜보는 박충서의 눈이 날카롭다.
침묵이 흐르고… 붓을 들고 눈치를 살피는 사관들.
8.정전앞뜰/ 낮
대신들을거느리고정전 앞으로 나오는 광해.
유생들은광해가모습을보이자더큰소리로윤허를외친다.
유생1부사유정호는역모의배후에있는자옵니다. 어서그를벌하시옵소서.
유생일동통촉하여주시옵소서~
유생들의 소리가 이어지자, 광해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린다.
‘뚱’ 하는 북소리가 울리고… 유생들 조용해진다.
광해내, 그대들의상소는검토하였다!
여기문무백관과의논하여교지를내릴것이니,
그대들은물러가서수신에힘쓰라.
광해를위시한대신들이 가려는데, 유생들이길을막고엎드린다.
유생1전하! 유정호는사문난적이온데…어찌치죄를미루시나이까.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유생일동통촉하여주시옵소서~
광해, 그들을피해들어가려하면,
이번엔두번째줄의유생들이앞을가로막으며외친다.
유생2전하~ 차라리소인들의등을밟고지나가시옵소서~
일동그리하옵소서전하~
유생들에게둘러싸인채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는광해.
9.정전 근처/ 낮
정전 근처, 광해와 유생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중전일행.
중전(담담하게) 결국...저들이하나남은오라비마저죽이려하나봅니다.
정상궁전하를믿으셔야하옵니다.
중전(흐릿한웃음) 모두나때문이겠죠.
정상궁(안타까운)
중전아무래도이몸이죽어야끝이날모양입니다.
가는 중전일행.
10.궁내모처/ 낮
주변을 살피며 걸어오는 허균, 허름한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두건을 쓴 하선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끙끙대고 있다.
허균벗겨보아라.
두건을휙! 벗겨내자재갈이물린하선, 두 눈을희번덕거린다.
입에물린재갈을벗겨주자떠벌리기시작한다.
하선아, 글쎄제말씀좀들어보시라니까요. 나리님들.
하선의얼굴을유심히살피는허균.
하선임금께서내명부의여인네랑놀아나다니그게말이되는얘깁니까요?
천부당만부당합지요!헌데, 있을수없는이야기니솔깃한법이고…
또, 있을수없는일이니저같은…
허균(김주서에게) 일으켜세워라.
김주서가 하선을 일으켜 세운다.
하선(두리번) 근데여긴어디옵니까?
허균(하선을잠시아래위로훑어보고는) 잠시후주상전하를뵈러갈것이다.
하선(놀라어벙벙)네!
허균전하께서물으시면‘예, 전하-‘ 하고답을하고,
길게답해야할때는 ‘아뢰옵기황공하오나’를붙이도록하여라.
질문을해서도용안을쳐다보아서도아니된다.알아들었느냐?
하선(얼이빠져입이떡벌어진채...아무대답도못하고)
허균귀가안좋은모양이니…한번만다시묻겠다.
허균이 김주서의 검을 빼들고 하선의 목 줄기에 댄다.
하선(찔끔하는)
허균알아들었느냐?
하선(후다닥) 네…네! 나리.
허균(검을김주서에게건네며) 데려가서준비시키게.
두건을 쓰고, 끌려나가는 하선.
11.궁 전경/ 밤
조내관을 앞세우고 어딘가 가는 광해의 모습.
12.편전/ 밤
바짝머리를처박고엎드린하선.
어둠 속에서다가온광해의발이하선앞에멈춘다.
광해고개를들어라.
사이, 얼추 용포를 갖추어 입은 하선이 엉거주춤고개를 든다.
턱을쥐고요모조모하선의얼굴을살피는광해,
하선, 자신이랑 꼭 닮은 임금의 얼굴을 보고 놀란 얼굴이다.
광해따라해보거라.‘게아무도없느냐~’
하선예, 전하~
광해따라하라지않느냐.
하선예, 전하~
광해(버럭) 이놈! 아는말이그것밖에없더냐!
하선, 울상을 하며 허균을 보면, 따라 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하선(잠시) 전하, 아뢰옵기황공하오나...
하선이 고개를 쳐들더니, 광해를 흉내내듯 광해의 턱을 향해 손을 내민다.
순간 놀라는 허균과 조내관.
번개같이 도부장의 칼날의 하선의 턱밑으로 들어온다.
화들짝 놀라는 하선.
광해(하선에게) 그냥하라.
도부장(칼을거둔다)
하선(눈치를살피고소심하게턱을잡는시늉)
따라해보거라. 게아무도없느냐.따라하라지않느냐.
이놈! 아는말이그것밖에없더냐.
하선, 광해를 똑같이 흉내 내곤 얼른 고개를 조아린다.
광해, 자기가봐도신기한듯껄껄소리내웃는다
광해(만족한듯) 제법이구나.
허균(안도하며) 광대짓으로기생밥먹던자옵니다.
소학정도는읽은것으로보아, 아주천출은아니듯합니다.
13.비밀궐문1/ 밤
궐 문 근처에서 횃불 몇 개가 바쁘게 움직인다.
빗장이 풀리고 말을 탄 도부장과 선전관 몇 명이 튀어 나온다.
뒤이어 광해가 탄 말이 따라 나오고, 궐 밖을향해 무리지어 달리기 시작한다.
14.보경당/ 밤
보경당 내부, 곤룡포를 입은 하선, 꼼짝없이 용상에 앉아있다.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려 양 옆을 살피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그제서야 크게 한숨 내쉰다.
용포차림의 자신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하선, 방정맞게 용포자락을 펄럭여보기도 하고,
희희낙락 임금 흉내를 내며 활보하다가, 문득 거울을 발견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광해의 말투를 따라 해보는 하선.
하선‘고개를들어라’ (목소리가다듬고) ‘따라해보거라’….‘게아무도없느냐’
한상궁(O.S)예, 전하-
순간, 문지방 너머에서 재깍 대답이 돌아오자 화들짝 놀란 하선,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는데…
한상궁(O.S) 야참을들이라하리까?
하선그…그래…
한상궁(O.S)예, 전하-
한상궁의 발소리 멀어지자 가슴을 쓸어 내린다.
이것 참 재미나다.
소리 죽여 킥킥대며 걷는 하선, 순간 시커먼 그림자와 마주치고 헉!
고목처럼 서 있는 조내관이다.
하선까, 깜짝이야...아니왜거기서...
조내관, 별다른 대꾸 없이 냉랭하게 하선을 노려본다.
서늘한 시선에 기가 눌려 하선이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간다.
15.사당 입구/ 밤
숨가쁘게 달려온 광해 무리가 사당 입구에 멈춘다.
광해가 말에서 내리고, 호위해온 도부장외 선전관들이 담장 너머 경계를 선다.
안상궁(안개시)가 호들갑을 떨며 버선발로 달려온다.
16.사당 내부/ 밤
향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가루를 흩뿌리는 안개시.
타오르는 향로 너머에, 광해가 술상을 마주하고 있다.
안개시이리자주찾으시면중전께서노하실것인데...괜찮으시겠습니까?
광해어쩌냐...나를편히잠들게하는이가너뿐인것을...
안개시(붉디붉은입꼬리가말려올라간다) 안색이좋지않으십니다,전하. (술을따른다)
광해(자조) 안이고밖이고…천지가내목숨을노리는자들아니더냐.
술잔을 받은 채 안개시를 노려보는 광해.
안개시하여, 이제제손으로올리는술도믿지못하십니까?
껄껄 웃는 광해, 벌컥벌컥 술을 들이킨다.
향로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가 계속 연기를 뿜고 있다.
17.보경당/ 밤
한 손에 술잔을 들고 용상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하선.
벌써 취한 듯, 꾸벅꾸벅 졸고 있다.
18.사당 내부/ 밤
안개시와 한 이불에 누워있는 광해.
기와지붕위를소리없이이동하는발. 기와 하나가바닥에툭떨어진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광해, 긴장한눈빛으로 주변을둘러본다.
달빛너머로... 움직이는 검은 그림자들!
광해(놀라소리친다) 도부장!도부장!
콰당! 미닫이문을부수며쳐들어오는검은복면의자객들!
자객 중하나가지체없이달려와광해를난자하는순간.
헉! 숨을몰아 쉬며눈을뜨는광해.
희번득둘러보면... 알몸의 안개시만이 깊은 잠에 빠져있다.
광해의 충혈된 두 눈이 흔들리며 거친숨을몰아 쉰다.
19.보경당/ 새벽
궁, 희끄무레 날이 새는 중이다.
하선, 세로로 누워 다리 하나를 용상에 걸치고, 코를 드르렁 골며 잠들어있다.
베개 삼은 방석은 침이 흥건하다.
삐이걱-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허균, 하선을 발로 툭툭 밀어 깨운다.
허균일어나거라.
하선(게슴츠레눈을뜨면)
허균일어나가보거라.
하선이 늘어지게 하품하며 밖으로 나가려는데, 하선의 뒷덜미를 잡는 허균.
허균이놈이!
하선, 아차 싶어 곤룡포를 주섬주섬 벗는다.
허균이 도포에서 엽전 꾸러미를 툭 던지고,
허균사흘에한번, 인경이울리면서쪽궐문에대기하고있거라.
일각도늦어선아니된다.
하선(엽전을본다)
허균오늘일을발설하면어찌되는지말을하지않아도알것이다.
하선(엽전을넣으며) 햐...아주사람지대로찾으셨네.
20.궁 뒤뜰/ 새벽 안개
궁 뒷문으로 나오는 하선.
기다리고 있던 도부장이 하선의 얼굴에 검정 칠부터 한다.
도부장내발꿈치만쳐다보고따라오거라.
혹여 지나가는 궁인들이 볼까 신경을 곤두세운 채 앞서 걷는 도부장.
담벼락 하나를 접어들며 그제서야 안심한 듯 뒤돌아보는데...
하선이 안 보인다. 이런~ 흠칫 놀라 휘둘러보면,
하선이 저만치 궐 담 모퉁이에 홀린 듯 기웃기웃.
중전의 새벽기도 모습을 넋 놓고 쳐다보고 있다.
다가가서 퍽! 뒤통수 때리는 도부장.
하선누구십니까요?저분은...와우...선녀가따로없습니다요.
도부장(검을움켜쥐며) 이놈이!...죽고싶은것이냐?
21.비밀궐문2/ 새벽
숲으로 가려진 비밀궐문.
빗장을 풀고 주변을 살피고 하선을 내보낸다.
걸어가는 하선의 뒷모습을 보는 도부장의 표정이 묘하다.
22.홍루몽/ 낮
엽전꾸러미를 촐랑대며 홍루몽 안으로 들어서는 하선.
기생 하나가 옆에 있던 포졸에게 하선을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다.
의아하게 보는 하선.
23.내의원/ 낮
한약재가 가득한 내의원 마당.
대나무통 안의 병아리 몇 마리가 모이를 쪼아 먹기도 하고 졸기도 한다.
어의병아리한마리죽지않았습니다.
허균, 대나무 속 병아리들을 살피고,
어의비상이섞여있었으면아주작은량으로도즉사했을것이옵니다.
허균독이아니라면…은수저의색은어찌변한것이오?
어의근자에수라간에서소금대신죽염으로간을맞췄다고합니다.
허균…
허균의 얼굴위로 ‘빵’하는 총포소리.
24.궁 뒤뜰/ 낮
총구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는 화승총을 들고 있는 광해.
광해죽염이라…
옆에 있던 무관 하나가 총을 받아 화약을 재 장전한다.
허균그러하옵니다. 죽염이철의성분이라, 은을변색케하였다고합니다.
마뜩잖은 표정의 광해, 화약을 장전한 다른 화승총을 건네 받고 다시 과녁을 겨눈다
허균신허균, 수급을내어놓고간하옵니다.
광해그만…! (말을끊고…귀찮은듯) 유정호이야기라면그만합시다.
허균유부사는절대반역을일으킬분이아닙니다. 저들은유부사를역도로몰아넣은뒤중전을폐하고결국은전하까지해할것이옵니다.
광해나도알고있소.
허균…
광해유정호야말로충신이지...강직한내처남...
허균하온데...?
광해(다시과녁을겨누고) 유정호정도는내주어야지…저들도날믿을것아니요.
과녁을 향해 커다란 소리를 내며 발사되는 화승총, 총소리가 길게 여운을 남긴다.
화승총을 건네는 광해.
광해잊읍시다. 그렇다고내가죽을순없는일아니오?
허균의 얼굴에 그늘이 잠시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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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관아/ 낮
“셋이요” 하는 이방소리와 함께 포졸 하나가 하선의 둔부에 장을 내려친다.
철썩! 소리와 함께 하선이 비명을 지른다.
형틀 위에 엎드려 있는 하선. 둔부는 벌써 피로 물들어 있다.
하선누굽니까. 어떤눔이찔렀습니까?
이방(치부책을펼치고…현감에게) 기방에술객을모아놓고문란한썰을푼자이옵니다.
하선나으리그게죄라면술방양반님네들은더한썰도풀지않습니까요?
이방저.. 저눔이! 엇다맞먹으려들어?
하선소인은그게죄가되는줄도몰랐습니다요. 정말입니다요.
이방넷이요~
철썩! 형틀에 엎드린 하선이 장을 맞고 비명을 지른다.
하선아이고나리, 진짜억울해서그럽니다.살려주십시오. 장서른대면소인, 죽습니다요!
이방다섯이요~!
하선진짜...씨...어느개새끼가찔렀는진몰라도잡히믄죽여버릴것이야!
현감, 이방을 부르더니 그의귀에뭔가를속닥인다.
이방이 눈짓하자 장(杖)을 든 형리들이 동작을 멈춘다.
현감, 하선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현감허면딴걸루때울터냐?
하선딴거라면?
현감(나직이) 내듣기로홍루에새로온애기기생이하나있다던데...
(느끼하게) 어떠냐? 그걸로퉁치면…
하선(울상이된다) 나으리어찌그게제맘대로될일입니까?
현감(웃음뚝…일어서며) 이씨발눔을마구처라!
하선….!!!
이방여섯이오!
손바닥에 침을 뱉고 힘껏 내려치는 포졸.
26.허균의 집무실/ 밤
어른거리는 촛불 아래서 상소를 뒤적거리는 허균.
“대감” 소리에 이어 김주서가 들어선다..
김주서어전에서사람이찾아왔습니다.
허균(의아하게쳐다보며) 어전에서…이시각에왜...?
문틈으로 보이는 환관, 불안하게 떨고 있다.
27.궁 일각/ 밤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달려가는 허균의 발. 다급히 뒤따르는 환관.
장단이 점점 빨라지는 북소리가 긴장감 고조시키고.
/복도
허균의 시야로, 미로처럼 얽혀 있는 복도를 이리저리 빠르게 접어 들어간다.
조내관이 초롱을 들고 복도 끝에서 기다리고 있다.
28.침전/ 밤
미닫이문이 휙 열어젖혀지고 들어서는 허균.
벗은 광해의 상체에다 허겁지겁 침을 놓고 있는 어의가 보인다.
허균, 다급히 다가가보면, 파리한 입술은 죽어있고, 얼굴은 핏기가 가셔 창백하다.
어의가 사색이 된 채, 허리를 숙인다.
어의독인듯합니다.
허균이 고개를 돌려 술상을 쳐다본다.
어의속히당상관회의를소집하셔서국난에대비해야할듯하옵니다.
허균회복은하실수있는것이오?
어의송구하오나...지금으로선아무것도단언할수가없습니다.
허균(생각에잠긴)…!!이사실을누가알고있소?
어의아직은…저기있는조내관과저만이….
허균, 몸을 돌려 문을 열고 주변을 단속 후.
허균지금부터하는말의책임은모두내가질것이요.
의아하게 보는 조내관과 어의.
허균두분께선,전하의위중한사실이절대밖으로새어나가지않게해주시오.
어의하오나대감..!
허균(정색하고) 전하께서승하하시면어의또한목숨을보전할수없음을
누구보다잘알고있으실것이요.
어의, 뭐라 대답하지못하고...
허균위독한사실이알려지게되면,
궁은걷잡을수없는혼란에빠질터,분명독을쓴자도그걸바랬을것이오.
어의…
허균(조내관을향해) 상선! 그리해주시겠소?
조내관(잠시생각)
허균….
조내관신은눈앞의임금을섬길뿐, 궁의정치엔관여도,알지도못합니다.
허균고맙소. (어의를쳐다본다)
어의(그제서야고개조아리며) 분부대로하겠나이다.
허균전하께서는고뿔로인해몸져누우신것이요.
궁인들도대신들에게도그렇게알리시오.
29.궁 일각/ 밤
연등을 앞세우고 궁궐 마당을 가로 지르는 조내관. 그 위로 허균 소리.
허균(소리) 상선은도부장을깨워서둘러하선을데려오라해주시오.
30.밤거리/ 밤
말을 탄 도부장이 텅 빈 밤거리를 바람처럼 달려간다..
31.외딴 밤거리/ 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 인적이 사리진 텅 빈 밤거리에 마차 하나 보이고...
허균(소리) 어의는옥체를길상사에모시오.
전하의명이그대의목숨임을명심하고최선을다하시오.
광해를 태운 마차가 어의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허균(소리) 다시말하지만절대이사실이알려져선아니될것이오.
독의출처를찾을때까지. 전하께서쾌유하실때까지...
32.홍루몽 별당/ 밤
별당 문이 열리고, 헛기침 소리와 함께 갓 쓴 현감이 밖으로 나온다.
현감, 휘적휘적 도포자락 휘날리며 별채를 빠져나간다,
방안에서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마루에 걸터앉는 하선, 자괴감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선천천히마무리하시게.
기생의 흐느낌 소리와 함께 부시럭부시럭.
하선진주서왔다했는가…나이는얼메나되었누?
기생(소리) 열다섯이요.
하선(현감이나간쪽을헤까닥돌아보고) 저런찢어죽일놈!
기생(소리) 흑…흑…어메가...보고시퍼라..
하선울지마오. 이렇게사는것도인생살이제.
문틈 사이로 보이는 애기기생,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하선이 눈도 빨갛게 충혈되고…
하선(혼잣말) 미안허네!...진짜…!
대문 뒤에 서있는 도부장, 그런 하선을 묵묵히 본다.
33.홍루몽 앞/ 밤
도부장이 앞서 걷고 뒤따라가는 하선.
하선약조한날도아닌데…어쩐일이십니까요?
도부장(묵묵히걷기만)
하선암행날도아니고… (깐죽)임금께서야밤에어디좋~~은데라도…
도부장이놈이!그렇게장을처맞고도아직정신을못차렸느냐!
하선에?
도부장… (다시간다)
하선(잠시멍~~ 뒤따라붙으며) 지금뭐라하셨습니까?
도부장......
하선그럼…관아에꼰지른그씨발넘이…나으리십니까?
도부장이놈이!
하선그래, 장을쳐서이놈을반쯤죽일생각이었습니까?
도부장.......
도부장, 걸어간다.
하선예, 감히나랏님을함부로들먹인이놈은맞아죽어야될죄입죠.
예, 당연히이놈의죄값을기생정조로바꿔먹은현감나리는죄가없습죠.
도부장......
하선(바락) 이씨...!근데열다섯저계집아인뭔죕니까요!
묵묵히 가던 도부장, 하선을 매섭게 쏘아본다.
하선(순간쪼는) 왜…왜…요! 제가틀린말했습니…
순간, 날아온 도부장의 앞발이 하선의 가슴팍에 그대로 꽂힌다
바닥에 나뒹구는 하선, 숨이 막혀 말은 안 나오고 금붕어처럼 입만 벙긋벙긋.
34.보경당 복도/ 밤
초조하게 하선을 기다리는 허균.
그 옆에는 고목처럼 조내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때 도부장 소리.
도부장(소리) 도부장입니다. 하선을대령했습니다.
보경당 문을 열고 나오는 조내관.
조내관(도부장에게) 전하께서편전에머물겠다하시니부장께서도물러가쉬시지요.
도부장(의아하게하선을보면)
하선(투덜투덜…혼잣말) 깡패야뭐야뻑하면때리고…
조내관저자는전하께서전언을마치시면,제가궐밖으로내보내리다.
얼핏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는 도부장.
35.보경당/ 밤
하선이 곤룡포를 쓱- 쓱- 걸쳐 입으며 눈치를 살핀다.
하선전하께서안보이십니다.
허균편찮으시다.
하선오~ 얼마나요?
허균당분간니가대역을해야겠다.
하선당분간이라시면...
허균…열흘이다!
하선(보고) 열흘이라면…혹…밤이고낮이고, 계속말입니까?
허균염려할것없다. 내가시키는대로만하면될것이다.
하선, 잠시멍했다가…
하선(상상만해도…고개를절래절래) 못합니다요.
밤중에잠시있는것도아니고…열흘씩이나…싫습니다요.
허균나라를위한일이다.
하선이놈은그딴거모릅니다요.
잘못되면명줄이왔다갔다할것인데…그게할짓입니까?
장을치시든…칼을씌우든…맘대로하십쇼.
하선이 용포를훌훌벗는데, 허균이 주머니 하나를 툭 던진다.
허균은자스무냥이다.끝나면곱절을얹어주마.
하선아~ 됐습니다요.
하선이 용포를 훌훌 털고 나간다.
하선돈몇푼에사람목을내놓으라니…제가미쳤습니까요!
문을 탁 닫고 나간다.
혼자 남은 허균,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후 문이 탁 열리더니 하선이 고개를 디민다.
하선내…진짜나랏일만아니면…
하선이 용포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한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허균을 슬쩍 보고...
하선약조한곱절은꼭지켜주셔야합니다.
36.정전/ 아침
짧은암전후에화면밝아지면용상은비어있고,
늘어선대신들이이러저러한담소를나누는정전내부, 허균이들어온다.
대신들, 부복하며주위가조용해진다.
허균전하께서심한고뿔이드시어, 상참은생략하신다하십니다.
사흘뒤, 다시주관하실터이니오늘은퇴청하십시오.
허균의 소리에곧추세우며웅성대는대신들.
뭔가개운치않은박충서의얼굴.
다시 화면 어두워진다.
37.침전/ 낮
허균(V.O)먼저알아두어야할것은임금주변의사람들이다.
허균 소리와 함께 밝아지고,
문지방너머조내관을비롯한한상궁과내시들, 궁녀들이머리를조아리고있다.
허균(V.O)상선과도부장은이미보았을터이고,
한상궁은대령상궁으로임금의최측근에서수발을드는사람이다.
카메라 주변을 훑으며 침전을 보여준다.
허균(V.O)궁은사방에눈과귀가열려있는곳이니각별히조심해야한다.
한상궁전하, 중전께서뵙기를청하옵니다.
(사이)
/침전 앞뜰
조내관, 중전과 이야기하고 있다.
중전문안도못드린다니요. 그리위중한고뿔이란말씀이시오.
조내관전하께서당분간문안을생략하라하셨습니다.
중전내가긴히뵙고자한다고전하세요. 고뿔이옮는건개의치않으니.
조내관마마...전하의명이십니다...부디...
중전(들으라는듯이) 왜…?안에여인네라도들어와있는것이오.이번엔또누굽니까?
/침전
이불을 싸매고 눈만 내밀고 누워있는하선, 조마조마하다.
허균(V.O)딱히비빈들과가까이할일은없을터이나,
특히중전마마와마주치지않도록조심하거라.
전하와아무리닮았다한들몸을섞고지낸그들조차몰라보진않을것이니.
38.침전/ 낮
허균(V.O)당분간은인후통으로말을할수없다하였다.
침전 앞에 정좌해 있는 조내관과 궁인들.
목에붕대를싸맨채앉아있는하선, 간간이 콜록대며 기침 흉내를 낸다.
허균(V.O)꼭물어보고싶은것이있으면상선을불러조용히물어보아라.
하선, 고통스런얼굴로조내관쪽쳐다보며손으로부른다.
조내관이안으로들어와하선의머리맡에엎드려귀를가까이하면… 방귀가 붕~
조내관, 지독한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진다.
하선미안하오. 몹시...똥이…마렵소. 이틀동안이나측간을못찾아서...
조내관(조용히) 다음부턴매화틀을들이라명하십시요.
조내관이물러나와한상궁에게뭔가를지시하는사이,
강렬한신호가전해진듯윽! 신음을참으며몸을뒤트는하선,
그모습에안타까운표정의궁인들면면보이고...
궁녀하나가냉큼매화틀을들고들어와하선의앞에두고납작엎드린다.
그뒤편으로드르륵- 미닫이문이닫히자
후다닥자리에서일어난하선, 서둘러바지춤을풀며
하선안나가고뭐하느냐!
궁녀는엎드린채움찔! 할뿐계속그자세이고...
하선나가라니까!?
궁녀(당혹스런) 전하...
하선(다급하게) 나가라고...똥쌀라니까...읍!
바로그때강렬한신호가전해지며몸을뒤트는하선,
더이상참을수없는듯번개같이바지를내리고매화틀에걸터앉는다.
/INSERT-
“푸드드득-”날갯짓소리와함께숲 속의새떼가일제히날아오른다./
/침전
매화틀에걸터앉아있는하선. 치부를 까발린 듯 참담한표정인데,
그앞에엎드려있던궁녀가흰천을두손에떠받든채무릎걸음으로다가온다.
하선(화들짝놀라서밀치고) 어딜!
그바람에엉덩방아찧는궁녀, 다시납작엎드리며
궁녀죽여주시옵소서전하~
하선(거의울듯한) 죽이긴왜...그냥나가라고...!
궁녀(꼼짝도않고) 죽여주시옵소서~
황망하게바라보는하선의얼굴.
허균(V.O)아침에잠을깨면기침을해라. 나인들이세숫물을대령할것이다.
39.침전/ 아침
기침소리와 함께 드르륵- 침전 문이열리고궁녀둘이항아리를들고들어온다.
항아리에가득찬물과조롱박을들여다보며 갸우뚱하는하선,
물을떠서꿀꺽꿀꺽마신다. 의아한궁녀들,
하선(V.O)진작알려주시지그랬습니까요.
CUT TO-
“푸드드득-!”매화틀에걸터앉아용변을보는하선,
궁녀가눈앞에엎드려있는데도별상관없는듯우렁차게-
허균(V.O)측간은따로없으니필요하면매화틀을부르면된다.
하선(V.O)그건벌써알고있습니다요.
하얀천을받들고무릎걸음으로다가오는궁녀,
뒤를맡긴채묘한표정의하선...부르르떤다.
궁녀가매화틀을들고뒷걸음치는데...
/보경당
하선(V.O)도대체저건어디다쓸라고가져가는겁니까?
허균매일아침내의원으로보내진다.
색깔은어떠한지, 굳기는어느정도인지, 맛은어떤지...
/INSERT-
어의가 매화틀을 들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는 모습.
하선캬~아~ 마...맛도본단말씀입니까?
허균(두루마리를내밀며) 다음은후궁마마들이다.
하선(펴보고) 캬~ 이렇게많습니까.
두루마리를 신기하게 보는 하선의 얼굴 위로… 소리.
하선(V.O)소용임씨, 소용정씨, 숙의홍씨, 숙의허씨, 숙의윤씨, 숙원신씨…
40.보경당/ 밤
두루마리를 펼쳐놓은 채 중얼중얼 후궁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는 하선.
하선(지겨운듯,두루마리를내려놓고은밀하게) 김내관~~
조내관조내관이옵니다.
하선아~ 아~ ... (은근히) 조내관~~
조내관(덤덤) 상선이라하시옵소서
하선(쩝..) 상선!...내알기로말이요.
임금은매일밤후궁들과잠자리를한다고들었소.
그것을합궁이라하지요아마?
조내관내명부의일이라저는잘모르옵니다.
하선아…아니, 그니까말이요... 밤에후궁이들어오면...어찌하나싶어서...
싫다는것도한두번이지, 자꾸그러면의심을살수도있고....
(슬쩍이) 해도되나...
조내관(쓰윽- 고개를들어보며) 뭐라하셨는지...
하선(황급히다른족자를가져오며) 아무것도아니요. 다음은…?
41.침전/ 아침
문지방너머에차려지는수라상,
한상궁이반찬자리를일일이지시하고,
기미궁녀, 사월이음식 하나하나를기미하고상위에올린다.
허균(V.O)수라에독이들어있는지…기미나인이먼저먹어보는것이다.
눈앞에떡벌어지게차려진수라상, 하선의얼굴에화색이돌고,
허겁지겁먹어치우기시작하는하선,
허균(V.O)수라는하루두번. 진시와유시,
간식과야식으로메밀과경단을자주드신다.
우적우적수라상을비우고있는하선, 순식간에비워져간다.
당혹스런표정의한상궁과궁녀들면면.
하선, 마지막남은국물까지훌훌다비우곤그릇을내려놓고, 트림 커억~~~
하선내어가거라
하선이쳐다보자못볼 것을 본 사람처럼 황급히 머리처박는궁녀들,황급히 상을 내어간다
하선(트림커~억)......?
42.궁일각/ 낮
궁의 이곳 저곳을 신기해하는 하선.
그뒤편으로하선을수행하는조내관, 한상궁, 도부장, 기타궁녀들보인다.
궁녀하나는커다란부채를들고하선을뒤따르며햇빛을가려주고있고,
하선상선!전하께서먹성이장난아니셨나보오?
(혀를내두르며) 나도먹는거로어디빠지진않는데...?
조내관임금께서남기신어식으로수라간궁녀들이요기를하옵니다.
하선(흠칫놀라서...돌아보며) 허면...죙일굶은것이오? 나때문에?
조내관어식외에음식을짓지못하니...아마도...
하선햐~~다먹고살자고하는일인데.
어쩐지...이것들이날귀신보듯이하나했더니...
하선이 문득 발걸음 멈추고 어딘가를 뒤돌아본다.
언제나 그렇듯 왕을 수행하는 궁인들, 일제히 고개를 조아린다.
저만치담벼락너머로 끌리 듯 다가가는 하선.
하선의 시점으로 보이는 중전의 모습,
일순간 멍해지는 하선.
조내관(다가와낮게재촉하는) 전하...
하선저기저여인말이요!...누구인지?
조내관(난처한듯주변살피곤) 중전마마이옵니다.
하선(멍하니보며) 중전이면누구의... (화들짝) 에?
조내관(귓가에가까이) 도승지께서...중전마마와는절대마주치지말라고…
순간 돌아서는 중전과 눈이 딱 마주치고... 헉!!!
얼결에 담벼락 밑으로 풀썩 주저앉는 하선.
덩달아 조내관도 주저앉고, 도부장도, 상궁과 나인들도,
영문을 모른 채 일제히 바닥에 납짝,납짝 주저앉는다.
하선이 담너머 목을 빼서 보는데, 중전이 눈앞에서 걸어온다.
화들짝 뒤로 물러나는 하선. 용포를 휘날리며 저만치 뛰어간다.
허둥지둥 뒤따르는 궁인들...
담벼락 너머, 그 모습을 의아하게 보는 중전.
43.보경당/ 낮
허균(V.O)상참은사흘동안연기했으나윤대는미룰수가없다.
시급한사안은옥쇄를찍어내어주거라.
용상에앉아있는하선,부복하고있는대신들이 장계를올리고무언가고하고있다.
하선과 대신들 사이에는 발 하나가 내려와 차르르경계를 가르고 있다.
/침전
마주앉아 하선을 가르치는 허균.
허균윤대는세마디만하면된다.
‘경의뜻대로하시오.’‘다음’‘들라하라.’해보거라
하선경의뜻대로하시...
허균전하의음성을들어보지않았느냐. 낮고근엄하게...
/
쿵! 옥쇄를찍어내려보내는하선,
하선(목소리내리깔며) 경의뜻대로하시오.
예판예, 전하.
하선다음~…들라하라
44.정전/ 밤 (대신회의와교차)
허균(V.O)가장중요한것이어전회의,즉상참이다. 상참은 3품이상의대신들이한자리에모여전하의하명을듣는자리이니행여나실수가있어선아니된다.
텅빈 정전 내부, 하선이 용상에 위치하고…
각 대신들의 이름과 직급이 적힌 등불이 대신들 각각의 자리에 불을 밝히고 있다.
허균이 하일주라고 적힌 등앞에 걸음을멈추고…
허균우측앞열의두번째줄, 호조판서하일주.
킁! 콧소리를내며운을떼는이가바로그이...
/대신회의-박충서양옆으로모인대신들보이고
호판킁! 그나저나, 주상전하께서병환이깊으신가봅니다.
정사가시급한데하필이런때에자리를비우시다니…
허균(V.O)권력이있는곳이라면똥통에도들어갈작자다.
/정전 - 허균, 자리를 옮기고…
허균그바로옆에자리한이가병판김종세.
욕심이많고성품이잔인하여, 눈밖에나면끝을보는인물이다.
/대신회의–병판의 말소리가 이어진다.
병판문무백관의뜻이하나일진데금상께서도더이상유정호를감싸진못하실겝니다.
대사헌아무렴요. 유정호가역적인것은세상이다아는이치아닙니까.허허허..
허균(V.O)병판의말에무조건맞장구를치며나오는이가대사헌, 이윤상.
자리를지키기에급급한자이니이름만기억해도무방하다.
/정전 -허균, 또다른자리로 이동하며...
허균이조판서박충서...이자를잘기억해야한다.
좌측열맨앞쪽...수리파를이끌고서인들의실질적수장이다.
눈은매처럼매섭고성품은독사보다잔인한자이니특별히조심해야한다.
/대신회의-가만히듣고있던박충서가껄껄 웃는다. 카리스마 눈빛.
박충서모르시겠소? 금상의뜻을…진정모르시겠소.
대신들, 말을멈춘채박충서를향하고
박충서유정호를던져준것이오.
우리가유정호에매달려있는동안금상께서,
파병이든, 대동법이든, 한번이라도가타부타운을뗀적이있으셨소?
대신들...
박충서(허균을보며떠보듯) 안그렇습니까.도승지!
허균…
허균을 응시하던 박충서, 사람 좋은 웃음을 터트린다.
허균(V.O)웃을때가위험한자이니...특히조심해야한다.
45.정전/ 밤
허균이정도면아둔한네머리로도충분히이해했을것이다.
용상에앉아있는하선, 눈을꿈뻑거리며허균을쳐다본다.
허균이시간이후부터는나는물론이고상선에게도하대를해라.
하선예?
허균이제부터임금과신하의어법을따르란말이다.
하선…
허균나으리란말을써서도안되고, 이랬습니까요,저랬습니까요, 요자를붙여서도아니된다.
하선예, 나으리...
허균(노려본다)
하선그리하겠소. 도승지...허.허.허...
허균, 손을들어 앞에 놓인 탁자를 가리키며…
허균앞에놓인것은내일어전회의에서낭독할교지입니다.
큰소리로읽어보십시오.
두루마리를펼쳐보는하선, 허균은몇걸음물러나지긋이바라본다.
하선(특유의만담투로) 대신들에게교지를내리노라~
호판, 경은폐지한호패법을다시살릴법안을마련해오라~
아울러대동법을확대할터이니…~
허균(얼굴찌푸리며) 그만!...그만멈추시옵소서전하.
(정색하며) 전하는임금이십니다. 거리의만담꾼이아니란말입니다.
하선......
허균임금의뜻은곧하늘의뜻…그뜻을받들기위해,
뭇신하들이귀를기울이고있는것이옵니다.
하선......
허균(힘을주어) 아시겠사옵니까!
하선(얼결에고개끄덕...)
허균낮고. 위엄있게. 임금처럼...
몇걸음뒤로물러나와하선을바라보는허균.
다시교지를펼쳐읽어내려가는하선.
하선의목소리에점점힘이붙고정전을쩌렁쩌렁울린다.
하선공판은궐공사를즉각중지하라. 궐이백성들의피눈물로지어진다면, 이어찌떳떳하다할수있겠는가.아울러, 형판은들으라. 진주부사유정호의죄를묻지않겠다. 역도는참해야마땅하나행여무고한신하와백성들이죄를받는다면, 아니한만못하다.
왕보다더왕 같은위엄이하선의목소리에깃들어있다.
허리를조아리고있던조내관, 천천히고개를들어하선을쳐다본다.
하선을바라보는허균, 은근히 놀란표정이다.
하선차제에근거없는고변으로궁을어지럽히는자가있다면, 내역도에준하여죄를묻겠노라. 경들은과인이교지한바를충실히이행하기바라오. 이것으로상참을마치겠소.
하선이읽기를멈추고머쓱하니정면을본다.
허균은묵묵히하선을응시하고만있는데...
조내관(O.S)예, 전하~
힐끗조내관을돌아보는허균.
하선, 잘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46.옷방/아침– 음악
옷방 문이 열리고 의관을 갖춰 입은 하선(손에 교지를 들고)이 나온다.
침을 삼키며 잔뜩 긴장한 하선, 내관 하나가 받침대를 내밀면 교지를 올려놓는다.
‘주상전하 듭시오’소리가 들리고, 조내관을 비롯한 궁인들이 고개를 조아린다.
음악과 함께 정전을 향해걸음을 떼는 하선.
임금의 행렬을 따라 기다란 복도를 따라가는 카메라.
궁과 임금의 권위와 엄숙함이 차례차례 보여진다.
47.정전/ 아침 – 음악
음악 연결 - 정전문이활짝열리며안으로들어서는하선,
양옆으로길게도열해선청색, 홍색화려한관복의대신들이시선을 압도한다.
일순긴장하는하선.
하선이정전마루로발을들여놓자일제히허리를굽히는대신들,
그들을지나쳐천천히발걸음옮기는하선,
좌중에기침소리하나없이고요만이흐른다.
하선, 다리에 힘이 빠지고 머리 속이 하얗다.
용케단위로올라가용상에걸터앉는다.
구령소리와 함께부복하고있던대신들도일제히허리를편다.
내관이교지를 내밀고 하선이 받아든다.
영의정고뿔로신열을앓으셨다들었사옵니다. 전하. 옥체무탈하시옵니까.
순간 당황하는 하선.
정전은 잠시 얼음 같은 침묵이 이어지고…
허균, 안되겠다 싶어 끼어들려는 순간.
하선…괜찮소.
영의정망극하옵니다.
허균, 한숨 돌린다.
허균전하의교지낭독이있겠습니다.
두루마리를쫙펼쳐얼굴을가리는하선, 갑자기 아무 말도 못하고 교지를 이리저리 살핀다.
대신들, 뭔가이상한듯고개갸웃하며서로의눈치를살핀다.
허균, 뭔가잘못됐음을직감하고하선에게 다가선다.
하선(허균에게귀엣말) 교지가…아니오.
허균…?? 전하께서인후통으로낭독이어렵다하시니제가대신교지를읽겠습니다.
허균이 두손을내밀면,두루마리를넘겨주는하선,
허균이 교지를 보면, 글자가 없는 빈 교지다.
허균도난감하긴마찬가지,
허나기억을되살려빠르게읽어내려가는허균,
허균대신들에게교지를내리노라.
먼저호판.
호판(한발자국앞으로나와) 네전하!
허균경은폐지한호패법을다시살릴법안을마련해오라.
호판(눈이동그래진다.)
허균아울러대동법을확대할터이니형판!
형판(한발자국앞으로나와) 네전하!
허균형판은어느도부터시작함이좋은지장계를올리라.
형판네! (대답하고제자리에물러나고)
허균그리고공판...
공판(역시한발자국앞으로나와) 네전하!
허균과인이문무백관의의견을물어다시계획을세울터이니궐공사를즉각중지하라.
공판(역시나황당한얼굴이고...)
허균그리고진주부사유정호의죄를더이상묻지않겠다.
차후근거없는상소로궁을어지럽히는자가있다면그죄를철저히물을것이니, 경들은이를충실히이행토록하라.
이름이불리워진대신들은물론이고다른대신들도동요한다.
고개를숙인채조용한박충서, 입가가미세하게떨리고있다.
허균, 교지를하선에게넘긴다.
하선과인은몸이안좋아서…콜록…이만…콜록콜록…
허균이것으로상참을마치겠습니다.
말을끝맺자하선이 후다닥정전을빠져나간다.
48.월랑/ 낮
하얗게 질린 하선, 정신이 나간 듯한 얼굴로 걸어간다.
허균이 빠르게 따라 잡으며 하선과 나란히 선다.
하선어젯밤에분명히교지는따로빼두었는데...
허균걸음걸이...!
하선(걸음걸이를고치고) 두루마리가전부똑같이생겨먹어서말이요...
허균목소리...!
하선(낮게깔며) 설마날알아본대신은없겠지요?
허균용안을함부로쳐다볼수없는것이궁의법도입니다.
그점은염려치않아도됩니다.
하선(한시름놓는다) 아...
허균허나, 오늘같은실수가두번있어선절대아니될것입니다.
하선예, 나으리.
허균(인상팍)
하선아...도승지.
허균, 못마땅하게 흘겨보고는 허리를 숙이고저만치 간다.
하선,열흘을 버틸 생각을 하니 깜깜하다.
49.박충서집무실/ 낮
상석에앉은박충서가눈을 지긋이감고있고...
그의측근인대사헌, 병판, 형판,이정랑외몇몇대신들이둘러앉았다.
형판호패법을부활하라니요! 대동법을다시실시하라니요!
어디우리좋자고법안을미룬것입니까? 만백성을위함이아닙니까.
대신들(맞장구치고…추임새넣고) 아무렴요!
이정랑이게다허균그자가등청한후에벌어진일입니다.
병판제가고하지않았습니까.
그자는세치혀로온갖술수를일삼는자이옵니다.
대사헌(눈치보며) 당장장계를올리라는데아니할수도없고…참...
박충서, 천천히 눈을 뜨고 입을 연다.
박충서너무앞서가지들마시오,
만백성의전하께서뜻한바가있어교지를내리셨겠지요.
금상께독대를청해어심을짚어볼것이니…섣불리요동치말고기다려봅시다.
50.길상사 / 낮
풍경소리와 함께 깊은 산속 사찰 전경.
돌계단을 올라오는 허균.
주변을 살핀 후 외딴 암자문을 밀고들어간다.
51.길상사내부 / 낮
암자 내부, 파리한입술의 광해가 죽은 듯 누워있다.
침과 뜸이 광해의 얼굴과 가슴에 까맣게 들러붙어있다.
어의, 종이에 싸인 하얀 가루약을 광해의 코밑에다 흩날린다.
어의아직의식은없지만...다행히조금씩맥이돌아오고있습니다.
광해의 모습을 측은하게 지켜보는 허균.
어의근데대감...아무래도독이아닌듯합니다.
허균그게무슨말이오.
어의술과경단,어식어디서도독은없었사옵니다. (조심스럽게)독보다는약에중독되신게아닌가합니다. (은비녀를보이며…) 최근자주행차하신곳이있으신지…
허균…(뭔가떠오른)…
어의짚이는게있으십니까?
대답대신 흔들리는 촛불아래 누워있는 광해를 바라본다.
52.무예장/ 낮
허균과 마주한 도부장, 난처한 표정으로 서있다.
허균말해주게. 진정중한일이라그러네.
도부장…
허균군사도안데리고대체어딜가신겐가?
도부장…
허균…허…전하의명운이걸린일이네…
도부장(주저하다…침전쪽을흘깃보고) 수락산사당으로행차하셨습니다.
허균사당엔왜...?
도부장안상궁이거기서백일기도중입니다.
허균안상궁이면...안개시를말하는건가?
도부장(끄덕)
허균고맙네.
걸어가는 허균옆으로 김주서가재빠르게 따라붙는다.허균이 김주서에게쑥덕쑥덕.
53.침전/ 낮
수라상을받은하선, 각종산해진미를쭉둘러보곤...팥죽종지하나를가져와맛을본다.
흠칫...미간을찌푸리며입술을씰룩.
하선이팥죽은...누가만들었느냐.
한상궁전하께서아직원기를회복치못한듯하여...
하선누가만들었느냐고물었다.
한상궁(사월을가리키며) 저기기미나인이수라간상궁에게부탁하였사옵니다.
엎드린채벌벌떨고있는사월.
다른궁녀들잔뜩긴장한채엎드려있는데,
다시한번팥죽을떠먹는하선, 아련한 표정이다!
하선맛나구나. 어릴적먹던그맛이구나.
이름이무어냐.
한상궁(방긋하며) 예, 한상궁이라하옵니다.
하선(짜증확...참고사월에게)넌이름이무어냐
사월(화들짝) 예, 전하~ 사,사월이옵니다.
하선나이는?
사월열다섯이옵니다.
하선(홍루몽의어린기생이겹쳐진다. 끄덕끄덕) 열다섯이라!
(팥죽종지만들고돌아앉으며) 오늘은이걸로됐으니,수라를내가거라.
상궁과궁녀들, 의아하여선뜻나서지못하고서로를쳐다보는데
조내관뭘하느냐얼른내가지않고.
그제서야궁녀들이상을내가러들어가고, 조내관이미소짓는다.
54.수라간/ 낮
여기저기상을펴서삼삼오오둘러앉은상궁과궁녀들.
간만의포식인듯맛나게먹으며수다를떨고있다.
궁녀1도대체며칠만에먹는쌀밥이래?
궁녀2있을때많이먹어둬, 전하께서언제또식욕을찾으실지모르니까.
궁녀3헌데마마님, 전하께서어딘지달라지신것같지않습니까?
한상궁뭐가말이냐.
궁녀3식성도그렇구, 얼굴색도좀....
궁녀1그치, 아무데서나자꾸웃으시는것도변하셨습니다.
궁녀2영이가그러는데똥누는소리도다르시다던데?
일동, 꺄르르- 웃음터뜨린다.
우적우적밥을먹고있는사월도헤벌쭉- 웃는다.
55.사당 근처/ 낮
가마가 정자위에 올려져있고, 그 앞에 이정랑과안개시가 앉아있다.
발이 내려진 가마 안에는 박충서의 실루엣이 보인다.
박충서합궁을피하신다니...왜?
안개시(담뱃대를꼬나물고) 전들알겠습니까?
사흘이멀다하고찾으시던전하께서무슨곡절이신지…
박충서그좋아하시던여인의분냄새조차피하신다…
안개시비빈들은물론중전조차멀리하신다는소문이여기까지들립니다.
(철없이) 과유불급이라더니…제가너무과했나합니다...호호호…
안개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들꽃을 따기 시작한다.
이정랑(박충서의귀에대고) 대감! 허균의움직임이심상치않습니다.
박충서…?
이정량여기저기안상궁의행적을살피고다닌다고합니다. 괜찮겠습니까?
안개시를 향한 박충서의 눈이 가늘게 찢어진다.
박충서자네, 사람몇을데려가서양귀비밭을태우게.
이정랑…
박충서약흔적은모두지워야하네.
CUT TO-
이동하는 가마의 문이 삐걱이며 살짝 열린다.
이정랑이따라붙으며 귀를 기울인다.
비밀 지령을 내리는 박충서.
CUT TO-
들국화를 따는데 정신이 쏠린안개시.
가마패에서 떨어져 나온 칼자국 사내가안개시를 향해천천히 다가간다.
56.사당/ 낮
삐이걱- 사당의 문을 열어보는 허균... 텅 비어 있다.
문을 닫고 사당 주변을 살피는 허균, 김주서가 그림자처럼 뒤를 따른다.
허균, 사당 뒷마당으로 돌아간다.
/
울타리 너머 사당 뒤편은 우거진 숲.
그런데 우거진 수풀 한쪽에 사람이 오간 길이 나 있다.
허균, 의아한 듯 울타리를 넘어 숲길로 다가가고...
/
우거진 수풀 길을 헤치던 허균의 눈이 갑자기 커진다.
시커멓게 타버린양귀비 꽃밭이 펼쳐진다!
(F.O)
57.보경당/ 낮
화면 밝아지면 하선과독대하는박충서. 둘 사이를 발이 내려와가르고 있다.
하선이상소문너머로힐끔힐끔박충서를본다.
박충서와 시선을 마주하자 괜히쭈뼛거리는하선.
박충서,은근한 미소가 뱀처럼 차갑다.
하선, 에잇 모르겠다는 듯이 옆에놓인옥쇄를들어쿵!
하선경의뜻대로하시오~
58.보경당복도/ 낮
도포자락을휘날리며보경당을 향해 걸어가는허균.잔뜩 화가 난 표정이다.
허균(V.O)어찌경의뜻대로하라셨습니까!
59.보경당/ 낮
하선, 허균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재빨리 자리를 내어준다.
자리에 앉아 신경질적으로 상소문을 펴보는 허균.
허균대동법상정도폐기하라하였습니까.
심상찮은분위기에하선이 삐쭉삐쭉, 허균의 눈치를 슬쩍 살핀다.
하선도승지가그리하라하지않았소.
윤대할때대신이무슨말을하든‘경의뜻대로하시오~’
허균, 다른 상소문을펴서 읽어내려가며
허균허면유정호의국문도허하셨습니까?
하선(활짝웃으며) 아니오. 그건그리하지않았소.
추국정을설치한다길래그러라고만했소.
허균(버럭) 그말이그말입니다!
하선(슬쩍상소문을넘겨보며) 이게...그런뜻이었소?
하선박충서그자를조심하라그리일러주지않았습니까?
하선십획이넘어가면그놈이그놈같고그래서...
더이상말을말자싶은허균, 상소문을접으며…
허균당상관회의를준비하겠습니다.
교지를내려뜻을다시묻는다하십시오.
하선건또왜그래야되오?
허균(짜증) 그냥하라는대로하십시오.
하선(답답한듯큰소리)아글쎄, 뭔지는알아야지할것아닌가!...요?
노려보는 허균, 우물쭈물 시선을 피하는 하선.
허균이 자리에서일어나밖으로나가버린다.
하선허, (힐끗) 상선은아시오?
호패법이고대동법이고, 대체이난리들인지...
조내관모르옵니다.
하선허면… (뭐라하려다…) 하긴, 내알아뭐하나. 그저시키는대로나하믄되지...
조내관(잠시) 허나...그와관련된서책을찾을수는있사옵니다.
하선......?
60.서방/ 밤
서책들이그득한책장들사이...궁색하게 앉아 서책을읽고있는하선.
하선(손으로짚어가며) 동서반...이품이상은아패... 3품이하와잡과에합격한자는...
(고개갸웃) 이걸어떻게읽소?
조내관(다가와읽어준다) 황양목패이옵니다.
하선아...황양목패...!
조내관(다시자리로돌아가고)
하선세조 4년...전조와공물, 부역세가지가있고...전조는...
(다시갸웃) 이건어떻게읽소?
조내관(다시다가와) 조세수취이옵니다.
하선아...조세수취... (조내관이다시자리로돌아가면) 거…자꾸왔다갔다하지말고예앉으시오. (옆자리를툭툭두드린다)
조내관(힐끗봤다가정색하고) 궁에그런법도는없습니다.
하선법도는무슨...진짜임금도아닌데…뭐어떻소. 보는사람도없고...
(손으로재촉하며)자..자…얼른, 얼른.
주저하다가옆자리로가서앉는조내관,
하선호패를차면신분확인도쉽고, 조세를셈하는것도쉬운것아니오?
조내관꼭다편한것은아니옵니다.
호패는부역은물론국역까지져야하는것이니...
차라리호패를버리고국경을넘거나, 거세하여스스로내시가되기도합니다.
하선(찌푸리며) 엉~ 세금때문에지거시기를짜른단말요?!
조내관…
하선허면그렇게내시가된이가궁안에있단얘긴데...누구요?
대꾸못하고잠잠한조내관.
아차싶은하선. 괜히미안해지며딴청을피운다. 잠시어색하다.
하선헌데상선..?
조내관네…전하.
하선이시점에묻는것이참난감하긴한데...옛부터궁금해서말이오.
조내관하문하옵소서.
하선그게...진짜로없는거요?
조내관그것이라하심은...
하선, 조내관의아랫도리를눈짓으로가리키고,
조내관(황망해하며) 아...예...없사옵니다.
하선그럼측간에가서는...서서누는거요? 아님앉아서...?
난감해하며식은땀을닦는조내관, 하선의귓가에뭔가조용히속닥인다.
“오오...”그제서야호기심을푼듯만족스레고개끄덕이는하선. 잠시...
하선(힐끔) 많이아팠겠소...(손짓하며) 그...짜를때...
조내관(그때의아픔이되살아나는듯...외면하며슬프게고개끄덕인다)
61.궐내각사/낮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허균. “도승지!”부르는소리에힐끗뒤돌아보면,
책을든하선이저만치서용포를펄럭이며뛰어온다.
덩달아헐레벌떡뒤쫓아오는조내관외수행궁인들.
지나가던대신들이기겁하여고개를조아리고,
여기저기서철퍼덕철퍼덕땅에엎드리는궁인들모습보인다.
황급히 하선을 맞이하는 허균.
62.박충서 집무실/ 낮
병판과 밀담을 나누고 있는 박충서.
이정랑이 다급하게 박충서 집무실 문을 밀고 들어온다
이정랑(박충서에게) 임금께서내각까지납시셨습니다.
박충서…
이정랑허균을찾아오신듯합니다.
63.궐내각사/ 낮
불안한 모습의 허균, 주변 두리번…
허균(소리죽여나무라듯) 왕이신하를찾아오는법도는없습니다.
어서돌아가십시오.
하선도승지가바쁘지않소.
(서책펼치며) 내밤새공부했는데말이요...대동법이란게참으로좋은법이오.
허균(주변을살피며)
하선어찌이좋은법을일년도시행치않고폐지했단말이오?
하루라도빨리재시행함이옳지않냐는거요?
허균(불안하다. 주변두리번…)
하선어허~ 도승지!
허균(어쩔수없는듯) 이것은옳고그름의문제가아닙니다,그냥정치일뿐…
보는눈이많사옵니다. 얼른돌아가십시오.
허리를 숙이고안으로 들어가는 허균.
조금 떨어진 곳, 이들을 지켜보는 박충서가 있다.
박충서허균저자에게사람을붙이게.일거수일투족, 하나도놓쳐선아니되네.
이정랑예.
박충서(천천히눈알을굴린다)
64.보경당/ 밤
서책을펼쳐놓은채조내관과나란히앉은하선.
하선알다가도 모르겠소. 대동법얘기만나오면,모두들거품부터무는거요?
조내관지주들의반발이심한탓이아닐런지….
하선이유가안되오. 땅만큼세를부과하는게무슨문제요?
가진이가더내는거야당연한거아니오?
조내관, 받아치는하선이기특한지빙긋이웃는다.
한상궁(O.S)전하, 야식을대령했사옵니다.
한상궁의소리에조내관은얼른자리로돌아가고,
하선들라해라.
소반을가지고들어온사월, 하선앞에내려놓고물러가려는데
하선사월아...
사월예, 전하-
하선열다섯이라했더냐.
사월그러하옵니다전하.
하선쯧쯧...어린나이에…어쩌다예까지흘러왔누...
경단하나를집어먹고또하나는사월에게준다.
하선그냥물어보는것이니기탄없이얘기해보거라.
사월(눈치를보다가) 소인의아비는산골소작농이온데...
어느날부터세금을전복으로바치라하여….
하선농사꾼한테전복이라니?(힐끗조내관을쳐다봤다가) 그래서...
사월세전을메우려고고리를빌리다보니빚이빚을낳게하고…결국업자에게집과전답마저빼앗기고아비까지옥살이를하게되었나이다
하선어허…저런
사월그걸로도갈음이되지않자,업자는관리와결탁하여어메는변방노비로,저는참판집몸종으로팔려가고…
하선이런…나쁜놈들…
사월혼자남은아비는결국맞은장이화근이되어해를넘기지못하고그만…
하선(울컥, 주먹쥐고벌떡) 저런조까튼…!
조내관…(허컥~) 전하!
하선(흠칫…다시주저앉으며) 계속하거라
사월인자한참판마님덕에, 소녀열두살되던해에궁으로들어오게되었습니다.
하선어메가안보고싶으냐.
사월(울컥) 생사만알아도원이없겠사옵니다.
하선(팽- 코풀고) 그래! 내왕노릇끝나기전에…기필코네어미를만나게해주마…약조하마.
사월(울컥)망극하옵니다.
하선나가보거라.
사월이물러가고나면,
하선(충격) 산골에전복이라니(분노가확)이런씨~~
어찌해야겠소. 백성의코묻은돈을짜는...그런시러베놈들을...
조내관......
하선(간절하다) 알려주시오상선.
조내관의금부를시켜조사하라하시옵소서.
하선너무늦소. 왕노릇언제까지더할런지도모르고.
조내관(잠시) 허면...
하선허면?
조내관아…아니옵니다. 됐사옵니다.
하선아!진짜~
65.정전/ 낮
허균이적어준교지를펼쳐든채, 잠시아무말않고있는하선,
늘어선대신들이의아한듯힐끗힐끗눈치를살피고, 허균도당혹스러운데,
교지를촤륵- 접어서옆에두곤,
하선저기…호판,
호판예, 전하-
하선대동법을실시할방안은…마련했소?
호판그것이...
하선내가분명히장계를올리라했을텐데.
박충서전하, 하루아침에결수대로조세를부과한다면,
지주들의피해가이루말할수가없사옵니다.
그들또한백성이온데어찌차별을두겠나이까!
하선땅열마지기가진이에게쌀열섬을받고,
땅한마지기가진이에게쌀한섬받겠다는데그게차별이요?
대신들뿐만아니라허균역시당황한표정이역력하고...
하선백성들은스스로노비가되고기생이되는판에...기껏지주들쌀한섬때문에차별운운한단말이요!
영의정전하무슨말씀이온지…
하선알턱이없으시겠지…(큰소리로이르는) 도부장은죄인을대령하라!
도부장이포박당한현감을끌고와무릎꿇린다.
의아하고놀란표정의대신들, 뭔일인가싶다.
하선저자는강원도현감으로, 양민들에게고리를챙긴관리요.
저자가챙긴고리를어느놈에게갖다바쳤는지,
그걸받아먹은처먹은놈은또어느놈한테주었는지...
내가저놈의주리를틀어서그전모를밝혀야겠소?
싸늘하게 노려보는 하선.
대신들눈치만볼뿐, 더이상아무말못한다.
하선은다시자리로돌아와용상에걸터앉는다.
하선호판?
호판예.
하선공납을독점하여높은고리로이익을취하는자,즉각엄단토록하시오.
호판분부대로거행하겠나이다.
하선형판!
형판네.
하선각관아는곡간을열어취한쌀과포목을양민에게모두돌려주도록하시오.
형판네전하!
하선그대들에게대동법실시를즉각명하오.이를방해하거나어지럽히는벼슬아치가있다면, 국법으로엄하게다스릴것이니깊이유념하고실천하길바라오.
대신들성은이망극하옵니다.
하선이 조내관을 보면, 대견하다는듯웃음을내어보인다.
박충서 꿈틀 경련이 인다. 허균 역시 낭패스런 표정.
66.지방관아 / 낮
현감과이방, 기타벼슬아치들이기생들불러놓고술판을벌이는중.
멀리서가물가물들리는소리. “암행어사출두요~!”
관리뭔소린가요? 혹시암행어사출두라하지않았소.
현감껄껄껄...참봉께서낮술에벌써취하셨습니까?...이조막만한고을에웬...
잠시 후, 더가까이서들리는...“암행어사출두요~!”
현감과관리들, 그제서야놀라주변을둘러보면
육각방망이손에든채사방에서구름 떼처럼몰려드는군졸들.
입이떡벌어진현감. 영문도모른채관리들은사방으로내빼고...
관아를 급습하는 군졸들, 수탈한 쌀과 포목이 쌓여있다.
탐관오리들을 벌하는 활약상이 경쾌한 음악과 함께 나열되고…
67.보경당/ 낮
찬바람 쌩 부는 허균의 표정. 용상에 앉아장계를확인하며옥쇄를찍는다.
옆에앉아서물끄러미쳐다보는하선.
허균이 바닥에 장계 하나를 던지며, 목소리를 내리깐다.
허균(낮지만무섭게) 왜자꾸제멋대로정사를펼치는겁니까.
하선그게…
허균(장계를가리키며) 유정호가누군지알고국문을명하신겁니까?
하선우리야대동법을얻었잖소.세상이치가하나를받으면하나를주는법…
허균(버럭) 정사가저잣거리흥정인줄아시오
하선(화들짝) 쉿... !들리겠소.
그리고궐안에선임금과신하정도는구별토록합시다.
허균이런씨..! (한대치기라도할듯장계를높이들었다가)
그래봤자 괜한 짓이다 싶은 듯, 자리에 주저앉으며..
허균유정호는중전마마의오라비입니다.
하선(화들짝놀라며) 에?
허균유정호를역모로엮어장차중전까지폐할뜻입니다.
하선어찌...감히국모를...(치밀어오르는)야~이~썩어도썩어도…진짜시키들…!
한상궁(O.S)전하, 기미나인이옵니다.
순간, 후다닥자리를바꾸는둘,
하선들라.
68.국문장/ 밤
봉두난발을한사내가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다. 유정호.
피투성이에 피폐한몰골이나눈빛만은살아있다.
허균(V.O)한번시작하면사흘밤낮으로고신을하여무고한이들조차도죄를토해내는것이국문입니다.해서대동법을유예하더라도우선유정호를방면하려했던것입니다.
하선(V.O)그걸지금얘기하면어떡하오.
허균(V.O)알필요없다하지않았습니까! 그저시키는대로나했으면되었을것을...!
69.침전/ 밤
이불안에서눈만말똥말똥한하선, 이리뒤척저리뒤척...
걱정때문에잠이안오는모양이다.
하선(V.O)허면…이제...어떡해야겠소?
허균(V.O)아무것도...하지마십시오...그것이신을돕고궁을위한길입니다.
하선, 시름깊은한숨을내쉬는데...
한상궁(O.S) 전하, 중전마마드시옵니다.
벌떡자리에서일어나앉는하선. 중전이란말에안절부절...
하선버, 벌써잠들었다고전하거...
이미안으로들어서는중전의발소리들린다.
얼른이불을뒤집어쓰고자는척하는하선.
동시에드르륵- 미닫이문이열리고중전이안으로들어선다.
중전(좌정하며잠시) ...전하를믿었사옵니다.
내가눈엣가시이거든차라리날죽으라하십시오.
부스럭거리는소리에하선이슬쩍실눈을뜨고보면,
중전, 허리춤에준비해온은장도를꺼내주저함없이목에들이댄다.
화들짝놀란하선, 이불을박차고튀어나와중전을덮친다.
두손을붙잡고중전위에올라탄하선,
하선뭐하시는거요!
중전놓으십시요!
중전이발버둥치며몸을일으키자옆으로뒹굴- 구르며자세역전.
하선글쎄, 이거부터놓고...
다시뒹굴- 자세역전되며
/INSERT-
곁방에서잠이깬지밀나인, 방문너머요란한소리에피식- 다시잠을청한다./
중전을깔고앉아실랑이벌이는하선.
하선내유정호는무슨일이있어도살릴것이요. 약조하겠소.
겨우은장도를뺏어든하선, 중전위에걸터앉은채씩씩댄다.
중전믿어도되는것이옵니까.
하선(끄덕)믿으시오. (목소리는자신있는데낯빛이어둡다)
중전(씩씩대며) ...?
하선(씩씩대며) ...?
중전허면...이제그만...내려...
하선, 화들짝 중전에게서 내려와 앉는다. 중전도 일어나 앉고, 잠시 어색.
하선의 시선이 한곳에 모아지고 얼굴이 빨개지더니 웃음이 피식.
의아한 중전, 힐끗 아래를 보면 옷섶이 훤히 열려져있다.
서둘러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중전약조를하시고서도지키지않으신다면...
저는그날로죽은거라생각하십시오.
하선알았소.
중전, 은장도를 본다.
그제서야자기손에들린은장도를보는하선, 뒤로 감추며 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중전, 싸늘하게 노려보다가 은장도를 버려두고 나간다.
하선, 한순간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70.침전/ 아침
수라상을 받은 하선, 밥을 먹다 말고 땅이 꺼지도록 후~ 한숨을 내쉰다.
고요한 침전 복도, 조아리고 있는 조내관과궁녀들 위로 터져 나오는 하선의 비명소리.
하선(소리) 아~~~아~~~~~!
조내관과궁녀들 화들짝 놀란다.이어지는 하선 소리.
하선(소리) 사월이는잠시안으로들거라.
사월이 주저주저 안으로 들어와 엎드린다.
하선조금더...여기옆에...
슬금슬금 하선의 바로 옆에까지 다가가 다시 엎드리면
하선, 뭔가 혼자 꿈지럭꿈지럭 거리다가
하선고개를들고나를보거라.
사월이 힐끔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하선, 이빨에 김조각을 붙인 채 헤- 웃는다.
쿡-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 사월.
하선어떠냐? 웃기냐?
사월예, 전하- 웃기옵니다.
하선됐다. 나가보거라.
71.침전 앞뜰/ 낮
하선이 의관을갖추고침전 모퉁이를 돌아 앞뜰로 걸어나온다.
허균이 하선을 막아선다.
허균어디로행차하시옵니까?
하선…. (대답을못하고)
허균추국정은아니되옵니다.
하선왜안된다는거요?
무고한자도죄를고백케하는곳이추국정이라고말하지않았소.
허균유정호는무고하지않사옵니다.
하선...!???
허균(주위를의식하며낮고빠른어조) 만들어낸이야기가아닙니다.
유정호를고발한자는,함께역모를꾀했다가변심한자들입니다.
하선......!
허균모른척하십시오.
하선(발걸음옮긴다)
허균(따라붙고) 전하!
하선(계속간다)
허균(가로막으며버럭소리치는)아니된다하지않사옵니까!
뒤따르던궁인들이그모습에움찔하며쳐다본다.
그들의시선을느낀허균, 어쩔수없이길을터줄수밖에...
72.국문장/ 낮
압슬형의자에앉은유정호. 늘어선중신들, 형판이국문한다.
형판네놈이부사서양갑, 갑사원달순일파와역모를꾀한것이사실이렸다!
담담하게노려보는유정호.
유정호내가무엇을고하든정해져있지않소? 어서참하시오.
그때저만치서들려오는별감의소리, “주상전하납시오-!”
대신들시선을돌리면, 하선이걸어들어온다.
둘러선대신들의아한듯서로를바라보는데,
하선내가직접국문할것이오.
곧장유정호에게다가가는하선, 우뚝멈춰선채한동안내려보다가
하선왜그랬소?
유정호 담담히 눈을 감는다.
하선그대는내처남인데어찌역모를꾸민것이요?
유정호(잠시) 신은...전란에도위험을무릅쓰고백성을살피신...
어지신대군을기억하고있나이다.
허나지금의전하는그때의임금이아니옵니다.
간신의소리에귀가닫히고여인의품에눈이먼, 폭군일뿐이옵니다!
웅성대는대신들, 분노의소리가여기저기터져나오고,
“어찌전하의면전에서...”“능지처참하소서전하!”
유정호(다포기한듯눈을감는)
하선그래서….어떻게했소.?
유정호…? (눈을뜬다)
하선반역을꾀하였소?
우정호아니옵니다. 절대아니옵니다.
하선군사를모았소?
유정호어찌감히제가...아니옵니다.
하선허면...뭘했소?
유정호그냥그리말했습니다.
하선폭군이라고…?
유정호…죽여주시옵소서.
하선(어이없다는듯) 그냥그리말했다. 그게다란말이오!
대신들의 외침이더 크게 터져 나오고, 하선 신경 안 쓰고… 피투성이가 된 유정호를 바라본다.
하선진정그게다란말이지!
유정호......?
하선(잠시보다가허탈하게허리를펴고일어선다) 풀어주라!
대신들(놀란웅성거림) 전하!명을거두시옵소서. 이미죄상이밝혀진죄인입니다.
형판(앞으로나서며) 불가하옵니다. 어찌역모를꾸민자를풀어주라하시옵니까.
하선뭐가역모란말이오.
병판…?
하선병판! 그대머리속은진정이자보다깨끗하다자신하는게요?
(병판을빤히보며)정녕그리당당하시오.
병판…
하선(둘러보며) 여기중에그렇다고말할자누구요? 자신있다면어디나와보시오.
대신들, 답을못한다.
하선풀어주라!
군졸몇이다가와유정호의포박을푼다.
73.박충서집/ 낮
박충서, 천천히 차를 음미하며…
박충서(차가운미소가흐르는) 진정이리나오시겠다...?
74.궁일각/ 낮
맑은 햇살을 가르며 걷는 하선,
궐담너머중궁전을흐뭇하게바라본다.
하선조내관! 잠시혼자있고싶소.
조내관(조용히)하오나...
하선잠깐이면되니그리해주시오.
조내관, 상궁 일행들 사라지고...도부장 혼자 남아 있다.
하선(힐끗보고) 자넨안가나?
도부장궁의법도에어긋나는일이옵니다.
하선(코웃음치고) 궁의법이임금의명보다위라이거냐?
도부장(꿈쩍않고)
도부장을 노려보던 하선, 휙! 발길질을 하는데… 순간 신발이 벗겨지며 저만치 날아간다.
놀란 도부장이 얼른 신발을 주우러 뛰어간다.
하선, 낼름궐담을 돌아 사라진다.
75.중궁전/ 낮
정상궁이다가와조아린다.
정상궁(기쁜마음으로) 유부사님께서풀려나셨습니다.
중전확실한것인가?
정상궁그러하옵니다. 임금께서변하셨다하더니, 정말인가봅니다.
웃음도많아지시고...밤에는정무에만힘쓰신다하더니…
(그러다담너머로무언가를본듯) 마마..!
담벼락 너머에 서 있는 하선.
정상궁마마...잠시물러가있겠습니다.
정상궁이 가고…중전.못이기는 척 하선에게 다가간다.
중전(담벼락을사이에두고.. 여전히냉랭한) 어인일이십니까.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는 하선. 이빨에 김을 붙여놨다.
그런 하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는 중전,
하선웃기지않소
중전웃기옵니다.
하선(머쓱해져서김을떼어내곤) 근데왜웃지않소.
중전…?? (웃지않는게궁의법도인데…???)
그때 궐담 저만치에 보이는 도부장의 머리, “전하!”를 외치며 뛰어온다.
하선, 훌쩍 담을 타고 넘어가서 중전과 함께 담벼락 밑으로 숨는다.
중전 뭐라 하려는데… 하선이 중전의 입을 손으로 막는다.
도부장이 전하를 외치며 담벼락 뒤편을 지나간다. 잠시.
중전이 하선을 뿌리치며 일어난다. 하선도 따라 일어서고,
하선내약조대로유정호는방면하였소이다.
중전들었사옵니다.
하선허면내청도들어주시오.
중전…(본다)…말씀하시옵소서.
하선(잠시) …한번웃어보시오.
중전…예?
뭔 생뚱맞은 소린가 싶어 쳐다보는 중전.
하선날보고함웃어달란말이오.
중전…
하선그정도도안되오!약조도지켰잖소.
중전, 난감하다. 인상을 찌푸리며 억지로 웃을락말락...
하선도 중전의 표정을 따라 웃을락말락...
그때 반대편 담벼락 너머에서 “전하~” 도부장이 달려온다.
중전저는이만…
서둘러 종종 걸어가는 중전.
하선, 입맛 쩝쩝…
도부장(중전쪽을힐끗) 중전마마와같이계셨사옵니까!여기신발!
몸을 굽혀 하선의 발에 신발을 끼우다 말고뜨악하는도부장.
바로 눈앞에 놓인 하선의 손이 너무 거칠다.
자신도 모르게 하선의 얼굴을 쳐다보는 도부장.
하선왜그러냐?
도부장아…아니옵니다.
신발을 신겨주는 도부장.
76.보경당 앞/ 밤
도부장, 조내관을옆으로 조용히따라붙으며
도부장전하께뭔가이상한점을못느끼셨습니까.
조내관예? 어떤...?
도부장말투랄까...행동거지랄까...
조내관(미간꿈틀)
도부장변하신게한두가지가아닙니다.
조내관저는잘… (가려다말고) 사람이충격을받으면변하는경우가있다고하던데…
암살사건때문아닐까요?
도부장…아..아!
조내관그럼… (가려는데)
도부장그러면, 손마디가거칠어지기도하나보죠? 큰충격을받으면…
조내관(헛기침) 그만바빠서…
조내관멀어지고…
골똘한 도부장의 얼굴위로 소리.
조내관(O.S) 도부장이전하에대해의심을하는눈치입니다.
77.궁 어딘가/ 밤
보경당 앞, 대화를 나누는 허균과조내관
조내관차라리사실을알려주시는것이...
허균안되오.
도부장은고지식하기이를데없는사람인데어찌나올지알수없소.
전하의의식이돌아오고있다고하니며칠만넘기시오.
78.중궁전/ 밤
중전 침소 앞, 협탁을 받쳐든 사월이 허리를 숙이고 있다.
정상궁, 문을 향해…
정상궁중전마마. 전하께서팥죽을보내셨습니다.
중전…?? 들라하게.
CUT TO-
중전앞에엎드려있는사월,
협탁위에놓인보자기를풀어헤치는중전. 팥죽이담긴그릇이나온다.
사월(흉내내며) 중전의얼굴이창백하오. 팥죽을먹고어서힘을내시오.
전하께서이리전하라하셨사옵니다.
중전(물끄러미내려본다)
사월마마, 송구하오나...
식기전에드시는것을보고그릇을가져오라분부하셨사옵니다.
중전의 얼굴에 미소가 살풋 피어오른다.
79.보경당/ 밤
보경당 문이 열리고 잔뜩 골이 난 얼굴로 들어오는 허균.
용상에 누워있던 하선, 허균의 기세에 움찔하며 일어난다.
자리에 앉아 준엄하게 하선을 보는 허균.
허균(낮고무섭게) 분명내가, 정사에관여치말라하지않았습니까.
하선(눈길피하며) 그…유정호…일은…
허균아무리중전의오라비라한들궁에는법도와절차가있는법입니다.
하선법도는무슨...임금한마디면다...
주먹을 쿵! 내려치고...하선에게바싹얼굴을들이대는
허균(노려보며)이놈아직도천지분간이안되느냐?
임금이라하여자기뜻대로할수없음을어찌모르느냐!
하선..
허균니놈은왕이아니다.
하선아니…사방천지,눈과귀가열려있다하시구선… (퉁명) 왜갑자기하대시오
허균(주먹불끈…멱살) 이놈이…!
이때 한상궁 소리
한상궁(O.S)전하, 기미나인이옵니다.
습관처럼후다닥자리를바꾸는하선과 허균
자리를 바꾸고 서로 보니, 이런~! 처음 자리가 맞다. 다시 제 자리로 후다닥.
하선들라.
문이열리고,사월이보자기에싼무엇을들고들어온다.
하선그래, 오늘은어떤야식이냐?
보자기를풀면작은찬합. 조청을재운엿가닥몇개들어있다.
사월중전마마께서...
하선(얼른말을끊으며) 계피엿이로구나!
(허균앞으로엿가락을툭밀어주며) 엿드시오~
허균(이새끼가진짜...!확째리는데..)
하선(큰소리로) 도승지퇴청하신단다!
인상구기는허균, 어쩔수없이일어선다.
허균이나가는걸확인하고얼른,
하선그래, 팥죽은드시더냐.
사월예, 전하.
하선다른말씀은없고?
사월(흉내) 인경이울리면후원으로납시어라전하여라. 긴히할말이있다고…
이리전하라하셨습니다.
하선......!?
80.서방/ 밤
탁자위에서찰을펼쳐놓은채, 붓을놓고목소리를가다듬는다.
하선두둥실떠오른저달은,내님의얼굴...
문앞에나란히서서경청하고있는사월, 조내관...
도부장은의심의 눈초리로 하선에게 시선 고정.
하선누가,내님모가지싹둑잘라저기걸어두었나
아아...얼마나아프길래웃지를않으시네.
아~ 달뜨면, 내님인가하여...하염없이바라보노라.
하선, 읽기를마치곤쓱- 셋을둘러본다.
하선(잔뜩기대하는) 어떤가...?
사월훌륭하옵니다. 전하.
하선(만족스레고개끄덕이고) 도부장은?
의혹에머리가 복잡한도부장, 생각에 빠져있다가 깜짝 놀라며 답한다.
도부장궁의법도에맞사옵니다.
하선(흐뭇...) 상선은?
조내관누굴달이라칭하신것이온지...
하선그건말해줄수없소.
조내관(잠시고민하다가) 전하지않는것이...
하선, 충격먹은표정으로조내관을쳐다본다.
조내관(좀심했다싶은지) 허나이두사람이좋다하니...
하선(다시반색) 좋다하니?
조내관(다시고민하다가결국) 그래도전하지않는것이...
천천히뒤돌아서는하선, 마음상한듯조용히서찰을덮는다.
하선...사월아.
사월예, 전하-
하선오늘야식은니가좋아하는곶감이랑경단이다. 내다남겨줄것이다.
사월(헤벌쭉) 황공하옵니다전하-
순간, 하선이 도부장힐끗 보면...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도부장.
하선(얼굴을마주하며) 궁의법도에임금을그리쏘아보라더냐?
도부장(순간…당황하는데)
하선(째려보고)고놈.. 옹졸하긴...사월아곶감은도부장과나누거라.
사월예, 전하-
하선(조내관앞에서서) 상선은퇴궐치말고남아주시오. 오늘밤은서고에서책을읽을것이오.
조내관(난감...) 예에...
이때 멀리서 들려오는 인경소리.
사월전하인경이옵니다.
하선(재깍밖으로나서며) 조내관그렇게안봤는데…진짜~
조내관(쫄래쫄래따라가며) 전하, 생각해보니그리나쁘지는않은듯...
하선을주시하는 도부장의 눈이 매섭다.
81.서방 앞뜰/ 밤
앞에대기하고있는도부장외한상궁과궁녀들.
하선, 어쩔까잠시생각하다가휙! 신발을저만치날리자
한상궁과 궁녀들, 허둥지둥 신발을 주으러 뛰어가는데...
도부장은 신발은 쳐다보지도 않고 꼼짝없이 서 있다.
하선고지식하기이를데없는놈.
82.후원/ 밤
도부장의호위를받으며후원으로들어서는하선,
저만치연못가에서있는중전.
하선예서기다리거라.
흥얼흥얼 노랫가락을 읊조리며 걸어가는 하선.
하선요래요래요래~ 조래조래조래~
그 소리에 도부장, 일순굳어진다!!!
하선을 노려보는 도부장.
중전과 마주한 하선.
둘만남은후원, 고요한가운데풀벌레소리만...
중전이뜬금없이시를읊는다.
중전높다란누각위엔달이휘영청, 패란은아니보이고,
난초의향내만여기있구나.애닯아라, 그역시하늘끝일뿐!
하선, 빠져들듯멍청하니보고만있는데
중전이시를기억하시옵니까.
하선(흠칫) 아...그야...
중전소녀, 세자빈으로간택되던날적어주신시이지요.
그때하신말씀도기억하시는지오.
하선…
중전(회상…슬픈미소) 평생곁을지켜주겠노라하시며,세상끝날날까지잡은손을놓지않겠다하시던그음성...참으로생생하옵니다.
하선당….당연히기억하지요!
중전허면제가답으로보낸시도기억하시옵니까.
당황하는하선.
하선의두눈을뚫어지게들여다보는중전,
하선은불안하게두눈이흔들리는데...
중전잊으셨겠죠. 당연히잊으셨겠죠.
하선오래…전…일이라…
중전만중운산님오리니….지는잎부는바람이행여그대인가하노라.
하선(홀린듯따라하는) 만중운산님오리니….지는잎부는바람이행여그대인가하노라.
중전의 읊는 소리가 조용히 퍼지고…멀찍이서지켜보는도부장.
이윽고 중전과 하선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하선의 시문읊는 소리가 흐른다.
하선제목내님의얼굴...두둥실떠오른저달은,내님의얼굴...
누가,내님모가지싹둑잘라저기걸어두었나
얼마나아프길래웃지를않으시네.
아~ 달뜨면, 내님인가하여...하염없이바라보노라.
중전(중전의얼굴이발그레…)
하선어떻소..?
순간 하선의목으로 퍼렇게 선 칼날이들어온다.
칼을 따라가면, 도부장이 칼을 겨누고 있다.
당혹스런 하선,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부장을 쳐다본다.
하선도, 도부장...?
중전이무슨짓이냐!
도부장마마비켜서십시오. 이자는전하가아니옵니다.
하선......! (흙빛이된다)
도부장니놈이도승지를속이고상선을속였을지는몰라도내눈을속일수는없다.
중전어서검을거두지못할까! 옥체에검을겨눈죄가무엇인지모르는것이냐!?
하선(덩달아) 그래! 모르는것이냐!
도부장마마. 이자가진짜라면신이이자리에서칼을물것입니다!
네이놈! 당장너의목을칠것이다.
기겁한얼굴로침을꿀꺽삼키는하선,
중전(막아서며) 그대가무얼의심하는지모르나틀림없는전하시다.
중전인내가전하를못알아볼까싶은가.
도부장(살짝흔들리는) 마마...이자는...
중전전하. 소첩의몸에손톱만한붉은점이있사옵니다. 아시옵는지요.
하선(땀삐질흘리며) 그야.....
중전어디에있사옵니까.
하선(눈동자흔들린다)
/INSERT-
은장도를 뺏기위해 중전의 몸을 잡고뒹굴다가얼핏 가슴골위에 점 하나가 기억난다/
하선(잠시) 그것이...왼쪽...젖가슴에...
중전어서검을거두어라.
도부장(여전히칼을겨눈채주저)
중전내가니놈에게젖가슴이라도내보여야믿겠느냐!
중전이옷고름을풀어헤치자기겁하며무릎꿇는도부장.
도부장전하~ 죽여주시옵소서~대역죄소신의목숨으로갚겠나이다.
하선야아~ 그러지말라니까~
도부장(칼을목에들이대며) 강녕하시옵소서전하~
순간퍽!정신을잃은채옆으로쓰러지는도부장.
뒤에 서찰두루마리로내리친하선식은땀을훔쳐낸다.
하선그놈참...고지식하기가...
중전사람들을부르겠습니다.
중전. 잰걸음으로 멀어진다.
하선은그제서야살았다는듯안도의한숨내쉰다.
83.선전관숙소/ 밤
대자로누워있는도부장, 순간, 번쩍눈을뜨고일어나앉는다.
소반에는팥죽한그릇담겨져있고...
그앞에사월이고개를조아리고앞에서있다.
불현듯간밤의일이생각난듯옆구리에검이만져지지않자화들짝놀라찾는데
사월‘팥죽을다먹고나서니놈검을찾으러오너라.’
도부장뭐라
사월전하께서그리전하라하셨습니다.
도부장......?!
84.보경당앞뜰/ 밤
하선이서있는뒤편으로도부장이무릎을꿇고있다.
하선너의불충이무엇인지말해보아라.
도부장(비장하다) 전하의옥체에검을들이댄죄...
하선틀렸다.
도부장감히주상전하를의심하여...
하선틀렸다.
도부장......
하선제목숨을걸고날지켜야할호위관이지맘대로죽겠다고칼을물다니...
그것이야말로대역죄가아니고무어냐!
도부장......
하선내목에칼을들이댄거야열번이래도상관없다.
허나니가살아야내가사는것, 너의목숨이얼마나중요한지모르는것이냐.
도부장......
하선팥죽맛이어떻더냐.
도부장달고...맛났사옵니다.
하선그래...살아있어야팥죽도맛난것...!
(칼을뽑아보며) 이칼은날위해서만뽑는것이다.꼭기억해두거라.
칼집에 칼을 도로 넣고, 도부장 앞에 놓아두고는편전을 향해 걸어간다.
하선(조내관에게다가와서슬쩍) 어떤것같소? 넘어온거같소?
조내관워낙에호락호락한인물이아닌지라...
꼿꼿하게무릎꿇고앉아있는도부장. 카메라가그의정면으로향하면...
도부장(감격으로눈물콧물범벅이된채) 전하...!
85.외딴방/ 낮– 비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한상궁.
이정랑이 기다리고 있다.
이정랑알아봤는가.
한상궁초하루, 초사흘, 초엿세...
전하께서암행을나간날에도편전에야식을들였사옵니다.
이정랑확실한가?
한상궁일지에도그렇게기록되어있고...
수라간박상궁도분명그리보았다하였습니다.
소매에서 봉투 하나를 내미는 이정랑.
이정랑수고했네.
봉투를 장옷에 안으로 숨기는 한상궁, 자리를 피하듯 떠나간다.
옆방 문이 삐걱 열리며박충서가 고개를 내민다.
이정랑이가까이 무릎을 끓는다.
박충서(의혹에가득찬) 주상께서궁을나가셨는데...궁엔여전히주상이계셨다?
이정랑뭔가이상하지않습니까? 대감!
박충서(눈알을굴리며) 뭔가가있어. 진정뭔가가…
박충서의 눈이 매섭게 움직인다.
86.길상사/ 저녁 노을
피폐한몰골의광해, 퀭한눈으로정면을노려보고있다. 그앞에놓인약사발.
광해가 허옇게 갈라진 입술을 열어 말을 한다.
광해내가여기얼마나있었소.
허균보름이다되어가옵니다전하.
허균, 시커먼 잿더미를 상위에 내어 놓는다.
광해이게뭐요?
허균양귀비옵니다.
광해...?
허균전하를어지럽히고, 혼미하게만든독의정체가이것이옵니다.
광해도대체누가...!
허균상궁안개시옵니다.
놀라서 눈이 커지는 광해, 하지만 이내 집히는 데가 있는 듯 말이 없고,
광해그럼배후에는이판박충서가있는것인가.
허균그렇습니다전하.
광해무서운이요.마음만먹으면양귀비가아니라독을탔을수도있었다는거아니요.참으로무섭소.
허균환궁준비를하겠습니다. 입궁하시는대로그자들의죄상부터밝혀...
광해아..아니잠깐…(겁먹은…) 환궁은…천천히결정토록합시다.
허균...?
광해궁이야. 지금박충서세상아니오.
맞서려다되려당할수도있고…따지고보면독을쓴것도아니지않소.
허균은 왕의 이런 비겁함이 싫다.
순간… 긴장하는 허균. 왕에게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허균, 문을 벌컥! 대문이 열린 채 흔들거린다.
주변을 살피고. 대문을 닫고 돌아오는 허균.
허균산짐승인모양입니다.
광해그전에...대역부터처리토록합시다.
허균(표정이어둡다)
광해낯빛이왜그러시오. 그자랑정이라도드신게요.
허균아…아닙니다.
광해용상에앉았던천한것을살려둘순없지않소.
허균의 얼굴에 실망감과 절망감이 스치고 지나간다.
CUT TO-
나무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있던 칼자국 사내가어둠을 타고 사라진다.
87.정전앞뜰/ 낮
줄을지어엎드린수십명의유생들한목소리로외친다.
유생통촉하여주시옵소서전하~
유생일동통촉하여주시옵소서~
88.정전/ 낮
정전밖에서들리는소리이어지는가운데,
하선의앞에는상소들이그득히쌓여있고...
형판전하, 각지의유생들이올린상소이옵니다.
속히윤허하여주시옵소서.
일동윤허하여주시옵소서~
유생들이한목소리로고하는소리가멀리서들려온다.
상소문을펼쳐읽던하선, 피식- 웃는다.
하선북인의여식이라중전이안된다...궁에그런법이라도있소?
호판모든사단의중심에는중전을등에업은외척들이있었사옵니다.
북인의여식인중전께서대조전에있는이상, 역모또한끊이지않을것이옵니다.
부디역모의근원을폐하시옵소서전하.
대신들통촉하옵소서.
하선역모의근원이...중전이란말씀이오?
형판전하, 중전을폐하고세자씨를가진후궁마마를대조전에세우기로하셨던...
중신과의약조는잊었사옵니까.
왕실의기강과법도를다시세우셔야합니다.
하선그대들은내게,조강지처를개처럼팽개치라하고,그걸법도라가르치는게요?
대신들…
자리에서 일어나는 하선.
89.정전앞뜰/ 낮
하선이정전앞으로나온다.
하선그대들의뜻을들어중전을폐하겠노라!
일순조용해지는주위.
하선허나, 중전이그대들과같은서인이아니라는이유로폐위되어야한다면
과인역시서인이아니다. 허니,나도함께폐위시키라.
당황하며웅성대는유생들,
다시한목소리로외치는유생들“명을거두어주옵소서전하!”
잠시 노려보던 하선이그들을지나쳐가려하면,
우르르자리를옮겨하선의앞을가로막고엎드리는유생들.
“명을거두어주옵소서전하!”외친다.
하선비키거라!
하선이다른쪽으로가려하면또다시우루루길을막고엎드리는유생들.
“통촉하여주시옵소서전하!”
하선비키라니까!
유생차라리소인들의등을짓밟고지나가시옵소서전하!
일동그리하옵소서전하!
저만치 서있는 중전을 보는 하선, 결심한듯..
하선, 한두걸음물러서며용포자락을둥둥걷어올리더니후다닥- 뛰기시작한다.
엎드린유생들의등을밟고징검다리건너듯건너뛰는하선,
황당한표정의대신들과궁인들...
멍하니고개를든유생들도뒤를돌아본다.
용포를휘날리며저만치달려가는 하선.
그제서야허둥지둥조내관과도부장, 상궁일행도하선을뒤쫓는다.
하선, 중전일행 앞에 멈추더니. 다짜고짜 중전의손목을낚아채뛰기시작한다.
중전은얼떨결에하선에게이끌려같이뛰고,
황급히 달려오는 조내관과도부장, 상궁일행, 일부 대신들이하선을뒤쫓는다.
정상궁(주먹불끈홧팅하며) 마마달리시옵소서.
부감으로 보이는 궁궐전경.
손목을 잡고 궁궐을 가로지르는 하선과 중전, 따라붙는 나머지들이개미처럼 줄지어 달려간다.
90.후원입구/ 낮
중전의손을잡고달리는하선,
다른이들은모두따돌렸는데도부장만열심히뒤쫓아오고있다.
후원으로들어서려다가멈춰선하선, 도부장을돌아보고
하선아무도들어오지못하게여길지키게.
도부장허나궁의법도에는...
하선(가슴을툭치고) 자네만믿네.
91.후원/ 낮
하선, 중전의손목을꼭쥔채어디론가재촉한다.
중전어디로가시옵니까.
하선나도모르오.
중전, 하선의손을뿌리치며
중전이러지마십시오. 그래봤자궁안입니다.
하선…
중전매일밤...빌었습니다.
다음생에선절대로궁의여인으로태어나지않게해달라고...
하선차라리궁을나가시오.잠시몸을숨겼다가떠나면그뿐이요.
내가임금인데...뭔들못하겠소.
중전어찌이러시옵니까.
하선…
중전없던측은지심이어디서생기신겁니까.
끝이라생각하니그리제가가엾어보이십니까?
하선…
중전돌아가십시오.
하선중전!
중전…(냉냉…외면)
중전의 모습을 아프게 쳐다보는 하선.
하선내가약속했다면서요. 평생당신곁을지켜주겠노라고…
세상끝날날까지절대손을놓지않겠노라고...
내가그리말했다하지않았습니까!
중전, 뭉클해서 잠시말을잊고…그 동안의 원망이 눈 녹듯 녹는다.
중전어찌저를울리시려하십니까?
중전, 물기를 안보이려 애써 외면한다.
그때“전하~”외치며다가오는호롱불들.
어느새하선을수행하던궁인들이여기저기서달려와하선을에워싼다.
부복하는궁인들, 고개조아린채그저“전하~”만불러댈뿐...
엎드린그들의잔등을내려다보며하선, 왠지모를짠함이밀려든다.
92.침전/ 밤
조내관이하선의 옷고름을 고쳐주고있다.
하선묻고싶은것이있소. 상선.
조내관하문하옵소서.
하선전하께서돌아오시면말이요...난어찌되는거요?
조내관(잠시손을멈췄다가) 소신은알수없사옵니다.
하선허면중전마마께서는어찌되는거요.
조내관…소신또한알수없사옵니다.
하선상선이모르는것도있소.
조내관책에나온지식은알려드릴수있사오나
사람의심중을신인들어찌알수있겠사옵니까.
하선궁의여인이쫓겨나면깊은산속에서비구니로늙어죽는다던데...
중전도그리되는거요?
조내관…
하선전하께서돌아오시면모든게잘될거라생각했소.
재물도생기고출세길도열리고… (씁쓰레)근데지금은….모르겠소.
조내관, 손질을마치고물러가문앞에고개조아리고선다.
하선(불연생각난듯)어찌도부장이안보이오?
93.후원입구/ 밤
도부장이아직대문을지키고섰다.
어둑한주위에밤새소리만간간히...
조내관(소리) 후원을지키라명하셨다고…아직…
하선(소리) 그놈참...고지식하기가...어서오라하시오.
94.박충서 집/ 밤
박충서와이정랑이 앉아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엎드려 있는 칼자국 사내.
박충서(놀라) 임금이...둘이라니...?
이정랑확실히보았는가?
칼자국예, 대감.
몸을 의자 깊숙이 묻는 박충서.
박충서(중얼거리는) 둘이라…둘이라면..분명하나는가짜일터…
칼자국이알아서 물러나고, 이정랑 문을 닫고 다가와서 앉는다.
이정랑그렇다면대감!
박충서…그렇다면…그렇다면말일세…
이정랑하나가없어지면어떻게되는것이옵니까?
박충서허~말조심하게.
이정랑대감께선조선이기운것이못난임금때문이라
늘안타까워하시지않았습니까.
박충서…어허~
이정랑임금의자리야하늘이내리는것! 왕의씨가어찌정해진것이라하겠습니까.
박충서…허긴이씨성을가진태조께서도변방의칼잡이셨지.
(묘한미소) 우선은확실히해둡세. 어느쪽이진짜인지...
95.중전의침전/ 밤
흔들리는 촛불아래, 중전이 미심쩍은 얼굴로 비단천에 들꽃 수를 놓고 있다.
(플래쉬백)
짧게 이어지는 이미지들.
광해가 변했다는 상궁들의 수근거림.
가짜라며 하선에게 칼을 들이대는 도부장.
중전의 입을 막는 하선의 손.
순간 움찔… 중전의 손가락에서 빨간 피가 배어 나온다.
96.침전/ 밤
하선......합궁?
놀란표정으로멈춰서있는하선... 힐끗조내관을쳐다보면, 그역시당황스런표정이고
하선알았다. 여쭈어라.
중궁전에서 온 궁녀 물러가고…
하선이 조내관을 손짓으로 부른다.
하선합궁이면...중전과말이요?
조내관내명부에서정하는일이라저도잘...
하선(걱정하는말투와달리입가에미소가) 어허이일을…어찌해야좋소?
조내관적당히둘러대고나오십시오.
하선(쩝~)
97.중궁전/ 밤
모시저고리차림의중전, 하선과마주앉아있다.
하선, 눈동자만불안하게왔다 갔다...
하선그럼나는이만...바빠서…
하선이딴청만피우다가자리에서일어나려는데…
중전(지엄한중전의목소리) 침소에드시지오.
하선…
중전주상께선임금이시기전에저의지아비십니다.
부부가합방을하는거야당연한일…용포를벗으시지요.
하선이놀란눈만꿈뻑거리고있고, 중전이직접용포를벗긴다.
하선(땀삐질) 아,아니되오!
하선을밀어침구위로쓰러뜨리는중전,
/INSERT-
곁방에 있던 정상궁과 궁녀, 요란한 소리에 피식 웃는다.
용포를풀어헤치며하선의가슴팍을헤집고들어오는중전의손...
하선중전...이러시면아니돼... ..
순간, 하선의 상의를 확 벗기는 중전.
중전(한발물러나살피고) 누구냐넌...
하선, 후다닥옷매무새가다듬으며
하선누,누구냐니요...나는...조선의15대임금이고...이름은...
중전(큰소리로) 상궁과나인들은모두전밖으로나가있거라.
하선......?
사이, 하선을냉랭하게노려보다가
중전얼굴도골격도...목청까지꼭닮았지만너는전하가아니다.
하선하하하...중전도참, 무슨그런농을...하하하...
중전죽고싶은것이냐.
하선(웃음뚝그치고정자세)
98.보경당/ 밤
어두컴컴한 보경당 내부. 하선이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고 있다.
그 위로 들려오는 중전의 목소리.
중전(O.S) 당장떠나거라.
전하께서돌아오시면목숨을부지할수있을것같으냐.
니놈이궁에있었던시간들은바람처럼잊혀질게다.
궁에는비명이다시시작될것이고,
내오라버니는다시국문을받을것이고,
나역시언젠가폐위될것이다.
그리고용상에앉았던천한너의몸뚱이는낙생강어딘가에처참히버려질것이다.
고개를 돌려 거울속 자신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는 하선.
이때 “도승지 듭시오” 소리와 함께 허균이 들어온다.
하선과 마주앉는허균.
하선중전께서아셨소.
허균(예상한듯, 묵묵히본다)
하선중전께서말하시길나란놈은죽을거라하셨소.
대신들이죽이지않으면, 전하께서죽이실거라고...
허균......
하선나란놈의목숨은,때가되면목을칠닭모가지만도못한것이었소?
허균허면…그길로달아날일이지…왜돌아오셨습니까.
하선(노려보고…잠시호흡고르고) 약조한것이생각났소.
웃음을 흘리는허균, 허리춤에서주머니 하나를꺼내하선앞에놓는다.
허균가져가거라. 니놈과약조한은스무냥이다.
하선(싸늘한미소) 이놈명줄이닭모가지만도못한것이냐고물었습니다.
허균닥치고들어라.
하선…
허균내일밤, 야음을틈타궁을나가거라.
나는너를본적도, 네이름이무엇인지도모른다.
하선......
허균(두루마리건넨다) 내일상참을위한교지이다.
대신들이고하면‘경의뜻대로하라’하고마치면된다.
여기까지가니놈의왕노릇이다.
하선...
허균…
이때 문 밖에서 소리.
조내관(소리) 전하! 사월이대령했나이다.
하선들라하라.
대답과 함께 사월이 들어와서 고개를 조아린다.
하선(허균에게)내, 저아이에게어미를찾아주마약조를하였소.
허균....??
하선도승지께서그약속을지켜주시오.
허균…(본다)
하선사월아.
사월예, 전하.
하선(주머니를사월에게내민다)받아라.
사월(어리둥절하여보고)
하선이젠나한테필요없는것이니..넣어두거라.
사월… (두손으로받는다)
하선너의어미는여기도승지께서찾아주실것이다.
사월망극하옵니다.
하선그래…(끄덕끄덕) 나가보거라.
사월이나간다,
하선저아이의어미를찾아그의품으로돌려주시오.
이것은부탁이아니고어명이오.내가그대에게내리는…마지막명이오.
허균....
99.수라간뒤편/ 밤
헤실헤실 웃으며 보경당을 나오는 사월
손에 쥔 보자기를 가슴에 품고 한껏 행복해하는데…
‘사월아’하고 부르는 한상궁 소리.
사월이 보면, 한상궁다가와자그만주머니하나를은밀하게내민다.
한상궁계피사탕이다.
사월(얼굴이굳는다.)
한상궁입에물고있다가수라에넣거라.
사월(겁먹은) 사탕안에무엇이든것입니까.
사월, 울듯한얼굴로주머니를받지않으려하면,
억지로손에쥐어주는한상궁,
한상궁나도모른다. 내가아는것은...
사탕을넣으면죽거나살거나반반이지만.
넣지않으면너나나나죽은목숨이라는것뿐이다.
핏기가가신창백한얼굴로멍하니서있는사월.
100.중궁전/ 밤
문지방에길게드리워진발너머로보이는중전의실루엣.
중전전하는어디계십니까?
맞은편에엎드린허균이고개를들고
허균전하의명이옵니다. 거처를비밀에붙인것도…
가짜를바람막이로앞세운것도…모두전하의뜻이옵니다.
중전그럼…제오라비를살리신것도전하의뜻이었습니까?
허균......
중전도승지의뜻이었습니까?
허균......
중전그럼?
허균…
중전(허탈한듯한숨)
허균며칠만모른척해주시옵소서.
중전그럼바람막이가끝나면….어찌됩니까.
허균…
중전용상에앉아있는...용안을꼭빼닮은그자말입니다.
허균…
/INSERT-
텅 빈 보경당, 홀로 용상에 앉아있는 하선의 눈빛이 허망하다.
101.중궁전앞뜰/ 밤
밤하늘에 둥실 뜬 달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 중전. 길게 한숨내쉰다.
이때 환청처럼 어둠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
하선(V.O)달이뜨면내님의얼굴인가하여...하염없이바라보노라.
놀라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는 중전.
어둠 속에서 소리와 함께 하선이 걸어 나온다.
하선나와함께떠납시다.
중전......?!
하선저바다건너...귀한것도천한것도어울려사는그런땅이있다들었습니다.
그대가누구든내가누구든상관없다하더이다.
한동안그렇게마주보고있는두사람...
마침내중전이무언가말을하려는순간.
하선이 몸을 돌린다. 뒷머리에는 중전을 닮은 여자가면이 나타나고…
하선빌어먹던청지기주제에어디서수작질이냐.
이목구비가같고말투가그러하면임금이라더냐.어여썩꺼져라!
아이구마마. 이놈이죽을죄를지었사옵니다.
마지막가는길에날보고방긋이함웃어나주시오.
물끄러미보는중전.
중전내오라비를방면하라한것이그대의명이라고들었소.왜그랬습니까?
하선....
중전누가시킨것이오?
하선그것은...아니옵고...
중전어째서, 그대마음대로한것이오.
하선(주저하다가겨우) 마마님의웃는얼굴을볼줄알았습니다.
중전…??
하선환하게웃는마마님의얼굴을…
중전…
하선(슬픈미소) 이젠영틀렸나봅니다.
하선이 눈물이 핑 돌고, 용포자락에서은장도를꺼내중전에게내민다.
하선내일밤달이차면저는여길나갑니다.
궁에있어도좋고쫓겨나도좋지만...절대죽지는마십시오.
꾸벅절을하고빠른 걸음으로 멀어지는 하선.
중전, 은장도를 빼어보면, 칼날이 없다.
우씨~ 가슴이 아리다. 하선이 사라진 어둠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한다.
102.정전/ 낮
용상에 걸터앉아 있는 하선, 허망한표정에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모습이다.
명나라에 보낼 조공을 보고하는 대신들.
호판명의황실에는은자4만5천냥,대소합하여 70사,공녀 40명
공품으로흑칠목통외 13개품목을준비하였습니다.
하선경의뜻대로하시오.
예판사신에게는금한관을선물하고…서체가훌륭한문필가로금장을입혀예의를보이는게어떨까합니다.
병판그것좋은생각이십니다.
하선경의뜻대로하시오.
대신을사이에담담한표정으로서있는허균.
호판군사는기마오백두에궁수삼천,기병천을더하여이만을파병토록하겠사옵니다.
영의정허나, 병사이만을착출한다면북방의경계가...
병판대감!이나라가있는것이누구의덕입니까.명이있어야조선이있는법.
대신들의이야기를듣고있는하선, 언짢은 표정으로 두손을꽈악- 쥔다.
병판오랑캐와싸우다짓밟히는한이있더라도사대의예를다하는것이황제의은혜에보답하는길아니겠습니까.전하윤허하여주시옵소서.
하선(이를꽉깨문다)경의뜻대로하시오.
호판황세저 150포, 백세저 150포, 태황태후앞으로채단초피60수…
하선(버럭) 적당히들하시오. 적당히!
도대체이나라가누구의나라요.
대신일동......
하선명황제가그리좋으시면...나라를통째로갖다바치시든가!
뭐라? 이땅이오랑캐에게짓밟혀도상관없다고? 이런썩을...
박충서(더이상참을수없다는듯나서며) 전하!
하선(휙고개돌려박충서를쏘아보며.. 버럭) 부끄러운줄아시오!
박충서와 시선을 팽팽히 맞서는 하선. 절대 피하지 않는다.
박충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다.
하선의일갈에찬물을끼얹은듯분위기싸-하다.
하선좋소. 경들의뜻대로명에이만의군사를파병할것이오.
허나나는금에서신을보낼것이요. 홍문관은적으라.
명에군사를파병하였으나금과는싸움을원치않는다.
부디우리병사들을무사히돌려보내주시길바란다.
뜨악한표정으로하선을바라보는대신들,
영의정(거의울듯한) 전하~ 사대의명분을버리고오랑캐에게손을내밀다니요.
이는명을속이고원수와화친을맺자는것이옵니다. 부디명을거두소서.
하선그깟사대의명분이뭐요.
대체뭐길래!이만의백성을사지로내몰라는것이오?
영의정...
하선임금이라면, 백성들이지아비라부르는왕이라면…
빼앗고훔치고빌어먹을지언정, 내그들을살려야겠소.
그대들이죽고못사는사대의예보다!내나라, 내백성이…열갑절,백갑절은더소중하오!
뒤통수를한대씩얻어맞은표정으로멍한대신들...
묘한표정을짓고있는허균,
103.침전/ 낮
온갖음식이차려지는수라상을궁녀들이들고이동한다.
미닫이문이양옆으로열리자침전에정좌하고앉은하선이보인다.
하선이보는앞에서일일이음식을기미하는사월,
긴장된얼굴로보고있는한상궁.
팥죽을기미하는사월의손이부들부들떨리고있지만아무도알지못한다.
궁녀들이수라상을들고들어와하선앞에내려놓는다.
하선이입맛을다시며쭉훑더니팥죽그릇을들곤후루룩-
하선캬~ 오늘따라유난히달구나.내이팥죽맛은절대잊지못할것이다.
팥죽을우적우적먹다가뭔가의아한듯사월을보는하선.
고개를숙인채엎드린사월, 마루바닥으로눈물이툭, 툭떨어진다.
하선(갸웃) 사월아...
사월(고개를숙인채계속눈물만)
사월이대꾸를않자주변의궁인들, 당황하여사월을쳐다본다.
하선사월아...
사월이고개를든다. 눈물범벅이된얼굴로...
사월전하, 강녕하시옵소서.
하선......!?
울컥! 하며입에서검붉은피를토해내는사월,
손으로입가의피를닦아내며자신도어찌할바를몰라하고
하선사월아!!!
우당탕! 수라상을걷어차며뛰어넘어간하선, 사월을부여안는다.
조내관전하, 그아이를내려놓으시옵소서.
아무소리들리지않는듯사월을부르며어깨를흔드는하선.
그사이, 다급히안으로들어오는도부장과선전관둘,
조내관어서저아이를밖으로...
조내관의말이끝나기도전에사월을번쩍안아들고 일어서는하선.
104.침전앞마당/ 낮
문을박차고뛰어나온하선이버선발로내달린다.
뒤따라나온조내관외궁녀들, 어찌할바를몰라그저뒤쫓아가고,
도부장과선전관들도그저하선옆에서같이달린다.
/중궁전앞뜰
침전쪽의소란에의아한중전, 다가가담너머를바라보는데.
달리고또달리는하선, 이를악물고...
하선살아라...살아만있거라...
105.내의원/ 낮
침상에눕힌사월을어의가살펴보고있다.
씩씩대며옆에선하선과주변에조아리고선의원들과의녀들,
뒤따라온조내관과도부장, 한상궁, 궁녀들도숨죽이며지켜본다.
벌컥벌컥검붉은핏물을계속해서입에서쏟아내는사월.
하선살려내어라.살려내야한다!
의원, 가망이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하선이사월을부여잡고외친다.
하선말해라. 사월아. 누구냐. 누가너에게독을주었느냐.
말해라. 내가임금이다! 내가...!
사월(얼핏미소가뜬다) 전하...
하선그래. 사월아...
하선의귓가에겨우입술을달싹이며무언가말을하려는사월, 숨을거둔다.
사월에게얼굴을묻은 하선, 꺽...꺽...울음을삼킨다.
어느새들어선허균도궁인들틈에서서그모습을보고있다.
사월의죽음에둘러선궁인들저마다눈물을쏟는데...
하선이일어선다. 한 순간슬픔을지워버린채냉랭해진얼굴...
한상궁에게시선을고정한다.
서슬에 놀라 물러앉는 한상궁. 사시나무떨듯부들부들떨기 시작한다.
하선이다가오자결국무릎이꺾이며풀썩바닥에주저앉고,
한상궁죽여주시옵소서. 절두사어른이시켰나이다.
팥죽에독을넣지않으면모두죽은목숨이라했나이다.
그자가그랬나이다.죽여주시옵소서- 죽여주시옵소서-
하선(도부장에게) 지금즉시이조로가서, 절두사이정랑을포박해오라.
허균(나서며) 전하...!
하선(개의치않고) 따르지않으면그자리에서참하라.
도부장예, 전하.
도부장이나간다. 다시허균을바라보며,
하선어명이오.
106.중궁전/ 낮
초조하게 앉아있는 중전. 정상궁이 들어와 고한다.
중전어찌된일입니까?
정상궁사월이가독을먹고죽었사옵니다.
중전사월이가누굽니까.
정상궁다들기미나인이라고불러아무도이름을몰랐사옵니다.
사월인지오월인지...전하께서만그리부르셨습니다.
(눈물이솟는다) 사월아...살아만있어라...사월아하고...
중전......
107.국문장/ 밤
횃불이줄지어세워진가운데, 엄한표정의하선.
그맞은편, 포박된채형틀의자에앉혀진이정랑.
주리를트는군졸들.
하선니놈이사월이를죽였다.
이정랑아니옵니다전하!이건모략이옵니다.
하선(개의치않고) 네놈이그일을혼자했다고생각지않는다.
누구냐.이름을대어라.
이정랑전하. 저는결단코모르는일이옵니다.
하선모른다…니놈의입에서언제까지그소리가나오는가보자.
이어지는이정랑의비명소리.
불빛에흔들리는하선의얼굴, 눈도깜빡이지않는다.
108.박충서의집/ 밤
무장을 한 사내들이 박충서의 집 주변을 에워싸고 호위하고 있다.
박충서 무리들이 시끄럽게머리를 맞대고 있다.
형판대감! 결단을내리셔야합니다.
이러다간줄줄이형틀에앉게생겼습니다.
대사헌만에하나진짜임금이시면…역모인데…
호판킁! 보시면모르시겠습니까!저자는전하가아닙니다.
조선의임금이어찌명을기만하고오랑캐와친하자는말을할수있겠습니까!
병판진짜든가짜든절대이대로당할순없습니다.
누구덕에잡은왕권입니까.억울하지도않습니까.
(박충서를향해) 대감! 어찌한말씀도없으십니까.정녕그리잠자코계실겁니까.
박충서…
병판대감!
눈을 뜨고 무겁게 입을 여는 박충서, 냉냉하다.
박충서날뛴다고될일이면열번이고스무번이고그러하겠소.
무리들 답답하다.
이때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예판,박충서의 귀에 대고 뭐라 속삭인다.
박충서, 고개를 돌려 보면 반쯤 열려진 문 뒤로 매화틀 상궁이 보인다.
109. 정전/ 밤
텅 빈 정전에 뒷짐을 지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하선.
조내관은구석에서서허리를조아리고있다.
하선상선은왜내게아무말도없으시오.
조내관전하께서판단하시고행하신일에신이무슨말을더보태겠나이까.
하선그래도해보시오.
조내관(잠시) 사람을불쌍히여기면임금이못되지요. 그게사월이든누구든…
임금의자리는그런것이옵니다.
이때 문이열리며허균이안으로들어선다.
조내관 물러간다.
허균국문을멈추십시오.
하선임금을독살하려한자요. 어찌국문을멈추라하시오.
허균(버럭) 전하께서...임금이시오?
하선….
허균그만용포를벗어놓고궁을떠나십시오.
조만간병사들이들이닥칠것이옵니다.
하선(단호한) 싫소. 내이제까지천것으로비루하게살았지만지금은아니오. 사월을죽인자를벌하지않고는한발자국도못나가겠소!
허균(버럭소리친다) 허면! 진짜임금이되시든가!
110. 의정부회의/ 밤
깃발이 펄럭이는 남한산성, 영의정을 비롯한 대신들과 장군 몇 명이 나열해 있다.
영의정, 도총관난감한표정이다.
영의정임금께서임금이아니라니요? 그말을믿으라하십니까.
병판여기계신대사헌과육판서가보증하는일입니다.
형판장군! 밤이지나면늦습니다. 가짜인것을알고도주저하는것이야말로역모가아니겠습니까.어서군사를일으켜야합니다.
도총관....
혼란스러운 도총관, 쉽게 결정을 못하는데…
박충서장군! 전하의가슴팍에새겨진상처를기억하시는지요?
도총관왜란때맞은화살자국이아닙니까.
박충서(밖을향해소리친다) 들어오라.
문이 열리고, 매화틀 상궁이 들어온다.
영의정저아인시녀상궁이아니오.
박충서본대로고하게.
매화틀얼마전부터전하의가슴팍흉이보이지않습니다.
영의정안보인다니…
매화틀상처는물론흔적조차사라졌습니다.
도총관그소신에명운을걸수있는가?
매화틀어느안전이라거짓을토하리까. 몇번이고확인하였습니다.
영의정(털썩~) 어찌…여봐라당장대제학을불러라.
도총관거기부총관있느냐?
111. 정전/ 밤
침묵에 휩싸인 정전.
하선과허균, 한동안미동도없이 바라만 본다.
허균사월이라는아이의복수를하시고싶다면...
백성들의고혈을빠는저들을용서치못하겠다면...
백성을하늘처럼섬기는,진정그것이그대가꿈꾸는왕이라면..
그꿈을내가이뤄드리이다.
허균, 하선을본다. 한동안그시선을마주하는하선.
하선(잠시) 나는... (하선이시선을돌려옥좌를쳐다본다)
112. 정전 앞/ 밤
달빛을 받아 푸르스름한 허균의 굳은 얼굴위로...
하선(V.O) 왕이되고싶소이다.
굳은 결심이 비치는 허균의 얼굴…
허균, 손짓을 하자 김주서가 그림자처럼 붙는다.
허균지금당장승정원에가서보름간의모든기록을가져오게.
김주서(잠시주저) 사관이아니면주상전하께서도열람하실수없는것이온데...
허균도승지인내가그것을모를까싶은가. 훔치더라도,뺏더라도당장가져오게.
굳은결심이비치는허균,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려온다.
113.돈화문/ 밤
끼이이익- 거대한돈화문이양 옆으로 열리자
어디선가줄을지어나타난횃불의무리, 신속하게궁안으로향한다.
줄을지어돈화문을통과하는사병들.
궁 안의수문장들은멀뚱히쳐다만볼뿐이고...
그뒤를이어대신들일행도돈화문안으로들어선다.
맨앞에선이는박충서.
숙위군을거느린내금위장이그들을맞이한다.
114. 정전/ 밤
북소리계속이어지며용상에앉은하선의결연한얼굴.
텅 빈정전, 조내관 만이어둑한곳에고개를조아린채서있다.
조내관가십시오. 전하.
하선…어찌날자꾸가라시오.
조내관군사가가까이오고있습니다.
하선알고있소.
조내관헌데도용상를차고앉아있습니까.
사월이에게살아만있어라하신이가누구입니까.
가시오.어서가십시오.
울먹이는조내관. 그의진심에하선의가슴이먹먹해온다.
하선(힘겹게외면하며) 못가겠소!
조내관왜, 용포를걸치고죽으면개죽음이아니랍니까.
법도가다무엇입니까.개나물어갈법도...
도망치시옵소서. 꽁지빠지게도망치시옵소서.
울먹이는조내관. 그의진심에하선의가슴이먹먹해온다.
먼북소리, 점점가까워진다.
115.산길/ 밤
복면을 한 칼자국 무리가 바람처럼 달려간다.
멀리 길상사가 보인다.
116.궁이곳저곳/ 밤
횃불과창을든채궁의이곳 저곳을신속히이동하는사병들,
도총관이군사들을이끌고앞장선다.
여기저기고개를내민궐내각사의궁인들, 숨죽인채지켜본다.
수라간궁녀들, 지밀궁녀들, 내시들, 내의원들...
117.중궁전/ 밤
창호문너머로횃불을든군졸들의그림자가줄지어지나간다.
중전, 협탁위에올려둔은장도를내려다본다.
멍하니 내려다보는 중전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떨어진다.
도총관(O.S)대역죄인은나와서오라를받으라!
118. 정전앞뜰/ 밤
모여든군사를뒤로하고나선도총관이외친다.
담벼락너머에도횃불들이빙둘러쌌다. 정전을완전히포위한형국...
허균장군! 어전이오!
도총관물러서십시오.
허균역도들이어전을더럽히는데어찌물러서라하시오.
박충서물러서시오도승지.
박충서가앞으로나선다.
박충서우리는역모를일으키려는것이아니라가짜임금을끌어내러온것이요.
저안에용상을차고앉은저자말이오.
허균무엄하오! 감히전하를가리켜가짜이라니...!
이때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리더니…
사람들 양쪽으로 갈라지고, 사이로 중전이 걸어나온다
박충서저기중전께서계시니확인해주시겠죠. 끌어내라.
허균을 밀치고 위장이 나서는 순간,
정전 안쪽에서 들려오는 조내관의 외침.
조내관(O.S) 주상전하납시오
정적이 흐르고… 커다란 문이 키이익열리고…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하선.
순간, 군사 수십이 단상을 향해 칼을 겨눈다.
하선무엄하다이놈들! 예를갖춰라! 내가임금이다.
군사들, 하선의 호통에 멈칫.
박충서그러신가? (주위를둘러보며외친다)이자가진짜임금이면화살맞은상흔이흉부에있을것이고, 없다면이자는가짜입니다.
허균......!
박충서그렇지않사옵니까,중전마마.
중전......
박충서저자의용포를벗겨라!
하선네놈이감히나를능멸해? 반드시너를참할것이다.
위장 둘이 달라붙어 하선의 용포를 벗긴다.
이를 뿌득- 갈며 박충서를 노려보고 있는 하선.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중전.
용포가 찢어지고 벗겨지며 마침내 드러난 하선의 맨몸.
도총관이 횃불을 가져가 하선의 가슴팍을 비춘다.
헌데... 헉~ 가슴 중앙에 선명하게 움푹 패인 상처...!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서는 도총관.
119.길상사/ 밤
담을 타넘는 칼자국 무리.
칼을 빼어들고 어두운 방문을 연다.
이불을들추는데광해가 없다.
의아하게 바라보는 칼자국의 얼굴 위로 겹치는 소리.
/FLASH BACK 시작
허균사월이라는아이의복수를하시고싶다면...
백성들의고혈을빠는저들을용서치못하겠다면...
백성을하늘처럼섬기는,진정그것이그대가꿈꾸는왕이라면..
그꿈을내가이뤄드리이다.
하선(V.O) 나는...
120. 정전/ 밤 (과거)
침묵에 휩싸인 정전, 마주 서 있는 하선과 허균,
하선왕이되고싶소이다.
허균......
하선하지만나살자고누군가를죽여야하고...또누군가가죽어야한다면...
나는싫소. 진짜왕이그런것이면...
허균…
하선(하선이눈을감는다) 내꿈은내가꾸겠소.
허균이 고개를 돌려 옥좌를 본다.
121. 어딘가/ 밤 (과거)
말을 타고 바람처럼 달려가는 허균과 김주서.
승정원 일기를 등에 매달고 있다.
122. 사찰 암자/ 밤 (과거)
사찰 전경, 김주서가 환도를 들고 사찰 문 앞을 지키고 있다.
광해 앞에 엎드려 있는 허균, 칼 한 자루를 꺼내 광해 앞에 내어놓는다.
광해가 의아하게 내려다보면.
허균신이...두임금을섬겼나이다.
광해......?
허균(광해앞으로승정원일기를내밀며) 지난보름간임금의행적을기록한승정원일기옵니다. 읽으신후신의불충을단죄하시어저의목을치소서.
이해가 안 되는 듯 한참 쳐다보던 광해,
마침내 일기의 겉장을 넘기며 하선의 기록을 읽어 내려간다.
광해의 얼굴이 차츰 굳어지더니 무섭게 카메라를 노려본다.
FLASH BACK 끝/
123. 깊은숲/ 밤
산 아래, 멀찍이 보이는 궁의 전경, 횃불들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하선을앞세운채걸어가는도부장.
도부장멈춰라.
멈춰서는하선,도부장을등진채서있다.
도부장,스르릉...칼집에서칼을뽑아 든다.
124.정전앞뜰/ 밤
대신들사이로중전이걸어나온다.
윗몸이훤히드러난광해에게다가간중전. 무릎을굽혀앉는다.
둘러선모든이들이숨죽인채그모습을지켜보고있다.
광해의가슴팍에손을가져가어루만지는중전.
광해가 물끄러미 중전을 바라본다.
중전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물끄러미중전을바라보던 광해, 고개를 돌려 대신들을 쳐다본다.
낭패스런표정의대신들과 궁인들의면면을훑어가는카메라.
광해도총관! 이흉을보고도날모른다하시오?
도총관…
광해영상! 능창과함께밤마다석보상절을외게하셨죠.
그때가제나이열하고다섯이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영의정전하!
영의정이먼저무릎을꿇는다. 뒤이어하나,둘...
마침내일제히무릎을꿇는대신들, 파도처럼 엎드려 조아리는 정전 뜰의 군사들. 한 목소리로외친다.
“죽여주시옵소서~ 주상전하~”
박충서(움찔) 뭣들하는것이오!...저자는분명...!
주변의모든대신들이엎드려있고 박충서외 패거리몇 명만남아있다.
광해(소리치는) 들어라! 저들을모두옥에가두어라!
내기필코역모의혐의를밝혀내모두참할것이다!
도총관어명을따르라!
허둥지둥방향을바꿔대신들을포박하는군졸들. 삽시간에아수라장이되는데.
서있던허균이고개를돌려멀리산을바라본다.
125.깊은숲/ 밤
아직 눈을 감은 채 도부장을 등지고 서 있다.
사이.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하선이 포기한 듯 질끈 눈을 감는데…
도부장가거라. 길이끝나면포구가나올것이다.
하선… (돌아보려하면)
도부장돌아보지말고가거라. 어서떠나거라.
하선이 잠시 주저주저하다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한참 동안 하선의 뒷모습을 보는 도부장, 하선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도부장, 모자를 벗어 내리고, 옷을 고쳐 묶고, 칼을 고쳐 잡는다.
잠시후, 뽀얀 먼지를 내며 살수병 6-7명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도부장멈춰라
살수병비키시오.어명이요.
도부장(보면) ...
살수병만일명을어길시군사도살아남지못할것이오.
도부장(여전히꿈쩍도않는...)
살수병군사! 그자는가짜요. 임금이아니란말이오.
도부장그대에겐가짜일지몰라도나한테는진짜다.
나는궁의법도를따를뿐.용상을해하려거든나를먼저베어라!
살수병들 말에서 내려서더니 칼을 뽑는다.
도부장, 우뚝 서서 그들과 맞선다.
하나... 둘... 셋... 닥치는 대로 군사들을 베어가는 도부장.
칼에 베이고 찔리며 도부장도 여기저기 피가 낭자하다.
하지만 역부족인 듯... 무릎을 접고 쓰러지는 도부장.
순간 도부장의 눈이 커진다.
어느 사이 와 있는 하선이 슬픈 눈으로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마지막 힘을 내어 몸을 세우는 도부장.
다시 합이 시작되고, 마침내 남은 살수병마저 도부장의 칼에 쓰러지고 나면...
땅에 칼을 꽂으며 풀썩 주저앉는다.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다.
하선도부장! 도부장!!
도부장(입술을달싹이며희미하게웃는) 어찌돌아오셨습니다. 돌아보지말고가라하지않았습니까.
도부장, 천천히 손을 내밀더니… 하선의 신발을 고쳐 신어준다.
하선이 아프게 보고 있다.
쌕쌕 거칠게 몰아 쉬던 도부장의 숨이 멈추고... 손의 움직임도 멈추고..
주저앉은 그 자세 그대로 숨이 멎은 도부장.
하선도부장!!!
도부장의 어깨를 감싸 안고 오열하는 하선.
126.포구/ 낮
파도소리와 함께 포구의 모습이 보이고...
이제 막 포구를 떠나는 배 한 척이 보인다.
뱃머리에 앉아있는 하선, 행여 놓칠까 손수건을 꼭 쥐고 있다.
하선이 조심스럽게 피 묻은 손수건 자락을 펼치면..
비단실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수놓은 글귀.
‘달 뜨면 님의 얼굴인가 하여 하염없이 바라보노라’
짠하게 보는 하선, 뜨거운 것이 치민다.
고개를 돌려 허공을 향하는데..
포구 끝에 나란히 서있는 남자 하나와 장옷 차림의 여인, 분명 허균과 중전이다.
하선, 끌리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장옷을 살포시 내리는 중전, 하얀이를 드러내며 환한 웃음을 내보인다.
하선의 얼굴에도 미소가 퍼지고...
하선이 탄 배가 드넓은 바다 저편으로 끝없이 멀어진다.
127.주막/ 낮
몇 년 후, 하얀 벚꽃이 피어있는 어느 주막 마당.
탈을 쓰고 만담을 늘어놓는 사내 하나.
하선(시늉하며)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서서’
그러자이놈의가짜왕이한다는말이‘중전이폐위되어야한다면나도폐위시키라! 비키거라이놈들아!’
듣고 있던 사람들이 쾌재를 외치며 탄성을 지른다.
사내, 가면을 올리면 하선이다.
하선나풀대는용포자락을들고유생들등짝을한넘두넘밟아넘어가는데! 아니저멀리곱디고운우리중전마마께서보고계시는게아니것소.
가슴이두근반세근반…에라모르겠다…중전마마의고운옥수를잡고냅다뛰어가는데!! 그고운님의손길이…손길이..
순간, 그 시절 생각에 울컥하는 하선, 중전의 그리움에 말을 잇지 못하고…
청객1왜멈추시오.
청객2아답답하네참.
멍한 하선의 얼굴 위로 벚꽃송이가 내리기 시작하고.
(상상) 새하얀 장옷을 뒤집어 쓴 중전이 구경꾼 사이를 꿈같이 걸어간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하선의 얼굴이 하얀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하선 얼굴에서 화면 정지.
하선(소리) 어제밤그대꿈을꾸었습니다.
나혼자꾸는백일몽이었습니다.
참으로부질없는꿈이었습니다.
(F.O)
128.검은화면 – 자막
북소리와 함께 다음의자막이 하나씩뜨고사라진다.
이듬해 8월, 허균은 역성혁명을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참수 당한다
(F.O)
5년후 ,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폐위된다.
(F.O)
이것으로 하선이 왕이었던 기록은 실록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F.O)
하지만 광해는 땅을 가진 이들에게만 조세를 부과한 유일한 임금이었고
(F.O)
제 백성을 살리려 명과 맞섰던 단 하나의 조선의 왕이다.
(F.O)
END.
85
첫댓글 수다쟁이님 덕분에 구하기 힘든 시나리오 너무 쉽게 얻어가는 거 같아 죄송스럽기까지 하네요 ^^::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해요 (꾸벅)
수다쟁이님 최고입니다. 오늘 가입했는데....정말 최고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영화는 봤는데 시나리오로 다시 보려구요~^^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많은 도움 되겠어요 좋은 자료창고 만난 기분,,,^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