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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시작했지만 춤 연마에 매진
인간문화재 등 찾아다니며 사사
아들 잃은 슬픔에도 멈추지 않아
김애미(金愛美, Amy Kim)는 아버지 김성도, 어머니 이남순의 4남2녀 중 막내로 정유년 11월 대전에서 출생했다. 마흔 넷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진사님의 고운 딸이었던 마흔 한 살의 어머니와 거대 식솔을 두고 타계했다. 남은 자들은 눈치껏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악가무에 능했던 어머니, 언니 영자와 애미(미국명 에이미) 자매는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았다. 에이미는 대전 삼성초등학교, 대전 한성여중•고를 거쳐 1983년 도미해서 골든 웨스트 칼리지에서 그래픽을 전공했고 미국인과 결혼하여 미국 회사(Braxton Caribbean Mfg)에 다녔다.
그녀가 춤을 시작한 때는 언어를 포함한 한국에 관한 모든 것들이 기억에서 잊힐 즈음이다. 그녀가 춤을 추게 된 동기는 춤으로 고국을 기억하고 싶어서였고, 주변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자랑스러운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에이미는 집안 형편상 무용 교습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어린 시절을 스쳐 보냈지만, 춤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차츰 생활이 안정되고 아이도 성장하자 본격적으로 스승을 찾아다녔고 강습을 받으며 춤 연습에 매진했다. 에이미는 전통춤, 언니는 경기민요로 어머니의 예능의 피와 기질을 이어받았다.
에이미는 ‘민족지(民族志, ethnography) 무용’의 대상 춤들을 차례로 배우면서 춤에 대해 문화인류학자들이 취하는 진지한 성찰과 문화원형에 대한 심도 깊은 기교와 연구를 진행시키면서 자신도 타인을 위한 지도를 계속해오고 있다. 지역과 인간문화재들의 여러 유형의 춤을 접하고 사사하면서 자신이 느낀 춤의 바른 모습과 상황들을 몸과 문화로 재구성해내고 있다. 그녀의 ‘학습시대’는 여러모로 비전공자들의 삶과 닮아 있고, 십여 년간 춤의 기초를 연마했다. 에이미는 2008년 UCLA 민족음악과 기금 모금 워크숍에서 김묘선 교수를 처음으로 대면한다.
무용과 출신이 아닌 늦게 시작한 춤꾼, 그럴수록 춤에 진력한 숙성된 전통무용가 에이미 김은 얽힌 세월의 실타래를 풀 듯 늘 밝은 아침의 영광만 보고 살고자 한다. 원해서 만든 직함은 아니지만 에이미는 오렌지카운티 실버레이크 한국전통무용연구소 소장, 경기검무 전수자 및 경기검무보존회 이사이다. 그녀는 UCLA 한국음악과 강습회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김묘선에게서 우봉 이매방류 ‘승무’ ‘살풀이춤’ ‘기원무’ ‘검무’ ‘입춤’, 임관규에게서 ‘태평무’ ‘선비춤’, 경기검무 예능보유자 김근희에게서 ‘경기검무’, ‘교방입춤’을 사사받은 의지의 춤꾼이다.
2008년 스물 한 살의 청년인 아들이 친구의 목숨을 구하려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워크숍이 끝나고 에이미의 낯선 분위기를 감지했던 김묘선 선생은 특별 교습으로 에이미를 위로했고, 명인들의 살풀이춤용 구음 모음 음악을 선사했다. 여린 심성의 에이미는 아들을 잃은 후에도 의연하게 워크숍에 나가서 춤을 추었다. 모두에게 이상하게 보였을 그녀는 마음속으로 울면서 모든 것을 잊고 망각의 강을 건너기 위해 춤을 추었다. 춤 적응력이 빠른 에이미는 김근희의 경기검무, 교방입춤 등을 접하면서 경기검무 보유자 김근희를 스승으로 삼게 된다.
'혼이 담긴 기교' '절제의 춤' 구사
비전공자라는 외부의 시선 이겨내
한국춤 알리고 제자 양성이 꿈
에이미의 솔로 데뷔 공연은 UCLA 민족음악과 김동석 교수의 배려로 2010년 2월 26일 오후 8시 ‘소울 오브 코리아(Soul of Korea)’라는 타이틀로 LA 한국문화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녀는 ‘살풀이춤’, ‘승무’, ‘태평무’, ‘산조춤’을 추었고, 김묘선 선생이 ‘소고춤’으로 마무리했다. 그녀는 라미라다에 있는 집 차고를 연습장으로 쓰면서 이 공연을 위해 매일 춤을 추어왔다. 승무 전수교육 조교로서 UCLA 한국음악과 교환교수였던 김묘선은 에이미를 두고 ‘춤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으며 어떠한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춤으로 자신의 한을 식히며, 성실하게 내실을 다져가며,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춤 하나로 버텨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김묘선은 ‘마음이 고와야 춤이 고우며, 20년은 춤을 추어야 겨우 전통의 맛을 알고 장단귀가 뚫리고, 춤의 그늘을 가질 수 있다’는 이매방의 가르침을 에이미에게 전한다. 에이미는 스승이 바라던 ‘혼이 담긴 기교’와 ‘절제의 춤’을 구사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춤사위’로 바람직한 예술가의 품위와 몸짓을 보인다. 뉴욕 플러싱 타운홀에서 열린 미주 한국국악진흥회(TASK) 주최의 제11회 세계국악경연대회 대학•일반부에 출전한 ‘무용’ 등 33개 팀 중에서 에이미 김이 이매방류 ‘살풀이춤’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함으로써 비전공자라는 외부의 질시를 털어냈다.
올해 6월 17일 네이트 홀든 퍼포밍 아트센터에서 에이미(경기검무보존회 LA지부, 회장 김애미)가 기획한 ‘명인명무전’은 자신이 여러 장르에서 춤을 추고, 경기검무 보유자 김근희, 경기도 무형문화재 광명농악 보유자 임응수, 경기민요 김영자, 경기검무 이수자 김가온 씨를 초청해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에이미는 군무 ‘입춤’, 독무 ‘교방입춤’, 국악 자매인 언니 김영자의 ‘배 띄워라’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종횡무진 활약하여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녀의 고운 뜻에 따라 공연 수익은 모두 모국의 고아원 돕기에 사용되었다.
우리 춤을 알리기 위해 인디언 복장으로 우선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던 에이미는 사물놀이 등 인접 장르에도 관심이 많다. 그녀는 늘 한국의 아침시간에 맞춰 언니와 통화하며 궁금증을 해소한다. 전통춤의 진정성과 소중함을 존중하는 그녀는 해마다 인간문화재로부터 경기검무 연마를 위해 한국에 온다. 평정심을 찾은 그녀는 이제 전통춤으로 우리 춤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춤을 알리기 위한 제자 양성과 문화전수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에이미 김(김애미), 사랑하던 아들의 흔적을 찾아 아들이 좋아하던 곳으로 가다보니 실버 레이크까지 이르게 되었고, 집 안도 확인하지 않고서 집을 계약한다. 기차•개구리•귀뚜라미 소리, 반짝이는 별들은 바쁜 일상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조국 같은 시골 풍경들로 다가왔다. 에이미는 슬픔의 한가운데에서도 자신감을 찾게 해주고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해 준 하나님께 늘 경건하게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그녀는 오린지 카운티 가든 그로브, 실버 레이크(Orange County Garden Grove, Silver Lake)에서 오늘도 전통춤을 통한 봉사로 교포들과 외국인들이 한국을 사랑하도록 만들고 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