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장사 왕서방
어느 비단 장사 왕서방이
지게에 비단을 가득 지고
이 마을 저 마을 팔러 다닙니다
산 고갯마루를 넘다가
석장승이 있는 곳에 이르러
고단한 몸을 쉬고 가야지 하고
잠시 누운 것이 그만 한잠이 들었습니다
잠시후에 꿈에서 깨어 나며
이크 큰일 났다 오늘 해지기 전에
저 마을에 다달아야 하는데 하고 일어 나니
지게에 실려 있던 비단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누군가 산을 넘다가
비단 장수가 잠이 깊이 든걸 보고
탐심을 일으켜 훔쳐간 것입니다
왕서방은 앞이 캄캄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처자식이 눈에 밟혀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수가 없습니다
어찌해야 할바를 모르던 비단 장수는
하는수 없이 고을 관아를 찾아 내려가
원님에게 비단을 잃어 버렸으니
찾아 주십사 고변을 하게 됩니다
왕서방의 딱한 이야기를 듣던 원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증인이 없으니
왕서방의 비단을 찾아 주기란
하늘에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게 실갱이를 하는 동안에
비단 장수가 원님에게
비단을 찾아 주시라며
떼를 쓰고 있다는 소문이
마을에 삽시간에 퍼지니
이 송사를 어찌 처리하는가
궁금한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기 시작합니다
모여든 이들을 죽 둘러 보던 원님은
그래 왕서방이 잡든 자리에 사람이라고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지
또 누가 비단을 훔쳐가는 것을
본 사람도 없고 망부석만 있었다지
흠 그렇다면 하는수 없지 하고는
아전들을 시켜서 고갯마루의 망부석을
짊어져 오게 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원님이 망부석을 붙잡아 와서 재판을 한다
하는 소리가 전해지자
이웃마을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 와서
이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초미의 관심사를 가지고 지켜 봅니다
망부석을 앞에 두고 문초를 하여도
망부석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고
원님만 혼자 열이 나서 호령을 해대가가
네 이놈 안되겠다
네가 이실직고 할때까지 단단히
매를 치리리 하고는 사령들을 시켜서
망부석을 곤장을 치게 하니
몇번 치지 아니하여
구경하던 이들이
모두 어이가 없어하며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립니다
그때 원님은 이 준엄한 심판정에서
웃는 놈들은 누구인가 모두 잡아 들이라 하니
거기 모인 사람들 중에 안잡히는 사람이
열손가락에도 안듭니다
다들 옥에다 가두어 두니 사람들은
아닌 반중에 홍두깨라고 재판 구경하다가
자신들이 죄를 얻게 되었으니 어찌하나 하고
걱정들이 태산 같은데
이때에 원님은
형리를 시켜서 은밀하게
옥에 갇힌 이들에게 전하기를
죄가 무겁기는 하지만 비단 한필씩 받치면
모두가 방면될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옥에 갇힌 사람들은
모두가 집으로 연통을 넣어
비단을 한필씩 구해 다음날
비단마다 이름을 적어 대령하는데
원님은 산같이 쌓인 비단을 보며
왕서방에게
여기서 그대의 비단을
구별해 낼수 있는가 하니
왕서방은 자신의 비단을
하나 하나 구별해 냅니다
원님은 왕서방의 하는 꼴을 보면서
모인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누구라도 지금 죄를 인정하고 나오면
크게 벌을 내리지 않으려니와
만약 도적질 한것을 숨기려 든다면
망부석을 재판하던 솜씨로 묵은 죄까지
모두 들쳐 내겠다고 선언을 하니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떨며 하나가 나오는데
왕서방이 고른 비단마다
모두 그자에게서 사온 것입니다
불로 소득으로
일확천금을 하려다가
대대로 망신살만 뻗쳤으니
이 사람은 참으로 기가 막힌데
이렇게 지혜로운 원님은
억울한 왕서방의 비단을 찾아 주니
마을 사람들의 칭송이
오래도록 그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언인가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발생한 곳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함을
잘 나타내 주는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망부석과
비단 도둑의 관계는 그렇게 돌고 돌아서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 바이니
이 세상은 그렇게 허공이 끈이 되어
하나 하나 꿴것 같은 염주의 모양입니다
선가에서 말하는 공안
즉 화두도 이와 같습니다
시삼마니 만법귀일 일귀하처
마삼근이니 정전백수자니 하는 공안들이
진리의 당처와는 아무 관계 없는듯 보여도
일심으로 궁구하고 의심하여 가는 이에게는
진리의 문을 여는 단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염주念珠는 무슨 뜻일까요
생각념자에 구슬주자인것은 다 아시는 일
우리가 생각 념자 하나를 풀어 보면
이제 금자 밑에 마음심자가 있으니
지금 이 마음에 무엇을 생각하는가가
생각념자가 되는 것이니
거기에 부처님을 생각하면
바로 염불이 되는 것입니다
마음에 항상 염념보리심하면
처처안락국이라는 말씀도 있듯이
우리가 생각 생각 부처님을 념하면
생각하는 그 당처가 부처님의 자리요
생각하는 사람이 곧 부처님임을 알것입니다
입으로는 망부석을 재판하면서
마음으로는 왕서방의 비단을 찾아 주려는
원님의 간절한 마음 집중이
마침내 난제를 해결해 내었듯이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일마다 부처님일을 하는 것처럼
정성을 기울여 하면
그것이 직접적인 불공이 되고
하는 일마다 모두가
불사 아님이 없을 것입니다
시간이 없다 말하지 말고
배움이 없다 말하지 말고
능력이 없다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이든 언제 어디서든
아니 하지만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저절로 이루어 지듯
이루어 지는 것
이 모든 것은 스스로
하는가 안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부처님은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 우리가 마음 머무는
이곳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우리 가족 속에 머무시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모든 분들이
천백억화신의 한분이신 부처님이십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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