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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주요 7개국(G7) 소속 이탈리아를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년 만인 지난해 다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일 때 경기 침체 폭을 최소화해 얻어냈던 결과를 지난해 원화값 하락과 성장률 부진으로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특히 주요 품목 수출 부진과 원자재값 상승 등 어려운 교역 여건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이 대만에 추월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6일 세계은행의 '세계개발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1인당 명목GNI는 3만4980달러를 기록해 이탈리아(3만5710달러)에 730달러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1인당 GNI는 1년 전인 2020년 3만2930달러를 기록해 이탈리아(3만2380달러)를 처음 앞서며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6위를 기록한 바 있지만 불과 1년 만에 순위가 다시 밀린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 여파로 2020년 이탈리아 성장률은 -9.0%로 폭락한 반면 한국은 -0.7%만을 기록한 것이 역전 배경이었다. 관광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가진 이탈리아는 직격탄을 맞은 반면 제조업 기반인 한국은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 "1인당 GNI가 사상 처음으로 G7 국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국가의 성장률은 1년 만에 뒤집어졌다. 이탈리아는 6.5%가량 성장한 반면 한국은 4.1%에 그쳤다. 전년도 경기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와 달러 대비 유로화값 상승 폭이 원화값 상승 폭보다 큰 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탈리아를 따라잡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원화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달러 표시로 조사되는 GNI 특성상 자국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달러당 1188.8원이던 원화값은 지난 14일 기준 1428.5원으로 20.16%나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유로화값은 13.66% 하락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소득은 한국이 무엇을 팔고, 무엇을 사느냐에 달렸는데 주요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원유 등 원자재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주요 판매지인 중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것도 불리한 교역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 분야에서 턱밑까지 쫓아온 대만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과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3만3592달러, 3만5513달러로 전망됐다. 내년 전망치는 한국이 3만4767달러인 반면 대만은 3만6834달러로 나타나 차이가 더욱 컸다. 1인당 GDP에서 대만이 한국을 앞선 것은 2003년이 마지막이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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